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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6화 (16/183)

16화

<뭐야. 이거. 무서워.>

분명 회귀한 후, 자살이 막히고 제대로 종말을 대비하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여러 계획을 세워놓았다. 침공 또는 종말이라고 말하는 그린스킨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부터 영지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해서까지.

그런데 벌써 고유 능력 [영지]는 [지주]와는 비교도 불가능하고 차원이 다른 부분이 여기저기 보인다. 물론 그 오차가 내게 이로운 오차이긴 하지만.

‘이건 또 뭐야?’

투덜대면서도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힘이 생기면 써보게 되기 마련이다.

“영지 관리. 충성 스탯 노출.”

그러자 카르마 포인트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두 자리 숫자들이 떠오른다. 충성이 높을수록 숫자는 순백색의 찬연한 빛을 뿜어내고, 50 이하로 내려갈수록 어두운 그림자가 생긴다.

카르마 포인트 때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이다. 그리고 카르마 포인트 때와 마찬가지로 잡혀 온 놈들은 죄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은 천사의 날개처럼 반짝거린다.

물론 플러스 카르마가 높다고 그것과 비례해서 무조건 충성이 높은 건 아니었다. 일례로 아이들 중간에 있는 성인들, 그러니까 보육 시설과 관계없는, 내가 산 땅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은 잡혀 무릎 꿇려진 이들과 충성 스탯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군.”

거기까지다. 아직은 영지민의 서브 클래스를 정해줄 때가 아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까.

“처리하자. 전사 계열. 그리고 클래스에 따라 마이너스 카르마가 많이 필요한 사람 위주로 목을 쳐.”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으나, 섬뜩하기 그지없는 내용의 명령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사람이 죽는 걸 직접 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최대한 충격을 덜 받았으면 하기에.

“열다섯 살 이상 손 들어 봐.”

“저요!”

“저도!”

“넌 열네 살이잖아!”

“치잇!”

열다섯 살 이상의 제법 머리가 큰 아이들을 불러 그보다 어린아이를 보살피게 했다. 시선을 돌리고, 준비한 간식을 나눠주는 일을 시켰다.

“다 끝나면 준비한 텐트도 쳐야 해. 잘 할 수 있겠지? 며칠은 텐트 신세를 져야 할 거야. 불편해도 조금만 참자? 대신에 저 텐트는 스마트폰 충전도 할 수 있고, 여러 기능이 있어서 춥거나 덥진 않을 거야.”

“네. 괜찮아요! 저도 캠핑 가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아빠와 캠핑 다녀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러웠거든요.”

“…그래. 뭐, 이젠 괜찮아. 너희는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는 셈이니까. 오히려 이제는 그 아이들이 너희를 부러워하게 될 거야. 동생들도 잘 부탁한다.”

“네에!”

존이라는 흔한 이름을 지닌 아이는 제법 덩치가 큰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보육 시설에서 자란 아이치고는 성격이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보기 드물게 선한 아이.

‘그러니까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에게 선택받은 거겠지만.’

여러 나라에 마련한 보육 시설에 모인 아이들은 무작위로 모인 게 아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통이 가능한 지구의 의지들은 자신의 사제들에게 눈을 빌려줬다. 태생이 선한 아이들을 고르기 위해서.

비명조차 제대로 제대로 지르지 못할 정도로 마이너스 카르마가 넘치는 놈들은 죽어 나갔다. 그러는 사이 나는 다시 푸른색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영지의 조감도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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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Rank 영지 구성]

― 성벽 [Rank: W]

― 성문 [Rank: W]

― 병영 [Rank: W]

― 성소 [Rank: R]

― 내성 [Rank: W]

― 창고 [Rank: W]

― 농장 [Rank: W]

― 행정청 [Rank: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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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그리고 성문, 병영과 성소는 고유 능력 [영지]를 발현한 것과 동시에 구현됐다. 영지가 화이트 랭크였을 때 등장한 기본 건물 말이다. 그리고 레드 랭크로 [영지]가 업그레이드 되고 난 후, 등장한 내성과 창고, 그리고 농장과 행정청은 각자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 주변에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난 당장 건설해야 하는 건물보다 이미 건설이 끝난 [성소]가 더 궁금했다.

