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62)화 (62/207)

62. 에크레티아와 신년제

“두 분에게 에크레티아의 축복이 내리기를!”

아이들은 신이 난 얼굴로 달려와 각자 받은 선물들을 자랑했다.

얘들아, 그거 우리가 준 거야.

토마와 렌은 슬며시 다가와 나와 바리다스에게 귓속말로 감사 인사를 했다. 쌍둥이와 자스민은 내 예상대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형수밈, 이거 바. 산타 하라부지가 주고 갔어.”

자스민은 아직 풀지 않은 선물 상자를 들고 말했다.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자스민은 너무나 귀여웠다.

그러고 보니, 자스민이 받은 선물은 뭘까?

바리다스가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지 말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가 받은 선물을 알 수 없었다.

내 궁금증이 커져가던 그때, 자스민이 선물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내용물을 확인하고 기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케이크 드래곤이다!”

바리다스가 준비한 선물은 딸기 케이크 모양의 용 인형이었다.

저거, 그 동화책에 나오는 용이잖아. 설탕 마녀와 케이크 드래곤과 초콜릿의 왕자님.

인형은 자스민의 마음에 쏙 든 듯,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인형을 껴안았다.

그때 상자 안에서 무언가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편지와 막대 사탕 모양의 완드였다.

완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사탕과 닮아 있었으며, 한가운데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자스민은 그것이 완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대며 중얼거렸다.

“먹는 곤가?”

그리고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바리다스는 소리쳤다.

“아니!”

그의 말에 깜짝 놀란 자스민은 딸꾹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끅, 거리는 그녀의 소리가 계속되자 바리다스는 옆에 있는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주었다.

“미안하구나, 놀라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어,”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들이켠 자스민은 딸꾹질이 멈추자 옆에 있던 편지 봉투를 열었다.

그러자, 트리가 그려진 편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는 유려한 글씨체로 편지가 쓰여있었다.

오늘 밤 해가 진 뒤, 정원에서 에크레티아를 향해 사탕 요술봉을 휘둘러보렴

저거, 설마 바리다스가 쓴 거야?

저 말까지는 바리다스 같았지만, 그 밑에 써 있는 글을 읽는 순간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바리다스가 저런 말까지 쓰다니.

나는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웃음을 참으며 바리다스의 편지를 바라보았다.

아직 글씨를 읽지 못한 자스민은 렌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읽은 뒤 환하게 웃었다.

“산타 하라버지 체고야.”

그녀의 웃음을 본 나와 바리다스의 얼굴에는 저절로 엄마 미소가 그려졌다. 아이들 모두 각자의 선물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고민한 보람이 있었네.

“이제 다들 식사하러 갈까?”

내 말에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준비된 요리들을 본 나는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차일드 가의 셰프들이 이를 간 것이 분명했다. 

음식들은 마치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칠면조 통구이도 준비되어 있었고 파스타와 랍스터까지 커다란 테이블이 금세 가득 찼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내가 준비한 크로캉부슈가 있었다.

“트리가 이써!”

크로캉부슈를 본 자스민이 소리쳤다.

“슈크림으로 만들었나 봐, 되게 예쁘다!”

레몬도 소리쳤다.

렌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흰 트리 같네요.”

아이들은 크로캉부슈를 보며 한 마디씩 감탄사를 내뱉었고, 그들의 모습을 보자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크로캉부슈의 위에서부터 하나씩 슈크림을 뽑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딸기 맛이야!”

“난 녹차.”

“초콜릿두 이써!”

여러 가지 맛의 슈크림이 맘에 드는 듯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슈크림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나와 바리다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치 놀아여!”

날이 날이니만큼, 우리는 아이들의 말을 거절 할 수 없었다.

* * *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다 함께 에크레티아 아래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달이 있어야 할 자리 반대에는, 에크레티아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은 다른 별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반짝이고 있었는데, 마치 반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별이 빛을 뿜어내는 것이 아닌, 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빛을 내고 있었다.

“매년 봐도, 예쁘네요.”

토마가 말했고 그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달보다는 작았지만, 그럼에도 에크레티아는 굉장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소원 빌죠!”

라고, 말하며 레몬은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다른 아이들도 에크레티아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지만 나는 소원을 정하지 않았다.

어떤 소원을 빌지 고민하던 나는 이내 에크레티아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길.

그렇게 내가 소원을 다 빌었을 때, 자스민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손에 사탕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이제 휘둘러 봐도 돼?”

