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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45)화 (46/163)

<45화>

“실례지만 아가씨, 혹시 여태껏 생활하시면서 무언가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셨나요?”

“으, 응?”

“아니면 제가 아가씨를 잘 모시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노라가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아가씨께서 돈을 벌 결심을 하셨는지, 저는 전혀 이유를 모르겠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으, 요새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려 주셨거든!”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변명을 하자, 노라의 걱정은 그제야 조금 수그러들었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려 주셨다고요?”

“응! 그래서 나도 한 번 돈을 벌어 보고 싶어졌어!”

비록 노라는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으나, 실제로 내가 요새 제국의 기초산업에 대해 배우고 있는 건 사실이었기에.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철판을 깔자.’

나는 뻔뻔하게 노라를 올려다보았다.

“책들을 읽어 보니까, 돈을 벌려면 일단 투자 자금이 필요하대.”

“투자 자금이라…….”

“응.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 계좌에 있는 용돈이 얼마나 돼? 투자 자금으로 쓰려고!”

나는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슬쩍 노라의 눈치를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 이만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로 보였겠지?

어린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호기롭게 제 용돈을 투자 자금으로 삼겠노라며 설칠 수 있는 거다.

열 살배기에게 용돈을 줘 봤자, 대충 간식값 정도 아니겠어?

그런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1만 르뎀쯤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잠깐.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조금 멍해졌다.

“1, 1만 르뎀이라고?”

“네, 아가씨.”

노라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난 노라의 저런 평온함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내가 알기로, 그럭저럭 어려움 없이 사는 평민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10르뎀 정도였다.

그 말은 즉, 1만 르뎀이라면.

제도 근교의 농가 한 채와, 그에 딸린 농지 정도는 넉넉하게 구매하고도 남는 금액이라는 소리인데…….

나는 삐걱거리며 노라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지, 진짜로?”

“그럼요. 제가 이런 걸로 왜 아가씨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헉.”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아니, 무슨 열 살짜리 꼬맹이한테 그런 거액을 주는데?!

지크프리트의 경제관념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야?

그렇게 내 머리를 후려치는 충격이 지나간 후.

‘아냐, 오히려 잘됐어.’

조금 진정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자금이 많다는 건, 그만큼 독립자금을 벌 아이디어를 각양각색으로 고민할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생각해 봐도…….

“야, 꼬마!”

벌컥!!

방문이 거침없이 열리고, 키리오스가 도서관 안으로 난입했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두, 둘째 아빠?”

참고로 첫째 아빠는 지크프리트, 셋째 아빠는 세자르다.

저 순위를 정하기 위하여, 세 아빠들이 그야말로 피 터지게 입씨름을 했다는 사실만 말해 두겠다…….

“어휴, 세자르 자식. 내가 타운하우스에 혼자 방문하는 건 죽어도 못 보고…… 음?”

투덜거리며 도서관 안에 걸어 들어오던 키리오스가, 문득 눈썹을 꿈틀했다.

내 책상 위에 산처럼 쌓여 있는 책들을 발견한 탓이다.

“뭐야, 꼬마. 지크프리트 자식이 너 굶기기라도 해? 아니면 옷이라도 헐벗겨?”

“네?”

“만약 그런 거라면 당장 나한테 말하고.”

그렇게 말하는 키리오스의 표정이 지나치게 살벌했기에, 나는 기겁하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면 왜 갑자기 저런 책들을 읽고 있는데?”

키리오스가 눈짓으로 책들을 가리켰다.

“돈 벌어서 뭐에 쓰게?”

“아니, 그게…….”

나는 아까 노라에게 구구절절 읊었던 변명을 다시 한번 읊었고.

내 변명을 모두 들은 키리오스가 대뜸 제안했다.

“그렇다면 마탑만큼 좋은 곳도 없잖아. 마탑은 마도구 특허의 산실이라고.”

……일리 있는데?

순간 나는 두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

“혹시 알아?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생각날지.”

키리오스가 양어깨를 으쓱이며 재차 나를 꼬드겼다.

“그러니까 일단 한 번 놀러와 봐. 응?”

아무래도 키리오스는 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약간의 사심을 담아서 마탑 방문을 권유한 것 같지만.

여하튼, 나는 그렇게 마탑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마탑을 마주한 소감은.

‘생각보다는 평범하네.’

