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달리아는 물론 마사의 육체 또한 훈련받은 적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보다도 둔했기에, 기척을 숨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겐 나나가 있었다.
나나를 몸에 붙인 상태에서, 겉옷만 바꿔 입으면 나인 줄도 몰랐다.
달리아는 밝은 목소리로 떠들었다.
“정말? 대녀가 날 좋아하게 될 확실한 방법이 있어? 그게 뭔데?”
조급하게 캐묻자 통신석에서 후후 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천마입니다.]
“천마라면 페가수스 같은 건가? 날개 달린 말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녀의 말 사랑은 유명하죠. 훌륭한 서러브레드라면 얼마든 간에 데려오는 사람입니다.]
“그렇구나…….”
[천마는 대녀의 평생 로망입니다. 가져가신다면 그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줄 테지요.]
“하지만 천마 같은 게 있을까……. 음, 있으려나? 여긴 몬스터도 있는 세계니까.”
[예, 있습니다.]
있다고?
‘그럴 리가. 천마는 들어 본 적도 없어.’
지구의 페가수스와 이 세계의 천마는 비슷하다.
백마일 것, 날개가 있을 것, 신성할 것 등의 조건이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어떻게 신성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마력은 오염되어 있으니 사특한 존재로 여겨진다.
[모 왕국의 신전 호수에 나타났었지요. 그야말로 신성력을 가득 지닌 신수였습니다.]
“우와…… 몰랐어.”
[그러셨겠지요. 어디 신전에서 신수를 팔았다는 얘기가 돌도록 했겠습니까.]
“신수를 팔았다고? 으음, 그럼 정말 쉬쉬했겠네.”
[예.]
“그런데 대녀는 평생의 로망이었다면서 왜 천마를 사지 못했어? 지하 경매가 있던 걸 몰랐나?”
[물론 대녀도 경매에 참가했지요. 하지만 라온트라의 황족에게 빼앗겼습니다.]
“우와, 엄청 분했겠다. 그러니까 더욱 내가 천마를 가져가면 기뻐하시겠지?”
[물론입니다.]
“가져갈 방법이 있어?”
[천마를 사들인 라온트라의 황족과 거래 중입니다.]
“신난다! 그럼 내가 비쥬가 되고, 무월기의 제도 주관할 수 있겠다!”
달리아는 잔뜩 신이 났다.
나는 통신이 끝날 무렵에 자리를 빠져나왔다.
마차 대기소 쪽으로 가자, 한지혁이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달리아는 천마를 구하려는 모양이야. 그거라면 대녀의 마음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했어.”
“그럼 우리 쪽에서도 움직여야…… 에릴로트?”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던 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
“표정이 왜 그래? 천마를 구하기 어렵겠어?”
“그게 아니라…….”
“아니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헤라.”
“뭐?”
나는 한지혁 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달리아가 통신한 상대는 장막인 것 같았어. 그런데 달리아가 상대방을 헤라라고 부르더라고.”
“헤라라면 헤라 레비쟈? 중앙 원화 출신인 그녀 말이야?”
“그래…… 그런데 이상한 건 남자 목소리였다는 거야.”
“그럼 이름만 같은 사람이겠지.”
한지혁이 헹, 코웃음 쳤다.
“이름 같은 사람이야 흔하지. 나도 한국에서 민수라는 이름의 친구만 다섯 명쯤 있었다. 여기도 찰스가 얼마나 많냐?”
“그것도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긴 하지.”
“대체 뭐가.”
“대녀의 파티 초대장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도 황태후에게 받았다고.”
“……달리아는 초대장을 어떻게 구했지?”
“중앙 원화 출신인 헤라라면 다른 원화 출신인 비쥬들과 친분이 상당할 테니 구할 수도 있었겠지.”
“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라 레비쟈의 뒤를 파 봐야겠어.”
“그래. 뭐 다른 지시는 없어? 천마 거래도 알아볼까?”
“응. 그리고…….”
나는 잠깐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크로노트회도 알아봐.”
“크로노트회는 갑자기 왜.”
“……메시아.”
한지혁이 흠칫했다.
