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3세는 악역입니다-306화 (307/390)

306화.

* * *

나는 최대한 차분하려 노력하며 고개를 돌렸다.

가슴은 자진모리장단으로 널뛰고 있었지만.

‘마사…… 분명히 마사야.’

저 표정, 저 목소리, 저 말투.

모든 게 마사였다.

‘마사와 달리아는 마치 대화를 하는 것처럼 웃고 있어.’

하지만 달리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수호성처럼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는 거야.’

“에릴로트…… 아가씨.”

한지혁이 얼른 호칭을 덧붙이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향로로 향을 피우고 있으니, 뭔가 보이냐는 뜻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을 봐서.”

확실히 특별한 게 보인다는 의미다.

한지혁이 흠칫했다. 그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내게 속삭이려 할 때였다.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야?”

달리아가 부루퉁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이상해? 왜? 돈이 없을 것 같아서?”

“…….”

“넌 왜 그렇게 우릴…… 아차, 날 미워해?”

‘우리라는 건 마사와 자신을 뜻하는 거겠지.’

종업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나와 달리아를 번갈아 보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네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는 건데?”

“나한테 빈정거린 거잖아…….”

“빈정거린 것도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놀랐다면 레비쟈 님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니?”

마사라고 말할 수 없어서, 핑계를 대자 달리아가 흠칫했다.

“……헤라? 헤라가 왜?”

나는 대답하지 않고 헤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데서 뵙는군요.”

“오랜만이네, 특별한 아기 고양이?”

달리아가 “아기 고……!” 하며 볼을 잔뜩 부풀렸다.

헤라는 달리아를 난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별 뜻은 아니라…….”

“됐어!”

둘이 그러고 있는 동안 나는 마사를 힐끗 쳐다봤다.

‘마사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어.’

역시 드레스 샵에 계속 뭉개고 있어야겠다.

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는 척 마사의 소리에 집중했다.

[에릴로트 아가씨는 여기엔 관심이 없나 봐.]

[앗, 응! 그렇지, 아가씨가 아니라 그냥 에릴로트.]

[그런데 옷부터 고르는 게 어떨까? 아, 아니, 물론 네가 화가 난 것도 이해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헤라 님의 말버릇이고…….]

달리아가 투덜대는 모양인지, 마사가 어물어물 변명했다.

[어쨌든 에릴로트가 안 가려는 게 좀 그래서…….]

[응, 뭐랄까…… 저 애, 음흉한 구석이 있으니까 함께 있으면 좀 그래…….]

[아니, 난 가라고 말해 달라는 게 아니라…… 지금은 내가 말을 못 하잖아. 네가 내 몸 안에 있으니, 네가 말해 줘야 하는 거니까…….]

‘……!!’

나는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사였어.’

역시 마리가 아니라 마사의 몸에 들어간 거야!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뛴다.

‘마리는 무사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어.

내가 너를 데리러 갈 수 있어.

……마리!

* * *

무슨 정신으로 저택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아스트라 황도 저택의 내 방에 올라온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마사야! 마사의 몸에 들어간 거야!”

한지혁을 붙잡고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에서 그건 들었잖아. 그런데 수호성이 아닌 마사를 어떻게 향로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거야?”

“아마 그 애도 수호성화된 게 아닐까…….”

“수호성?”

“그래, 사실 수호성도 고대인의 영혼이잖아. 그리미에가 마사의 영혼을 억지로 떼어 내서 수호성화된 게 아닐까 싶어.”

“그렇군……. 또 뭔가 들은 건 없어?”

그 후, 달리아는 잔뜩 토라져서 나가 버렸다.

그래서 더 대화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몇 가지 힌트를 얻었지.’

나는 씩, 웃었다.

“첫 번째 삶의 달리아와 지금의 달리아가 다른 이유를 알게 됐어.”

“다르다고?”

“그래, 달리아는 활기차고 긍정적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이 없이 굴진 않았거든.”

“그게 왜?”

