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의 어린이집 (178)화 (178/207)

40화. 토마가 하지 못하는 것.

“루비, 이거 오는 길에 생각이 나서 사 왔습니다.”

이걸로 여덟 번째.

루비아는 토마가 건네는 민트초코 쿠키를 받아 들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나를 챙겨주지?

요즘 들어 토마의 상태가 이상했다.

걸핏하면 간식을 사 주지 않나, 최근에는 민트색 물건만 보면 사 와 자신에게 선물을 했다.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 고맙긴 했다.

정말 고맙긴 한데.

루비아는 방에 가득 찬 민트색 물건들을 바라봤다.

부담스러워!

토마가 가장 마지막으로 준 선물인 초콜릿을 안고 있는 민트색의 곰을 쓰다듬은 루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살짝 만져만 봐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꽤나 고가일 것이 분명했다.

받지 말 걸 그랬나.

근데 누가 봐도 내 취향에 맞춰 사 온 선물을 거절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토마는 루비아에게 선물을 주며 언제나 이 말을 붙였다.

“지난번에 주신 핸드크림이 고마워서요.”

토마가 준 선물은 전부 핸드크림의 보답이었다.

물론 그 핸드크림이 나름 고급소재에 고가의 제품이긴 했다.

그래도 저 정도의 보답을 받을 정도로 비싼 물건은 아니었다.

잠시 망설이던 루비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나도 받은 만큼 주면 되잖아.

루비아는 받는 용돈에 비해 쓰는 돈이 많지 않았기에, 언제나 용돈이 많이 남았다.

루비아는 남은 용돈을 넣어 둔 상자를 꺼내며 결심했다.

그렇게 며칠 뒤 동아리 모임 날.

루비아는 고르고 고른 토마의 선물을 들고 렌과 함께 동아리 부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도착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안녕!”

아직은 어색한 듯 반말과 존대를 섞은 인사를 건네며 안으로 들어가자 페이든과 토마가 동시에 다가왔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루비아가 엄청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어 건넨 말이었다.

이번에는 선수를 친 토마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루비아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아니에요, 들어 줄 필요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동아리실 한 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둔 루비아는 그 안에서 사탕이 가득 든 작은 유리병들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저걸 어떻게 한 번에 들고 왔는지.

딱 봐도 무게가 꽤 나가 보이는 유리병들을 보며 토마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커다란 유리병까지 꺼낸 루비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것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건 최근에 오픈한 사탕 가게에서 구매한 최고급 사탕이었다.

“이건 태자 저하 거.”

“이건 렌 거.”

“그리고 이건 페이든 선배 거.”

아이들에게 하나씩 유리병을 나누어 주며 환하게 웃은 루비아는 마지막으로 토마에게 가장 큰 유리병을 건넸다.

“그리고 이건 토마 오빠 거.”

한눈에 봐도 꽤나 차이가 있는 사이즈였지만 레이안과 페이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최근 토마가 루비아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루비아 또한 부담감 없이 토마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루비아가 토마에게만 커다란 사탕을 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어떻게 루비아가 나보다 쟤를.

상처를 가득 받은 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 순간 슬쩍 렌의 곁으로 다가온 루비아가 그녀에게 상자를 하나 더 내밀었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루비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건 렌만 주는 거.”

루비아가 그녀에게 선물한 건 렌이 좋아하는 과일 향 차였다.

그녀의 선물을 받아 든 렌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되찾은 렌은 토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그 정도 선물로는 루비아의 마음을 돌릴 수 없지.

루비아는 나를 제일 좋아해.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토마를 바라보던 렌은 그의 붉은 머리에 가려져 있던 귀를 보고 말았다.

늦게 발견하고 말았지만 그의 귓가는 정확히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

피식 웃음을 터트린 렌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그를 바라봤다.

어딜 감히 루비아를.

렌도 자신의 오빠가 어디 가서 꿀릴 사람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배경도 그렇지만 사람 자체만 봐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매가 그렇듯 자신의 오빠가 자신과 제일 친한 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아니꼬웠다.

렌은 루비아가 아깝다고 생각하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토마의 귓가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왠지, 요즘 루비아에게 주는 선물이 많더라.

그냥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그런 음흉한 속내가 있었겠다?

난 용납 못 해.

그렇게 생각한 렌은 루비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여전히 시선은 토마에게 고정한 채.

“나도 보답으로 루비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앗, 아니. 괜찮은데.”

귀여운 루비아의 말에도 렌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냐, 친구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건 기쁜 일이니까.”