키리오스와 함께 마차에서 내린 나는, 내 앞에 우뚝 선 회색 탑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마탑은 일부러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제도 근교에 세웠다고 한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갖가지 기상천외한 실험을 많이 하는 통에, 혹여나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스러워서 그런 거라던데.

‘그런 것치고는, 겉보기로는 별달리 특색은 없네.’

심지어는 경호 인력조차 전혀 없어서, 누가 보면 다 쓰러져가는 폐가인 줄 알 것 같다.

탑 아래로는 다 낡은 나무문이 하나 달려 있었다.

문이 어찌나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지, 톡 건드리면 그대로 뒤로 넘어갈 것 같은데…….

‘하지만 노라의 말로는, 마탑은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요지 중 하나라고 했어.’

마탑, 황성, 대신전.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으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하기야 제국에서 손꼽히는 고위 마법사들은 모조리 마탑 출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마탑의 수장이 독보적이잖아?

마법사들의 정점에 선 대마법사 키리오스.

‘이렇게 잘난 사람이 내 양아버지가 되어 주었다는 거지?’

나는 문득 뿌듯해졌다.

‘내 뒷배 최고네!’

나는 흐뭇한 기분이 되어 키리오스를 곁눈질로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앗, 눈 마주쳤다.’

동시에 키리오스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마탑에 처음 와 본 소감은 어때?”

“으음…… 멋져요!”

나는 반사적으로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키리오스가 짓궂게 되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네?”

“나라면 별로 멋있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서.”

아앗…….

나는 난감한 기분에 데록데록 눈동자만 굴렸다.

‘아니, 이럴 때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해?’

씩 눈매를 휘어 보인 키리오스가, 내 손을 꼭 맞잡았다.

“들어가자.”

“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지 않…….”

나는 당황한 채로 키리오스의 손에 이끌려 갔으나,

벌컥.

내 고뇌는 알 바 아니라는 양, 문은 아주 쉽게 열렸다.

그리고.

‘헉.’

나는 헛숨을 들이쉬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으나, 눈앞의 풍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분명 밖에서 본 마탑은…….

‘다 쓰러져 가는 조그만 건물이었는데?’

마탑의 내부는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체감상, 황궁의 본궁보다도 훨씬 더 넓은 것 같은데?!

게다가 마탑 외부는 원통형인데, 내가 발을 디딘 곳은 직사각형 형태의 홀이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인가?’

나는 홀린 듯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장에는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길게 늘어져 있었고, 대리석 바닥 위로는 푹신푹신한 고급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군데군데 배치된 은촛대, 그리고 활짝 피어난 생화까지.

흡사 파티를 준비하는 무도회장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홀 군데군데에는 마법사들을 형상화한 조각상들이 걸어 다녔는데…….

“아니, 잠깐만.”

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각상이 걸어 다녀?”

얼떨떨해하는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조각상 하나가 내게로 걸어왔다.

손에는 음료 잔이 가득 담긴 은쟁반을 들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타티아나 님.”

그러고는 내게 잔 하나를 내민다.

나는 얼떨결에 잔을 받아들었다.

어린이를 배려해서일까, 잔에 들어 있는 음료는 갓 짜낸 오렌지 주스였다…….

……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아니, 조각상들이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예요?”

나는 경악하여 키리오스를 올려다보았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던 키리오스가, 보란 듯이 양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모처럼 우리 꼬마가 놀러왔잖아. 신경 좀 썼지.”

그런데 그때.

“마탑주니이임!”

누군가가 절박하게 키리오스를 불렀다.

저 멀리서 젊은 마법사 한 명이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마탑주님 마음대로 마탑의 구조를 바꾸시면 어떡합니까!!”

마법사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아무리 마탑 전체가 마탑주님의 마법으로 구축되어 구동한다지만, 이러시는 건 너무하잖아요!”

뭐라고?

순간 나는 경악했다.

‘설마, 이 넓은 마탑이 키리오스의 마법 하나에 의지하여 구동되는 거야?’

나는 반사적으로 힐끔 키리오스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키리오스가 장난스럽게 내게 되물었다.

“왜, 내가 좀 대단해 보이냐?”

“네!”

뭐야, 엄청 대단하잖아!

내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더니,

“크흠, 그래?”

키리오스는 조금 멋쩍어하며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그의 목덜미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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