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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0화 (10/183)

10화

<누가 짠 것 같네>

지구의 의지가 책정한 카르마(Karma)는 어떤 의미일까?

업(業)이라고 표현되는 카르마의 사전적 의미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다.

어렵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확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구의 의지가 말하는 카르마는 조금 더 명확하다. 평소의 행실을 기준에 따라 포인트로 환산해 예금처럼 쌓아 올린 적금 같은 거다.

여기 악독한 존재가 하나 있다. 남을 괴롭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이 사람은 마이너스 카르마(Minus Karma), 악업을 예금처럼 쌓게 된다.

반대로 남을 돕고, 선한 일을 행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 이 사람은 플러스 카르마(Plus Karma), 선업을 예금처럼 쌓는 게 된다.

보통은 플러스 카르마와 마이너스 카르마가 거의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생각보다 카르마라는 기준이 깐깐해서 선업을 쌓을 일이 잘 없고, 오히려 악업의 기준은 널널하니까.

지구라는 건물주가 인간이라는 세입자를 내쫓기로 결정한 것도 선업보다 악업, 마이너스 카르마가 플러스 카르마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개인인 내가 플러스 카르마를 쌓는 방법은?

맞다. 착한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방금도 말했다시피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매우 짜게 쌓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포인트를 행동 대비 많이 늘릴 수 있을까?

처음 말한 부분에 힌트가 있다.

단순히 자신만 괴롭다고 악업이나 선업이 쌓이는 게 아니라, 인간의 업은 모두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럼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린다면?

다른 사람의 입과 행동에 선한 영향을 준다면?

플러스 카르마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내가 뉴스룸과 뉴키즈온더블럭에 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나 다른 예능을 두고 뉴키즈온더블럭을 선택한 건 세계인이 모두 볼 수 있는 유튜브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온전히 업로드하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입과 생각을 타고 퍼지는 선한 영향력.

이건 마치 복리 예금처럼 플러스 카르마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어떻게 알았냐고? 이것도 재신이 알려준 거냐고?

그럴 리가 있겠냐. 클래스 정보에 대한 것도 인과율이 많이 든다고 우회해서 설명했는데.

이건 과거에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회귀 전의 내가.

회귀 전 내가 보육원을 도운 걸 알고 자가 찾아왔다. 그 기자는 보육원 출신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어쨌든 그 기자는 기사에 나를 무슨 성인처럼 써놨다. 그 기사가 유명해져서 유튜브에서도 알려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난 각성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 자릿수가 다른 플러스 카르마를 받았다.

그런 내가 작정하고 한 두 건의 촬영과 웬만한 인터뷰는 모두 쳐내고, 나중에는 미국과 영국의 토크쇼에도 참석했다. 7만5천 퍼센트의 진심으로 나를 알렸다.

[“착한 일만 했는데, 돈이 벌린다?!” JS 이노베이션 이요한 대표.]

유튜브에 업로드되고 고작 3일이 지났을 뿐인데, 천만이 넘는 조회 수가 나온다? 상식적이지 않다? 애초에 지구의 의지 여럿이 임명한 사제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건데 상식적인 걸 논하면 안 된다.

천만은 순식간에 1억에 가깝게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이게 무슨 뮤직비디오도 아닌, 단순한 인터뷰 영상인데 그렇게 치고 올라갈 줄 예상도 못 했다는 듯, 뉴키즈온더블럭 측에서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사골을 우리듯이 ‘무편집 버전’, ‘리액션 버전’ 같은 걸 만들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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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117,900(▲117,900)]

[악업(Minus Karma) None]

6. 스탯(Status)

신체[Rank: Red]

[근력 1] [민첩 1] [체력 1] [내구 1] [마력 1]

특수[Rank: Red]

[위엄 1(New!)]

<고유 능력>

1. 영지(領地)

<일반 능력>

1. 영지관리(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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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이 넘는 플러스 카르마(Plus Karma)를 얻었다. 고작 60여 일만에.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힐 텐데, 회귀 전 내가 [지주]로 각성하고 확인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4만 언저리였고, 보통 각성자가 각성 초기 얻게 되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1천에서 9천 사이다.

그런데 난 11만! 심지어 이것도 고작 두 달이 되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거다.

대박이다. 모두에게 대박은 아니지만, 내게는 대박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각성자였다면,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많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가 굳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나뉜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아니, 그것만 설명하면 알아들으려나?

플러스 카르마, 선업(善業)의 사용처는 ‘안전’, ‘편의’, ‘도움’, ‘치료’ 등이다.

반면 마이너스 카르마, 악업( 惡業)은 ‘전투’, ‘살해’, ‘파괴’, ‘폭력’ 등이다.

종말의 시기, 지구를 침략한 괴물들과 맞서는 각성자에게 플러스 카르마보다 마이너스 카르마가 더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

나처럼 특별한 클래스를 개화하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다. 난 좋지. 좋고말고. 영지에 설치되는 시설은 태반이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니까.

