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140)화 (140/207)

2. 토마와 렌의 아카데미

그렇게 기차를 타고 이틀 정도를 달리자, 우리의 목적지인 라이온 아카데미가 위치한 토레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탄 우리는 라이온 아카데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마차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토레나의 모습은 델아트나 수도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 생각만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네.

토레나 또한 번창한 도시이긴 했으나, 내가 주로 머물던 곳이 수도와 델아트라 그런 것인지 딱히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조금 다른 점을 찾자면, 서점이나 도서관이 많이 보인다 정도?

지나가며 보이는 길목마다 도서관이나 서점이 꼭 하나씩 위치했으니 말이다.

“서점이 엄청 많네요.”

렌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한 그때, 레이안이 입을 열었다.

“라이온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일하는, 학자나 작가 같은 사람들이 여기 머물고 있어서 그래.”

확실히 라이온이 명문 아카데미이긴 한 모양이었다.

아카데미 하나가 위치했다는 이유로 한 지역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쉽진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부터 다른 건물은 보이지 않고 흰 벽과 그 앞에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들만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아까부터 라이온 아카데미인거야?

한참을 달렸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벽의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길게 이어지던 흰 벽이 끝이 나고 황금색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바리다스의 손을 잡고 내리자, 황실만큼이나 거대한 건물과 넓은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래도 괜찮나?

몇 개의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제국법상으로 황실보다 큰 건물은 지을 수 없을 텐데?

위법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거대한 아카데미의 모습에 나는 적잖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입학시험은 내일이니, 오늘은 실내만 둘러보도록 하자.”

바리다스의 말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를 안 냈던 것이지 아이들 모두, 아카데미에 대해 많이 기대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당연한 것이겠지.

셋 모두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나?

외부인이 학교에 막 출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교가 있을 리 없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바리다스와 레이안이라 괜찮은 건가?

렌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외부인일 텐데, 막 들어가도 괜찮나요?”

그녀의 질문에 작게 미소지은 바리다스가 입을 열었다.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되지만 아카데미 입학 시험 예정자의 보호자가 이곳 졸업생일 시, 출입이 허락된단다.”

생각보다 평범한 이유였다.

나, 사실 권력에 너무 물들어 버린 거 아닐까?

당연하게 바리다스와 레이안이 있으니 입장이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소시민이었던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왜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린, 가기 싫은 거면 여기 있을래요?”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는 바리다스를 보자 왜인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닌데.

나는 표정을 풀고 고개를 저은 뒤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같이 가요.”

그런 내 행동이 가식이라 느낀 것인지 바리다스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억지로 안 가도 괜찮아요.”

아니, 진짜 아닌데??

“제가 같이 있을 테니, 세 분이 다녀오세요.”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렌까지 바리다스의 말을 거들기 시작했다.

아니, 나 진짜로 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라니까?

갈수록 깊어지는 두 사람의 오해에 결국 나는 소리치듯 입을 열었다.

“아니, 진짜 괜찮아요! 저도 아카데미 구경하고 싶은걸요!!”

그제서야 내 말에 진심을 느낀 것인지 렌과 바리다스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드디어 믿어주는구나.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내 옆으로 온 렌이 내 손을 잡았고.

바리다스는 잡고 있던 손을 올려 자신의 팔에 얹어두었다.

이 사람들 안 믿고 있네.

아직 믿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넓은 운동장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운동장의 끝에는 검술학부를 위한 연무장이 있었는데 토마와 레이안이 그곳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저희는 따로 구경해도 되나요?”

둘이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통한 것인지 두 사람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너희라면 그럴 줄 알았지…

“편하게 구경하고 오렴.”

저 둘을 누가 건들겠어.

백 미터 거리에서 봐도 차일드 가문의 자제랑 황태자인데.

라이온 아카데미부터가, 귀족들의 학교로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에 딱히 걱정이 되지도 않았고 말이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사람은 빠르게 연무장 쪽으로 사라졌다.

“렌, 너는 가보고 싶은 곳 없니?”

