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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됐어요, 은퇴라면 몰라도 (82)화 (82/161)

82화

플라니트 광산만으로도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데, 아타뮴 광산까지?

눈으로 어림잡아 훑어도 각각 다섯 개씩, 모두 열 군데가 넘었다.

카를리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델리아. 그러니까 여기에 표시된 광산이 모두 귀속되지 않은 광산이란 말이에요?”

“맞아요!”

천진한 아델리아의 대답에 카를리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시안트 제국이 건국되고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플라니트 광산과 아타뮴 광산이 발견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본격적으로 광산 사업이 진행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이 지도에 표시된 광산 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많아.’

지도 위 X 표시를 바라보는 카를리나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카를리나, 난 이 광산들을 다 내게 귀속시킬 거예요.”

카를리나가 시선을 들어 아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이걸 보여 줘도 되는 거예요? 난 사업가예요.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요?”

“말했잖아요. 난 카를리나를 가족처럼 생각하기로 했다고.”

“…….”

카를리나가 얕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잠시 아델리아를 응시하다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요?”

그러자 아델리아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카를리나는 말이 잘 통한다니까요?”

자, 보자! 아델리아가 지도 위를 손끝으로 짚었다.

“여기.”

모티반스에게서 구매한 ‘아셰트’ 광산이었다.

“우선 이 광산부터 다시 가동할 거예요.”

“전문 인력이 필요하겠군요.”

“맞아요. 사실 운이 좋게 광산을 사들이긴 했는데, 전 광산에 대해 아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카를리나 도움이 필요해요. 일곱 살인 저로서는 한계가 있어요.”

아델리아의 말에 카를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아 물론, 공짜로 도와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적절한 보수는 거래의 기본이죠!”

아델리아가 급히 말을 덧붙이자, 카를리나가 작게 웃었다. 그러다 마침 생각났다는 듯 카를리나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 광산은 왜 구매한 거예요?”

카를리나는 폐광에 가까운 광산을 팔려는 백작도 참 양심 없다 생각했지만, 그것을 거금에 사들이는 아델리아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신중하게 생각하라며 에둘러 말렸지만, 아델리아는 계약을 진행했다.

의아해하는 카를리나를 바라보며 아델리아가 웃었다.

“하긴, 분명 방치된 폐광을 10만 골드나 주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쵸?”

그렇게 되묻는 아델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넬로체 백작의 광산은 10만 골드에 거래되었다.

어지간한 귀족의 연 수입이 대략 300골드인 것을 생각하면 10만 골드는 너무도 큰 금액이었다.

카를리나가 눈썹을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군요? 그 광산이 폐광이나 다름없다는걸.”

그러자 아델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간 좁쌀만 한 유색 보석 몇 개만 나오고 허탕이었을 거예요.”

“맞아요. 모두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죠.”

아델리아가 테이블 위 지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정말 좋은 광산이었다면 이렇게 졸속으로 팔아먹진 않았겠죠. 그런 폐광을 10만 골드에 내어놓다니.”

어휴! 양심도 없지! 아델리아는 기가 막힌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카를리나는 그런 아델리아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델리아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카를리나. 만약, 그 폐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타뮴이 나온다면요?!”

“아타, 뮴이요?”

“네! 그때도 과연 그 10만 골드가 아까울까요?”

카를리나가 푸른 눈동자를 굴렸다.

아타뮴 광산을 10만 골드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타뮴 광산은 500만 골드로도 구하기 힘든 광산이었다.

“전혀요. 전혀 아깝지 않죠. 파는 놈이 멍청한 거죠.”

카를리나의 대답에 아델리아가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요! 그러니까 멍청한 건 내가 아니라, 그 넬로체 백작이라는 거죠!”

카를리나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설마, 그 광산에서 아타뮴이 나온다는 거예요?”

아델리아가 눈매를 부드럽게 휘며 손뼉을 짝짝짝 쳤다.

“정답이에요, 카를리나.”

세상에. 카를리나가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놀라긴 일러요. 이 지도에 표시된 광산들도 카를리나와 같이 찾아갈 거니까.”

아델리아가 손끝으로 X 표시를 톡톡 두드렸다. 카를리나의 눈동자가 아델리아의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저렇게 자신만만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이 황당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고…….’

여전히 카를리나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아델리아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날 믿고 싶다고 했죠?”

카를리나는 아델리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안 믿고는 못 배기게 될 거예요. 대신.”

아델리아가 쉿, 자신의 입술 앞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은밀히 속삭였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는 거예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카를리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어요…….”

“역시. 카를리나라면 알아들을 거라고 믿었어요.”

잘 부탁해요, 카를리나. 하며 아델리아가 사랑스럽게 미소 지었다.

***

다음 날, 아델리아는 다시 황궁으로 향했다.

“훈련이 미뤄졌다는 서신을 받지 못하셨습니까?”

카르세스를 만나기 위해 황태자 궁을 찾았다가, 입구에서부터 루드에게 막혔다.

“받았죠. 하지만 전하께서 놀러 오는 건 언제든 괜찮다고 하셨어요.”

아델리아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루드가 말을 이어 갔다.

“……오늘은 안 됩니다.”

황태자 궁 입구를 막아선 루드는 오늘따라 더욱 단호했다.

‘들여보낼 생각이 없는 거야.’

루드뿐만이 아니었다. 황태자 궁 자체의 분위기가 냉랭했다. 가뜩이나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었다.

아델리아가 가라앉은 시선으로 황태자 궁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돌아갈게요……. 대신.”

아델리아가 준비해 온 가방을 루드에게 내밀었다.

“이걸 전하께 전해 주시겠어요?”

루드가 가방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이게 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약이에요.”

“약이라면, 어떤 약을 말씀하시는 건지.”

“여러 상처에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약이에요.”

아델리아가 카르세스를 떠올리며 말을 이어 갔다.

“얕게 베인 상처에도 좋고, 부딪혀서 멍이 든 곳에도 좋대요.”

그리고는 루드의 눈치를 살짝 보며 덧붙였다.

“그, 오래된 상처나 흉터에도 좋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

그러자 루드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오래된 상처라.”

“네. 믿을 수 있는 약이에요. 펠슨 선생의 작품이라 말하면 전하께서도 아실 거예요.”

루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드 역시 카르세스에게서 펠슨 선생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전해 드리겠습니다.”

루드는 뒤편에서 대기 중이던 아스틴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스틴, 영애를 마차까지 모셔다드려.”

“또?!”

“아스틴.”

루드가 엄히 부르자, 아스틴이 굉장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슬렁슬렁 걸어왔다.

아델리아가 혼자 갈 수 있다며 거절하려던 찰나. 아스틴의 표정을 보니 괜히 그러기가 싫어졌다.

아델리아가 눈매를 초승달처럼 만들어 웃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고마워요, 루드. 안 그래도 혼자 마차로 돌아가려니 무서웠는데.”

무서워?

루드의 눈이 조금 커지고 걸어오던 아스틴도 잠깐 멈칫했다.

훈련받은 기사들과 살상에 능숙한 암살자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때려눕히던 저 영애가?

아델리아가 먼저 몸을 돌리며 아스틴에게 말했다.

“뭐 해요? 빨리 오지 않고.”

“아, 네. 갑니다.”

어슬렁거리던 아스틴이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아델리아의 뒤에 따라붙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던 루드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아델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걸었다. 황태자 궁의 정원을 거의 빠져나왔을 때쯤이 되어서야 입을 열었다.

“아스틴 경, 내가 마음에 안 들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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