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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125)화 (126/163)

<133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멀어지는 뱃머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네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어째서 저렇게 태연한 거야?

사람이 눈앞에서 추락하고 있는데, 하다못해 놀라기라도 해야 하지 않나?

‘설마…… 모네가 일부러 나를 호수에 빠뜨린 건가?’

그 생각을 끝으로.

풍덩!!

시린 물살이 온몸을 감쌌다.

호수에 부딪치는 순간, 그 충격으로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와 동시에.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온몸의 신경이 올올이 일어서고, 내 온몸에 흐르는 마기가 강제로 각성됐다.

거세게 박동하는 마기가 내 몸을 강제로 움직이려 들었다.

흡사 나를 향하는 강렬한 적의에 대응하듯.

주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하지만…….

‘안 돼.’

나는 혼미한 정신으로도 애써 마기를 억눌렀다.

지금 이 장소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마기를 개방하기라도 하면, 그래서 내 혈관에 흐르는 마족의 피를 들키기라도 하면.

‘아빠들이 곤란해질 거야.’

그리고.

‘라키가…… 나를 외면할지도 몰라.’

순간 커다란 얼음 조각을 통째로 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서늘해졌다.

마족과 끝까지 맞서다 몰락했던 카롤링거 왕가의 유일한 후손.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카를로를 다시 부흥시킨 영웅.

그리고 원작의 남자 주인공으로서, 마왕을 처단하고 인류를 구한 용사.

라키어스.

그는 마족을 증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내가 마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절대로 들켜서는 안 돼.’

날뛰는 마기가 온몸을 뜨겁게 달군다.

코와 입으로 마구 쏟아지는 물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렵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주인을 필사적으로 구출하려는 마기에게 몸을 맡기고 이만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아빠들에게, 라키어스에게…… 내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는 나아.’

나는 필사적으로 내 마기를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그러기를 한참.

……눈앞이 캄캄하게 물들었다.

* * *

퉁!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라키어스가, 화살처럼 배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라키어스의 온몸에서, 그리고 그가 스치고 지나간 땅 위로.

옅은 금빛 기운이 어른거렸다.

마나를 휘감아 순간적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순간 모네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저건…….’

초월자, 소드마스터임을 증명하는 검기의 바로 직전 단계였다.

그 말은 즉.

저 미물이 초월자의 영역에 다다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 저렇게 능숙하게 마력을 다룰 수 있을 줄이야.’

세 초월자가 직접 키운 제자이기는 하다는 건가.

그러고 보면, 초월자로 각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리던데.

아예 없는 말은 아닌가 보지?

한 번의 도약으로 단번에 호수 기슭에 다다른 라키어스가, 재차 몸을 튕겼다.

퉁!

현재 배는 호수의 중앙에 떠 있는 상태.

호숫가와 배 사이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라키어스는 한 번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그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풍덩!

라키어스는 망설임 없이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티티!’

어두운 호수 아래로 분홍색 머리카락이 꽃잎처럼 너울거렸다.

아무래도 물에 빠지면서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은 듯.

타티아나는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

푸른 물살 너머 보이는 조막만 한 얼굴은 창백하기만 하다.

‘제발……!’

라키어스는 이를 악물며 타티아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런데.

‘어?’

순간 붉은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강렬한 위화감이 들었다.

무언가…… 그와 완벽하게 다른 존재가 저 아래에 있었다.

정말로 손을 뻗어도 되는 걸까?

바짝 날이 선 칼날을 움켜쥐려 하는 기분이 이러할까.

하지만.

라키어스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저 아래에 가라앉는 사람은 타티아나였다.

오랫동안 어둠 속에 파묻혀 있던 라키어스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사람.

이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라키어스는 망설임 없이 물을 박찼다.

그녀의 어깨를 꽉 끌어안은 후,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갔다.

촤악!

두 사람이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티티, 정신 좀 차려 봐!”

라키어스가 간절하게 타티아나를 불렀다.

그 소리가 들린 걸까.

타티아나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리는가 싶더니, 거세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하…… 라키?”

“정신이 들어?!”

“으, 응…….”

비록 추위로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나, 그럼에도 타티아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라키어스는 약간이나마 안도했다.

