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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됐어요, 은퇴라면 몰라도 (5)화 (5/161)

5화

‘아, 잠깐…….’

그런데 그게 정말 간단한 일인 거 맞아?

‘그러고 보니. 나, 검만 쥐고 휘두를 줄 알았지, 그런 머리 아픈 정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잖아.’

지금의 에스테르 가문은 건재하다. 회귀 전처럼, 자신이 목숨을 걸어가며 다시 일으켜 세울 필요가 없었다.

제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가주인 테오스는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악시덤을 견제하고 끌어내리는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린아이 몸이 되었다고 생각까지 단순해졌나.’

그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닐 텐데 말이야.

악시덤이 황제 자리를 거저 받아먹은 게 아닐 것이다. 그 역시 황제가 되기 위해 많은 인재를 모으고 계획을 세웠을 터.

‘그렇다면 악시덤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어.’

정쟁은 정보 싸움이라고도 했었다.

지금까지는 악시덤이 황제가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겠지만, 아델리아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것을 토대로 정보부터 모아봐야겠어.’

그때, 누군가가 아델리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델, 일어났니?”

문밖에서 아델리아를 부르는 목소리는 데릭의 것이었다.

‘오빠? 오빠가 이 시간에는 왜?’

아델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끄적거리던 종이를 빠르게 구겼다.

“어, 어! 일어났어! 잠시만! 문 열지 마! 열면 안 돼!”

그리고 난로로 달려가 휙, 아무렇게나 구긴 종이를 던져 넣었다.

아델리아는 난로 속에서 화르륵, 타오르며 사라지는 종이를 확인하고 후다닥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이불을 빠르게 턱 밑까지 끌어 올리고서 말했다.

“들어와도 돼, 오빠.”

아델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데릭이 들어왔다.

“하암—.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아델리아가 막 잠에서 깬 척, 하품을 섞어 가며 말했다. 그러자 데릭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이야, 아델.”

“응?”

그 말에 창밖을 보니 정말 해가 뜨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흠흠, 아델리아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데릭은 뒤를 따라 들어온 세라에게 말했다.

“아델이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줘.”

“예, 도련님.”

아델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무슨 일인데?”

그러자 데릭이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도착하셨어.”

“……어?”

놀란 아델리아가 침대 밑으로 훌쩍 뛰어내리며 다시 물었다.

“돌아오셨다고? 벌써?!”

“응, 서둘러 오셨나 봐.”

아니……. 아무리 서둘러도 벌써 도착할 거리가 아닌데. 자지도 않고 달려야 겨우 오늘쯤 도착할…….

‘설마, 정말 잠도 안 자고 달려오셨단 말이야?’

아델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

똑똑—.

테오스의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데릭이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접니다, 아버지.”

그러자, 잠시 후.

“들어와라.”

안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으로 오크 나무 가구들의 향기가 밀려 나왔다.

아델리아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데릭을 따라 집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램프의 불빛을 따라 스산하게 흔들렸다.

드르륵, 의자를 뒤로 빼는 소리에 그제야 아델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의자에서 일어나던 테오스와 눈이 마주쳤다.

‘아빠…….’

아델리아의 나이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출정을 나갔던 그의 마지막 모습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책상을 돌아 나온 테오스가 소파로 걸어갔다. 아델리아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막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답지 않았다. 테오스는 상처 하나 없었고 지친 기색 또한 없었다.

변화 없는 표정과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시선. 속마음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 그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항상 태산 같던 아버지.

무정하고 무심하지만, 매번 승리를 이끌고 돌아왔던 아버지, 그대로였다.

“앉아라.”

“예, 아버지. 소파로 가자, 아델.”

데릭이 아델리아를 소파로 이끌려고 했다. 그러나 아델리아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델?”

두려움? 긴장? 아니, 전부 아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며 발목을 바닥에 붙들어 놓았다.

‘왜…….’

이렇게 단단하신 분께서 왜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셨어요?

“아델, 왜 그래?”

데릭이 아델리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재차 그녀를 불렀다.

동시에 테오스의 걸음도 멈췄다. 테오스가 아델리아를 돌아봤다. 다시 한번, 테오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억눌렀던 수많은 의문들이 턱 아래까지 치솟아 올라왔다.

‘그날, 그 전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요?’

두 사람의 부재는 가문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아델리아는 혼자의 몸으로 가문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래서 제국의 영웅이 되었다.

성검을 받아들이고 황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충실한 개가 되었다.

그래, 황제의 검이자 개였다.

날카롭게 날을 세운 잔악무도한 개.

