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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어린이집 (193)화 (193/207)

55화. 예린과 바리다스의 2세 계획.

조금은 늦은 아침,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나는 표정을 구기며 눈을 비볐다.

그러자 열린 창문으로 인해 출렁이는 커튼과 내 옆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는 아필레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스와 진주로 장식된 흰색의 우아한 잠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좋은 아침이네.”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는 서류에서 내게로 시선을 옮기며 작게 미소 지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내 대답에 아필레는 침대 옆에 준비되어있는 종을 당겨 시녀를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시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을 바라보며 아필레는 명했다.

“크림수프와 간단한 브런치를 준비해오게.”

브런치라는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나, 이 언니 너무 좋아.

왜인지 아필레에게서 후광이 보였다. 내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그때 그녀도 나를 마주 보았다.

그것도 잠시 작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내 눈가를 쓸었다.

“아직도 붓기가 남아 있어, 하루 더 자고 가게.”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동안이나 바리다스와 만나지 못하는 건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붓기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가 지금 날 본다면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내 상태를 걱정할 테니까.

“알겠어요.”

내 대답에 아필레는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내 뺨을 쓰다듬었다.

“아이들을 보는 것 또한 시녀들에게 맡기고 오늘은 나와 쉬도록 하게.”

어, 그건 좀…….

그 순간 나는 리리안과 함께 세 배로 시끄러워진 아이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것 같네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순간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이 황궁에서 저렇게 울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뿐이었다.

시녀의 품에 안긴 채, 울며 들어온 테리안은 아필레를 보며 울음을 서서히 그치더니.

그녀의 품에 안기자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금세 잠들었다.

그런 모습을 아필레는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테리안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녀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그 순간 테리안에 의해 열려 있던 문으로 트레이를 든 시녀가 들어왔다.

은으로 만들어진 접시 위에는 생연어와 수란, 그리고 아보카도가 올라간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고 함께 곁들일 예쁜 빛깔의 레몬 탄산수 또한 보였다.

나 여기서 살래.

눈을 반짝이며 샌드위치를 바라보자 그 모습을 보며 아필레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대가, 연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네, 하지만 저는 언니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너무 좋죠.”

기쁨을 숨기지 않은 채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아필레 또한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그렇다면 내일은, 연어가 들어간 샐러드로 준비하지.”

진짜 여기서 살아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란을 반으로 잘라 연어와 함께 입 안으로 넣었다.

확실히 둘 모두 비싼 재료를 사용해 그런 것인지 한 입 먹는 순간 느껴지는 풍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모레까지 있어도 될까요?”

작게 감탄사를 내뱉은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작게 미소 지은 아필레는 망설이는 척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 그러도록 하게. 하지만 그 이상은 공작의 반역이 두려워 보내줘야 할 것 같군.”

조금은 장난스러운 그녀의 말에 나 또한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제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가 싸우는 모습을 보기는 싫으니, 어쩔 수 없네요. 내일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로서는 슬프지만, 공작과의 전쟁을 피하게 해 주었으니 황후로서는 고마운 말이군.”

그렇게 나는 하루의 시간을 더 아필레와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황궁에 가장 큰 온실에서 아필레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있었다.

아필레는 어제 한 약속대로 내게 연어 샐러드를 만들어 주었고 여전히 맛있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연어를 먹고 있던 그때.

입구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소란스러움에 짜증을 느꼈는지 아필레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동시에 문이 열리며 익숙한 두 사람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건 다름 아닌.

자스민과 아킬레스였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 자스민은 내 품에 안겨들었고 나는 그녀를 안아주며 아킬레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니, 자스민은 그렇다 쳐도 아킬레스는 왜?

어이가 없어진 나와 아필레가 그를 올려다보자, 서운한 표정을 지은 아킬레스가 아필레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필레, 나 안 보고 싶었어?”

다정한 목소리에 한숨을 내쉰 아필레는 그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당연히, 보고 싶었지.”

이런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확실히 부부긴 하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아필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이러니까 보기 싫어졌어.”

