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사람들이 자꾸만 보은한다-59화 (59/122)

59. 14화 도약 (4)

‘이게 정말 9월에만 벌은 액수라고?’

정산 내역서에는 총 매출에서 회사와 플랫폼이 가져가는 것을 제한 수익이 적혀져 있었다.

9월 초중경에 유료화를 진행했고 플모는 달 끝자락에 진행이 되었기에 첫 수입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종이는 410만 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고 이는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액수였다.

“본격적인 플모가 10월에 진행됐고 ‘천마회귀’도 유료화가 된 걸 고려하면 12월 수입은 최소 4배에서 5배 이상은 될 겁니다.”

“상위권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장난 아니네요.”

다음 달에 최소 2,000만 원 이상의 수입이 들어올 거라는 팀장님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회사에서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금처럼만 하시면 월 5,000만 원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웹툰, 웹드라마같이 제2 저작물에서도 대박이 나면 더 버실 수도 있고요.”

“나중에 다른 플랫폼에 작품을 론칭하게 될 때 들어올 추가 수입까지 생각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네요.”

현재 내 작품은 플랫폼에 독점 형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연재를 마치고 최소 3~6개월간은 타 플랫폼 연재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독점작으로 좋은 플모를 받는 게 타 플랫폼 진출보다 수익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내 웹소설은 커뮤니티에서도 화제를 끌은 터라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타 플랫폼에 작품을 푸는 것보다 더 좋은 수익 증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여러 플랫폼에 소설을 동시에 론칭하는 겁니다. 물론 여러 작품을 동시에 써야 해서 어렵긴 하지만, 작가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민영 팀장은 웹소설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내 원고에 대한 현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초반에 보여 주셨던 속도만 다시 재현하시면 방금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닐 거야.’

그녀는 내가 소설을 막 연재할 당시에 매일 3편에서 4편의 원고를 보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소설 쓰는 속도가 느려졌다고는 하나 하루에 최소 2화 이상의 원고를 보내는 걸 원칙으로 하는 나였다.

게다가 첫 소설인 ‘복싱으로 전설이 되다’의 완결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생각하면 새 소설을 쓴다는 게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다작을 해서 여러 플랫폼을 공략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전략적으로 봤을 땐 푸른닷컴과 마인드넷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편이 좋지만, 작가님처럼 다작이 가능하신 분이라면 다른 플랫폼에도 작품을 올리는 게 시간적인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마인드넷이면 엄마랑 아빠가 있는 곳이잖아.’

마인드넷은 웹소설 업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으로 푸른닷컴과 함께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사실, 이규석 선배가 푸른닷컴을 추천하기 전에는 마인드넷에 소설 연재를 할까 고민했지만, 부모님이 실시간으로 내 성적을 확인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접은 바 있었다.

“동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론칭하는 건 무리라는 말씀이시죠?”

“네, 현재 쓰고 계시는 작품들은 최소 250화 이상의 분량들인데, 만약 또 소설을 론칭하면 동 시점에 3개 이상의 소설을 연재하는 꼴이 되니까요. 플랫폼 회사가 아무리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여론을 꽤 신경 쓰는 편이거든요.”

“하긴, 작가 한 명이 연달아 작품을 연재하면 다른 분들이 싫어할 것 같긴 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영 팀장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제가 다른 플랫폼에도 작품들을 올리는 방향을 추천드린 겁니다. 두 회사만큼은 아니어도 규모가 제법 큰 웹소설 사이트가 적지 않게 있거든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작품을 마무리하고 신작 구상에 들어가야겠네요.”

“오, 벌써 차기작 구상을 염두에 두신 건가요? 다음 주에 담당 매니저에게 미리 말해 둘 테니까 의논하실 일이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아, 그리고 잠시만요.”

이민영 팀장은 이야기를 하던 중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확인했다.

“방금 직원 통해서 확인했는데, 오늘 아침에 작가님 통장으로 돈이 입금됐다고 하네요.”

“나중에 확인을 해 봐야겠네요.”

400만 원이라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지 모르겠지만, 생전 큰돈이라고는 만져 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집에 가기 전에 백화점에 들러서 엄마, 아빠 선물을 사야겠다.’

지금 당장 핸드폰을 꺼내어 잔액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팀장님 앞에서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았기에 꾹 참았다.

이후에도 우리는 웹소설 업계 동향이나 신작에 관한 주제를 토대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다.

* * *

팀장님을 만나고 자극을 받은 나는 미션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2월 초경에 있는 국가 대표 선발전을 고려하면 미션에만 집중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었지만, 관장님의 특별 배려 덕분에 다음 주까지는 개인 훈련 외에 다른 훈련은 없는 상태였다.

‘휴우 조금만 더 무리하면 다 읽을 수도 있겠는데?’

신작을 쓰기 위해서는 스탯 향상이 필수라고 생각한 나는 미르헨 총장이 올려 준 파일과 안방에서 가져온 백과사전을 정신없이 읽었다.

이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즐거움으로 탐독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전투적으로 독서를 하는 중이었다.

주말에는 방에 틀어박혀 백과사전을 읽었고 평일에 학교에 있을 때는 아카이브를 실행한 뒤 텍스트를 읽는 데 전념했다.

