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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106)화 (107/163)

<114화>

* * *

나는 세 아빠들과 함께, 느긋한 걸음으로 대신전의 미술관으로 향했다.

모처럼 대신전에 왔으니, 오랜만에 대신전이 소장한 예술품도 관람하며 아빠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면, 요 4년 동안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난 잠시 추억에 젖어들었다.

라키어스는 계속해서 카를로를 다스리는 데 힘을 쏟았고.

그 결과, 카를로는 유례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 중이었다.

그렇다고 나도 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만화 위인전을 계속 출시하여, 충분히 캐릭터 관련 상품이 많아졌다고 판단이 서자…….

‘드디어 캐릭터 상품 가게를 오픈했지!’

갖가지 문구류는 물론이고, 담요와 쿠션과 머그컵 같은 소품들까지.

캐릭터 종류가 많으니 개발할 수 있는 상품들도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상품을 구경하다가 피로하면 쉬다 가라는 의미에서, 캐릭터 모양의 디저트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디저트 가게도 함께 조그맣게 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새 사업은 대성공했지.’

우리 가게가 어찌나 인기가 높은지, 제도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 한번 꼭 들르는 필수 관광코스가 될 정도였다.

물론 가게의 수많은 아이템들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템은 단연 ‘세 용사’ 시리즈였고 말이다.

“후후…….”

내가 음흉한 웃음을 흘리고 있자니, 세자르가 미심쩍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티티 양, 왜 그렇게 웃는 거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차.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은 내가 화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어쩐지 감회가 새롭네요.”

“뭐가요?”

“예전에는 셋째 아빠가 대신전에는 얼씬도 못 하게 했잖아요. 건강에 해가 된다면서요.”

나는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성년식도 치르고, 미술품도 구경하게 되었잖아요?”

“……아.”

내 말 하나에, 세자르는 물론이고 지크프리트와 키리오스까지 묘하게 찡한 얼굴이 되었다.

정말, 우리 아빠들은 묘하게 감성적인 구석이 있다니까.

저도 모르게 피식 웃던 중.

나는 문득 내가 대신전에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게 된 이유를 떠올렸다.

‘이제 마기는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데 말이지.’

솔직히 카를로에서 귀환한 이래로, 단번에 마왕으로 각성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체감은 그냥 건강한 여자애 1이었다.

‘크크큭, 내 몸에서 힘이 들끓어 오른다…… 모두 내 앞에 꿇어……!’

같은 느낌의 힘은 전혀 안 느껴진단 말이지.

‘마왕으로 완전히 각성하려면 뭘 더 해야만 할까?’

잠시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이내 그 고민을 털어 버렸다.

‘뭐, 시한부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커다란 수확인걸.’

솔직히 나는 지금의 삶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냥 평범한 소녀로서, 세 아빠들과 화목하게 살아가는 삶.

가끔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내 뺨을 꼬집어 보면서 꿈이 아닌지를 의심할 때가 있을 정도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냐,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자.’

4년 동안 마족들도, 바르톨로아도 계속 잠잠했잖아?

그러니 별일 없을 거야.

나는 애써 스스로를 달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마침내 도착한 대신전 박물관은, 관람객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무척 조용했다.

‘어라?’

나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대신전 박물관은 제국의 시작부터 함께한 장소이고,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명소였다.

그러니 당연히, 관람객이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어리둥절해진 내가 세자르를 올려다보았다.

“왜 관람객이 하나도 없어요?”

“그야 오늘은 티티 양의 성년식이었잖아요.”

세자르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 같은 날은 성년식에 관련 없는 사람들을 통제해야죠.”

“그, 그런가요?”

“그럼요. 혹시나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티티 양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요?”

……그건 지나친 과대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세자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뭐, 티티 양에게 박물관을 조용히 보게 해 주고 싶기도 했고요.”

“네? 하, 하지만.”

“솔직히 평일에는 이 박물관, 완전 도떼기시장 같거든요. 관람객이 끝도 없이 들어와서요.”

