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네가?”
“예. 아버지께만 맡기고 있는 건 역시 죄송하기도 하고.”
지크프리트가 멋쩍게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제가 오를레앙의 가주잖습니까.”
“지크프리트.”
“지금까지 아들 노릇을 영 못 했는데, 이럴 때라도 좀 해야지요.”
그런데 그때.
후두둑-
밖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초월자인 세 용사가 알아듣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누구냐!!”
쾅!!
지크프리트가 당장에 방문을 밀어 젖혔다.
그리고.
‘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닥에 나뒹구는 조그마한 왕골 바구니였다.
그 주변에 소포장된 쿠키가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왕골 바구니 안에는 쿠키가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앞으로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주저앉아 있었다.
몽실몽실한 분홍색 앞머리 아래로, 묘하게 겁에 질린 것 같은 동그란 하늘색 눈동자가 지크프리트를 올려다보았다.
“……타티아나.”
지크프리트가 반사적으로 타티아나에게 양팔을 뻗었다.
조그마한 아이의 몸이 달랑달랑 품에 안겼다.
“제가 이 쿠키를 먹어봤는데…… 아주 맛있어서요, 아빠들이랑 할아버지께도 드리려고 왔는데요.”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으며, 타티아나는 지크프리트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발을 헛디뎌서 다 쏟아버렸어요. 죄송해요.”
“아니다. 그것보다 다친 곳은 없나?”
지크프리트가 타티아나의 몸을 면밀히 살피고,
“뭐? 꼬마가 넘어졌다고?”
“세상에, 괜찮나요?”
키리오스와 세자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고개를 쏙 내밀었다.
“이런, 아이가 많이 놀랐겠는데.”
심지어는 노공작까지도 안절부절못했다.
그 수많은 걱정들을 받으며, 타티아나는 대답 없이 지크프리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 * *
나는 지크프리트의 품 안에 얼굴을 폭 파묻었다.
공작령에 침입한 마족.
흔적을 찾기 어려운 미세한 마기.
저렇게 은밀하게 수작을 부릴 수 있는 존재는, 마족들 중에서도 단 하나뿐이었다.
‘바르톨로아 일족이야.’
입 안이 바짝 말랐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바르톨로아가…… 나를 찾고 있어.’
그들이 나를 찾아내는 건, 물론 두렵다.
하지만 마족들에게 들키는 것보다도 더더욱 두려운 건…….
나를 대하는 이 온기가 영영 사라지는 것.
“…….”
나는 나도 모르게 지크프리트의 옷깃을 움켜쥔 손 안에 바짝 힘을 주었다.
다정한 목소리, 상냥한 시선.
그리고 내 등을 쓸어내려 주는 다정한 손짓까지.
모조리 없던 일이 되어 버릴까 봐…….
‘무서워.’
……난 그게 너무나도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