지구의 의지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재신조차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걸 설명해서 준비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멸망의 상황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수단이라는 방증이겠지.

내성의 남쪽에는 우리가 영지로 나올 때는 없었던 건물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얗고 보드라운 아이스크림을 덮어 놓은 것 같은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은 전체적으로 하얗고 중간중간 하늘색으로 치장된 건물이었다. 성스럽게 보인다기보다는 지중해의 반짝이는 바다를 연상케 한다고 할까?

이게 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마력이 느껴지는 은으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단출한 실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해할 수 없는 문양과 여러 개의 동심원, 그리고 그 동심원과 문양들로 각인된 바닥 중앙에 위치한 얕은 재단.

텅―!

그 풍경을 감상하고 안으로 발을 들이기 무섭게 실내가 환하게 밝혀지면서,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영주 님.』

지구의 의지가 아닌, 조금 더 딱딱한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신기하고 의문스럽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다.

“여기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아니, 내게 뭘 해줄 수 있지?”

내 고유 능력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아는 게 없었으니까.

『성소는 차원 방랑자를 소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차원 방랑자?”

『이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아득히 먼 과거에는 차원이 여러 이유로 멸망하고, 부서지고, 침탈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차원의 멸망과 함께 대부분의 생명체는 사멸하지만, 종종 위대한 의지의 보호 아래 차원이 소멸했음에도 생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와. 한국말인데 영어 듣기 평가하는 느낌이야. 하나도 모르겠어.

『위대한 의지가 개입해서 보호하는 이들은 대체로 강력하거나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위대한 의지의 보호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사멸할 존재. 그렇다고 그 우산 안에서만 머물기에는 위대한 의지에 비해 보잘것없는 필멸자가 살아가기엔 허무하고 힘든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이 방랑자들은 멈춰버린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어. 그래.”

하나는 알아들었다.

차원 방랑자라는 존재가 엄청난 강자이면서 특별한 존재라서 지구의 의지 비슷한 존재가 보호하는 중이라는 것.

내가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 클래스는 전투 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뭐, 중세 시대 영주는 직접 말을 타고 전쟁에 나섰으니, 가망이 없진 않지만.

아무튼, 그런데 저렇게 강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면?

개꿀이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글쎄? 이게 좋은 게 맞나?’

『이곳에서는 플러스 카르마를 대가로 현재 지구 시간으로 180일에 한 번, 차원 방랑자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180일? 여섯 달?”

『길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들은 강자니까요.』

“그게 더 문제 아닌가……? 강자라며?”

그래. 이게 문제다. 엄청난 강자라는 게.

『네. 맞습니다. 영주 님.』

“그들이 고작 인간에 불과한 내 말을 들을까?”

끔살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는데? 나오자마자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뒈져!’라고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나.

『당연하죠.』

“당연해? 뭐가? 왜?”

『비록 살아남았지만, 지독하고 공허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잖아요?』

“음.”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 만약 회귀 전,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고 식물인간이라는 좆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면, 난 그 사람을 위해서 뭐든지 해줬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내가 그랬고, 내가 그랬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일까? 아닐 걸?

내가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무조건 ‘개꿀!’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다. 어쩌면 회귀 전 사건으로 내 영혼에 박힌 지독한 인간불신 때문일 수도 있고.

『아, 충성 스탯 개방하셨네요? 그러면 설명이 쉽겠네요. 여기서 소환한 방랑자는 충성 스탯이 모두 100으로 고정됩니다. 절대로 하락하지 않아요. 그게 차원 시스템이 정한 규칙입니다.』

“아. 그럼 얘기가 다르지. 인정이지.”

『다행입니다.』

“소환은 어떻게 할 수 있어?”

『제가 도와드립니다. 지금 차원의 방랑자를 소환하시겠습니까?』

“응.”

『먼저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본래 차원의 방랑자를 소환하는 방식은 랜덤입니다.』

“랜덤? 무작위란 말이지? 누가 나올지 모르는?”

『맞습니다. 현재 영지 랭크는 레드(Red). 해당 랭크에서 소환에 필요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10만 포인트입니다.』

“…일만?”

