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3세는 악역입니다-307화 (308/390)

307화.

에릴로트는 마치 들어선 안 될 것을 들어 버린 사람처럼 굳었다.

차마 표정을 숨길 생각도 못 하는 것 같았다.

‘뭐, 뭐야. 왜 저러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야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어떡해! 나 미친 사람처럼 혼자 떠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자신과 시선이 마주친 경비병과 사환들이 흠칫, 고개를 돌렸다.

달리아가 마사를 노려보았다.

‘쟤 때문에 이게 뭐야.’

하도 기가 막히는 소리만 해서 저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헛기침한 그녀가 말했다.

“그,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저기, 아! 대녀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 공연을 준비했거든.”

“…….”

“연극에서도 왜…… 독백! 알지? 응?”

“…….”

“나와 아빠를 주인공으로 해서 대본을 써 봤거…… 든…….”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역시 안 믿기나?’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어쩌지?

‘여기선 저 애의 말이 더 잘 먹히던데…….’

미쳤다고 따돌림당하는 게 아닐까.

달리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에릴로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변을 힐끔거리다가 속삭였다.

“도와주지 않을래? 실은 내가 언젠가부터 이상한 게 보이거든. 뭐랄까, 음, 마법의…… 흔적? 길 잃은 영혼? 그런 거.”

“…….”

“이해하지?”

“…….”

“어떻게 된 일인지는 천천히 설명해 줄게. 사실 나도 이렇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거든…….”

에릴로트는 대답이 없었다.

달리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래?’

“저기,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을—”

“에릴로트 아스트라다. 안에 고해 다오.”

에릴로트는 제 말에 대꾸하지 않고 사환에게 가 버렸다.

사환이 입장을 고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 안으로 들어간다.

‘뭐야, 정말!’

달리아가 뚱, 입술을 내밀었다.

* * *

회장 안으로 들어온 난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로 들어서서 문을 쿵, 닫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달리아는 나야! 넌 그냥 유세은이고!]

마사가 분명히 말했다.

“유세은…… 유세은이라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

그 어떤 충격을 받아도 이렇게 황망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래, 달리아는 처음부터 유세은과 같은 표정을 짓고, 같은 말을 했었어.’

왜 몰랐을까.

대체 어떻게 된 것이고? 어떻게 그 애가 달리아가 되었지?

그리미에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설마 첫 번째 삶에서도 유세은이 달리아였던 건가?

머릿속에서 물음표들이 엉망으로 엉켜들었다.

“너, 이 계집애! 또 세은이를 괴롭힌 거냐?!”

“대체 왜 이래. 엄마 죽는 꼴 보려고 그래? 세은이랑 사이좋게 지내 달라고 부탁했잖아. 제발 내가 널 포기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

“어어, 좀 마셨지. 내가…… 혜민아, 어? 아빠가…… 아니다, 네가 날 아빠로 생각하는진 모르겠다. 근데 진짜 궁금한 게 있어서. 내가 너허—무 궁금해서……. 혜민아, 넌 뭐가 그렇게 매번 억울하냐? 뭐가 그렇게 억울해서 그렇게 항상 엇나가? 불만이 있으면! 어?! 나한테 풀지, 왜 죄 없는 세은일 괴롭혀! 아니, 내가…… 여보, 놔 봐. 내가 진짜 궁금해서……!”

떠오른 환상이 실체가 되어 나를 몰아붙이는 것만 같았다.

‘이길 수 없어.’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그 애가 세은이란 걸 알게 되자마자 덜컥 겁부터 났으니까.

죽어라 노력해도, 제발 나를 봐 달라 애원해도 결코 이길 수 없었던 아이.

가정의 중심에서 온통 사랑만 받던 그 아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누구에게나 기쁨이 되던 그 세은이…….

그때였다.

똑똑.

등을 마주 댄 문에서 노크가 들려왔다.

나는 떠듬떠듬 말했다.

“사람, 사람 있—.”

“나야.”

흠칫 고개를 들었다.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기에.

‘알렉시스…….’

난 희게 질린 손으로 억지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어떻게 왔…… 아, 황자가 되었으니까 황족회에 얼굴을 보여야겠지.”

“…….”

“미안, 제정신이 아니네.”

알렉시스가 문 안으로 들어온 후,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줄곧 목숨이 위험하던 첫 번째 삶에서의 공포가 가장 큰 아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혜민으로서 느꼈던 슬픔도 그 못지않게 컸나 보다.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날 본 알렉시스가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얼굴이 왜 이래.”

“별거 아니야. 그냥 좀 놀랄 일이 있어서…….”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는지 묻잖아!”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머리로는 그에게 걱정을 끼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일이 많은데.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 주어야 하는데.

하지만 차마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에릴로트!”

“……기억이.”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참으려 애썼지만, 몸이 벌벌 떨렸다.

자꾸만…… 자꾸만 떠오른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애가 술 취한 새아빠와 바닥에 엎어져 오열하는 엄마를 피해 방으로 달려가던 순간이.

동네 애들이 다 있는 곳에서 등 뒤에 세은을 숨긴 할머니에게 뺨을 맞던 날이.

