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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33)화 (34/163)

<33화>

또한 타티아나는 남은 두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마들렌을 집어 줌으로써, 불평불만을 원천 차단했다.

“지크프리트 님이랑, 세자르 님두 여기 있서요.”

“고맙구나.”

“잘 먹을게요.”

두 사람이 생글생글 웃으며 마들렌을 받아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키리오스를 흘끗거리는 모습이…….

‘키리오스, 너만 편애받는 게 아니란 말이다.’

‘타티아나 양은 모두를 공평하게 좋아한다고요. 아시겠어요?’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하, 피곤하네 정말…….’

타티아나는 차게 식은 눈으로 세 용사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입술 끝에 경련이 날 정도로 방긋방긋 웃는 건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저, 황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시종이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고했다.

“이번 승전축하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 싶으니, 꼭 좀 입궁해 주시라는 전갈입니다.”

또?

세 용사는 물론이고, 내내 생글생글 웃고 있던 타티아나의 얼굴까지 와락 찌그러졌다.

* * *

그리하여 황실로 입궁하는 날.

나는 매의 눈으로 세 용사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흠, 저번에 키리오스에게 제일 먼저 마들렌을 먹여 줬으니까…….’

키리오스는 넘기고.

‘그렇다면 세자르로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세자르는 일전에 승전축하 파티에서 내 에스코트를 했었는걸.’

그렇다면 답은 지크프리트다!

도도도 달려간 내가 지크프리트의 옷깃을 꾹꾹 잡아당겼다.

“지크프리트 님.”

“뭐지?”

지크프리트가 힐끗 날 내려다보았다.

나는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반사적으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지크프리트 님이랑 같이 마차 타두 대요?”

“…….”

응?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갑자기 저렇게 심호흡을 하는 거지? 숨이 가쁘기라도 한가?

동시에 지크프리트가 나를 훌쩍 안아 올렸다.

“안 될 게 뭐가 있겠나.”

비록 말투는 퉁명스러웠으나, 나를 보듬는 손길은 무척 상냥했다.

게다가…….

‘뭐야, 귓바퀴가 빨갛잖아?’

괜히 장난기가 돋은 나는, 귓바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보려다가 애써 참았다.

굳이 지크프리트를 민망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지크프리트는 조심스럽게 마차 의자에 날 앉혀 주고는, 내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키리오스와 세자르가 단박에 항의했다.

“뭐야, 왜 꼬마 옆자리에 네가 앉아?”

“맞습니다. 은근슬쩍 티티 양의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드는데……!”

“그치만요.”

보다 못한 내가 냉큼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번에는 키리오스 님한테 마들렌 먼저 드렸구, 그전에는 세자르 님이 티티 에스코트해 주셨자나요.”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 가면서 말하자, 그제야 키리오스와 세자르는 불만스러운 기색으로나마 입을 다물었다.

‘에효, 용사들 중재하기 참 힘들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새 느낀 건데, 용사들은 의외로 유치한 구석이 있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한도 끝도 없이 입씨름을 한다니까?

그래서 일 처리를 빨리빨리 하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교통정리를 해 주는 편이 나았다.

다만.

‘아니, 사과할 놈이 사과받을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게 말이나 돼?’

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거렸다.

애초에 오늘 황실에서 세 용사들을 초청한 이유는, 망할 루돌프 자식과 나 사이에 있었던 불상사에 대해 사과하기 위함인걸.

뭐, 더 정확히는 나는 핑계고.

용사들이 엄청나게 화를 냈었으니까, 그게 눈치가 보여서 불러들이는 거겠지만 말이다.

‘황제가 직접 미안하다며 친서를 보냈었는데, 그 친서까지 무시해 버렸었지?’

그때는 솔직히 나도 정말 놀랐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황실 사람들이 재수 없는 건 사실이잖아?

‘정말,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속으로 쯧쯧 혀를 차던 나는 문득 라키어스를 떠올렸다.

그건 그렇고, 라키어스는 잘 있으려나.

애초에 라키어스는 황비의 견제 때문에 운신조차 어려운 상황일 텐데.

기어이 내 병문안을 오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사실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려서, 전에 라키어스에게 은근슬쩍 물어봤었는데.

‘괜찮습니다.’

라키어스는 대번에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갠찬은 표정이 아니자나요.’

잠시 침묵하던 라키어스가 버릇처럼 웃었다.

여덟 살 소년의 미소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 지치고 메마른 미소였다.

‘뭐, 황비께서 조금 화를 내시기는 하셨지만…… 저 외로는 타티아나 양을 찾아뵐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비록 라키어스는 완곡하게 돌려 말했지만.