‘정신도 온전하고, 호흡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어.’

일단 몸에는 큰 이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대로잖아.’

품 안의 타티아나에게서는 아무런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야.’

라키어스는 속으로 깊게 안도했다.

아무래도 착각이었나 보다.

타티아나가 호수로 추락한 것에 너무 놀라서, 신경이 곤두선 탓일 테지.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밧줄! 밧줄 어디 있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선원들이 허겁지겁 밧줄을 던졌다.

라키어스는 한 손으로 타티아나를 단단히 끌어안고, 반대편 손으로 밧줄을 움켜쥐었다.

퉁!

라키어스가 배 옆면을 거세게 걷어차며 새처럼 뛰어올랐다.

하늘을 가로질러 배 위로 부드럽게 착지한다.

그 와중에도 타티아나에게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몸을 튕겨내자마자 양팔로 굳건히 감싸 안고 있었다.

“콜록!”

물 밖으로 빠져나온 타티아나가 거센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콜록콜록!”

타티아나가 어깨를 떨며 헐떡거렸다.

코가 맵싸하고 머리가 핑핑 돌았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물에 들어가기에는 쌀쌀한 날씨였다.

젖은 몸에 차가운 공기가 닿자 몸이 놀란 것이다.

놀란 라키어스가 타티아나를 부둥켜안았다.

“괜찮아, 티티?!”

어찌나 당황했는지, 라키어스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여 사용하던 존대까지 모조리 집어치운 상태였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네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죄, 죄송해요……!”

모네가 비틀거리며 두 사람 앞으로 나섰다.

“제가 괜히 뱃머리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공녀님께서 물에 빠지신 것 같아요.”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어깨를 떠는 모습이 어찌나 가련한지.

“레이디 클로비스께서도 많이 놀라셨나 봐요.”

“하긴, 저라도 놀랄 것 같아요…….”

주변에서 동정 섞인 시선을 보내올 정도였다.

하지만 라키어스는 기가 찬 얼굴로 모네를 노려볼 따름이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입니까? 지금 티티가……!”

그러던 중.

라키어스가 움찔했다.

온통 젖은 타티아나의 드레스 너머로, 그녀의 살갗이 반투명하게 비쳤기 때문이었다.

“하, 제길.”

라키어스는 욕설을 짓씹으며 선원을 홱 돌아보았다.

선원이 눈치 빠르게 모포를 건네주었다.

그 모포로 타티아나의 몸을 꼼꼼하게 감싸며, 라키어스가 재차 쏘아붙였다.

“설마 모른 척할 속셈입니까? 아까 분명……!”

그런데 그때.

타티아나가 라키어스의 옷깃을 가만히 붙들었다.

“라키, 그만해. 나는 괜찮으니까.”

“그만하긴 뭘 그만해?”

격앙한 라키어스가 타티아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사나운 눈빛에, 타티아나는 무어라 더 말하려다 말고 짧게 재채기를 했다.

“그렇지만…… 엣취!”

“…….”

순간 라키어스가 움찔 어깨를 굳혔다.

그러고 보면 타티아나는 본디 몸이 약했다.

최근 많이 건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크게 앓아누울 정도였다.

‘이러다 티티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금니를 꽉 깨문 라키어스가, 타티아나를 추슬러 안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모네를 노려본 후.

라키어스는 인사조차 없이 배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 * *

하, 정말.

나는 그야말로 머리를 감싸 쥐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호수에 한 번 빠졌을 뿐인데.

이렇게 득달같이 감기에 걸릴 필요는 없지 않겠니?

그래도 예전 마기 폭주와 비교하자면 거의 새 발의 피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라키어스는…….

‘아니, 쟨 왜 저렇게 기분이 저조한 건데?’

라키어스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나를 뚱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티티.”

“으, 응?”

나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며 대답했다.

저 목소리, 말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아.

예를 들자면 우리 아빠들, 그중에서도 지크프리트가…….

‘타티아나, 잠시 이야기 좀 하겠나.’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불러들일 때의 섬뜩함이 느껴지는데.

그때마다 난, 최소 1시간은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라키어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 눈에는 레이디 클로비스가 널 호수에 강제로 빠뜨린 것 같은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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