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 * *
나는 마시타브바들의 표정에 집중했다.
동생이 형에게 눈짓했다.
난 틈을 놓치지 않고 냅다 달리아를 향해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던졌다.
슈룩!
마시타브바 형이 재빨리 검으로 마도구를 막아 냈다.
그러나…….
펑!
‘제압용인 줄 알았냐?’
너희 형제의 반사 신경은 아스트라 장원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미 확인했다.
‘그런 형제가 지키고 있는 달리아에게 단순한 제압용 마도구를 던질 리가.’
“콜록! 켁! 콜록, 콜록!”
달리아가 미친 듯이 기침했다.
그럴 만도 하지.
이건 후추 폭탄을 장치해 놓은 마도구니까.
“지금이야!”
소리치자 사방에서 밧줄이 튀어나왔다.
마시타브바들이 흠칫, 움직였으나 무리였다.
“큭……!”
사방에서 코와 눈에 후추가 들어오는데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겠는가.
그러는 동안 우리 군사들은 재빨리 달리아를 포박했다.
“꺄— 콜록!”
달리아가 내 쪽으로 끌려 나왔다.
내가 달리아의 옷깃을 확, 잡았을 때였다.
마시타브바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진짜 대단하네.’
얼마나 달리아 사랑이 대단하신지, 기관지가 온통 후추에 당하고도 날래게 움직인다.
“그분께 생채기 하나라도 난다면 두 동강을 내 주겠어!”
마시타브바 동생이 찢어지는 듯한 고함을 내질렀다.
푸른 안광을 번쩍 내뿜으며 나를 향해 손을 뻗던 순간.
“너희야말로 감히 내 아기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댄다면 결코 쉬이 죽지 못할 것이다.”
후드를 뒤집어쓴 자가 빠르게 마시타브바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막 놈들이 나설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혼자 왔겠냐!’
챙—!
마시타브바 동생과 후드를 뒤집어쓴 자의 검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마시타브바 형의 검이 후드를 뒤집어쓴 자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후드를 뒤집어쓴 자는 재빨리 뛰어올라 형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시타브바 형이 균형을 잃고 주저앉았다.
마시타브바 동생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손등에 핏줄이 움트며 기묘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러나 후드를 뒤집어쓴 자는 허리를 뒤로 꺾어 동생의 검을 피했다.
균형을 잃지 않도록 오러로 근육을 강화하면서.
“아쉽네. 오러라면 이쪽도 제법 다룰 줄 알거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쳤다.
“10점! 10점 만점에 10점!”
마시타브바들은 약이 바싹 올랐다.
그들이 이를 악물었다.
마시타브바 동생이 또 한 번 달려들며 소리쳤다.
“이놈이……!”
뻐어어어억—!
몸을 바짝 낮추고 달려간 후드를 뒤집어쓴 자가 마시타브바 동생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다.
“년이야, 꼬맹이.”
나는 환호하듯 소리쳤다.
“잔느, 10점—!!”
바람에 날려 후드가 벗겨졌다.
아름다운 쪽빛의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렸다.
세월을 먹고 더욱 성장한, 제국 최고의 기사.
나의 자랑이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여성인 잔느의 이름이 내 삶의 한 페이지에 또 한 번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검을 고쳐 쥔 잔느가 입을 열었다.
“에릴로트 친위대.”
그러자 잔느의 주변, 그러니까 내 앞으로 후드를 뒤집어쓴 무수히 많은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잔느는 오만한 눈으로 선언했다.
“개전이다.”
‘아, 난 잔느가 너무 좋아.’
나는 하트가 뿅뿅 튀어나올 것 같은 황홀한 눈으로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나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 * *
마시타브바들과 그리미에군은 결코 친위대를 넘어올 수 없었다.
‘당연하지.’
이그리츠 소년병 중에서도 정예만, 아빠의 직속군에서도 정예들만 뽑아 왔다.
장막에 대항하기 위해 잔느의 손으로 직접 키운 데이몬드 관할령의 방벽이다.
“감히 아가씨의 뺨에 상처를 낸 자가 너냐!”
한지혁이 제일 무서워하는 아빠 군의 모스코도 이제 친위대 소속이 되었다.
“수인 따위가……!”
