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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8화 (8/183)

8화

<상태창?!>

지구가 인간이라는 종족을 ‘유해’하다고 판정하고 말살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지구의 환경이 바뀐 건 아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거나, 산소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 거의 모든 인간은 지구가 자신을 배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종말, 멸절, 몬스터, 괴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인외의 존재가 지구에 나타났고 그들은 오직 인간만 노렸다. 옆에 태연하게 지나가는 소를 보고도 침을 흘리지 않고 오직 인간의 고기와 피 그리고 시체를 노렸다.

억울하게 생각하는 인간도 있다. 자신은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로 악하게 살지 않은 인간도 있으니까. 그때 지구에 다른 인격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편에 선 지구의 의지가 나타났다.

그들이 인간의 편이라는 증거이자, 선물이 내려왔다. 그게 바로 ‘각성’이다.

각성을 경험하게 되면 다른 존재가 된 것처럼 바뀌며,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각성이 특별한 이유는 각성과 동시에 모든 인간은 기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마력이라는 기이한 힘을 다루기 위한 신체로 완벽하게 바뀐다.

그건 다시 말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지닌 질병과 질환이 완치된다는 거다.

― 가이아 게시판, 「종말의 시작 1편」 중에서.

* * *

“…뭐?!”

“이미 알잖아?”

“각성…이라고?! 내가 아는 그 각성?!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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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None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None]

[악업(Minus Karma) None]

6. 스탯(Status)

신체[Rank: Red]

[근력 1] [민첩 1] [체력 1] [내구 1] [마력 1]

<고유 능력>

<일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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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상태창이다. 우와. 오랜만에 보니까 토할 것 같다. 정신 나갈 것 같다. 진심으로. PTSD 씨게 오는데?

“고작 이 정도로?”

“고작이라니! 내 지난 삶을 아는 사람 아니, 아는 지구의 의지가 할 말이야?”

지난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척추를 부러뜨리고 성대에 상처를 내서 듣는 건 되는데, 말이 안 됐다. 자극은 그대로 받는데, 정신만 또렷했다.

그 상태로 누워서 몇 년을 보냈다. 정신적으로 미치지 않은 건 내가 각성자였기 때문일 거고, 척추가 부러진 상태에서 십 년을 가깝게 죽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상태창을 보면 PTSD가 안 생기겠냐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시……!”

“중한디 같은 거 하면 진짜 실망할 거야.”

“흠흠.”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찰나의 순간에 다른 드립을 떠올려고 뇌에 과부화를 주고 있었는데, 그런 나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손을 훼훼 저은 그녀는,

“미리 각성시킨 건 네 암을 없애기 위해서야. 그 정도 눈치는 있지? 그리고 신체 스탯이 화이트 랭크가 아닌 레드 랭크인 이유는 네가 ‘차원 지구의 최초’ 각성자이기 때문이고. 자, 그럼 이제 남은 건 클래스겠지?”

따악!

묻고 싶은 몇 가지가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지나가고, 전과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튕기며 이제는 각성으로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는 힘이 발현된다. 나를 중심으로 휘몰아친 마력이 온전히 내게 스며들었다.

『각성자 클래스 개화(開花).』

『클래스 「영주(領主)」 획득.』

『전용 스테이터스 [위엄] 개방.』

『고유 능력 [영지(領地)] 체득.』

『일반 능력 [영지 관리] 체득.』

어? 저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거 제 거 아닌데요?

“너 진짜……. 여전하구나?”

“내가? 뭐가?”

아무래도 표정이나 말투가 전혀 좋은 쪽으로 여전한 것 같지가 않다. 유심히 보고, 대충 보고, 달리면서 봐도, 저건 한심하다는 느낌이 가득해!

“성격이 그렇게 물러터져서 망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래? 딱 봐도 예전 것보다 좋아 보이면 입을 싹 닦고 있어야지. 에휴. 니가 무슨 금도끼 은도끼에 나오는 나무꾼이야?”

아니, 그래도 완전히 다른 클래스를 주면 어쩌자는 거냐고. 그럼 회귀한 이점이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진데?

내가 과거에 얻었던 클래스는 언젠가도 언급했지만, [지주(地主)]였다. 단어 그대로 ‘땅 주인’이지.

효과는 고유 능력의 랭크에 따라 지정한 곳을 중심으로 반구 형태의 쉘터, 그러니까 게임으로 치면 PVE가 제한되는 안전지대가 생성된다.

투명한 반구가 뒤덮인 쉘터 안은 ‘쉘터에 등록된 인간’에게 해로운 모든 것을 차단한다. 단순하게는 외부의 공격부터 시작해서, 물과 공기까지도 정화한다. 그건 다시 말하면 쉘터에 등록되지 않으면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적’으로 규정된다.