그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고 내게 바짝 다가와서 말했다.
“크로노트회가 찾으려는 메시아는 고대의 너잖아. 그게 왜?”
“장막이 달리아를 메시아라고 불렀어.”
“뭐어?!”
“어쩌면 장막은 단지 그리미에가 키운 군사들이 아니라 크로노트회일 수도 있어.”
“그들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그놈들이 왜 달리아를 메시아라고 생각하겠냐?”
“…….”
“게다가 지금은 터무니없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지혁의 말이 맞다.
전염병 사건으로 감염된 정보원들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은 헤라 조사에 천마까지 알아봐야 한다.
헤라는 고위 귀족.
천마엔 두 황실에 장막까지 얽혔다.
정보원 중에서도 정예만 써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한지혁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와중에 크로노트회까지 알아보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정보원을 움직일 것 없이 직접 물어보면 되지.”
“뭐?”
나는 달리아가 있는 정원 쪽을 바라보며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 * *
달리아는 대녀가 휴게실에 가는 틈을 타서 대화를 시도했다.
초반엔 별 감흥 없는 투였던 대녀가 어느 순간 돌변했다.
“천마를 말이냐?!”
“네에…… 저기, 곧 대녀님의 생신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기뻐해 주실까 고민하다가 혹시 천마라면 어떨까 했어요…….”
“기쁘고말고!”
흥분한 그녀가 달리아의 어깨를 잡았다.
“얻을 수 있겠느냐?”
“네! 벌써 준비도 해 놨는걸요. 제가 정보를—”
“천마가 지하 경매장에 나타났다지요.”
달리아가 흠칫하고, 대녀가 달리아의 등 너머를 쳐다보았다.
달리아의 말을 가로챈 건 에릴로트였다.
다가온 그 애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라온트라의 황족이 낙찰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보가 빠르구나.”
“저 또한 대녀님을 기쁘게 하려 이리저리 궁리했거든요. 손에 넣어 대녀님 평생의 로망을 이뤄 드리겠습니다.”
달리아는 인상을 찌푸리고 에릴로트를 쏘아보았다.
‘또 내 말 중에 끼어들고…….’
대녀는 후후 웃었다.
“너희의 마음이 갸륵하구나.”
에릴로트가 고개를 수그렸다.
“송구합니다. 음흉한 속내가 있습니다.”
대녀가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솔직한 아이를 좋아하지.”
“부끄럽습니다.”
달리아는 에릴로트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았다.
‘또야! 또 에릴로트만 귀여움받고 있잖아!’
자리를 만든 건 자신이었다.
대화를 먼저 시작한 것도 자신이다.
어째서 다들 저 애만 예쁘게 보는 거야?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달리아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물었다.
그런 달리아와 에릴로트를 바라보던 대녀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할까.”
“네?”
“그 말씀은…….”
대녀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나는 경쟁을 좋아한단다. 특히 뛰어난 여인들의 경쟁이라면 내겐 천마만큼 기쁜 선물이지.”
“…….”
“…….”
“천마를 먼저 내게 데려온 사람을 무월기 제단에 오르게 해 주마. 칼소이에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지.”
“와, 좋아요!”
“황공합니다.”
마침 비쥬들이 대녀를 모시러 왔다.
이야기를 들은 모양인지 모두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대녀님의 탄신일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겠습니다.”
“그 유명한 아스트라 3세 간의 경쟁이니 얼마나 대단할는지요.”
원화 출신 비쥬인 아살린이 짝, 손뼉을 쳤다.
“기왕 경쟁이라면 중계를 하는 건 어떨까요.”
“중계라…….”
대녀가 말하자, 아살린이 가볍게 허공을 저었다.
어딘가에서 기이하게 생긴 비행형 몬스터가 뽈뽈뽈 날아왔다.
그 몬스터에는…….
“렌즈다! 이 몬스터, 카메라 같아요!”
달리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대녀가 픽 웃었다.
“그래, 이 아이의 가호는 <생사의 결정자>란다. 마도구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지.”
아살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길어야 일주일이고, 사실 인격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하게 하는 것뿐이지만. 게다가 움직일 수 있는 건 한 번에 셋이 다야.”
