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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세는 악역입니다-303화 (304/390)

303화.

달리아가 폐건물이 있는 17구역에서 황궁까지 이렇게 빨리 왔을 리도 없지.

즉, 그리미에가 달리아를 여기까지 옮겨다 줬다는 것.

‘황제를 구하게 하려고 달리아를 데려온 거야.’

아무런 능력이 없는 달리아가 어떻게 황제를 구해?

소중한 저 애가 고대 몬스터에게 다칠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달리아가 가호를 얻은 거야!’

가호를 얻어 황제를 구한다.

이 정도 임팩트라면 다시 세계의 주인공이 바뀔 것이다!

‘안 돼, 막아야 해.’

“밍키!”

소리치자 자이언트 타란튤라, 밍키가 거대한 여덟 개의 다리로 절망을 막았다.

덕분에 달리아의 진로가 막혔다.

그 틈에 나는 사람들을 헤집고 황제에게 향했다.

“폐……!”

“안 되지.”

누군가에게 가로막힌 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제르모 공작님…….”

“영애는 절망과 전투를 치렀지 않으냐. 절망의 독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황제께 다가올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할 수 없었다.

“저기, 그럼 제가……!”

달리아가 얼른 손을 들었다.

황제와 귀족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너는…….”

황제가 말하자, 달리아가 얼른 황제 쪽으로 다가갔다.

“황궁에 큰일이 생겼다고 들어서 왔어요.”

“하면 대피해야 할 것이 아니냐.”

“저는 치유의 능력을 지녔으니까 절망의 독으로부터 폐하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달리아가 얼른 황제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황제의 옆에 바짝 붙어 있던 백기사를 보고 말했다.

“아, 손에 상처가…….”

“훈련 중에 다친 상처입니다.”

달리아가 그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상처를 가볍게 쓰다듬자…….

“……!”

“……!!”

상처가 순식간에 아문 것이다!

달리아가 황제를 보고 말했다.

“가호를 조금은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폐하를 돕게 해 주세요!”

“…….”

“크루마투스의 일은 정말로 몰랐지만, 그렇지만 몰랐다고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제 탓이니까…….”

달리아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제르모 공작이 황제에게 말했다.

“갸륵한 일이 아닙니까. 함께 이동하시죠.”

“……그래.”

달리아가 뛸 듯이 기뻐했다.

“감사해요, 폐하! 저 무슨 일이 있어도 폐하를 지키겠어요.”

제르모 공작이 빙그레 웃었다.

그는 곧 나를 쳐다보았다.

“영애는 물러서거라.”

“…….”

“폐하의 존체를 위한 일이다.”

“……예.”

나는 몇 걸음 물러나 황제를 힐끗 쳐다보았다.

달리아가 에헤헤 웃으며 황제에게 딱 달라붙어 있었다.

‘이러다 위기에서 황제를 구하기라도 하면…….’

혹시 몰라 가호를 발동했다.

‘다행히 아직은 한지혁이 주인공인 상태—.’

그때였다.

“아아악!”

서군 출신의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

절망에게 발목이 붙잡혀서 끌려가고 있었다.

잡힌 피부가 새카맣게 변해 갔다.

금세라도 녹을 것처럼.

이세즈가 재빨리 절망의 팔을 잘라 냈다.

조윅은 절망에게 잡혔던 병사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냈다.

“정신 똑바로 차려!”

“허억, 헉……!”

“절망에게 잡혔던 자들은 최대한 멀리 물러—”

조윅이 그렇게 소리치던 찰나.

쉭—!

절망의 몸체에서 사람 팔 여럿이 일시에 튀어나왔다.

흡수한 사람들의 팔을 촉수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세즈와 조윅, 리암 등의 병사들이 잡혔다.

“안 돼!”

이세즈, 조윅, 리암은 가호를 3단계 이상으로 개발했을 것이 확실한 실력자였다.

즉,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과 신성력량이 엄청나다는 것.