보란 듯이 한숨을 푹 내쉰 세자르가,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마주 보았다.

“우리 티티 양에게 그런 험한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죠. 안 그래요?”

“어, 그게…….”

나는 말끝을 흐리며 세자르의 눈치를 살폈다.

설마 농담이겠지?

나 하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내보냈다니.

그거 완전 갑질 아니야?

하지만 눈앞의 세자르는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이었기에, 처음에는 웃어넘기려던 나는 점차 초조해졌다.

자, 잠깐만.

정말로 나 때문에 다른 관람객들이 관람을 못 하는 거야?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풋.”

동시에 세자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에요.”

“아, 정말 이러기에요? 놀랐잖아요!”

기가 막힌 내가 언성을 높였다.

세자르가 큭큭 웃음을 삼키며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오늘은 임시 휴일로 지정했어요.”

“임시 휴일이요?”

“네. 대신전에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면, 그 사람을 위하여 박물관을 전체 대관해 주는 제도가 있거든요.”

세자르가 산뜻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티티 양의 성년을 기념하여, 오를레앙 공작가에서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냈답니다.”

“그건…… 기부라기보다는 뜯어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보는데.”

듣다 못한 지크프리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세자르는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그래서 기부금 사용 내역은 명확하게 알려 주겠다고 했잖아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누가 당연하지 않대요? 까탈스럽기는. 그러니까 티티 양이 당신보다 날 더 좋아하는 거예요.”

“……지금 말 다 했나?”

그 말 하나에, 내내 침착했던 지크프리트가 두 눈을 부라렸다.

“에휴.”

나는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은근슬쩍 내게 귀엣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쟤네는 싸우게 두고, 우리끼리 구경하러 가자.”

키리오스였다.

“좋아요.”

나는 냉큼 키리오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언제쯤이면 저렇게 옥신각신하는 버릇이 고쳐지려나?

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 말이야.

속으로 혀를 차면서, 나는 느긋하게 박물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소장품들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신을 묘사한 성화며 조각들, 대리석 부조, 그리고 역대 대사제들과 이름 높았던 사제들이 사용했던 물건들까지.

‘죽기 전에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하나로, 대신전 박물관이 손꼽힌다더니.’

확실히 그럴 만하다.

그렇게 한참을 박물관을 구경하던 중.

“아참, 꼬마. 그거 알아?”

키리오스가 은근슬쩍 내게 말을 붙였다.

“라키어스 그 녀석, 곧 제도로 귀환할 것 같던데.”

“저, 정말요?!”

화들짝 놀란 내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고는 합 입을 틀어막으며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나마 오늘 내 성년식 때문에, 대신전 내부에서 사람들을 모두 물려 놨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른 관람객들에게 민폐를 끼칠 뻔했다.

“그럼 언제 온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다만 황제 자식…… 아니, 황제 폐하께서 갑자기 명령을 내리셨다니까.”

황급히 황제를 부르는 호칭을 고치며, 키리오스가 말을 이었다.

“아마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요?”

나는 괜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카를로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도 벌써 4년.

그동안 나는 라키어스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라키어스는 라키어스대로 카를로를 다스리느라 너무 바빴고, 나도 나대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편지는 주고받았으니, 이 정도로도 괜찮다 여겼다.

다만…….

‘정말로 그것뿐이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은밀하게 내게 물었다.

‘솔직히 이제는 몸도 건강해졌으니, 만나려면 만날 수도 있었잖아.’

목소리가 계속 내게 속살거렸다.

‘그런데도 일부러 라키어스를 마주하려 들지 않았던 이유가 뭐야?’

‘네가 지금 라키어스에게 가진 감정이 어떤 종류인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고?’

라키어스의 편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그 수많은 밤들.

굳이 시간을 내어 예쁜 편지지와 잉크를 고르던 일.

글씨를 또박또박 쓰기 위해 편지지를 구겨 댔던 나날들.

그 모든 건 아마도…….

“…….”

나는 입술을 꾹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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