서군 원화 출신 지젤이 쿡쿡 웃었다.
“가호의 제약을 그렇게 술술 말해 줘도 되는 건가요?”
“가장 곤란한 제약은 말하지 않았으니까 됐잖아?”
아살린이 우리 쪽으로 몸을 가볍게 기울이며 말했다.
“어때? 중계하게 해 줄래?”
“저는 좋아요!”
달리아가 냉큼 말했다.
‘하기야 관심 좋아하는 애니까.’
대녀도, 비쥬들도 모두 기대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너도 좋다고 해 줘~!’ 같은 눈으로.
달리아는 ‘겁나면 포기해’라는 표정이었다.
‘바보, 나야 잃을 게 없다고.’
이건 달리아의 패착이다.
중계하게 되면 제대로 장막을 쓸 수 없을 테니까.
“좋습니다.”
몇몇 비쥬들이 “꺄—!” 하며 기뻐했다.
나와 달리아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맹렬한 시선의 스파크가 튀었다.
* * *
파티가 끝났다.
달리아는 신이 나서 마차 대기소로 향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와 에릴로트의 경쟁을 보겠지?]
‘그럼! 내가 에릴로트를 이기면 다들 날 다시 볼 거야.’
[신난다! 중계 마도구는 내일 자정부터 붙는다고 했지?]
‘응! 준비할 시간을 주신다고 했어.’
우리에겐 장막이 있다.
게다가 아빠는 다른 나라를 번번이 멸망시킨 데이몬드와 달리 다른 나라와 사이가 좋지.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 이 말이야.’
달리아가 키득키득 웃었을 때였다.
“저택으로 돌아가니?”
에릴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
달리아는 뾰로통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넌 내 뒤만 쫓아다녀?”
“그렇게 됐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승부 전에 나를 흔들어 놓을 속셈이라면 소용없어.”
에릴로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달리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승부는 내가 이길 거야. 천마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는 몰라도—”
“너한테서 들었어.”
“……뭐?”
“네가 정원에 갔을 때 말이야. 그때 엿들었어.”
“뭐, 뭐?!”
달리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에릴로트를 노려봤다.
“정보를 훔쳐 냈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대녀님께 말씀드리겠어!”
“너도 우리 쪽 연명장 정보를 훔쳐 냈잖아? 그럼 나도 대녀님께 ‘받은 걸 돌려줬다’고 말해야겠네.”
“나, 난 우연히 들은 거야! 하지만 넌 일부러……!”
“네가 왜 메시아라고 불려?”
“그건…… 너, 그것까지 들은 거니? 얼마나 바닥을 치려고 그래?!”
“내가 알기로 메시아는 다른 사람이야.”
“……뭐?”
달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팔짱을 낀 에릴로트가 달리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난 진짜 메시아가 누군지 알아.”
“……거짓말.”
달리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주변을 둘러봤다.
에릴로트가 빙그레 웃었다.
“네 아빠가 다른 사람들에게 결코 ‘메시아’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
“…….”
“왜 그럴까? 누군가 네가 가짜라는 걸 몰라야 해서가 아닐까?”
“……메시아는 크로노트회의 중심이니까 그런 거야. 각국에서 아직 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니까, 그래서—”
“메시아의 조건은 알아?”
“아, 아직 힘이 발현하지 않았을 뿐이야.”
“벌써 발현한 사람이 있어.”
“거짓말!”
“그럼 날 크로노트회와 만나게 해 줘. 증명할 테니까.”
“그건…… 그, 그건…….”
“못 하겠지? 너도 확신이 안 서지? 사실은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여겼던 것 아냐?”
“아니야—!!”
버럭 소리친 달리아가 거세게 에릴로트를 밀쳤다.
균형을 잃은 에릴로트가 비틀, 주저앉았다.
“어머, 아스트라 영애!”
막 대기소에 도착한 사람들이 얼른 에릴로트를 부축했다.
달리아를 보는 표정에 비난이 담겨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 하지만 에릴로트가…….”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품위 없이 상대를 밀치시다니요!”
