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녀와 남주의 숨겨진 딸로 태어났다
완결된 소설 속 엑스트라로 태어났다.
주연들은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한 뒤였고,
어떤 사건도 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나날.
갑자기 원작 남주가 나를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네가.”
말없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남주가 말했다.
“마리에트의 딸이구나.”
나는 들고 있던 화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마리에트가 누구인가.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원작 악녀의 이름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마리에트의 딸이라고?
이런 미친 소리가 다 있나.
남주가 완결 이후 돌아버렸는지에 대한 여부로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그리고…… 내 딸이기도 하고…….”
남주가 처연히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네?!
“이제야 너를 만나는구나. 내 자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아가, 사실 내가 네 아버직!!”
남주가 애절하게 말을 잇던 그 순간.
까앙-!
갑자기 튀어나온 짱돌이 남주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쳤고.
철퍼덕-
머리통을 가격당한 남주는 그대로 기절하며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이 망할 자식이, 어디다 손을 대!”
그리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할아버지께서 등장하시며 마구 고함을 지르셨다.
“은혜도 모르는 금수 같은 놈이, 내 딸이 네놈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다 떠났는데 어딜 염치도 없이 찾아와?!”
나는 바닥에 무참히 얼굴을 박은 남주와,
이번엔 더 큰 돌을 들고 와서 씩씩거리는 할아버지를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꿈에도 그린 적 없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