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146)화 (146/207)

8. 입학식

다음 날, 아이들의 입학시험 결과가 담긴 편지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하게도.

모두, 합격이었다.

삼일 뒤, 바로 입학식이니. 준비할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의 교복은 검정색의 단정한 정장 느낌이었으며, 조끼와 블라우스 등 다양했는데 디자인 또한 훌륭했다.

깔끔하고 단정하고, 우아한 느낌까지 드는 교복은 확실히 예뻤다.

어느 정도였냐.

한국이었으면, 이 학교 교복 예쁘잖아!!

하면서 원서를 넣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교복을 미리 주문해 둔 상태였다.

그랬기에 우리는 입학생 중 가장 먼저 교복을 받을 수 있었다.

일정이 촉박한 아카데미의 특성상, 교복은 맞춤 제작이 아닌 정해져 있는 사이즈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우리 애들은 맞춤 교복이라고!

떨어지는 상황은 생각 안 해 봤다.

누가 우리 애들을 떨어트리겠는가.

저렇게 검을 잘 쓰는데, 저렇게 똑똑한데, 저렇게 연주를 잘하는데!

나는 새로 맞춘 교복을 입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지어, 라라에게도 교복이 있었다.

나는 라이온 아카데미의 상징인 사자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은 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학생들이 주로 데려오는 애완동물인 강아지의 경우는 목줄과 옷, 고양이의 경우에는 옷이나 다리에 묶을 수 있는 끈, 새의 경우에도 발목에 묶는 끈이었다.

다른 동물들을 데려오는 학생들 또한 있긴 하나 교칙에 명시되어 있는 동물은 세 가지뿐이었다.

과거 한 동방의 나라에서 코끼리를 데려온 적이 있다고 했다.

너무 큰 규격 외의 동물 또한 금지되었으니,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 세 동물들 중에 데려올 것이라 예상한 거겠지.

아, 다른 학생들이 무서워할 수 있는 동물 또한 금지였다.

학교 내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다 생각하면 관대한 것 같으면서도 그로 인해 붙은 여러 교칙들을 생각하면 또 아닌 것 같았다.

뭐, 이렇게 해야. 아카데미가 올바르게 운영될 테니까 당연한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잘 어울리나요?”

토마는 처음 입어보는 교복이 어색한 듯,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고 귀여운 그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 어울려.”

“잘 어울린단다.”

나와 바리다스의 말에 셔츠 끝을 매만지고 있던 토마는 붉어진 얼굴로 손을 떼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옷이네요.”

렌의 말에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의 목에 초록색의 리본이 엉성하게 묶여 있었다.

아카데미에는 사용인을 데려올 수도 없어 아이들은 이제부터 교복을 혼자 입어야 했다.

토마 또한, 그녀의 리본을 본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었다.

“내가 다시 묶어 줄게.”

렌은 음악적 재능은 누구보다 뛰어났으나, 손재주와 운동 신경이 영 꽝이었다.

그렇게 토마가 렌의 리본을 다시 묶어 주었으나.

여전히 그녀의 리본은 엉성했다.

그것은 토마의 손재주 또한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토마 스스로는 만족하는 듯했으나,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야 하나, 고민하는 듯했다.

결국 바리다스가 나서서 예쁘게 묶는 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리본을 다시 묶어 주었다.

아카데미의 교복에는 정해져 있는 액세서리는 없었으나, 넥타이나 리본은 꼭 매어야만 했다.

원하는 디자인으로 말이다.

그랬기에 렌은 초록색의 리본을, 토마는 목을 묶는 넥타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널널하게 묶을 수 있는 붉은 색의 리본을 선택했다.

레이안은 리본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푸른색의 넥타이를 골랐지만 말이다.

렌의 리본을 묶어 준 바리다스는 손을 옮겨 토마의 리본까지 다시 묶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 말에 작게 미소지은 바리다스는 둘의 머리를 번갈아가며 쓰다듬어 주었다.

그들의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이제 생활복도 입어보자.”

아카데미의 교복은 세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교복과, 체육복, 생활복 세 가지였다.

교복은 당연하게 학교에 갈 때 입는 옷이었고, 체육복은 토마와 레이안 같은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대신해 입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활복은 말 그대로 생활복이었다.

성별 구별이 없었으며, 그저 아카데미의 문양이 새겨진 옷들이었다.

기숙사제인 아카데미에서 수업이 끝난 뒤, 편하게 입고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한 옷이었으며 디자인 또한 다양했다.

차이점은 그저, 아카데미의 문양이 그려져 있을 뿐.

후드티와 맨투맨까지 있으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편하게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근데 후드티는 대체 어떻게 만든 거래.

나는 왼쪽 가슴 쪽에 아카데미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후드티를 바라봤다.

이런 디자인은 지구에 되게 많았던 건데.

생활복 대부분이 이런 느낌의 디자인이었다.

옷 자체는 흰색 또는 검정색으로 이뤄진 무지였지만, 가슴 쪽에 아카데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혹시, 아카데미에도 빙의자가 있는 거 아닐까.

어제 루비아를 만난 이후로, 지구에서 봐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에이, 그럴 리가.

고개를 젓는 것으로 잡생각을 떨쳐낸 그 순간, 레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마, 체육복 여기 있어!”

많이 들뜬 듯, 크게 소리치는 레이안의 목소리에 토마의 시선이 바로 그쪽으로 돌아갔다.