저들이 흡수되면 더는 황군으로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젠장,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아웬, 이리 와!”

뒤쪽에서 절망을 끌어당기고 있던 아웬이 재빨리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바짝 주고 있던 절망이 균형을 잃었다.

“어, 어어어!”

“어어!”

쿵—!

절망이 앞쪽으로 무너졌다.

몇몇 병사들은 그 틈에 풀려났으나, 이세즈와 조윅, 리암은 아니었다.

나는 근처에 있던 병사의 허리춤에서 재빨리 단도를 빼냈다.

“워, 원화!”

“원화!”

“에릴로트!”

병사들과 한지혁이 사색이 되어 나를 불렀다.

내가 절망을 향해 재빨리 달려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호를 더 강하게 발동하자.’

더.

더, 더!

더 강하게!

최신화의 서술이 늘어났다.

<열람>이 좀 더 상세히 현재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더…… 강하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떤 정신으로 달리는지도 모르겠다.

온몸의 핏줄이 팽팽히 당겨지는 느낌.

관자놀이의 핏줄은 이미 터질 듯 불거져 있었고, 눈도 시야 경계가 붉어질 만큼 아프다.

미친. 서술 개징그러워ㅅㅂ

무슨 황제가 귀족들에 둘러싸여서 뒷문으로 나왘ㅋㅋㅋㅋㅋ 전쟁 나면 대통령이 청와대 뒷문으로 장관들 경호받으면서 나가냐?ㅋㅋㅋㅋ

┖비밀 통로 같은 것도 없나 봄ㅋㅋㅋㅋ 그럼 그렇게 돈 많다고 서술은 왜 햌ㅋㅋㅋ

┖너무 그러지 마세요ㅠ 작가 능지가 부족한 걸 어캄

┖ㄹㅇㅋㅋ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할 거면 걍 아가씨 주인공 시키든가ㅋㅋ ㅅㅂ 한국에서 대학도 들어갔다는 놈이 졸X 답답하네

확실히 이지가 있는 몬스터라 그런지 핵 위치도 남다르긴 하네; 저렇게 아래에 핵이 있으면 어케 공격함;

┖가로로만 찌르냐 수직으로 찌르면 되지

┖밑쪽 깊숙이 있다잖아. 깊숙이 있는데 수직으로 찔러도 닿겠냐 ㅂㅅ아

┖대각선으로 찌르면 되지 ㅂㅅ

┖아 ㅈㄴ답답하네. 칼이 거까지 닿냐고 핵이 중앙에 있어도 안 닿는 건 마찬가지라고 초등학교 안 나옴?

┖아니 중앙에 있는 것보다 아래쪽 깊숙이 있으니까 보호하기 더 좋다고 맥락맹이냐?

‘핵은 아래쪽.’

검으로는 닿지 않는 부분.

초록색 눈알이 튀어나온 부분부터 8시 방향으로!

나는 절망에게 뛰어들었다.

“원화—!!”

등 뒤에서 병사들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이 들렸다.

하지만 난 점점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 으으으……!”

몸이 불타는 것 같다.

산에 녹는 것 같은 느낌.

‘너무 아파.’

그러나 이를 악물고 안을 헤집었다.

다행히 완전하게 성체가 된 게 아니라 안이 매우 무르다.

하지만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살, 려 줘—.”

“엄마, 엄마, 엄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도와 줘, 도와 줘. 도와……!”

“가지 마!”

“가면 안 돼. 가면…….”

튀어나온 팔들이 나를 붙잡기 시작했다.

“놔. 놓으라…… 고.”

나는 단검으로 마치 덩굴을 자르듯 팔을 자르며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눈앞에 무언가 새빨간 것이 얼핏 보였다.

뇌 같기도 하고, 혈관이 꼬인 덩어리 같기도 한 것.

‘핵이다!’

나는 검을 꽉 그러쥐고 비틀비틀 내질렀다.