쉘터 안으로 침범한 적은 랭크에 따라 온갖 디버프가 걸린다. 단순히 레드 랭크에도 육체 스탯이 50% 깎였으니까.

무엇보다 내가 서울에서 가장 넓은 쉘터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땅 주인은 자신의 땅 안에서 ‘위해에 면역’이라는 점이다.

그럼 왜 반신불수가 됐냐고?

그거야…….

“밖에서 당했지? 과거에? 뭐, 그 새끼들의 논리가 틀린 건 아니지? 너도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했고, 그걸 통해서 스탯을 올려야 쉘터가 더 넓어질 테니까. 두 번째 등장한 그 쓰레기들은 플러스 카르마를 제법 줬으니까.”

밖에서 당했기 때문이다. 쉘터 밖에서. 쉘터로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클래스 [지주]의 랭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시나리오가 좋았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낚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지랄한다. 어휴.”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을 피해,

“그래서 이건 뭔데? 영주? 그 중세 시대의 그거? 한자가 딱 그건데?”

질문을 던졌다.

“말 돌리기는. 맞아. 그럼, 여기서 질문. 영주(領主) 그리고 지주(地主). 모두 주인 주(主)자가 들어가지? 무언가의 주인이라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영주와 지주는 무슨 차이일까? 더 명확하게 묻는다면, ‘영지’는 그냥 땅(地)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쉬운 것 같은데,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아니. 감각적으로는 대충 이해하겠는데, 명확한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는 게 맞으려나?

“인간이 동물과 차이점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문자의 사용이지. 그럴 때는 문자를 들여다봐. 영지, 영주라는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가 거느릴 영(領)이잖아.”

“응?”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더 이해가 안 되는뎁쇼?

“쯧. 뜻을 나타내는 머리 혈(頁)과 소리를 나타내는 령(令)이 합쳐진 게 거느릴 영(領)이잖아. 여기서 혈(頁)이라는 단어는 ‘머리’, ‘목덜미’를 뜻하지. 그리고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인 령(令)은 옛 갑골문자에서 무릎 꿇고 앉은 사람 머리 위에 지붕이 그려진 형태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표현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자, 이쯤 되면 이해가 되나?”

뭐라는 거야. 그게 어떻게 이해가 돼?

“아, 이런 빡대가리가!”

“그래! 이제 너도 알아주는구나?! 나 빡대가리에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개호구라니까?!”

“좋겠다! 왜? 현수막이라도 걸지?!”

“그 정도는…….”

“어휴. 영주, 영지. 모두 단순히 땅을 가지고 있는 지주와 달리 ‘명령’을 할 수 있는 권리와 힘을 가진 게 영주이고 영지라고! 재산권만 가진 게 아니라, 사법권과 행정권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작은 국가! 그 국가의 절대권력자! 그게 영주다.”

“아, 예에~.”

그래서 그게 뭐? 과거에도 내게는 명령권 비슷한 게 있었다. 당연하지. 쉘터 자체를 내가 만드는 건데. 내 땅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서 뒈질 수밖에 없는데?

“야!! 너는 어떻게 그 머리로 취직해서 회사까지 다닌 거야!”

거, 너무 팩트로 패는 거 아뇨?! 그리고 요즘 취업하는데, 누가 한자 공부 같은 거 하나? 영어면 몰라도?

“오호라~? 영어는 아신다? 영어는 자신이 있으시다? Lord로 기원을 따져 보시겠다?”

“아니. 미안.”

이상하다. 분명히 한 20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미안해하면서 어려워하던 게 재신인데, 어째 몇 번 말을 섞다 보니까 내가 세상 빡대가리가 됐다.

“에휴. 어차피 이제는 바꾸지도 못해. 내가 말했지? 난 네게 다 걸었다고. 설명해줄 테니까 잘 들어.”

“그래. 내가 또 듣는 건 잘하지.”

“우선 내가 말한 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달달한 명령권이 아니야. 분위기로 압박해서 명령에 따르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능력인 [영지 관리] 안에 추방권이 들어 있는 거야. 간단한 예를 들면, 네가 원한다면 ‘명령’으로 영지에서 상대를 즉각적으로 추방할 수도 있지.”

“누구나?”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헐? 미친.”

너무 태연하게 누구나라고 대답하기에 나도 모르게 반응이 살짝 늦어졌다.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앞에 ‘지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게 더 놀라운 거다.

“아무튼, 다시 클래스로 돌아와서. 너의 클래스 [영주]는 굉장히, 무지, 매우 좋아. 사기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클래스는 무조건 이로운 능력만 보유하고 있지는 않아. 알지? 약점이 하나씩은 있어. 물론 약점이 적고 장점이 적은 일명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의 클래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저의 클래스는 그 쪽이 아니라는 거군요? 선생님?!”