과거의 잔상이 다시 아델리아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왜 그렇게, 그런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어이없게 죽어 버린 거예요? 네?!’

묻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물어볼 상대도, 대답해 줄 상대도 이 자리에는 없다.

그 삶을 기억하는 건, 이 세상에 온전히 자신 하나뿐이니까.

또 그것이 몹시도 기가 막혔다.

자신만이 그 끔찍했던 삶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테오스에게서 느끼는 이 감정들은 데릭과 마주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감정이었다.

어쩌면 원망, 어쩌면 어리광.

그럼에도 살아 숨 쉬는 테오스와 만나게 된 이 순간이 몹시도 기꺼웠다.

그러나 아델리아는 그 감격마저도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아델리아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열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기뻐요, ……아빠.”

“…….”

아델리아는 애써 씩씩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사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데릭에게 했던 것처럼 테오스를 안아 보고 싶었다.

살아 있어 고맙다고.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그러나 두 사람은 그렇게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테오스는 무뚝뚝한 아버지였고 아델리아 역시 애정 표현에 인색한 아이였다.

‘그러니까 딱 이 정도가 좋아.’

이 감격 또한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니까…….

아델리아의 행동이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데릭과 테오스는 딱히 내색하지 않았다.

짧게 시선을 주고받은 두 사람도 소파에 앉았다.

“그래, 아카데미 입학을 취소하고 싶다고.”

테오스가 소파에 등을 깊이 묻으며 기다란 다리를 꼬았다.

아델리아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아빠.”

찰나의 적막을 뒤로하고 테오스가 입을 열었다.

“아델리아.”

“네.”

“알고 있겠지만, 비엔테올라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일은 엄청난 명예이자 영광이다.”

“네, 알고 있어요.”

비엔테올라 아카데미.

황실 기사단의 직계 아카데미로서, 제국에서 가장 명성 높은 아카데미였다.

입학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 불리는데, 수석 입학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아델리아는 최연소 입학생이었으며 최초의 여학생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무이한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아델리아는 표정을 가다듬고서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이 일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아요. 오죽하면 아빠가 전쟁을 급히 마무리 짓고 돌아오셨겠어요. 하지만 아카데미에 가지 않겠다는 제 생각은 변함이…….”

“아델리아.”

“……네?”

테오스가 아델리아의 말을 잠시 끊었다.

“내가 빨리 돌아온 건…….”

말을 이어 가던 테오스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몸은……. 이제 괜찮은 것이냐?”

“아, 네. 지금은 멀쩡해요.”

“그래…….”

테오스가 아델리아의 낯빛을 잠시 살피더니 다시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차를 준비했다. 미룰 것 없이 바로 입궁하도록 하지.”

“예, 아버지.”

데릭도 테오스를 따라 일어났다. 두 사람을 멀뚱히 쳐다보던 아델리아가 테오스를 향해 물었다.

“허락, 하시는 거예요? 아카데미 입학을 취소하는 걸?”

이렇게 간단하게?

그러자 외투를 걸치던 테오스가 아델리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새벽 공기가 차가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내려오도록.”

“…….”

***

황궁에 도착하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먼저 알현실에 들어가 황제를 만나고 나온 테오스가 아델리아에게 말했다.

“혼자 들어가야 한다. 할 수 있겠니?”

“네, 할 수 있어요.”

“……그래. 들어가 보거라.”

“네.”

아델리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천천히 알현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테오스가 알현실 문이 닫히자 데릭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분간 출정은 없을 것이다.”

“네?”

“황제와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나왔다. 공작저에는 내가 있을 것이니 너는 그만 기사단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그러자 데릭이 파리해진 낯빛으로 말했다.

“설마, 아버지…….”

“…….”

테오스가 침묵하자, 데릭은 더욱 얼굴을 굳힌 채 속삭이듯 말했다.

“아버지! 아무리 폐하와 둘도 없는 친우 사이라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협박을……!”

“안 했다.”

“……정말요?”

“그래.”

테오스가 표정 변화 없이 짧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데릭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테오스를 바라보자, 테오스는 고개를 돌려 알현실 문을 쳐다보았다.

“금방 나올 거다.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아델리아가 나오거든 데리고 먼저 돌아가도록 해라.”

“아버지는요?”

“다녀올 곳이 있다.”

테오스의 대답에 데릭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다녀오세요.”

“그래. 집에서 보자.”

“네.”

테오스는 알현실에서 시선을 떼어 내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데릭은 테오스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또 신전을 가시려는 모양이구나.’