외식을 나간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마당에 쪼그려 앉아 있던 그 살 에이는 겨울이.

환자의 가족들이 찾아와 화기애애한 병실에서 홀로 쪼그려 누워 죽어 가던 유혜민이…….

“싫은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알렉시스가 나를 끌어안았다.

“허어엉……!”

결국 어린애처럼 목을 놓고 울어 버렸다.

울면 더 맞던, 그래서 물을 가득 받은 대야에 얼굴을 묻고 울어야 했던 어린 날과 달리.

“차라리…… 차라리 처음이 더 나았어……! 더러운 피라고 욕먹고, 혼자였지만…… 희망이 없던 처음이……!”

“응.”

“매, 매번 기대해서 괴로웠어……! 생일에, 시험에서 백 점 받았을 때…… 칭찬해 줄까 봐 무릎이 깨지면서 달려갔는데! 그런데 늘, 늘 나를 타인처럼……!”

“그래.”

“아파서 죽어 갈 땐 좀 보듬어 줄 수 있었잖아! 그래도 한 식구였는데! 나, 난 아파서 차라리 죽고 싶을 때도 기뻤단 말이야! 아픈 덕도 본다고! 이렇게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알아.”

“어떻게, 어떻게…… 끝까지 사람을…….”

“알고 있어.”

나는 꺽꺽 엉망으로 울며 소리쳤다.

“누, 눈물이 안 멈춰. 그런 놈들 때문에 울기 싫은데……!”

참다 참다 터진 오열은 멈출 줄을 몰랐다.

문에 달린 거울로 눈물에, 콧물까지 흘러 엉망이 된 얼굴이 비쳤다.

싫어.

정말 싫어.

“머, 멈춰 줘. 제발 누가 좀……! 유혜민일 때처럼 엉망인 얼굴은 꼴도 보기 싫—”

그 순간.

촉.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가볍게 잡은 그가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

“…….”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그를, 그는 나를 마냥 바라봤다.

그가 약간은 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됐어?”

뿌옇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진다.

종국에 완벽히 제 모양을 찾은 그의 얼굴이 보이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젠 제가 울 것 같은 표정이면서.

바보 같은 알렉시스.

내게만은 세상 누구보다 멍청한 너.

눈물은 쏙 들어가 버렸다.

“더.”

이번엔 내가 그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맞댔다.

몇 번이나 입술이 안타깝게 맞닿고 떨어지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첫 번째 삶에서 학습한 불신 때문에 어쩔 줄 모르던 어린 날에도.

두 번째 삶의 아픔에 어린애처럼 울던 지금도.

한심한 나를 보듬어 준 건 너였다.

내 손등을 제 손으로 덮은 그가 말했다.

“네가 좋아.”

“……응.”

그의 숨결이 또 한 번 다가왔다.

나는 기꺼이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 * *

소파에 나란히 앉은 나와 알렉시스는 말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

“…….”

이러고 얼마나 있었을까.

어색한 침묵은 깨질 줄을 몰랐다.

나는 여전히 정면을 바라본 채로 떠듬떠듬 말했다.

“그…… 아무렇지 않은 척 나가 볼까.”

“왜……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데?”

“……그건 또 그렇긴 한데…… 그럼…… 어떻게 할래?”

“……몇 번 더 하든가.”

“미쳤냐?”

나는 그를 홱, 노려봤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나를 내려다본 그는 평소의 태도로 말했다.

“넌 이번 일 모른 척해. 난 아는 척할 테니까.”

“뭐? 그런 건 같이 모른 척해야 의미가 있는 거지!”

“난 다른 쪽으로 의미를 만들고 싶거든.”

난 움찔 입을 다물었다.

알렉시스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마음,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

“되게 뻔뻔한…… 헉.”

그가 얼굴을 불쑥 내밀어서 난 흠칫 굳어졌다.

‘또 입 맞추나?’

슬쩍 눈을 감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입술에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싶어 실눈을 뜨니, 그는 손수건을 든 채 픽 웃고 있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야! 사람 놀려?!”

그가 빙그레 미소 짓곤 손수건으로 내 눈가를 닦아 줬다.

“화장 다 번졌다.”

“…….”

“하녀를 불러 줘?”

“……그러든가.”

눈물에 엉망이던 얼굴을 닦아 준 그가 말했다.

“곧 대녀가 도착할 시간이야. 정리되면 나와.”

“응…….”

“됐네. 눈은 좀 부었지만.”

내 얼굴을 놔준 알렉시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가 “그럼 간다.” 하며 방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러다 잠깐 날 돌아보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로 한 번 더 할까 고민하긴 했어.”

“시끄러워~!”

방 밖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달아오른 양 뺨을 잡았다.

‘미쳤어.’

돌아 버린 게 분명하다.

심장의 고동이 귀까지 들리는 듯했다.

알렉시스의 손목 안에서 나는 쌉싸름한 향수의 향기가 자꾸만 생각난다.

다정하게 맞붙어 오던 온기도.

허리를 끌어안던…….

‘그만, 그만!’

뭐 하는 거야. 변태야?

