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139)화 (139/207)

1. 3년 뒤, 봄

10XX. 3월. 2일.

안녕하세요, 자스민이에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 조금 많이 떨리네요.

저는 이제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잘 쓰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글을 알려준 분이자,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신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편지를 써 드리려고 해요.

할아버지가 떠난 지도 어느새,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저는 올해로 여덟 살이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그대로 남아 계시겠죠?

이대로라면 언젠간 저와 할아버지의 나이가 같아질 텐데,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조금 슬프다고 느껴졌어요.

그래도 제겐 영원히 할아버지로 남아 계실 거예요.

지금 이곳에는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기 시작했고 새 학기가 시작되겠죠.

맞아요, 새 학기예요!

토마 오빠와 렌 언니가, 오늘 라이온 아카데미에 입학시험을 보러 가기로 했거든요.

분명 합격할 거예요.

저도 어서 아카데…

“민, 오빠와 언니에게 인사해야지!”

그 순간 들려온 피오라의 목소리에 자스민은 펜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남은 건 다녀와서 적어야 할 것 같았다.

아쉬운 듯 편지를 바라보던 자스민은 챙이 넓은 보라색의 모자를 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조만간 인사드리러 갈게요.

잘 지내요, 할아버지.

빠른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간 자스민의 눈에 단정한 디자인의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고 있는 토마와 렌의 모습이 들어왔다.

“언니, 오빠!”

두 사람의 품 안으로 뛰어든 자스민은 팔에 힘을 주어 두 사람을 꼭 껴안았다.

오빠와 언니가 떠나는 것은 싫었지만, 그렇다 해서 두 사람의 앞길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두 사람이 라이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보는 것은 정해져 있는 일이었으나, 멀리 떠날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왜인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자스민은 최대한 울지 않기 위해 눈물을 억누르며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보고 싶을 거야.”

말에 작게 미소지은 토마와 렌은 그녀를 안아주며 입을 열었다.

“여름 방학 때 볼 건데, 왜 이렇게 서운해해.”

“그래, 민. 자주 편지할게.”

자신을 달래주듯 말하는 토마와 렌의 목소리에 더 서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고개를 끄덕인 자스민이 두 사람을 놓아주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열심히 해, 언니, 오빠.”

자스민 뿐만 아니라, 그린과 레몬 또한 그들과의 이별을 매우 서운해하고 있었다.

“보고 싶을 거야.”

“두 사람 다, 조심해서 다녀와.”

레몬은 울먹였고 그린도 답지 않게 눈시울을 붉히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시험 합격 안 했어, 얘들아.

물론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합격은 물론이고 수석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이들도 저런 반응을 하는 것이겠지.

나 또한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장하고, 기쁘면서도 동시에 내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는 했다.

당연히, 기쁜 마음이 더 컸지만 말이다.

의젓하게 울지 않고 동생들을 달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 집 애들인지, 잘 컸어.

그렇게 아이들이 눈물의 이별을 나누고 있던 그때, 바리다스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의 보호자 자격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기에 그 또한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모습이었다.

누구 남편인지, 잘생겼네.

내가 뿌듯한 표정으로 바리다스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출발하지.”

바리다스의 말에 토마와 렌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붉게 물들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은 그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우리 네 사람과 렌의 강아지 라라는 마차에 올라탔다.

아카데미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훈련을 받은 몇몇 동물에 한해서 허락이 되고 있었다.

라라는 딱히 받았던 훈련이 없음에도 아카데미가 내세운 조건에 부합했기에 데려갈 수 있었다.

우리 라라는 정말로 천재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렌의 무릎 위에 머리를 누이고 있는 라라를 바라봤다.

라이온 아카데미는 열세 살의 나이부터 입학이 가능하나, 토마는 렌과 함께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다는 이유로 일 년이라는 시간을 미뤄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레이안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안 또한 일 년 전부터 입학이 가능했으나, 토마가 없는 아카데미에 먼저 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일 년을 기다려 주었으니 말이다.

토마가 좋은 친구를 두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러자 기차역에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레이안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

토마의 부름에 레이안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라이온 아카데미는 수도와 동부를 거슬러 가야 했기에, 도중에 내려 우리와 함께 가기로 했다.

