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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100)화 (101/163)

<108화>

‘마기야!’

챙!

반사적으로 공격을 받아친 라키어스가 경악했다.

“설마, 마족인가?!”

나 또한 두 눈에 날을 세웠다.

‘어떻게 카를로 안으로 마족이 침입한 거지?!’

신성 결계를 뚫고 들어온 거라면, 상당한 고위급의 마족일 터.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원거리 무기에 마기를 실어 공격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마족들은 인간들보다 신체적 능력이 월등했고, 그랬기에 근접전을 훨씬 더 선호했다.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하찮게 여길 정도였다.

‘깔짝깔짝 화살이나 날려 대는 벌레 같은 종족.’

그게 마족들의 평소 입버릇이었다.

하지만 저 마족은 원거리 무기를 쓰고 있었고, 그렇다면…….

‘근접전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 능력이 약한 하급 마족이라는 뜻인데.’

나는 예리한 시선으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하급 마족이라면 신성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리 없어.’

무려 대사제 세자르가 펼친 신성 결계다.

최소 중급 마족 정도는 되어야, 신성 결계를 파훼하고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터.

그 경우에도 마족의 몸에 상당한 타격이 갈 거다.

하지만 저 마족은 움직임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상급 마족인데, 이쪽을 기만하려고 무기를 사용하는 걸까?’

다만 그렇게 보기에는 영 상황이 미심쩍었다.

‘신성 결계를 통과할 정도의 고위 마족이라기에는, 마기가 너무나도 미약해.’

내가 마왕성에 있을 적 접했던 고위 마족들과는 비견할 수조차 없었다.

잘 쳐 줘야, 한때 내가 머물렀던 노예관리장의 관리인 정도였다.

그저 평범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록 마을 외곽에서 야숙을 하고 있다지만, 마을과 그리 거리가 멀지도 않은데.

아무도 이 소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심지어는 근처에서 경계업무를 서던 다른 기사들마저 이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결계를 쳐 두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데 그때.

“죽어!!”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한 남자가 라키어스에게 짓쳐들어왔다.

손에는 날카로운 단도를 꼬나 쥐고 있었다.

카각!

검과 단도가 맞부딪치며 살벌한 소음을 울렸다.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마족이었어.’

다만 상태는 그리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온통 핏발이 선 눈.

입가에서 질질 흐르는 침.

근육이 온통 뒤틀리며 튀어나온 팔다리.

그리고 난 저렇게 기이한 모습의 마족들을 몇 번이나 본 적 있었다.

그건…….

‘바르톨로아 가주.’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싸늘해졌다.

바르톨로아의 가주는, 내게서 마기를 갈취하기 위하여 약물을 개발해 냈다.

또한 그 약물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실험체들이 필요했다.

조그마한 동물에서부터 인간, 그리고 가끔은.

……같은 마족까지도.

‘보이니?’

지독히도 상냥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너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란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어깨를 꽉 움켜쥐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수많은 ‘무언가’들을 강제로 바라보게 했다.

한때는 숨을 쉬고,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아 움직였을 ‘무언가’들은.

……지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들의 희생을 감사히 여기며.’

나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손에 쥐어진 핏빛 알약을 내려다보았다.

얼음과 서리로 빚은 양 섬세한 외양의 남자가, 나를 향해 우아하게 웃어 보였다.

‘삼키렴.’

“티티!!”

헉!

순간 나는 정신을 차렸다.

라키어스가 내 어깨를 잡아채는 그 순간.

쐐애액!

마기를 실은 화살이 내가 서 있던 땅을 거세게 파고들었다.

라키어스는 나를 숨기듯 자신의 등 뒤로 밀어 넣었다.

“위험해, 내 뒤에서 나오지 마!”

“하, 하지만!”

“어떻게 마족이 이쪽까지 침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고위 마족은 아닌 것 같아.”

라키어스가 마족을 경계하며 내게 바짝 몸을 붙였다.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접근전에도 약한 것 같아. 운용하는 마기도 크게 강력하지는 않아. 그러니 빠르게 해치우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던 라키어스가, 순간 멈칫하며 마족을 노려보았다.