[지주] 클래스였을 때도 그랬다. 쉘터를 넓히는 일, 쉘터 내부에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정화하는 시설을 세우는 일, 작물을 심고 키우는 시설을 만드는 것까지 모두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회귀 전, 신체 스탯을 올리는데 필요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얻는 사냥보다 내정에 치중했던 거다. 그리고 뒤통수를 거하게 처맞았고.

시간이 흐른다. 종말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와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이들이 하나둘 한국으로 들어와 모인 곳은 유다연이 소속되었던 은빛 보육원이었다.

이제는 보육원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시설이 좋아지고, 여러 용도의 건물이 새롭게 지어졌는데, 그곳들 중에서 우리가 머문 곳은 보육원 건물과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이다.

그곳에서 나는,

“하! 미치겠네. 이거.”

난감한 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도 어느 정도 필요한데…….”

언젠가 재신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영주]라는 클래스는 ‘하이 리스크 하이스트 리턴’이라고.

단순히 개인 소유의 많은 땅이 필요한 것이 과연 하이 리스크일까? 아니다. 그 정도라면 재신이나 되는 존재가 ‘하이 리스크’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을 거다.

[영주]는 [지주]라는 클래스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이득을 주고 또 안정적인 지역에서 기사회생을 넘어 전쟁을 뒤집을 수 있는 비수가 되는 만큼, 당연하다는 듯이 제법 큰 제한 사항이 있다.

[지주] 클래스와 다르게 [영주]는 마이너스 카르마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전투에 관여하는 병영과 성벽, 성문에 마이너스 카르마가 필요하다. 또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신체 스탯을 올리는데도 쓰인다.

마이너스 카르마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명을 말살하면 된다. 살아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것이 작은 벌레나 들풀이라도 해도 상관없다.

다만 벌레나 들풀은 수천, 수만을 죽여도 1포인트도 오르지 않는다. 수십 만 정도는 되어야 1포인트가 오를까?

지금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마이너스 카르마를 쌓는 방법은 동족 살해, 인간을 죽이는 거다.

“그렇다고 연쇄 살인범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닐 수도 없고. 아, 돌아버리겠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올라 있을 정도로 쌓인다. 문제는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이걸 어디서 수급한다?

“차라리 멸망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볼 텐데. 아니지. 그것도 쉽지 않으려나?”

앞서 말했듯이 ‘현재까지는’ 인간을 죽이는 게 가장 빠르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쌓는 방법이지만, 멸망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괴물이나, 괴물에게 전향한 인간을 죽이는 게 몇 배는 효율적이다.

문제는 내가 그 놈들을 쓸어버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병력을 소환해야 하고, 병영을 통해 최소한의 병력을 소환하려면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건 무슨 만렙 장비를 착용해야 파티에 받아주는 던전에서 만렙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똥망 게임도 아니고. 뭐 어쩌라는 거야. 이거.”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쌓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회귀 전, 마이너스 카르마가 플러스 카르마를 넘긴 이들은 그 끝이 좋지 않았다.

나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플러스 카르마가 쌓이고 있지만, 그것도 쓰면 줄어든다.

“하아…….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이걸 어쩐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너는 이상할 정도로 악업에 관련해서는 재능이 없더라? 선업과 연관된 문제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면서?’라고 전해달라세요.”

언제 왔을까? 턱을 괴고 생각하는 사이에 코앞에 나타난 여자는 유다연이 아닌, 육감적인 몸매가 눈에 띄는 남미 계열의 미녀다. 사나스 샤인스.

지구의 의지 중, 인간을 제외한 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의지. 가장 강력하게 인간의 종말을 주장한 의지이며, 결국에는 너무 서두른 나머지 사기 계약을 맺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 그래서 가장 많은 대가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생육(生育)’의 사제다.

“그래? 고오오맙다~. 고 전해줘. 그리고 웬만하면 닥치라는 것도.”

재신(財神)은 생육(生育)이 나타났을 때, 질색팔색하며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아직 파릇파릇하고 여리여리한 유다연의 모습으로 훤칠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남미 계열 여인의 면전에 대고.

그때 알았다. 지구의 의지라는 신에 필적하는 이들도 욕을 한다는 걸. 그것도 아주 잘 한다는 걸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반기지 않았다. 애초에 인간 멸종에 찬성한 신이라는 건데. 그걸 내가 좋아할 리가?

“……죄송해요.”

문제는 생육이라는 지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여자가 진짜 착하다는 거다. 육감적인 몸매와 건강한 갈색 피부색과 달리 성격은 온화하고 착하고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으면서 온갖 궂은일은 자신이 나서서 하는, 엄마 같은 성격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이나 마찬가지인 생육(生育)을,

“그러니까 말했죠. 가만히 계시면 중간에서 조금 아래 정도는 가신다고요. 왜 나서셔서 혼나세요. 매번.”