내 질문에 렌은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

“저는 도서관이요!”

정말로 렌다운 대답이라 생각하며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커다란 아카데미의 도서관이라면 분명 거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앞으로 다닐 곳이니, 나도 둘러보는 편이 좋겠지.

렌과 토마 말고도 그린과 레몬, 자스민 또한 라이온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명문 아카데미라 해도, 직접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니까.

그렇게 우리가 도서관으로 향하던 도중, 바리다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천장이 열려 있는 돔 모양의 건물을 가리켰다.

아무리 봐도, 도서관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화려해 보이는 외형 때문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린 그 순간, 바리다스가 입을 열었다.

“음악실과 공연장도 가보겠니?”

아니…

음악실은 그렇다 쳐도, 아카데미에 공연장이 왜 있는데?

에초에 아카데미의 크기가 황궁만큼이나 크니까, 당연한 건가?

대학교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아니 애초에, 공연장이 있는 대학교도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다.

나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권력에 물든 건 아닌가 봐.

“네, 가보고 싶어요!”

그 순간 렌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고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저택에도 공연장을 만들어 달라고 할까?

렌이 기뻐한다면 악단 정도야…!

권력과 돈에 물들어 버려도 되니까, 돌아가자마자 추진해야겠어.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서 렌의 연주를 감상시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었다.

기뻐하는 렌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피아노가 바로 들어왔다.

아니, 저 뒤에 있는 것들로 보건대, 저 악기는 피아노가 아니었다.

“…파이프 오르간.”

렌 또한 그 악기의 정체를 눈치챈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그래, 웅장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공연장 중앙에 위치해 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렌은 저 오르간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고 넋을 놓은 채 계속해서 오르간이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악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이렇게 놀랐는데 렌은 어떻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려 렌을 돌아보자 아직도 멍하니 오르간을 바라보고 있는 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공연장 만들고, 파이프 오르간도 설치할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렌이 고개를 돌리고 나와 바리다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흥미와 기대감으로 평소보다 몇 배나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 오르간을 연주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렌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던 바리다스는 입을 열었다.

“저택에 하나 설치해 주도록 하마.”

바리다스의 말은 나처럼 속으로만 주접을 떠는 것이 아닌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렌은 고개를 저었다.

“한시라도 빨리, 연주해 보고 싶은걸요.”

렌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바리다스는 오르간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그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거 마음대로 연주해도 되는 거 맞나요?

하지만 내 그런 걱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피아노보다 거대하고 웅장한 멜로디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자 그 선율에 완벽하게 빠져들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연주를 마치고 우리 쪽으로 온 바리다스는 입을 열었다.

“매년 열리는 음악학부의 실기 시험에서 일 등을 하면 이곳의 악기를 마음대로 연주할 수 있단다.”

“그렇군요.”

그의 말에 렌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저 말은 바리다스가 실기 시험에서 일 등을 했다는 뜻이잖아.

아니, 바리다스는 정치랑 검술 전공 아니었어?

근데. 왜 다른 과목에 가서 일 등을 하고 오는 거야?

사실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에 판타지가 붙는 것은 남주 때문이 아닐까?

저런 사람이 현실에 실존할 리 없으니까.

정말 봐도 봐도, 그의 다재다능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공연장의 문이 열리고 모차르트를 닮은 한 남자가 뛰쳐 들어왔다.

“입학시험 예정자 여러분들, 오르간은 마음대로 연주하지 말아 주세요!!”

큰 목소리로 소리친 그는 오르간 앞에 서 있는 바리다스를 보고 자리에 멈춰 섰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오랜만이군.”

“누군가 했더니, 공작님이시군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 바리다스는 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내 동생이 오르간 연주를 해 봐도 괜찮겠나?”

하지만 바리다스의 말에도 그는 선뜻 수락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망가진다면 공작가에게 책임을 물어도 되네.”

그제서야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난 남자는 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허락이 떨어졌다.

바리다스는 아직도 오르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주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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