그녀는 강제로 밀쳐져 꺾인 꽃들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것들을 본 아킬레스는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필레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날 안고 있는 자스민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를 도닥이며 천천히 꺾인 꽃들이 있는 화단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작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자스민이 그랬구나.

아니, 어떻게 자기 키만 한 꽃들을 저렇게 꺾으면서 달려 온 것인지.

억울할 만한 상황에도 혹여나 자스민이 혼이 날까 봐, 아킬레스는 머뭇거리며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저런 걸 보면 참 성군인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자스민에 귓가에 작게 소곤거렸다.

“민아, 잘못을 했으면 어떻게 해야지?”

그 말에 자스민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입을 열었다.

“…알게써.”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에 왜인지 내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직후 자스민은 내 품 안에서 내려가 아필레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옷을 당기는 것으로 아필레를 부른 자스민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폐하가 아니라. 제가 그래써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다 제가 한 거예요. 폐하는 잘못 없어요.”

그리고 자스민의 사과에 가장 당황한 것은 아필레였다.

그녀 또한 자스민이 자기 키만 한 꽃들을 꺾으며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형수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써요. 미안합니다.”

아필레는 자스민의 사과에 이마를 짚었다.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킬레스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해서.

“아니야, 괜찮단다.”

자스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그녀를 위로하던 아필레는 아킬레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어린 영애가 저 꽃들을 꺾고 지나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정말로 미안했는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사과하는 아필레의 모습에 그녀를 귀엽다는 듯 보던 아킬레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살짝 발걸음을 옮겨 아필레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향했고.

아필레는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화내지 마요, 다 자스민 잘못이에요.”

그 순간 둘 사이에 끼어든 자스민이 입을 열었다.

내 눈에는 그냥 아킬레스가 아필레를 귀여워하는 모습으로 보였는데, 아직 어린 자스민에게는 두 사람이 기 싸움을 하는 걸로 보인 모양이었다.

귀여운 자스민의 모습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고 아킬레스는 여전히 아필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아니지, 내가 데려가 주겠다 한 것이니. 우리는 공범 아닌가, 공녀.”

아필레와 자스민을 동시에 달래 줄 수 있는 완벽한 대답이었다.

“아뇨, 그래도 저는….”

하지만 아필레는 정말로 아킬레스에게 미안한 듯 거듭 그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다시 한번 아킬레스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

아필레의 손을 잡고 그 위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아필레의 말을 막은 아킬레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미안하면, 오늘은 내게 오도록 해. 당신이 없는 이틀 동안 정말 힘들었어.”

그의 말에 아필레는 나와 자스민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끄덕였고.

그런 둘의 모습에 왜인지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아킬레스, 내 생각보다 되게 사람 잘 홀리는구나.

아킬레스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눈치껏 일찍 들어가 줘야겠네.

아, 누구는 남편 없나. 나도 바리다스 보고 싶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나도 그가 보고 싶어졌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쉰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익숙한 검은 머리카락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이제 이틀 떨어져 있었는데요.

나도 막 당신이 보고 싶어지긴 했지만.

슬픈 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내 잘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방금까지 그가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나는 한 손으로 부드럽게 바리다스의 뺨을 쓰다듬으며 그의 얼굴을 당겼고.

반대 손으로는 자스민의 눈을 가렸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짧은 입맞춤을 나누었고 그와 떨어지던 순간.

바리다스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은 안 놔줄 거에요.”

왜 이리 귀엽게 느껴질까.

그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다섯 명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고.

아필레는 어제 나와 약속한 대로 연어 셀러드를 준비해 주었다.

오늘은 뭔가 기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연어를 한 조각 집은 순간.

시종 한 명이 온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한눈에 봐도 급한 일인 듯 헉헉거리는 그의 모습에 아필레가 입을 열었고.

시종은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

“식사 중이신데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그의 시선은 어느새 내게 향해 있었고 왜인지 눈치가 보여 나는 집었던 연어를 내려놓았고.

이어진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작부인을 찾아 성녀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유아가 나를 왜?

아무리 생각해도 심상치 않은 일일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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