그녀의 질문에 바리다스를 돌아보자 그는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내게 답했다.

“그래, 해 보렴.”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자스민은 막대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막대기에 달린 붉은 보석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진짜 뭐야?

신기한 광경에 아이들을 포함한 사용인 모두, 그리고 나까지 눈을 크게 뜨고 보석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바리다스뿐이었다.

하늘로 올라간 보석은 펑 소리를 내더니 초콜릿과 쿠키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소리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바리다스가 한 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저거, 그거잖아.

자스민이 좋아하는 동화책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

동화책에서 나오는 드래곤을 무찌르자, 그의 머리에 있는 붉은 보석이 하늘로 올라가 초콜릿과 쿠키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자스민이 가지고 싶다고 한 선물이 전부 그 동화책에 나오는 것들이었구나. 왕자와 드래곤 전부. 바리다스는 그걸 눈치채고 이걸 선물로 준비한 거구나.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비롭다는 생각도 잠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거 다 어떻게 치워…?

그때 내 쪽으로 다가온 바리다스가 속삭였다.

“아이들이 주운 걸 제외하고 다 사라지니, 치울 걱정은 없을 겁니다.”

진짜로 얘는 귀신이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을 받아 입 안에 넣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이 입 안에서 녹아내렸다.

“달콤하네요.”

내 말에 바리다스는 웃음을 터트리며 떨어지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네, 정말 달달하네요.”

하지만 아이들이 양손 가득 초콜릿을 담았음에도 그것은 계속 초콜릿을 뿜어냈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보석의 모습에 바리다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많이 나올 정도로 설정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자스민의 마력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정석은 마나를 담고 있는 돌로, 마나, 그러니까 마력이 없는 사람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거나 보냉병, 마법 조명 같은 것들을 만드는 용도로도 사용했지만, 마법사에게는 달랐다.

마정석을 설정하는 것이 애초에 마법사였으니 말이다.

마정석은 가지고 있는 기본 마나에 그리고 마법을 부여하는 마법사의 마력으로 사용 방법이나 능력이 결정되었다.

그러니 방금 자스민이 알게 모르게 마정석에 마나를 투입해 바리다스의 생각보다 강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훌륭한 마법사가 될 재능이 보이는구나.

내가 혼자 뿌듯해하던 그때, 바리다스는 정원 바닥에 있던 작은 돌을 주워들어 보석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보석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하늘에서 초콜릿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받은 것을 제외한 초콜릿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들은 사라져가는 초콜릿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초콜릿은 그만, 이제 돌아가서 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의 말에 아이들은 아쉬워 보였지만, 별 반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가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린이 달려왔다.

“선물 감사해요.”

어떻게 알았지?

내 생각이 티가 난 모양이었다. 그런 내 모습에 씩 웃은 그린은 덧붙였다.

“근데, 레몬은 모르니까. 비밀로 하셔야 해요.”

그 와중에 쌍둥이 누이부터 생각하는 귀여운 그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내 대답을 들은 그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내 방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내 치마를 붙잡았다.

“형수님.”

레몬이었다.

“무슨 일이니?”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레몬은 손을 베베 꼬다가 입을 열었다.

“저, 산타의 정체 알아버렸어요.” 

그린은 네가 모른다고 하던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이어진 레몬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그린은 모르니까. 말씀하시면 안 돼요. 드레스 잘 입을게요.”

웃음을 참기 위해 끅끅거리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몬은 만족한 듯 미소 지으며 잘 자라는 인사를 덧붙였다.

이게, 동상이몽이라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씻고 밖으로 나온 나는 머리의 물기를 털다 바리다스가 선물한 상자를 발견했다.

맞다, 열어 봤어야 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반지 케이스가 나왔다.

그것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그가 선물한 약혼반지가 있는데? 왜 또 반지를 선물한 걸까?

반지 케이스를 들어 올리자, 그 밑에 작은 편지가 놓여 있었다.

편지를 펼치자, 아까 자스민의 편지에서 본 것과 같은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그 편지를 쓴 건 바리다스가 맞았구나.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은 너무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뜨끔.

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의 편지에 반박할 수 없었다.

세 번뿐이지만 간단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반지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니고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반지와 같은 디자인이니, 결혼반지를 대신해 사용하셔도 됩니다.

호신용이었구나.

나는 약혼 반지를 빼, 상자에 넣었고 그가 새로 선물해 준 반지를 꼈다.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마정석이 달린 반지는 한눈에 봐도 아름다웠다.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감정인지 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