“육체의 영향인 거야.”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 번째 삶의 달리아>

마리의 영향 - 배움이 빠르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

<현재의 달리아>

마사의 영향 - 질투가 많고, 귀족적인 것에 쉽게 감동하며, 떼를 쓰는 성격.

“육체의 영향을 받는 데다가 마사와 직접 소통하고 있으니 더더욱 비슷한 구석이 많아지겠지.”

“우리한텐 좋은 일이군.”

“그래서 말인데 재밌는 생각이 났어.”

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

“나쁜 생각을 하는 표정인데. 그런 거 아주…….”

그가 눈을 부릅뜨며 말을 이었다.

“아주, 좋다. 말해 봐!”

“마사는 질투가 많은 성격이야. 달리아는 본성도 그런 듯하고, 거기다 육체에 영향까지 받았잖아.”

“응.”

“그런 둘이 부딪치면?”

“그야 난장판이…… 너 설마.”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

‘조상님들의 지혜는 이럴 때 써먹는 거거든.’

난 즉시 통신석을 들었다.

수신자는 여전히 중앙 원화로 활약 중인 세바스티아였다.

“언니?”

[이게 누구야! 세상에, 활약만 지켜볼 수 있지 만날 수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니?]

“죄송해요. 여러모로 바빠서요. 그런데 또 죄송한 일이 있어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거든요.”

[절망을 쓰러뜨린 일로 원화군의 기상이 몹시 상승했는데 무슨 부탁을 못 들어주겠니. 그래서, 뭔데?]

“달리아를 티 파티에 초대해 주실 수 있나요? 기왕이면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서 말이에요.”

[응?]

아주 특별한 취급을 해 줘야 한다.

원화를 특히 동경하는 마사가 배 아파 죽을 만큼.

나는 히죽 웃었다.

* * *

달리아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백합 정원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그렇게나 유명한 살롱이란 말이야?”

[그럼! 정말정말 유명해. 굉—장히 특별한 사람만 초청받거든.]

마사는 설레서 어쩔 줄을 몰랐다.

달리아가 “흐응…….” 신음했다.

‘확실히 멋진 곳이긴 해.’

고용인들도 하나같이 잘 교육받은 근사한 사람들뿐이었다.

“저기, 헤라!”

“예, 달리아 님.”

“날 초대한 게 누구라고?”

“세바스티아 비페리. 비페리 공작이 특히 사랑하는 손녀로 현재 중앙 원화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아, 원화…….”

달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대녀님의 살롱 파티를 준비하지 않고 이런 데에 와도 될까?”

“도리어 좋은 기회입니다. 귀족의 파티를 겪어 볼 수 있으니까요. 대녀님의 파티장엔 오직 달리아 님만이 들어가실 수 있으니,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셔야 합니다.”

“좀 무섭다……. 하지만 열심히 할게!”

“예, 경험이 준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 겁니다.”

“그렇구나. 그럼 나 힘낼 거야!”

헤라가 쿡쿡 웃었다.

“자, 그럼 들어가시죠. 남들 앞에선 저를 원화 출신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물론이죠, 레비쟈 영애님.”

달리아가 헤헤 웃으며 헤라의 팔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입장했다.

“아스트라가의 달리아 님, 레비쟈가의 헤라 님 드십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달리아에게 쏠렸다.

[어떡해. 어떻게 해! 모두 날 보고 있어……!]

‘그러네. 굉장하다!’

한 무리의 영애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스트라 영애.”

“안녕하세요. 음, 그러니까 이름이…….”

“루멜리사 파앙테예요.”

다른 영애들도 자신을 소개했다.

“캐서린 트랑이에요.”

“미첼 오슈론이랍니다.”

하나같이 엄청난 영애들이었다.

[우와, 우와! 달리아! 다들 진짜 고위 귀족이야! 하인들은 그림자도 밟을 수 없었거든!]

파티장의 다른 영애들이 달리아를 부러운 듯 쳐다봤다.

거기에는…….

[옛날에 블라썸 양의 친구들이었던 영애들이다…….]