기대감이 서린 눈과 장난스러운 존댓말에도 유다연의 몸을 빌린 재신은,

“맞아. 그리고 네 클래스 [영주]는 ‘High risk Highest return’이라고 할 수 있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스트 리턴이라.

“그래. 그럼 네 클래스 [영주]의 단점, 리스크는 뭘까?”

영주의 단점이라. 영주…….

“일단 영지민이 있어야겠고, 아아! 땅! 땅이 있어야겠네. 그것도 영지라고 인정할 정도로 넓은 땅이!”

“오! 맞췄어! 그럼 문제 하나 더! 넌 그럼 그 땅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땅. 땅이라.

내가 과거, 그러니까 회귀하기 전, 멸망을 앞둔 세상에서 [지주]라는 클래스를 개화한 계기도 땅 때문이다. 내 소유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긴 게, 세상에 자신의 소유의 땅을 가진 사람이 나뿐일까? 천만에. 땅 부자가 얼마나 많은데? 당장 한국만 해도 재테크는 부동산이 최고라고 하는 사람이 절반은 될 걸?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런 클래스를 얻게 됐을까? 나보다 땅이 더 많은 사람은 셀 수도 없었을 텐데?

“그거야 그런 땅 부자 중에서 너보다 빠르게 직접 괴물은 죽인 인간이 없었고, 플러스 카르마(Plus Karma)를 기준치 이상 보유한 사람은 더 없었으니까.”

“조건이 있는 거군. 단순히 땅을 많이 가졌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기준치 이상의 개인 소유 토지 보유. 플러스 카르마가 마이너스 카르마보다 높을 것. 그리고 선착순 랭크 순위에 들 것. 맞아?”

“맞아.”

[지주]라는 클래스조차 저런 조건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보다 상위 클래스인 [영주]는?

“하나만 더. [지주]일 때, 내 땅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어. 집과 보육원 세 곳. 그런데 [지주]로 각성하자마자 땅은 합쳐졌지. 내가 지정한 곳을 중심으로. [영주]도 마찬가지 메커니즘이 적용되나?”

“응. 알잖아? 애초에 침략이 시작되면 기존의 행정구역이 의미 없을 정도로 지구가 변하는걸.”

“그럼 땅을 사야겠네. 저렴한 땅 위주로. 최대한 많이. 그러려면 그린벨트가 좋겠는데?”

“글쎄~?”

글쎄라? 여기서 글쎄라고 말한다고? 틀린 답은 아니지만, 만족이라고 할 정도의 답은 아니라는 건데.

‘고유 능력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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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

1. 영지(領地) [Rank: W]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속성은 온전히 영지에 계승됩니다.

영주 성을 중심으로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1.2배만큼의 면적을 영지로 책정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시, 영주가 소유한 토지를 밟고 있는 영지민은 영지로 이동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이후, 해당 고유 능력의 랭크가 상승할수록 영지의 넓이는 넓어집니다.

[White Rank 영지 구성]

― 성벽(Rampart) [Rank: W]

― 성문(Gate) [Rank: W]

― 병영(Barracks) [Rank: W]

― 성소(Sanctum) [Rank: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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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 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드러난 부분보다 생략된 부분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첫 번째 줄에 있는 효과는 클래스 [지주]와 비슷하다. 물론 W 랭크, 화이트 랭크일 때 [지주]는 0.9배였고, 그 한 줄의 설명이 끝이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설명은 여러 고민을 안겨준다.

‘속성이 계승된다? 속성? 땅의 속성이라고? 땅에 뭐 불이나 물 속성이 있어? 잠깐만 불? 물? 어? 아!? 설마!’

“이 속성이라는 거. 혹시, 자원을 말하는……. 아니, 자원‘도’ 포함되는 건가?”

“빙고!”

“미친.”

땅의 속성.

그건 자원이 포함된다. 포함. 자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환경, 그리고 어쩌면 그 땅에 자라고 있는 식량이나 특산물 같은 것도 포함일 수도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뭐겠어?”

“어? 내가? 아……! 미친!”

또 미친이다.

자원, 특산물, 특수하고 이로운 환경.

이 단어들이 들어간 땅은 당연히,

“맞아. 비싸지.”

비싸다. 엄청 비싸다. 엄청. 단위 자체가 달라진다.

“돈 벌어야겠네…….”

“그렇지. 그런데 있잖니~. 너 뭔가 잊은 거 없니?”

“어?”

“내가 누구라고?”

누구시긴 누구겠어요. 지구의 의지 중 한 명이……고?

“재신(財神)!!”

“맞아!”

“오오오오! 님 천재임?!”

“호호호호! 더 찬양해도 좋단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오호호호호호호!!”

그날. 우리는 아랫집에서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았지만, 충분히 웃으며 사과할 수 있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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