매일 저렇게 혼내고 있으니,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사나스 샤인스,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라고 했지? 설마 나 멕이려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럼 사과하지 마. 생육은 마저 닥치고 있으라고 하고. 아, 듣고 있겠네~.”

“그래도……. 요즘도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죽어 나가는 나라가 많대요. 그리고 죽어 마땅한 인간도 수두룩하다고…….”

사나스의 입을 통해서 생육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나보고 인간을 죽이고 다니라는 것.

‘그런데 이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그 이유는 이른 각성의 영향인지 아니면 어떤 오류인지, 내 신체 등급이 각성과 동시에 R등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Red, 붉은색 등급 말이다.

각성자의 스탯과 스킬 랭크는 모두 같은 체계를 가진다.

W―R―O―Y―G―B―N―V―A

순서대로,

화이트(White)―레드(Red)―오렌지(Orange)―옐로(Yellow)―그린(Green)―블루(Blue)―네이비(Navy)―바이올렛(Violet)―어비스(Abyss)

이다. 이른 바 무지개 시스템이다. 흰색에서 시작해서 빨주노초파남보를 지나, 마지막에 검은색인 어비스까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간의 신체는 아무리 용을 써도 White 등급을 초월하지 못한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마력을 다루는 최소한의 단계가 바로 R등급, 레드 등급이다.

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군 부대 안으로 침투해 전부를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도 있다.

“별로야.”

그러기에는 내 천성이 그쪽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망설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도 아니다.

“저도 이해해요. 다만…….”

“그래. 생육이 말하는 거겠지. 계속 닥치라고 해.”

“네에…….”

한껏 기가 죽은 사나스의 모습에 혀를 차는 게 전부다. 불쌍해 보인다고 엄한 사람의 목을 벨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내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나눠 구매한 커피 농장에 건설한 보육원이자, 영지의 일부가 될 후보지 중, 한 곳을 미친놈들이 점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거길 왜? 보육원을 점령해서 뭐 하려고?”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유튜브에 나가고 인터뷰한 게 문제라는 것 같았다. 돈 많은 놈이 쓸데없는―그 새끼들 입장에서― 아이를 살리는 일에 돈을 때려 붓고 있으니까.

“요한님. 요한님 잘못이 아닙니다.”

“다친 사람은?”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다친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죽은 사람이 없단다. 그 말은 곧 다친 사람이 있다는 소리다.

“누가?”

“…아이들 돌보던 교사 중, 몇 명이.”

“…하! 사나스!!”

“예. 요한.”

“이거 설마, 생육이 벌인 짓은 아니겠지?! 아니어야 할 거야!”

“아, 아니라고 하셔요. 아니라고.”

“그래. 소리쳐서 미안해.”

“아니에요. 요한.”

“다녀올게.”

“경호는…….”

“필요 없어.”

일의 선후는 나중에 따져도 된다. 지금은 아이들을 구해야 하고, 내 사람을 살려야 하니까.

“공간 이동. 가능한 사람?!”

어느새 소식을 듣고 몰려든 여러 지구의 의지 사제들. 이들은 아직 각성하기 전이지만, 마치 신의 아바타처럼 종종 지구의 의지가 가진 권능을 미약하게나마 발현시키곤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쟁 지역 같은 곳이나, 돈이 되는 광산을 아무런 잡음 없이 구매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저요.”

늦은 시각임에도 광택이 타고 흐르는 정장에 한치의 주름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모습을 한 여인이 손을 들며 나선다.

“네가?”

지구의 의지는 비슷한 내용으로 여러 갈래가 나뉜 개념이 많다. 예를 들어 전투 같은 경우도, ‘전투’, ‘정복’, ‘전쟁’, ‘투쟁’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지금 나선 올리비아 오바테는 ‘비밀(秘密)’이라는 지구의 의지를 모시는 사제다. 문제는 올리비아의 행동이나 말투가 ‘마법’ 같은 것과 거리가 멀다는 거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비밀이란, 다시 말하면 비의(秘意), 비술이기도 하죠. 마법과 비슷한 힘은 내고도 남아요.”

깔끔하다 못해 칼처럼 날카로운 깔끔함으로 무장한 올리비아의 머리카락이 너울너울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와 내 사제가 은혜를 베풀었음을 기억하라. 구원자여.”

권능의 발현으로 미약게나마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남성의 목소리가 여성의 성대를 통해 나오다 보니, 중성적인 목소리가 되었다. 하지만 중성적인 목소리도, 그리고 내용도 중요한 게 아니다.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던 서울의 야경이 아니라, 건조한 기후와 푸른색 나무가 가득한 보이는 세상으로 이동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고산지대, 커피 벨트에 해당하는 이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신식 건물이 보인다. 보육원이다.

“누가 짠 것 같네. 젠장!”

어쩔 수 없다. 상의를 찢어 복면 대용으로 쓰고 땅을 박찬다. 그리고 그날 나는 사람을 죽였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을. 아니, 쓰레기를 죽였다.

종말까지 5일이 남은 어느 날 저녁에 있던 일이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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