‘널 무리에 끼워 주는 척했던 영애들 말이야? 빚을 지웠다던 나쁜 애들.’

[응!]

‘그런데 좀 웃기다.’

[뭐가?]

‘백합 정원 파티는 엄청나게 대단한 영애들만 온다면서? 그런데 저 나쁜 애들은 왜 온 거야?’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마사는 가슴이 벅찼다.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달리아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인사를 나누고 싶은 것처럼.

모두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나를 봐. 그리미에 아스트라의 딸이 된 나, 마사를.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블라썸의 친구였던 영애들, 그러니까 피네사 쿠롱의 무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 아스트라 영애…… 저는 쿠롱가의…….”

그때였다.

“왔군요.”

세바스티아를 비롯한 원화들이 다가왔다.

사교계의 공주님들까지도 원화들에겐 자리를 내주었다.

“중앙 원화인 세바스티아 비페리예요.”

“남군 원화인 이사벨라 샤토브리앙이랍니다.”

“북군 원화인 이즈 무어예요!”

세바스티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중앙 테이블로 가시죠. 자리를 마련해 두었어요.”

“내겐 인사하지 않는 거니, 세비.”

헤라가 쿡쿡 웃으며 말을 건네자 세바스티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실례. 고귀한 아가씨를 처음으로 만나는 행사라 흥분한지라.”

“달리아가 고귀한 아가씨라는 건 인정하는 바지.”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귀여운 아기 고양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단다.”

달리아는 원화, 그리고 사교계에서 입김이 센 영애들과 함께 중앙 테이블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세바스티아가 다른 영애들에게 눈짓했다.

‘그럼 부탁해요.’

에릴로트의 바람대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특별 취급을 해 주자고.

세바스티아로부터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던 영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멜리사 파앙테, 캐서린 트랑, 그리고 다른 원화들이 그러했다.

루멜리사가 말했다.

“다음엔 내가 주최하는 파티에도 와 줘요. 타국의 황족, 왕족이 참석하거든요.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와, 좋아요!”

달리아는 완전히 파티의 주인공이었다.

제국 최고의 레이디들이 어화둥둥 특별 취급하는 달리아.

다른 영애들도 친해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중앙 테이블이 화기애애할 무렵, 피네사 쿠롱 무리가 다가왔다.

마사에게 큰 상처를 줬던 이들이었다.

“저어, 괜찮으시면 저희도 파앙테 영애의 파티에 초청받을 수 있을까요?”

마사는 신이 났다.

[달리아, 말해 줘. 내가 바로 마사라고. 응? 응?]

그러면 다들 얼마나 놀랄까!

주저앉아서 와들와들 떨겠지.

제게 한 행동을 후회하며 사과할 것이다.

달리아는 “음…….” 하며 허공을 쳐다봤다.

“파앙테 영애, 저분들도 초청해 주시겠어요?”

[무, 무슨……!]

달리아는 마사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척 행동했다.

루멜리사 파앙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피네사 쿠롱의 무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저, 정말이요? 기뻐라~! 이게 다 아스트라 영애의 덕이에요. 너무 행복해요……!”

[달리아!]

마사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가만있어, 마사.’

[뭐?]

‘생각해 봐. 여기서 어떻게 이 몸이 마사였다고 밝혀?’

[왜 못 밝힌다는 거야?]

‘그럼 하녀였다는 것도 들통날 거야. 고귀한 영애들이 하녀 출신과 이렇게 화기애애하겠니?’

달리아는 세바스티아가 덜어 준 케이크를 먹으며 후후 웃었다.

[하지만 난…….]

‘게다가 넌 좀, 음, 뭐랄까…… 아량이 부족한 것 같아.’

[……어?]

‘이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비로워야 한다고. 고작 그런 일쯤은 잊어야지.’

[너무해!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말해 줬잖아. 그땐 날 이해한다고 했으면서……!]

‘저기, 미안한데 지금은 영애들과 얘기를 나눠야 하거든. 조용히 해 줘?’

달리아는 그 이후로 마사를 싹 무시했다.