“뭐지?”

이지를 잃고 마구잡이로 우리를 공격해대던 마족이, 갑자기 멍하니 허공을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쿵!

마족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울림이 퍼져 나왔다.

공격, 혹은 방어의 의미조차 없는.

그저 단순한 마기의 발산이었다.

“…….”

그 기이한 행동에, 라키어스가 바짝 긴장하며 마족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러나 마족의 기묘한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쿵, 쿵, 쿵!

마족은 더 이상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일정한 흐름과 박자로 계속해서 마기를 뿜어내기만 할 뿐.

……마치 무슨 신호를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라키어스가 검을 바투 움켜쥐며 그 자리에 도사렸다.

“갑자기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러던 중.

갑자기 라키어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콜록!!”

거친 기침이 터져 나왔다.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으나, 모조리 허사였다.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투두둑 쏟아져 내렸다.

기절할 것처럼 놀란 내가 라키어스를 부축했다.

“라키, 왜 그래?!”

“잠깐만, 그러니까…….”

라키어스는 비틀거리면서도 애써 균형을 잡으려 했다.

동시에 나는 경악했다.

‘이건!’

라키어스 내부의 마력이 엉망으로 엉켜드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마족의 몽롱했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흐.”

마족이 입술 끝을 밀어 올리며 씩 미소 지었다.

이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저 먹이를 앞에 둔 짐승처럼 비릿한 미소였다.

입술 아래로 드러나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섬뜩했다.

마족이 등에 멘 활과 텅 빈 화살통을 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텅!

물건들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단검을 바투 움켜쥔 마족이 재차 라키어스에게 달려들었다.

챙!

검과 단검이 살벌하게 맞부딪쳤다.

하지만 상황은 아까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흘러갔다.

여태까지는 라키어스가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검 끝이 제멋대로 흔들렸다.

‘라키어스.’

나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거렸다.

‘확실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추측하기로는 아까 전 마족이 내뿜었던 마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마기와 마력은 엄연히 다른 힘인데, 어째서?

한편 마족은 끈질기게 공격을 막아 내는 라키어스에게서 흥미를 잃은 듯했다.

단검을 고쳐 쥐더니, 갑자기 나를 휙 돌아본다.

핏줄이 터져 새빨갛게 물든 눈이 나를 똑바로 응시하더니, 샐쭉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하하!

마족이 커다란 광소를 터뜨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 머리 위로 단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그 시간이, 영원처럼 길었다.

그리고.

푹!

붉은 선혈이 튀었다.

하지만 내 몸은 멀쩡했다.

단검이 스치기는커녕,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그 대신.

“……큭.”

나를 꽉 끌어안은 라키어스의 입술에서, 채 억누르지 못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난 머리를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멍해졌다.

라키어스는 지금,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나를 보호한 것이다.

“괜찮아?”

잠긴 목소리가 울렸다.

“다친 곳은 없어?”

라키어스가 나를 향해 애써 웃어 보였다.

내가 놀랄 것을 걱정해서일까.

그 말투는 기이하리만치 차분했다.

“으, 응.”

나는 반사적으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뒤늦게 현 상황을 자각한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라, 라키어스. 너는…….”

“다행이네.”

그 속삭임을 끝으로.

푹!

라키어스의 등에 꽂혔던 단검이 비틀리며 다시 빠져나갔다.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피 냄새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단검을 회수한 마족이 재차 이쪽을 노리기 시작했다.

“제기랄.”

라키어스가 이를 악물었다.

등에 단검이 쑤셔 박히고, 벌어진 상처에서부터 피가 흘러내려 등이 온통 새빨갛게 젖었는데도.

그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라키어스는 두 눈에 날을 세우며 몸을 돌렸다.

손에서는 아직도 검을 놓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은 채, 비틀거리면서도 내 앞을 가로막은 라키어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발밑으로 천천히 피가 고이고 있었다.

‘어떡하지.’

손안으로 축축한 식은땀이 고였다.

라키어스는 지금도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인데.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게 한계일 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정말로…….

‘라키가 죽을 수도 있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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