검 끝이 핵을 스친 순간.

“가지 말라고 했잖아—!”

쿵!

눈알이 없는 노인의 얼굴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난 나도 모르게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큰일이다!’

내게 공격계 가호는 없다.

검 없이는 핵을 파괴할 방법이 없어!

주저앉아 바닥을 마구 헤집었다.

그러자 이번엔 쪼그려 앉은 아이가 앞에 나타났다.

“이거어 찾아? 키긱, 킥, 킥킥.”

그 옆엔 중년의 사내가.

“킥, 킥킥킥, 킥킥.”

허리가 굽은 키 작은 할머니가.

“키긱, 킥, 킥킥.”

또…….

“아안녀엉.”

“안녕하세요, 아가씨!”

“안녕. 으음, 이름이…….”

“몰리예요.”

“아, 청포도 파이가 특기인 몰리.”

“기, 기억하세요? 와아, 기뻐라……!”

“몰리…….”

“아가아씨…… 파이…… 좋아아해…… 고, 곧 올라오오실 테니까…… 처엉포, 포도를 사아러 가, 갔다 오올게요…….”

“…….”

“아아가씨, 처, 처엉포도 파아이, 조, 좋아하니까아…….”

“……그만해.”

“키긱, 킥, 킥, 너 때문에 주, 죽었네.”

“그만해!”

“이, 이게 시, 싫어? 그, 그으럼 이건, 어, 어때.”

몰리의 얼굴이 노파의 얼굴로 바뀌었다.

“이, 이건 어어때?”

“하지 마.”

“그, 그러엄 이건?”

소년의 얼굴로.

모두 우리 저택 고용인들의 얼굴이었다.

“하지 마—!”

나는 손으로 절망의 안을 마구 헤집었다.

“아아가씨이는 거어리의 으, 음식을 조, 좋아아하니까아…….”

“하, 하알머니, 사, 사과아를 사 가요. 아, 아가씨는 푸, 풋사아과아를 조, 좋아하, 하신댔어요. 모, 모올리 누, 누우나아아도오오 어, 어서 가아자.”

“그, 그으래. 아, 아아이이쿠. 뛰, 뛰이지, 지 마아…… 꺄아아아아아악—!”

“사, 사알려 줘. 주, 죽기 시, 싫어! 꺄아아악! 키긱, 킥, 킥, 킥!”

이건 흡수된 자의 기억이다.

‘나 때문에 나간 거야.’

나에게 먹일 것들을 사려고 시장에 나갔던 거야.

그래서…… 그래서…….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곧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 마…… 제발 그만해…….”

나는 양손으로 귀를 막고 신음했다.

몸이 금세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에릴로트—!”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등 뒤로 빛이 몰려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확 끌어당겼다.

나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알렉시스.”

나를 구하기 위해 절망을 베어 그 안으로 뛰어든 것이다.

“찾았어?!”

한지혁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느려졌던 게 한지혁이 영역을 펼쳤기 때문이구나.’

“아웬!”

소리치자 밖에서 검은 촉수가 빠르게 들어왔다.

촉수는 나와 알렉시스를 끌어당겼다.

“원화!”

“아스트라 영애—!”

촉수에 의해 공중으로 끌려 나온 난 소리쳤다.

“핵에 상처를 냈어! 절망은 핵을 복구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을 거야! 지금이야!”

절망을 밟고 도약한 아웬이 나를 끌어안고 땅으로 낙하했다.

검을 아래쪽으로 그러쥔 알렉시스가 촉수를 강하게 박차고, 절망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리 공격만으론 안 돼.’

저 검에 정화의 능력을 담을 수 있다면……!

“이세즈! 정화해!”

“제 능력으론 소용없습……!”

“해! 어서!”

“제길…….”

이세즈가 가호를 펼쳤다.

알렉시스의 시선이 이세즈에게 향했다.