시스템 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척하며 글을 읽으면 되는 거라 예상보다 수월하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아르마이스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사용자의 미션 완료를 알려 드립니다.>

<보상: 통찰력, 창의력 LV UP, 필력 경험치 +50%>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

‘훗, 드디어 끝이 났네.’

집에 돌아와서도 아카이브를 열람했던 나는 허공에 떠오른 문구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케이.’

보상을 받겠냐는 질문에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이 질문이 들어오면 뭐 하러 이런 걸 물어볼까 의아했던 적이 있지만,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신체적 변화가 동반되는 보상이 적용될 때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생각하니 시스템의 의도가 이해가 되었다.

<통찰력이 오름에 따라 업그레이드된 현자의 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새벽 4시가 다 된 시각에서야 미션을 마친 나는 연달아 들어오는 보상에 피로감이 싹 가시는 듯했다.

‘스탯 확인만 가능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 추가적인 기능이 더 있었구나.’

현자의 눈을 실행하자 어드바이저 기능이 활성화되었고 이전에 몰랐던 여러 기능들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미션을 마치고 바로 잘 계획이었으나 어드바이저의 설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잠을 자기는 글러 보였다.

‘단전 호흡으로 기력을 보충하면 오늘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그것보다 아까 이야기했던 거 다시 말해 줄래?’

<현재 아르마이스 님의 통찰력 레벨은 4로 타인의 스탯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추가적인 기능을 더 활용하기 위해서는 레벨을 더 올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가 말하는 추가적인 기능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까?’

통찰력을 올리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거야 어려운 건 아니었으나 기왕 하는 거 보상의 내용을 알고 하는 게 동기 부여 측면에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시스템 영역 밖의 정보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통찰력 레벨이 오름에 따라 현자의 눈의 활용도가 더 다양해진다는 점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니까?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었으니까 이만 들어가.’

나에게는 아르마이스학의 최고 권위자인 미르헨 총장님이 계셨기 때문에 어드바이저의 설명이 없어도 아쉬울 건 없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명상 좀 하다가 씻고 바로 학교에 가야겠다.’

화면을 종료한 나는 그대로 바닥에 좌정하여 브루스 단장님께 배운 호흡법을 시전했다.

‘효과 하나는 최고라니까.’

호흡법을 운용한 결과 피로감에 절어 있던 육체가 상쾌해짐을 느꼈다.

그렇게 호흡은 한 시간가량 이어졌고 체력을 회복한 나는 곧바로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 * *

잠 한숨 자지 않고 학교에 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스탯도 올랐는데 글을 한번 써 보자.’

집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 전원을 켜고 소설을 썼다.

사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었지만 키보드를 두드릴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미션 수행으로 필력과 창의력이 상승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문서 파일을 켠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와, 장난 아니다.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소재들로 이렇게 많은 스토리가 떠오를 수 있다니…… 대박이잖아?’

창의력 레벨이 5에 다다르자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썼던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소재 하나만 던져 주면 그것을 토대로 물 흐르듯 다음 에피소드가 써졌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스탯을 올릴 필요가 없겠는데?’

소설이 후반부에 다다랐음에도 한 화를 쓰는데 고작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추세라면 ‘복싱으로 전설이 되다’를 금방 마무리 짓고 바로 신작 작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도 측면만 고려해서 창의력 스탯을 생각하면 이 이상 올려도 큰 효용을 볼 수 없지만, 글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추가로 더 올리시는 편이 더 나으실 겁니다.>

내 마음을 읽은 어드바이저는 자동으로 활성화되었다.

‘흠, 창의력이 오르면 질적으로 더 나은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

<글 쓰는 속도도 소폭 상승하긴 하지만, 창의력이 올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주요 효과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스토리의 질적 향상입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보자.’

나는 어드바이저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뒤 급하게 시스템을 종료했다.

왜냐하면 곧 미르헨 총장님을 만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마이스 님, 안녕하십니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던가?

그를 생각한 지 채 1분도 안 된 시점에서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르마이스 님을 친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업무는 없습니다.]

미르헨 총장은 손을 저으며 개의치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제가 보내 준 파일들을 모두 열람하셨더군요.]

“네, 오늘 새벽까지 해서 모두 읽었습니다.”

[오, 그럼 미션도 끝났겠군요. 어떻게 이전과 차이점이 느껴지십니까?]

“확실히 예전보다 글이 수월하게 써지는 것 같습니다. 총장님을 뵙기 전에 잠깐 써 봤는데…….”

우리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미션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잘됐습니다. 이 기세라면 3번째 4번째 작품도 빠르게 써 내려갈 수 있겠군요. 하지만 왠지 아쉽네요. 아르마이스 님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셔서 곧 있으면 제가 도와드릴 게 없어질 것 같거든요.]

미르헨 총장은 나날이 발전하는 내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만 해도 총장님께 조언을 구할 게 있어서 이렇게 뵙자고 한 건데요 뭘. 그리고 작가로서도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아서 앞으로도 쭉 계속 볼 일이 있을 거예요.”

[아르마이스 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는 감동을 받았는지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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