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 마왕님은 용사 아빠들이 너무 귀찮아 (135)화 (136/163)

<143화>

“언론이 이번 청문회를 주목하고 있다는 게 변수예요.”

“워낙에 1황자 전하에게 불리한 상황이니, 언론에서 불공정한 청문회라며 지적할 여지가 있습니다.”

“거기다 모양새 자체가 좀 그렇잖습니까?”

“1황자께서는 대놓고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하겠다’라고 선언하셨는데, 그에 반해 이번 청문회는…….”

대놓고 1황자를 물어뜯기 위해 판을 깔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 아닌가.

하기야 제국민들이 1황자에게 보내는 지지와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보니까, 이렇게라도 상황을 뒤집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만.

“아무래도 2황자 전하 측에서 악수를 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신사들이 예측한 그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이번 청문회는 정녕 공정하게 진행되는가?>

자극적으로 뽑은 헤드라인 밑으로, 더더욱 자극적인 문장들이 나열되었다.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약 1주일이 남은 시점.

우리는 이 청문회가 공정한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청문회가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1황자 전하를 지지하는 세 용사들께서는 불참을 선언하신 상황.

거기에 본지는, 오를레앙 노공작께서도 공작령으로 내려가셨다는 확실한 사실을 접했다.

사실상 1황자 전하를 지지하는 지지층들은 모두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인데.

그에 반하여, 2황자 전하를 지지하는 대표 가문인 필로멜 후작가는 이번 청문회에 참석하기로 결정되었다.

어째서 황실에서는 굳이 지금 청문회를 열려 하는가?

이번 청문회가 정말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그와 동시에 카를로에서 탄원서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카를로의 주민들, 그리고 카를로에서 근무하는 현직 행정관들이 직접 보낸 탄원서였다.

그 탄원서들이 주장하는 건 단 하나였다.

<1황자, 라키어스는 카를로의 영주직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게 수행하였으며.

카를로의 시민들은, 1황자가 카를로의 영주로 재직하던 시절이 무척 행복했다.

부디 정치적인 이유로 억지로 1황자를 깎아내리지 말아 달라.>

심지어 그 탄원서를 보낸 사람들 중에는, 카를로에 파견된 사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쯤 되자 제국민들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1황자 전하께서 카를로를 회생시킨 건 사실이잖아.”

“카를로 시민들이 직접 탄원서를 저렇게 올릴 정도면, 시민들도 1황자 전하께 만족했다는 것 아냐?”

제국민들은 그렇게 술렁거렸고.

언론에서는 이번 청문회에 관한 기사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내보냈다.

한편 제도에 형성된 분위기를 바라보며,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황비와 2황자, 그리고 필로멜 후작이었다.

* * *

“아무래도 청문회의 방향을 조금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필로멜 후작이 긴장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1황자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 높아요. 영주 업무를 문제 삼는 건 조금 무리일 것 같습니다.”

“…….”

황비가 싸늘한 눈동자로 필로멜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라버니?”

꿀꺽.

필로멜 후작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황비는 분명 제 여동생인데도, 저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조이게 된다.

후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1황자가 카를로를 다스리며 얻은 성취에 대해서는 인정합시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순간 황비의 눈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그 사나운 기세에, 필로멜 후작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대신 그 성취를 얻은 방식을 물고 늘어지면 됩니다.”

“……흐음.”

그제야 황비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그것이…….”

후작이 쩔쩔매며 입을 열었다.

마땅찮은 표정으로 제 오라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한참.

“뭐, 나쁘지 않네요.”

황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 * *

그리하여 청문회 당일.

제국민이 기울이는 뜨거운 관심과는 전연 관계없다는 양.

청문회가 열리는 중앙 회의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뚜벅, 뚜벅.

황제가 중앙 회의실로 들어섰다.

청문회에 참석한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를 갖춘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는 가볍게 고갯짓을 하여 그 인사를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청문회석에 선 라키어스를 응시했다.

아버지와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철천지원수를 보는 시선에 가까웠다.

“…….”

“…….”

또한 라키어스는 제 아버지의 살기 어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똑바로 눈을 마주쳐 온다.