“그래, 팔팔해야 괴롭히는 재미가 있지.”
히죽히죽 웃은 모스코가 쿵, 쿠웅! 소리 내며 걸어갔다.
마시타브바 동생에게 다가가는 동안 피부가 굳어 가며 곧 뾰족한 가시가 돋아났다.
그가 이민족 노예로 실험당하며 얻은 가호 <바위 거북>.
바위와 같은 경도의 주먹에 무수히 많은 적군이 쓰러졌다.
나는 잔느에게 속삭였다.
“내가 이동하면 대충 잡아 두다가 빠져. 목적은 적의 섬멸이 아니야, 알지?”
“그럼요.”
잔느가 다정히 웃으며 내 옷 주름을 매만져 줬다.
“자랑스러운 내 아가씨. 실금 같은 상처에도 유모는 가슴이 저민다는 것을 기억하셔요.”
“응.”
나는 잔느를 한 번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마시타브바들을 향해 눈 밑을 쭉 끌어내리고, 혀를 내밀었다.
“너……!”
마시타브바들의 동생이 흥분해서, 난 훗 웃고서 말해 줬다.
“맞아, 약 오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안녕~!”
달리아의 목덜미를 잡고 이동의 가호석을 발동했다.
마시타브바 동생이 소리쳤다.
“몽마까지 절대 못 데려갈걸! 너희 이동의 가호석이 전개될 수 있는 무게는……!”
“데이몬드 관할령 개발청은 그냥 놀았게?”
“뭐?”
“안녕!”
“죽여 버리겠어!”
찢어지는 고함이 들렸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슝, 이동해 버렸다.
눈을 떴을 땐, 다른 곳이었다.
몽마가 옆에 쓰러져 있고, 달리아는 꽥꽥 소리치고 있다.
“이거 놓지 못해!”
“시끄러워.”
달리아의 머리를 눌러 버리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계획이 틀어진 바람에 연락을 못 하고 와 버렸다.
‘여기가 맞나? 약속한 사람은 와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늦었어.”
나와 달리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끼고서 벽에 기대 있던 사람이 눈썹을 까딱 들었다.
“세바스티아 언니.”
“그거니?”
“네.”
세바스티아 언니가 쓰러진 몽마를 쳐다보다가, 달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바스티아 님……!”
달리아가 허둥지둥 일어나며 세바스티아 언니를 쳐다봤다.
“저, 백합 정원에서 세바스티아 님을 정말로 좋게 보았어요.”
“…….”
“진짜 언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고요.”
“…….”
“원래 상냥하고 좋은 분이시잖아요…… 그치요?”
달리아는 힐끔힐끔 공중에 뜬 중계 마수를 쳐다보았다.
세바스티아 언니에게 눈치를 준 것이었다.
언니에겐 저 말이,
‘중앙 원화인 당신이 개인을 도우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생각할걸?’
—으로 들릴 것이다.
물론 달리아는 그런 뜻이 아니겠지만.
‘사람들 눈 앞에서 날 괴롭힐 거야?’라는 의미였다.
세바스티아 언니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못 들었나 보구나.”
“네?”
“호사가들이 비페리 가문을 무어라 떠드는지 말이야.”
“……?”
나는 픽 웃었다.
‘눈치 하나로 지금의 권력을 이룩한 자들.’
세바스티아 언니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눈치 싸움이라면 나도 한가락 한단다.”
“그, 그런 게 아니라! 저는 싸우려는 게 아니고요……!”
“더불어 오늘부로 나는 중앙 원화 자리에서 내려왔어.”
“……네?”
본래 원화는 미성년 집단이다.
‘언니는 성인이 된 지 한참 되었지.’
하지만 제국의 체제가 대대적으로 바뀐 이때, 황군의 한 축을 교체할 수 없었다.
세작이 껴들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하기야, 구민청처럼 귀족이 단체로 반발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위험할 만도 하지.’
해서 언니는 중앙 원화 자리를 맡아만 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언제라도 밑에서 올라오는 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하고.
“게다가…….”
언니가 발밑에서 확,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몽마가 파르르 경련했고, 중계 마수가 펑! 터져 버렸다.
“진짜조차 버티지 못하는 내 가호를 고작 며칠 사는 중계 마수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