어쨌든 간에, 덕분에 트라우마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지만.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여긴 서울이 아니고 난 유혜민이 아니야.’

그때와는 다르다.

“지금은 생각해야 해.”

어떻게 하면 대녀의 마음에 들지.

‘좋아.’

나는 뺨을 착, 때렸다.

곧 다시 노크가 들려왔다. 알렉시스의 명을 받은 하녀가 단장을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다.

나는 단장을 받으며 크게 심호흡했다.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 * *

복도를 걷던 알렉시스는 무심코 손마디로 입술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의 심장을 곤두박질치게 만들고, 몸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떠오르자 어쩔 수 없이 미소가 새어 나왔다.

‘기운은 차린 것 같고.’

“나도 아라. 세니가…… 아니, 나 앳날에 부러운 사람 이써써. (나도 알아. 세은이가…… 아니, 나도 옛날에 부러운 사람이 있었어.)”

“응,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있지. 나도 그래. 나? 난…… 유세은일까.”

“유혜민일 때처럼 엉망인 얼굴로 울기 싫은데……!”

유세은.

유혜민.

‘특이하긴 하나 인명이다. ……누구인가.’

유혜민 쪽은 에릴로트의 가면인 듯싶고, 유세은은…….

고민하던 찰나였다.

“저기……?”

조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달리아가 수줍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뵐 줄은 몰랐어요…….”

“…….”

“어떻게 오셨어요? 초대장을 구하기 엄청 어렵다고 들었는데…….”

“나 또한 황족의 일원이니.”

“아, 그렇구나…… 알렉시스 황자님……. 저기, 에릴로트가 황궁 앞에서 한 말은 저도 들었어요…….”

달리아는 볼을 발그레 물들이고 알렉시스를 올려다봤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다시 봐도 진짜 멋져.’

[역시 그렇지?!]

제게 잔뜩 골이 나 있던 마사 또한 볼을 붉히며 말했다.

‘알아?’

[응, 공작가에서 일했다고 했잖아. 그때 도련님이었는데, 내게 무척 잘해 주셨어…….]

하인에게도 상냥한 성품이구나.

아랫입술을 가볍게 문 달리아가 눈을 깜빡이며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있죠…… 지난번에 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어요…….”

“…….”

“마침 뵙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뻐요.”

기쁘단 말은 진심이었다.

‘소설을 읽을 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였단 말이야.’

남주는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남주보다 더 서술에 힘이 들어간다.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젊은 시절과 필적하는 아름다운 외모.

불운한 과거가 믿기지 않는 능력과 강인한 성격.

그는 설원의 늑대처럼 고고했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가 깊겠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자신은 알 수 있었다.

[으응,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어.]

달리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괜찮으시면 오늘 제 에스코트를…….”

[뭐?! 도련님이잖아. 도련님이 왜 에스코트를…….]

‘그치만 헤라가 그랬는걸, 성인이 참석하는 대부분의 파티는 파트너와 동석한다고.’

귀족들은 어릴 때부터 혼약자를 두니까.

‘동석이 불가능한 오늘 같은 파티에선 같은 참석자가 에스코트를 청한다고 했어!’

[정말? 저기, 저기! 그럼 말해 줘. 응? 내가 마사라고……! 도련님이 반가워하실 거야.]

‘왜 자꾸 이래? 이해하게 말해 줬잖아.’

[도련님은 달라! 하녀 출신이라고 날 우습게 여길 분이 아니란……!]

그때였다.

“알렉시스.”

알렉시스의 등 뒤로 다가온 에릴로트가 그를 불렀다.

알렉시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끝났어?”

“응. 내 눈 아직 많이 부었어?”

“금붕어가 따로 없군.”

“좀 더 식힐 걸 그랬나…….”

달리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정말.’

달리아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뭐야. 남주는 두고…….”

“남주?”

에릴로트가 묻자, 달리아는 슥 옆을 흘기듯 시선을 옮겼다.

“그냥…… 비유 같은 거야. 네가 주인공이라면 남주, 그러니까 남자 주인공이 있을 것 아냐.”

“그런데?”

“아빠가 그러셨어. 넌 ‘이시론 공자’와 혼약한 거라서 신분이 달라진 지금은 혼약이 깨진 거라고.”

황족의 혼약엔 황제의 허가가 필요하다.

“황제가 황태자 위에 알렉시스 황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더더욱 에릴로트와 혼약시키지 못할 테지.”

“왜요?”

“그 애는 더러운 피니까.”

“…….”

“황태자비를 역임한 자가 황후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그 어떤 귀족이 반쪽 평민을 환영하겠느냐.”

아빠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이건 에릴로트와 알렉시스 모두를 위한 조언이었다.

“그럼 이제 네 인생의 남주를 찾아야지.”

“너—”

에릴로트가 무어라 말하려 할 때였다.

알렉시스가 에릴로트의 손을 잡았다.

달리아와 마사의 앞에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인 그가 말했다.

“남주는 나야.”

달리아와 마사가 흠칫, 눈을 크게 떴다.

에릴로트마저도.

이 3세는 악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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