교복을 처음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훈련이 그렇게 좋은지…

조금 놀기도 해야 할 텐데.

다른 의미로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만약 토마가 지구에서 태어났다면 분명 한 종목을 정해 국가대표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비해 렌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녀는 레이안과 토마의 손에 들려있는 운동복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운동 싫어.”

라이온 아카데미는 한 학생당 체육 쪽 과목을 하나 정도는 필수로 들어야 했다.

여러 과목이 있었으나, 렌은 토마와 레이안의 설득 끝에 검술로 과목을 정했다.

“아니, 하다 보면 재밌다니까.”

하지만 토마의 말에도 렌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야.”

단호한 대답에 토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렌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마르고 연약해 보이긴 했다.

끼니도 잘 거르고, 많이 먹지도 않는 데다가, 몸은 또 움직이지 않았다.

악기 연주 또한 체력을 많이 소비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렌의 경우는 조금 심할 정도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한 번씩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렌, 적당한 운동은 악기 연주에도 도움이 된단다.”

그때, 들려온 바리다스의 말에 렌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작게 한숨을 내쉰 렌은 체육복을 바라봤다.

“…알겠어요.”

마지못해 대답한 렌은 그들과 함께 체육복을 갈아입기 위해 사라졌다.

아카데미의 체육복은 기사들이 대련할 때 입는 옷들과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움직이기 편한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셔츠와 같은 재질의 검은 바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신들이 평소에 입는 옷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임에도 토마와 레이안은 체육복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나는 마음에 들어.”

“나도.”

둘의 말에 렌은 아주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쁘진 않네.”

운동과 관련된 것들을 할 때가, 렌이 유일하게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순간이었다.

운동이, 그렇게 싫은가.

그래도 예전에는 못하더라도 열심히는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바리다스가 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많이 연습해서 돌아오렴, 집에 오면 내가 상대해 줄 테니.”

바리다스의 말에 렌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토마와 레이안의 반응은 달랐다.

그의 말이 끝내기 무섭게 소리치듯 입을 열었으니 말이다.

“저도요!!!!”

동시에 말이다.

귀여운 둘의 모습에 바리다스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도 열심히 하도록 하렴.”

대련을 해주겠다는 바리다스의 말에 환하게 웃는 토마와 레이안의 모습에 결국 렌 또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저도 열심히 해보기는 할게요.”

아직은 조금 불퉁하게 말하긴 했지만, 렌의 성격상 저렇게까지 말한 이상 분명 노력할 것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힘내렴, 렌.”

내 말에 렌은 웃으며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에 대답하듯 얼굴을 비비는 것으로 애교를 부린 렌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강해져서, 지켜드릴게요.”

귀여운 렌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기대할게.”

* * *

준비할 것이 많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게다가, 토마가 검술학부 수석, 렌은 음악학부 수석, 레이안은 정치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하게 되어버린 바람에 학부 대표로 입학 서명까지 준비하느라, 할 일이 배가 되었고 말이다.

아이들이 입을 옷과 필요한 물품들 거기에 서명문까지 쓰려 하니, 아이들은 몸이 세 개여도 부족할 지경이었고 보호자인 우리 또한 덩달아 바빠졌다.

그것도 오늘로 끝이지만.

나는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가 서명을 하고 있는 렌의 모습을 바라봤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당당한 표정으로 서명을 하는 렌의 모습에 피곤함이 저절로 사라졌다.

렌의 이후로 다른 학부의 수석 학생들의 연설이 시작되었고 세 명의 학생이 지나간 뒤, 레이안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황태자라는 그의 지위를 신경 써서 그런 것인지, 유난히 박수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레이안 또한 훌륭하게 서명을 마쳤고 그의 뒤를 이어 토마 또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의 붉은 눈이 오늘따라 자신감에 더 차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토마까지 서명을 마치자, 세 아이는 함께 우리 쪽으로 다시 돌아왔고 나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정말 잘 자라 주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팔을 뻗어 세 아이를 한 번에 품에 안았다.

이제 다들 당분간 못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아프거나, 다치면 옆에 있어 줄 수도 없는데.

너무 성적에 연연하다가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올바른 교우 관계와 좋은 친구들을 사귀면 좋을 텐데.

수많은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나 또한 겪어온 일이기에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건,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었고.

우리는 할 일은, 뒤에서 그들을 응원해주는 것이었다.

할 말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나는 왜인지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입학 축하해.”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는지, 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도 이제 헤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인지 몸을 작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티를 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씩씩한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보고 싶을 거예요.”

“감사했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편지 많이 쓸게요.”

아이들 또한, 이별을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 어른인 내가 울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음을 참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다들. 정말로 입학 축하한단다.”

내가 아이들을 품에서 놓아주자, 그들의 눈시울 또한 붉어진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왜인지 마음이 아팠다.

바리다스 또한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학을 축하해 주었고 결국 렌은 울음을 터트렸다.

“보고 싶을 거예요.”

렌의 울음을 시작으로 주위의 아이들 또한 울기 시작했고 토마와 레이안 또한 눈물을 훔쳤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려운 건 우리 애들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바탕의 눈물 소동이 끝난 뒤에야, 입학식이 끝이 났다.

정말로, 헤어질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학과별로 모여 두 줄로 섰고 간격을 맞춰 강당 밖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강당에서 나가는 순간까지도,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나는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너희의 앞길에 꽃길만이 깔려 있기를.

더 성장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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