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와 남주의 숨겨진 딸로 태어났다 (132)화2 (134/141)

外. 남겨진 자들

에시메드의 존재가 사라졌다.

[……말도, 안 돼.]

유일하여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아우가 사라지고, 오직 권능만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

아르카네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세상을 감싸는 거대한 뱀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진노를 토해 냈다.

[로어, 네놈이 한 짓이 분명하구나!]

이와 같은 비열한 술수를 부릴 자는 오직 지혜의 정령왕 뿐이라, 어둠은 그리 확신하며 증오를 품다 못해 독물을 흘려보냈다.

[죽음의 정령왕이 사라졌다고?]

이변을 눈치챈 존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소식을 접하고 어둠을 제외한 정령왕이 회동한 자리, 대지의 정령왕 오리에드가 굳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태고의 정령이다. 그런 존재가 하루아침에 권능만을 남기고 사라지다니……. 설마.]

찬연히 빛나는 금안에 충격의 기색이 감돌았고.

[……로어. 너는 이 이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나?]

같은 자연계 정령왕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침묵을 유지하는 로어를 응시하며 오리에드가 느리게 물었다.

그러자 영준한 낯에 한 줄기 피로가 어리고.

[나를 의심하기라도 하는 건가. 한낱 지혜의 정령왕 따위가, 감히 태고의 죽음을 이 세상에서 지워 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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