무슨 말을 해도 못 들은 척하고, 다른 영애들과는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마사는 홀로 서 있었다.

아무리 화려한 조명이 비추어도 자신이 있는 곳만은 어둠 속인 양 고요했다.

달리아를 지그시 쳐다봤다.

‘이상하잖아.’

저 몸은 내 건데, 왜 멋대로 행동하는 거지?

저 동경의 시선도, 귀족 영애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내 것인데.

그러고 보니까 이상했다.

‘아빠에게서 자꾸만 떼어 놓으려고 했어.’

어쩌면 달리아는 좋은 애가 아닌 걸까…….

마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고대 몬스터 나나를 이용해 사환으로 분장하고 있던 에릴로트였다.

홀의 중앙에선 꽃으로 숨겨 놓은 향로가 향을 피우고 있었다.

* * *

콘스탄틴 대녀의 파티 당일.

달리아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드레스룸을 통통 뛰어다녔다.

“역시 이 옷이 좋을까? 아, 하지만 드레스는 역시 화이트인데. 포기하기가 좀…….”

[헤라 님이 흰 드레스는 입지 말라셨잖아.]

“하지만 난 이게 좋은 걸.”

[난 저게 좋아. 저 녹색 드레스.]

“녹색은 별로 안 좋아해. 아, 이거 좋다. 핑크!”

마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국 드레스조차 달리아의 마음대로 골랐다.

헤어스타일도, 구두도, 모두…….

살롱 파티가 있는 대녀의 사저에 도착해서도 달리아는 마사의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았다.

그저 신이 난 얼굴로 문 앞에서 선물 상자의 포장지를 매만졌다.

“대녀님이 좋아하시겠지? 열심히 준비한 거니까.”

사환이 물었다.

“입장을 아뢸까요.”

“응, 부탁─”

그러던 찰나.

[내가 들어갈래.]

‘……응?’

[이제 돌려줘! 내 몸이잖아.]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해?’

달리아는 당황했다.

억지로 빼앗으려 들면 어떻게 하지?

중요한 자리인데.

‘혹시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내 몸에 마사가 뛰어들면 바뀌는 것 아니야?’

[내 몸이라고? 너, 내 몸을 네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니?!]

‘아차, 생각을 읽을 수 있었지. 이거 되게 불편…… 아냐아냐, 생각하지 마.’

[역시 나쁜 애였구나. 너무해! 난 네가 날 도와주러 온 줄 알았어!]

달리아가 멈칫했다.

“나빠? 내가?”

[그래! 남의 몸을 빼앗은 거면서 멋대로 굴고 있잖아!]

“빼앗다니. 이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한 몸이 된 게 아니라, 내가 네 몸을 빼앗았다고?”

[그건……!]

마사가 눈에 부릅 힘을 주었다.

[처음엔 네가 좋은 애라고 믿었기 때문에 영혼의 짝꿍이 생겼다고 여기고 있었어. 그런데 네가 심하게 굴잖아!]

“아빠가 날 마중 나오셨을 때 말씀하셨어. ‘딸을 찾으러 왔다’고.”

[뭐?]

“네 육체가 아빠의 딸인 게 아니야. 내 영혼이 아빠의 딸인 거라고!”

[거짓말. 그렇게 말씀하셨을 리 없어.]

“아니,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러니까 넌 내 덕을 보고 있는 거란 말이야!”

[그렇다면 필요 없어! 더는 필요 없으니까 내 몸에서 나와.]

“……어?”

[봐! 나오라니까 못하잖아. 내 몸이 필요해서!]

달리아는 이를 악물고 마사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곧 팔짱을 끼곤 흥, 입꼬리를 올렸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알맹이지 껍데기가 아니거든.”

[……뭐?]

“네가 오만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야! 그리미에 아스트라의 딸은 나, 달리아 아스트라! 넌 그냥 날 담기 위해 쓰인 재료일 뿐이란 말이야!”

[달리아는 나야! 넌 그냥 유세은이고!]

그때였다.

“……뭐?”

마사와 달리아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에릴로트가 달리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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