친구라는 단어를 강하게 발음하는 건 기분 탓이겠지.

토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렌을 돌아봤지만, 이미 그녀는 모른 척 시선을 루비아에게 돌린 뒤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페이든은 생각했다.

친구끼리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구나.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모든 상황을 눈치챈 레이안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전부 모르는 루비아는 별생각 없이 렌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렇게 다음 날.

혼자 등교해야 할 것 같다는 렌의 말에 혼자 등교를 하게 된 루비아는 자신의 책상 주위에 몰려있는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루비아는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보고서야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엄청난 크기의 인형과 고급 초콜릿 그리고 사탕이 놓여 있었다.

그 선물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렌과 토마 그리고 페이든이었다.

아니, 왜 더 늘어난 거야?!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루비아는 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선물들을 어떻게 둬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레이안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그의 양손에는 민트초코맛 디저트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어제의 선물에 대한 보답이야, 루비.”

그 선물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재밌어서.

그리고 두 번째는 모두가 루비아에게 보답을 할 텐데, 자신만 안 할 수는 없어서.

근데 저건 생각보다 과한걸.

레이안은 루비아가 기숙사까지 가지고 가야 할 상황을 고려해 그나마 가장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가득 차 있을 줄이야.

“…고맙습니다.”

하지만 루비아의 성격상 남의 호의를 쉽게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선물을 받아 든 루비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교실 문을 열고 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 또한 루비아의 책상 위와 그녀의 손에 들린 민트초코색 선물 상자를 바라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진짜.

어떻게 다 들고 가라고 저런 선물을 한 거야.

물론 선물들 중 가장 커다란 부피를 자랑했던 곰 인형이 렌의 선물이었다.

“루비, 내 사물함에 자리 있어.”

그렇게 말하며 곰 인형을 제외한 모든 선물을 루비아에게서 받은 렌은 그것들을 대충 자신의 사물함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인형 또한 교실 뒤에 배치되어있는 사물함 위에 올려놓았다.

“수업 끝나고 가져가는 거 도와줄게.”

“나도 도와줄게.”

어지간해서 이런 호의는 부담스러워 거절하는 루비아였으나.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저 선물들을 혼자서 가져가려면 적어도 세 번에 걸쳐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루비아는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응, 고마워요.”

그렇게 대답한 루비아는 아주 잠시 망설이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선물, 진심으로 고마워요. 잘 쓸게요.”

정말로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그런 미소였다.

그런 루비아의 모습에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토마가 루비아에게 반할 만했다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사람으로 표현하면 루비아 아닐까, 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루비아를 끌어안았다.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줘, 난 루비에게 아까운 거 하나 없어.”

아니, 아껴도 돼.

나도 렌한테 아까운 거 하나 없긴 한데.

그 마음 자체로도 되게 고맙긴 한데.

아껴주라 제발.

루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렌을 끌어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덧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흐뭇한 미소로 루비아를 바라보던 레이안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루비, 하교할 때 보자.”

“앗, 네! 선물 진짜 감사해요!”

다시 한번 인사를 한 루비아의 모습에 레이안은 작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우면 다음번부터는 내게도 편하게 말해줘, 루비.”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루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알겠어, 레이 오빠.”

그 미소에서 리리안을 떠올린 레이안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루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서 짜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렌은 신경이 쓰이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레이안이 교실에서 떠나기 무섭게 루비아와 렌의 담임 선생님 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처음 보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연한 푸른색의 머리와 푸른색의 눈동자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 아이들 모두가 느꼈을 것이었다.

저 소녀가 되게 예쁘다는 사실을.

당연한 사실이지만 청순한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아카데미에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학생이 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턱을 까딱이는 것으로 소개를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린 것인지 앞으로 한 발짝 나간 소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가워, 나는 엘리아네라고 해. 편하게 엘리라고 불러도 괜찮아. 큐리아 아카데미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해서 라이온 아카데미에 편입하게 됐어, 앞으로 잘 부탁해.”

루비아는 그녀의 외형과 엘리아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깨닫고 말았다.

쟤, 원작에서 토마와 이어지던 애잖아.

푸른 머리와 붉은 머리를 가진 두 사람은 태극 커플이라 불리며 꽤나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헉, 나 이제 토마와 엘리아네의 연애를 직관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루비아가 눈을 반짝이고 있던 그 순간.

엘리아네가 루비아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안녕, 얘기 많이 들었어.”

나는 너 처음 보는데?

당황한 루비아의 표정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은 그녀는 루비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