그 순간, 알렉시스의 검신이 신성 가호로 눈부시게 빛났다.

타인의 가호를 복제하여 몇 배로 강화하는 특수한 가호, <지배자의 위세>가 발동한 것이다.

알렉시스가 절망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는 절망의 표피를 뚫고 들어갔다.

그의 몸이 완전히 집어삼켜지고 수 초 후.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망의 소름 끼치는 비명이 천공을 뒤덮었다.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고 고통스러워했다.

물론 황제 또한 두 손으로 양 귀를 틀어막은 채 헐떡였다.

몸부림치던 절망이 마구잡이로 몸속에서 튀어나온 팔을 사방으로 뻗어 댔다.

“아아아악!”

공격당한 귀족이 비명을 내질렀다.

다들 황제를 보호할 정신이 없었다.

‘안 돼!’

그때, 황제의 앞으로도 절망의 팔이 튀어 나갔다.

“폐하!”

달리아가 얼른 황제 앞을 막았다.

그녀의 앞에 투명한 결계가 생기며 팔을 가로막았다.

‘치유력을 응축시켜 결계화한 거야.’

저 결계에 닿은 절망의 팔이 순식간에 부서진 걸 보면.

달리아가 입을 틀어막고 쿨럭! 기침했다.

손 아래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달리아…….”

“괘, 괜찮아요. 저 지금 제국(폐하)을 지켰다고요! 와, 나 잘했다!”

“…….”

“가요, 폐하. 제가 목숨을 걸고 지킬 거예요.”

<열람>의 힘으로 허공에 떠 있던 텍스트가 크게 일렁였다.

‘결국 다시 달리아가 주인공이 되는 건가.’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데…….

쿵!

절망이 쓰러졌다.

녹아내리는 표피 속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동시에 살바토레가 황제에게 다가갔다.

“중앙 마탑에서 결계를 해제했습니다. 이제 가호석을 사용할 수 있으니 바로 별궁으로 이동하시…… 부황?”

황제는 녹아내린 표피 속에 서 있는 남자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살바토레가 황제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의 곁에 서 있던 오셀리아 황비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어, 어떻게, 어떻게……!”

황태후와 귀족들, 심지어는 병사들마저 놀란 얼굴로 남자를 쳐다봤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호수처럼 투명하던 청안에서 저 태양처럼 빛나는 황안으로 바뀐, 나의 알렉시스를 향해……!

“알렉시스.”

“……그래.”

“알렉시스…….”

“응.”

난 알렉시스의 손목을 잡고 황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딱딱하게 굳은 황제는 여전히 알렉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와 똑같은 눈부신 황안을.

“폐하, 어떤 아이가 있었습니다.”

“…….”

“태어나 줄곧 까닭을 모르고 살수들에게서 도망치던 아이가요.”

“…….”

“어느 날은 하수구에 숨고, 또 어느 날은 허름한 가게에 둔 상자를 뒤집어쓰고 떨었어요.”

“……무슨 말을 하는 게냐.”

“그러나 그 아이는 가장 축복받고 태어나 위대한 자리에서 성장했어야 마땅했어요.”

“…….”

황제의 뒤에 있던 이시론 공작이 눈을 꽉 감았다.

나는 헐떡이며 소리쳤다.

“폐하의 아들입니다.”

“…….”

“폐하와 안나마리아 황비님 사이에 태어나, 황궁의에 의해 빼돌려져야 했던 이 제국의 장남.”

나는 오열하듯 소리쳤다.

“알렉시스 칼소이에입니다.”

“……!”

“……!!”

오셀리아 황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살바토레 황자의 표정이 딱딱해졌으며, 황제는 떨리는 눈으로 알렉시스를 바라보았다.

나는 알렉시스와 시선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알렉시스 황자님이세요, 폐하.”

그때, 마침내 허공에 뜬 텍스트가 바뀌었다.

<지배자의 위세>

버려진 황자, 황제가 되다!

알렉시스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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