‘근본조차 모르는 꼬마에게 사죄하기 위해, 황제 부부며 루돌프 자식이 직접 찾아오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대충 이런 뜻이리라.

그러니까 루돌프 자식이 병문안을 안 오겠다면서 바락바락 떼를 썼기에, 그나마 라키어스에게 날 방문할 명분이 생겼다는 거고.

‘타티아나 양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라키어스는 다시 한번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니, 라키어스는 그냥 피해자일 뿐인데.

피해자가 가해자 대신 내게 고개를 숙이고, 진짜 가해자는 뒤로 쏙 빠져 있다니.

이렇게 불합리한 상황이 어디 있어?

‘아, 고구마를 백 개는 집어먹은 것 같다!’

씩씩거리던 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그래도 오늘은 라키어스를 만날 수 있으니까.’

황실 가족들이 우리 라키어스를 홀대하는 만큼, 나라도 잘해 줘야지!

이렇게 점수를 차근차근 따다 보면, 우리 남자주인공이 내게 감화되어 사망 플래그가 사라질지도 모르잖아?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결심했다.

* * *

……분명 그렇게 결심했었는데.

나는 황망한 얼굴로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왜 라키어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재수 없는 황제와 황비 부부랑 루돌프 녀석만 우리를 맞이하는 거지?

‘또야.’

나는 지그시 입술을 당겨 물었다.

자기들끼리만 화목한 가족인 척 하하호호 하면서, 의도적으로 라키어스를 배제하는 것 말이다.

정말 너무 치졸한 거 아니야?

“다들 어서 오시게.”

때마침 황제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아이의 몸은 괜찮고?”

입으로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황제의 시선은 오로지 세 용사들에게만 향해 있었다.

‘뭐야, 난 투명인간이야?’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동시에 지크프리트가 꿈틀 눈썹을 굳혔다.

“아무래도 크게 앓았던지라, 아직까지는 조금 운신이 버겁기는 한 모양입니다.”

지크프리트가 내뱉듯 대꾸했다.

“…….”

“…….”

“…….”

순간 무섭도록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황실 가족들이 슬그머니 서로 눈치를 살핀다.

나는 멍하니 두 눈을 깜빡였다.

‘와, 지크프리트도 은근히 뒤끝이 있네.’

그러니까 그거잖아?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사과 한 마디 하겠다고 오라 가라 하는 게 정당한가.

대충 이렇게 묻고 있는 것 아니야?

그러자 키리오스와 세자르도 들으란 듯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우리 꼬마, 아니, 타티아나가 여기까지 오느라 무척 고생했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이니까요. 마차를 오랫동안 타는 걸 힘겨워하더군요.”

황제와 황비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고, 루돌프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얼굴이었다.

‘으음…….’

나는 데록 눈동자를 굴렸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몸은 이미 다 나았기는 한데.

이왕 이렇게 분위기가 잡힌 거라면…….

“콜록, 콜록!”

나는 괜히 아직도 몸이 아픈 척, 두어 번 기침을 해 주었다.

그러자 세 용사가 대번에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타티아나, 괜찮나?”

지크프리트의 물음에, 나는 가련하게 속눈썹을 늘어뜨렸다.

“아녜요, 갠차나요. 그런데…… 지크프리트 님.”

그러고는 일부러 잔뜩 겁을 집어먹은 척, 살며시 지크프리트의 옷깃을 붙든다.

“티티 언제까지 2황자님이랑 있어야 대요?”

나는 슬쩍 황비와 루돌프 쪽을 곁눈질하며, 괜히 저들의 눈치를 보는 시늉을 했다.

“쪼끔 무서워서…….”

그러자 지크프리트의 표정이 살벌하게 굳어졌고.

루돌프가 움찔 어깨를 굳혔다.

“티티더러 거짓말을 한다면서 화내구, 때리려구 했자나요.”

“……타티아나.”

“그리구 1황자님한테두 천하다고 했구…….”

내가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황비가 허겁지겁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타티아나 양에게 사과하려고 했답니다. 그렇지, 루돌프?”

황비가 두 눈에 불을 켜고 제 아들을 압박했다.

루돌프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사과했다.

“미, 미안해.”

나는 젖은 눈으로 살그머니 루돌프를 바라보았다.

“2황자님, 티티한테 사과하는 거예요?”

“그래, 내가 잘못했어. 응?”

루돌프가 재차 사과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간 시선으로 황실 가족을 마주 보았다.

“알았서요. 근데 왜 1황자님은 여기 안 계세요?”

“…….”

“…….”

“…….”

다시 한번 침묵이 내려앉았다.

황제는 다소 난처한 표정이었고, 황비와 루돌프의 얼굴에는 짙은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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