보통 입학식의 경우 학부모가 동행하나, 아필레와 아킬레스는 참가가 불가능하기에 나와 바리다스가 레이안의 보호자 역할도 해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오느라 고생했어.”

내 말에 레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젓한 레이안의 말에 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안은 토마와 마찬가지로 검술학부에 들어가지만, 정치학 또한 관심이 있어 복수 전공을 한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레이안도 정말 많이 자랐구나.

내 앞에서 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근데, 루이는 같이 안 왔어?”

렌과 함께 있는 리리를 바라보며 레이안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방학 때 우리 집에서 지낼 거잖아.”

“그래도, 보고 싶었다고.”

루이와 레이안은 그렇게 많이 만나지 않았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특히 루이는, 주인인 레몬보다 레이안을 더 좋아했으니 말이다.

“이 년 뒤에, 레몬이 입학할 때 오지 않을까요?”

렌의 말에 레이안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러네, 그땐 정말 자주 볼 수 있겠다.”

레이안은 루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물론 레몬은 루이가 자신보다 레이안을 더 좋아하는 것을 탐탁잖아 했지만 말이다.

혹시나 루이 때문에 둘의 사이가 불편해지지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에이, 둘 다 착한 애들인데 설마 그러겠어.

라고 생각한 순간 내 머릿속에 레몬의 성격이 떠올랐다.

레몬은 아이들 중 가장 얌전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은근 싸움꾼 기질이 있었다.

무슨 일 있으려나…?

한 성깔 하는 레몬이라면 무슨 일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설마 루이 때문에 그러겠어.

이유 모를 불안함을 느끼며 라라를 쓰다듬고 있는 레이안을 바라보던 그때 기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기차에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바리다스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사이좋게 손을 잡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토마와 레이안이었다.

너희 렌은 안 챙기니…?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조금 옆으로 옮기니 라라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렌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진짜로.

아니,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은 보기 좋은데, 렌은?

“얘들아, 렌은 안 챙기니?”

걱정스럽게 던진 내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토마와 레이안이 아닌 렌이었다.

“저는 오빠와 황태자 저하 모두 좋아하지만 둘 사이에 끼고 싶진 않아요.”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래…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레이안과 토마가 렌을 두고 간 것이 아니라 렌이 두 사람을 두고 가는 것이었다.

“이리 오렴, 렌.”

그때 바리다스가 렌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렌은 선뜻 그의 손을 잡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렌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녀의 말에 바리다스는 손을 내렸다.

렌의 성격상 우리 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같았으나, 아까 토마와 레이안에게 한 말 때문인지 왜인지 바리다스도 그녀에게 차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우리 렌 사춘기인가?

벌써 가족들과 멀어지고 반항하고 싶은 나이가 됐나.

솔직히 올 나이가 맞기는 했으나, 왜인지 렌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기에 나까지 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원래 올바른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기 쉽지 않은가.

혹시나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렌이 우리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바리다스에게 손을 뻗은 그녀는 민망한 듯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 다 커서 그래요.”

그녀의 말에 바리다스를 바라보자, 그 또한 렌의 행동에 서운했던 것인지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이제 진짜, 오빠 다됐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역시 우리 렌은 사춘기 같은 건 절대 안 올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기차에 탑승하자, 지난번보다 화려하고 넓어진 것 같은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일정은 좀 길어질 것 같아, 조금 손을 봤습니다.”

아니, 조금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지난번에도 호텔급으로 좋았는데, 이건 그냥… 이제 뭐라고 비유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우리가 있는 기차 칸, 아니 방을 설명하기에는 내 어휘력이 부족했다.

그 생각은 레이안과 토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저거 허수아비 맞지?”

“그러게, 저게 기차에 왜 있지?”

둘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갈색의 허수아비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러네?

근데 기차에 왜 저런 허수아비가 있어??

설마, 토마랑 레이안 때문에 설치한 거야?

바리다스를 돌아보자, 내 생각이 맞았던 것인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는 토마와 레이안을 보고 있었다.

내 남편, 너무 동생 바보가 돼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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