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167)화 (167/207)

29. 바다와 첫사랑의 상하 관계.

헐.

새롭게 깨달은 사실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 앞에 놓여 있는 접시를 바라봤다.

그 위에는 예쁘게 플레이팅 된 연어 스테이크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엄청 맛있어….

잘 요리한 생선은 고기보다 맛있을 수가 있구나.

이어서 봉골레 파스타와 잘 구워진 랍스타, 관자와 함께 코코넛 모양의 컵에 음료가 담겨 나왔다.

차례대로 그것을 맛본 나는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여기 셰프 고용하면 안 되려나?

진짜, 너무 맛있는데.

“확실히 유명한 레스토랑답네요.”

그때 봉골레 파스타를 맛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리리안이 입을 열었다.

아이들 중 가장 고급스럽고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리리안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라니 이 레스토랑의 셰프는 정말로 고급 인재가 분명했다.

데려가자, 집으로.

우리 그 정도 재력 되잖아.

평소라면 부담스러워했을 법한 생각이 막 들 정도로 이 레스토랑의 요리는 맛있었다.

마지막 남은 연어 스테이크 조작을 입 안에 넣으며 나는 생각했다.

토마랑 레이안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다른 기사들과 함께 사라진 두 사람은 식사 시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토마가 식사를 거르는 것은 자주 있던 일이지만 그래도 처음 오는 가족 여행이기에 오늘따라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도 토마와 레이안은 오지 않았고.

나는 노을에 물들어 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근데 우리 여기 언제까지 있어…?

우리는 여전히 해변에 마련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식사는 직접 가서 할 줄 알았는데, 식사 시간이 되니 셰프들이 직접 나와 요리해주지 않나.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면 몇 분 지나지도 않아 가져다주지 않나.

심지어 간이 화장실과 욕실까지 근처에 설치해 주었다.

나 이런 취급 받고 살아도 될까.

벌써 사 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나는 아직 지금 같은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입가심으로 준비해준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이제 슬슬 들어가야 되겠지?

조금 더 있으면 해가 완전히 저물 것이었다.

밤바다는 아름답겠지만 어두워진 바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려는 찰나.

주위에 척척 모여든 시종들이 이번에는 마정석으로 이루어진 전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주변이 환하게 바뀌었다.

은은한 조명과 노을이 어우러져 정말로 아름다운 분위기가 되었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황실의 시종들이 알아서 아이들을 감당해 줄 것 같다고.

이렇게 편하게 쉬어도 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 내 얼굴 앞에 초콜릿이 잔뜩 묻은 마들렌을 내밀었다.

당연히 아이들이 주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마들렌을 받아 물자 생각도 못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쉬어요. 우리의 휴가잖아요.”

나는 정말, 저 눈치가 대단하다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바리다스에게서 마들렌을 받아 들어 오물거렸다.

그러자 달콤하고 쌉쌀한 초콜릿의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그가 준 마들렌을 모두 먹었을 때쯤, 바리다스는 손을 내밀어 내 입가에 묻은 초콜릿을 닦아주었다.

“아이들은 저나 시종들이 봐줄 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말이 우리의 휴가지 정작 말을 꺼낸 바리다스는 거의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바다에 나온 뒤로 서류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서류를 내려놓는 순간은 하나뿐이었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그를 찾아올 때.

나보다 네가 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리다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휴가라면서 라스도 쉬지 않고 있잖아요.”

퉁명스럽게 말한 내가 바리다스가 준 마들렌과 같은 초코 마들렌을 먹으려 집어 들었다.

그 순간 튀어나온 팔이 내 손의 주도권을 빼앗아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내가 들고 있던 마들렌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 손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자 어떻게 벌써 다 먹은 것인지 멀쩡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당신이랑 아이들의 휴가, 제 휴가는 사흘 뒤.”

사흘 뒤라면 아이들이 수도로 떠나고 나와 바리다스가 따로 휴가를 보내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도 같이 쉬는 편이 좋을 텐데.”