“아, 아니, 나는…….”
소란을 듣고 사람들이 더욱 몰리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아스트라 양?”
“전 괜찮아요. 달리아에게 먼저 심하게 말한 건 저예요. 그러니까 너무 탓하지 마세요.”
“세상에, 성품이 곱기도 하지…….”
모두가 에릴로트를 감싸고 달리아를 쏘아보았다.
치맛자락을 꽉 비틀어 쥐고 있던 달리아가 휙!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안에서도 이를 악물고 있는 달리아에게 마사가 말했다.
[다들 너무하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끄러워.”
[응?]
“시끄럽다고!”
마사는 당황해서 눈만 깜빡였다.
[왜, 왜 화를 내……?]
“내가 메시아가 아니라잖아—!”
이 세계에 온 후로 행복했다.
짜증 나는 일은 있었지만, 괜찮았다.
무슨 일이 터져도 해결해줄 부모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메시아, 당신은 우리의 부모이자, 형제, 연인……. 그 어떤 것에 비할 수 없이 귀중하신 분.”
“크로노트 회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부모와 형제, 연인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10명도 넘는 왕자님들.
[넌 좀 소심한 편인 것 같아……. 아스트라 영애인데 그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잖아. 기사들을 떼로 몰고 다니는 영애도 있단 말이야.]
“이 멍청한……!!”
달리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장막과 평범한 사람들이 비교가 돼!?”
[어……?]
“이그리츠 부대도 마시타브바들한테 꼼짝도 못 했어. 그런 사람들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그건…….]
“메시아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모르겠어?!”
[아, 아닐 거야. 에릴로트가 거짓말을 하는 거야.]
“그래…… 그래야 해…….”
마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차 안에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저택에 돌아와서도 달리아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마시타브바들이 달리아의 양옆에 앉아 그녀를 달랬다.
“어째서 그리 표정이 안 좋으십니까, 나의 메시아.”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요.”
“…….”
제르모 공작, 아니, 심마흐도 무릎을 굽히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기분을 풀어주시겠습니까.”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케이크는 어떻겠습니까. 옷이나, 패물,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나는…….”
“예, 메시아. 부디 무엇이든 원하고 욕망해주십시오. 당신을 위하는 모든 일이 우리에겐 기쁨입니다.”
“…….”
헤라가 다정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자일 때의 헤라, 아니, 수후르마시는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미남이었다.
“감히 누가 메시아의 기분을 상하게 하였는지요. 말씀해주신다면 이 손으로 찢어발기겠습니다.”
꿈 같은 일상이었다.
달리아는 마시타브바 동생의 가슴에 기대 어리광을 부렸다.
“으으응, 별일 없었어. 머리를 쓰다듬어줘, 작은 마시타브바.”
“얼마든지.”
달리아는 생각했다.
‘에릴로트가 거짓말을 하는 거야.’
절대로 거짓말일 거야.
‘하지만 진짜라면…… 만약 그렇다면…….’
달리아가 헤라를 쳐다봤다.
“저기, 메시아의 조건은 뭐야?”
“예?”
멀리서 다정하게 달리아를 지켜보던 파빌이 물었다.
“아니, 나한테 어떤 힘이 있는지 궁금해서…….”
“세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존재이지요. 모든 령을 조건 없이 보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흐름?
문득 마시타브바들과의 전투에서 마치 세계의 흐름을 읽는 듯 소리치던 에릴로트가 떠올랐다.
‘영혼을 보고 대화해?’
에릴로트는 파티장에서 마치 마사를 본 것 같이 굴었다.
마사 또한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때 분명히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달리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아스트라 백작저에 돌아온 나는 커다란 보름달을 보며 미소 지었다.
“씨앗은 심어뒀어.”
어차피 장막의 정보를 내가 빼오는 건 무리다.
그들은 누군지,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모르는 정보단체.
‘그렇다면 내가 잘 아는 사람을 이용해서 알아내야지.’
유세은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다.
만약 달리아가 장막과 나의 접촉을 우려한다면, 그래서 장막을 이 승부에 쓰려하지 않는다면…….
“체크메이트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