테오스의 그림자가 복도 끝으로 사라지자 데릭은 알현실 문이 잘 보이는 난간에 자리 잡고 기대어 섰다.

***

“말로만 듣던 에스테르 공작가의 작은 별이로구나.”

알현실로 들어온 아델리아에게 황제는 근사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아델리아가 치마를 들어 올리며 가볍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에스테르 공작가의 아델리아 에스테르가 제국의 태양께 인사 올립니다.”

“일어나라.”

“예, 폐하.”

황제 켄드릭 바레티안. 현 황제인 켄드릭과 아델리아의 첫 대면이었다.

‘저 사람이 카르세스 황태자의 친부.’

아델리아는 과거, 켄드릭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아카데미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켄드릭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했던 탓이다.

그러니까, 이전의 삶에서 아델리아에게 명령을 내렸던 황제는 저 켄드릭이 아닌, 그의 배다른 동생. 악시덤 대공이었다.

‘황태자와 닮았어.’

황제의 웃는 얼굴에서 불현듯 카르세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 아니랄까 봐, 웃는 모습까지 비슷하네.’

아델리아가 황태자의 호위 기사였던 시절, 황태자 카르세스도 종종 저런 미소를 짓곤 했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듯하면서도 초연하고 따스한.

“무슨 생각을 그리하느냐?”

“아.”

아델리아는 황제를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폐하를 처음 뵙는지라 저도 모르게 긴장하여…….”

그러자 황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 긴장할 것 없다. 벌을 내리기 위해 부른 것은 아니니.”

“예, 폐하.”

황제는 아델리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최연소 수석 합격자가 겨우 일곱이라니. 올해 시험이 유달리 쉬웠던 것인가.”

그러자 아델리아가 차분하게 대꾸했다.

“황실 직계 아카데미의 수준을 그렇게 깎아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에 황제가 한쪽 눈썹을 끌어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대가 유달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까닭인가 보군.”

“아버지의 가르침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

아델리아의 담담한 대답에 황제의 입가가 슬며시 휘었다.

알현실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황제는 옅게 지었던 미소조차 지워 버리고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델리아 에스테르.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마음은 그대로인가?”

“예.”

“비엔테올라 아카데미의 입학은 가문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다. 그런데도 취소하겠다?”

“예.”

“수석 입학에, 제국 내 최초 여자 기사라는 것도 다 포기하겠다고?”

“예.”

아델리아가 미련 한 톨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 가자 황제의 목소리가 한결 수그러들었다.

“개인 숙소를 내어주겠다.”

“네……?”

“개인 연무장은 물론, 원한다면 황실 주방장을 붙여 주도록 하지.”

“…….”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매주 외출을 허용하겠다. 사유서를 따로 적지 않아도 자유롭게 공작저를 오고 갈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는 말이다. 아,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원하지 않는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의 수업도 듣지 않아도 돼. ……어떤가?”

“…….”

아델리아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 상황은 뭐지? 이거 설마, 황제가 지금 나한테 제발 입학해 달라고 매달리는 건가?

조건이 파격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폐하, 저는.”

아델리아가 다시 한번 거절 의사를 밝히려 입을 여는 순간, 황제가 다시 한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카데미 입학 취소를 허락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

“말했지 않은가. 그대는 최연소 합격자이며 최초의 여학생이라고. 충분히 붙들어 둘 만한 이유가 되지.”

“…….”

아델리아가 딱히 대꾸하지 않고 황제를 그저 바라보았다. 그러자 켄드릭이 심각해진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그대 같은 인재를 놓친다면, 비엔테올라 아카데미와 나의 위신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고작 일곱 살 어린아이의 변덕에 놀아났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겠지.”

황제의 달라진 분위기에 아델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면…….

‘그럼 아빠랑 오빠가 로샤크 전쟁에서 죽는 걸 막기 힘들어질 거야.’

아델리아의 붉은 눈동자가 알현실 바닥을 헤맸다. 그때.

그런 아델리아를 가만히 바라보던 황제가 턱 끝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입학을 취소해 주는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네.”

아래로 향했던 아델리아의 시선이 그에게로 다시 올라갔다.

“……말씀하세요, 폐하.”

“내가, 이런 제안을 아무한테나 하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크흠, 황제가 헛기침을 하며 중얼거렸다.

“테오스에게도 한 적이 없는 제안인데.”

“…….”

대체 무슨 제안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시는 거지?

아델리아가 황제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리며 그의 입을 주시했다. 그리고 이내, 황제가 턱을 슬며시 들며 말했다.

“그대가 황태자의 검술 스승이 되어 주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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