아무리 일이 많다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일을 하는 그가 걱정이 되었다.

내 말에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든 바리다스는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사흘 뒤에 당신의 휴가도 끝나니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내 머릿속에 어젯밤 아이들이 우리 방에 들이닥쳐 다 함께 잤다는 사실을 떠올랐다.

뒤늦게 그의 말을 이해한 나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 모습에 바리다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두 분, 사이가 좋은 건 보기 좋지만 레몬과 자스민 앞에서는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요. 둘 다 아직 어리잖아요.”

리리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보았다.

너도 어리거든 리리안?

그리고 너, 레몬이랑은 동갑이잖아.

이 세계에 빙의 말고도 전생이나 환생도 존재한다면, 첫 번째 용의자는 무조건 리리안이었다.

정말로.

“응? 리리, 무슨 말이야?”

“뭘 자제하는 건데?”

역시나 리리안 말고는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레몬과 자스민이 되물었고 리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렌과 그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리리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대체, 어디서 그런 걸 배워 온 거야.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의 동심은 내가 지켜줄게.”

뻔뻔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생각했다.

네 동심은 누가 지켜….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먼발치에서 루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맑은 그녀의 목소리에 책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던 렌이 시선을 옮겼고 새침하던 리리안의 표정이 밝은 미소로 물들었다.

주위에 서 있는 기사들이 무섭지도 않은 것인지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온 그녀는 가방 안에서 소라로 만들어진 장식품을 꺼내 리리안과 자스민, 레몬에게 주었다.

화려한 보석과 금이나 은으로 장식되지 않은 비교적 평범한 선물이었으나, 아이들 모두 그녀의 선물이 마음에 든 듯했다.

내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묘한 뿌듯함을 느끼던 그때, 루비아가 나와 바리다스에게 다가왔다.

“이건, 두 분 선물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와 바리다스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우리의 선물까지 준비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방을 뒤지던 그녀는 품 안에서 원이 반으로 잘려있는 투명한 유리구슬을 꺼냈다.

나로서도 사용처를 알 수 없는 투명한 반원 안에는 소라 껍데기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문진이라고 하는 건데, 책을 누르거나 서류를 정리할 때 쓰시면 편할 거예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선물을 소개한 루비아는 우리의 반응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였다.

확실히 센스가 좋은 선물이었다.

바리다스 또한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군요, 영애. 감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바리다스의 다정한 말에 루비아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마워, 루비아. 소중히 간직할게.”

우리에게 대답을 들은 루비아는 그린에게도 마찬가지로 같은 종류의 문진을 선물해 준 뒤, 마지막으로 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품 안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렌.”

루비아의 말에 미소를 지은 렌은 그녀에게서 상자를 받아들었다.

“네가 주는 선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렌의 말에 루비아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렌은 조심스럽게 루비아가 내민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안에서는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산호 모양의 브로치가 나왔다.

그리고 루비아는 그것과 같은 종류의 브로치를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 가방에 같이 달고 다니자.”

루비아의 말에 친구의 명찰을 가방에 달고 다니던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조금의 향수를 느끼며 나는 환하게 웃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린과 자스민을 제외한 네 아이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던 루비아가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태자 저하와 첫째 영식은 어디에 계시나요?”

아무래도 루비아는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언제 올지는 나도 알 수 없어 바로 답해줄 수 없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완전히 저물 것 같은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된 거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두 사람을 불러야겠다고.

“기다리렴. 데려오라고 할게.”

내가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시종을 불러 토마와 레이안을 데려와 달라 말한 순간.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나와 바리다스에게 먼저 인사를 한 뒤, 루비아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또 뵙네요, 영애.”

레이안의 말에 환하게 웃은 루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아까 뵈었죠.”

“그렇지.”

꽤나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묘한 기류를 느꼈다.

이거, 설마.

친밀해 보이는 레이안의 말투이며, 상냥한 제스처까지. 아무리 봐도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레이안 너도 그럴 나이긴 하지.

나는 레이안이 루비아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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