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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32)화 (33/163)

<32화>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 꼬마는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네!”

어쩐지 잔뜩 신이 난 키리오스였다.

“꼬마가 1황자 전하에게 특별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끼어든 게 아닙니다.”

키리오스는 ‘내가 라키어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말에 부득불 힘을 주었다.

‘아닌데, 신경 써서 끼어든 거 맞는데?’

나는 조금 황망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리오스는 즐겁게 말을 이었다.

“루돌프 그 망할 꼬…… 아니, 2황자께서 우리 티티에게 함부로 대하니까 그에 반발한 거지요.”

“키리오스, 제발 좀.”

키리오스를 타박한 지크프리트가, 라키어스를 돌아보았다.

“어쨌든 저도 타티아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를레앙 공.”

“제국의 귀족으로서, 황실의 적장자 되는 분께서는 함부로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씀드려야겠지만.”

지크프리트가 무뚝뚝하게나마 칭찬을 건넸다.

“그래도 스스로의 잘못을 되짚어 생각하고 사죄하는 모습은, 무척 보기 좋군요.”

“…….”

“군주에게 꼭 필요한 소양을 갖추셨다고 생각합니다.”

지크프리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맺었다.

“뭐, 이번에는 1황자께서 딱히 잘못하신 건 없지만 말입니다.”

동시에 세자르가 라키어스에게 자연스럽게 권유했다.

“거실에 다과와 차를 준비해 두었으니, 와서 앉으시지요.”

“세자르, 누가 보면 네가 이 타운하우스의 주인인 줄 알겠군.”

“우리 사이에 뭘 이제 와서 네 것 내 것 따지십니까? 함께 마왕을 토벌했던 전우에게 너무 야박하시네요.”

세자르가 얄밉게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제 건 제 거지만 말입니다.”

“하, 정말 네놈들은…….”

지크프리트는 지긋지긋한 얼굴로 세자르를 노려보았다.

진짜…… 인류를 구한 영웅의 체면 같은 건 하나도 없네.

여덟 살 난 황자를 앞에 두고 저렇게 티격태격하는 거, 창피하지도 않나?

내가 차게 식은 눈빛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키리오스가 몸을 숙여 내게 귓속말을 했다.

“꼬마.”

“네?”

“남자는 다 늑대야.”

“…….”

그랬었지.

이 사람도 티격태격하는 저 사람들 동료지, 참…….

한편 내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짓든지 말든지, 키리오스는 내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할 따름이었다.

“비록 1황자 저 녀석이 그럭저럭 봐 줄 만하게 생기긴 했지만, 저만하면 꽤 예의 바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까.”

“…….”

“홀랑 넘어가면 안 돼. 알았어?”

키리오스는 단단히 못을 박은 후에야 다시 허리를 폈다.

나는 그런 키리오스를 한 번 흘겨봐 준 후, 라키어스의 손을 잡았다.

“티티랑 같이 간식 먹으까요?”

“…….”

“…….”

“…….”

그 순간 세 용사들이 어마어마하게 충격 받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는 그 시선들을 말끔히 무시해 주었지만 말이다.

진짜 어른들이 유치하게 뭐 하는 거야?

“노라, 아, 노라는 제 유모인데요. 노라가 체리파이를 준비해 줬서요.”

“아, 제 눈동자를 닮았다는 체리파이 말입니까?”

라키어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보는, 여덟 살 소년이 지을 법한 천진한 미소였다.

나는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

뭐, 어쨌든 라키어스가 저렇게 웃는 모습을 봤으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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