“쯧.”

황제가 불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

“라키어스 카세르 엘 데카르트의 청문회를 시작한다.”

묵직한 황제의 선언을 시작으로.

필로멜 후작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라키어스를 마주했다.

“먼저, 1황자 전하께서 카를로의 영주 직위를 맡아 보여 주신 뛰어난 역량에 찬사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라키어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후작이 재차 말을 이었다.

“다만 1황자 전하께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 주신 데에는, 수많은 인재들을 적재적소로 사용한 덕이 크다고 보입니다만.”

그래서?

그렇게 묻기라도 하듯, 라키어스가 물끄러미 필로멜 후작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동시에 후작의 입술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그래서 1황자 전하께 묻고 싶습니다. 그 뛰어난 인재들은 모두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그랬다.

1황자의 공을 먼저 인정하되, 1황자가 공을 세운 방식이 정말로 옳은 것이냐를 따지는 것.

그게 이번 필로멜 후작이 택한 전략이었다.

“그 당시, 카를로는 객관적으로 상황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지요. 수많은 인재들이 굳이 카를로를 선택하여 근무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후작이 득의양양하게 라키어스를 바라보았다.

단춧구멍만 한 눈이 뱀처럼 빛났다.

“그래서 조금 살펴본 결과…….”

긴장감을 고조시킬 의도로, 후작은 일부러 더 말끝을 늘였다.

“……카를로에 소속된 5급 이상 고위 행정관들은, 팔 할 이상이 평민 출신이더군요.”

고요한 회의장 안.

후작의 목소리만이 낭랑하게 울렸다.

“또한 1황자 전하께서는, 5급 이상의 고급 관료를 채용하는 시험의 응시자격을 평민에게도 부여하셨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하.

필로멜 후작이 기가 차다는 양 입술 끝을 뒤틀어 올렸다.

그러고는 매섭게 라키어스에게 따져 묻는다.

“차라리 행정관들은 그나마 낫지요. 수석 기사 이상의 고급 장교들은 오히려 귀족 출신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은데…….”

좋아, 이만하면 승기를 잡았다.

후작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렇게까지 몰아치고 있는데, 라키어스는 입 하나 뻥끗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오히려 귀족에 대한 역차별 아닙니까?”

그리하여 후작은 재차 언성을 높였다.

“1황자 전하께서도 잘 아시겠으나, 황실에서는 평민이 5급 행정관 이상으로 진급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습니다.”

더 지껄여 보라는 것처럼, 라키어스는 지그시 후작을 응시했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평민 출신으로 고급 관리 자리를 채우다니요.”

그렇게 쏘아붙이며, 후작이 힐끔 라키어스의 표정을 곁눈질로 관찰했다.

지금 승기를 잡은 쪽은 분명 후작이었다.

여태까지 후작이 몇 번이나 공격했는데도,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런데도 단 하나 거슬리는 건.

‘왜 저렇게 태연자약한 거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저 평온한 얼굴이 거슬렸다.

어떻게든 저 평온함을 깨뜨려 주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왜 내가 쫓기는 기분이 들지?’

주제도 모르고 맹수 앞에서 날뛰는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 이러할까.

그저 침착하기만 한 저 붉은 눈동자가.

더 지껄여 보라는 것처럼 유유히 입을 다문 저 모습이.

기이하게 후작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 기분, 도대체 뭐냐고!’

그렇게 밀려드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건 마치, 황제 폐하께서 직접 설정하신 규제를 무시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후작은 그만 선을 넘고 말았다.

“마족을 핑계로, 너무 과격한 인재수급 방식을 선택하신 건 아닌지요?”

“…….”

순간 라키어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지금.”

여태까지의 온화한 모습은 모조리 사라지고.

그저 무감정했던 붉은 눈동자 안으로, 처음으로 감정이 어렸다.

“마족을 핑계 삼았다고 하셨습니까?”

데일 듯 선명한 분노.

필로멜 후작이 움찔 어깨를 굳혔다.

“무, 물론 마족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하시는 건 아닌지 여쭌 것뿐입니다.”

라키어스는 날 선 시선으로 구구절절 변명하는 후작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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