『십만입니다! 100,000. 0이 다섯 개! 영주 님 너무하세요. 몇 천 포인트 깎는 것도 아니고, 십만을 일만으로 깎으려고 하시다니요!』

“오! 깎을 수 있나?”

『아뇨. 정가제입니다.』

“젠장!”

그런데 불길한 조건을 본 것 같다.

“현재 영지 랭크가 레드(Red)인 건 왜 앞에 달아놨어? 뭐, 랭크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나?”

『당연하죠.』

“그게 왜 당연해?”

『영지 랭크가 오르면, 영지 랭크와 동기화된 랭크의 방랑자가 소환되는 건데요? 영지가 옐로, 그린, 블루가 되면 그에 맞춰 방랑자의 랭크도 그린, 옐로, 네이비로 소환되는데, 고작 10만 포인트일 리가 없잖아요.』

“아오. 젠장.”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돈 먹는 하마들뿐이다.

『대신 성소는 다른 영지 건물과 달리 랭크를 올리는데 카르마 포인트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 개꿀……이라고 할 줄 알았냐?! 그 말은 결국, 다른 영지 건물들은 각각 카르마 포인트를 들여서 랭크를 올려줘야 한다는 거잖아?!!”

『당연합니다. 이상하네요?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실 거라고 했는데요.』

빌어먹을. 익숙하긴 하지. 이거 영지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 같은 거잖아? 중앙 건물 올리고, 창고랑 배럭 올리고 해서 영지 레벨 올리면 더 높은 레벨의 전투 병력 나오는 그런 거?

『아무튼, 플러스 카르마(Plus Karma) 포인트 10만 포인트를 지불하고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시겠습니까?』

“…할게.”

『10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회수합니다. 남은 포인트는 189,000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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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189,000(▼100,000)]

[악업(Minus Karma) 69,500]

6. 스탯(Status)

신체[Rank: Red]

[근력 41] [민첩 41] [체력 41] [내구 41] [마력 41]

특수[Rank: Red]

[위엄 51]

<고유 능력>

1. 영지(領地)[Rank: R]

<일반 능력>

1. 영지관리[Rank: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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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피 같은 플러스 카르마가 10만이 날아갔다.

『처음으로 차원의 방랑자 소환 의식을 진행하심에 따라 특전이 발동됩니다.』

『총 세 명의 특별한 차원 방랑자를 선택해서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특전으로 선택된 차원 방랑자는 [영지] 랭크보다 두 단계 높은 랭크로 소환됩니다.』

“잠깐만? 랭크? 차원의 방랑자도 랭크가 있어?”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차원 방랑자의 랭크는 [영지]와 랭크 보다 한 단계 위 랭크로 고정됩니다.』

“야이 사기꾼 놈아!”

『저는 시스템적으로 영주 님께 사기를 칠 수 없습니다. 또한, 저는 무성(無性)입니다.』

에휴. 어쩐지 말도 안 되게 좋다 했다. 하긴 본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소환될 리가 없지. 최소 네이비(Navy) 랭크 이상일 텐데? 어쩌면 바이올렛(Violet)일 수도?

‘아니지. 잠깐만.’

지금 내 고유 능력 [영지]의 랭크가 레드(Red).

두 단계 위면 오렌지(Orange)를 넘어 옐로우(Yellow)에 이른다는 건데.

“그럼 영지 랭크가 오르면?”

『당연히 차원의 방랑자 랭크도 상승합니다. 그것도 방금 설명해드렸는데요? 정확하게는 차원의 방랑자에게 적용되는 페널티가 줄어들면서 본연의 랭크에 가까워지는 거지만요.』

“그럼 이번에 특전으로 소환된 차원 방랑자는 그럼?”

『네. 맞습니다. 본래는 1랭크인데, 이번 특전으로 소환된 차원 방랑자는 2랭크 상승한 상태로 랭크 동기화를 유지합니다.』

“좋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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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이안테(Ἰάνθη)

2. 종족(Tribe): 반인반수(Therianthrope)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태고의 짐승

5. 신체(Status)

Y등급(Yellow)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월광 99]

<고유 능력>

1. 월광무도 [Rank: Yellow]

2. 피의부름 [Rank: 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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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엘리아나(Eliana)

2. 종족(Tribe): 하이 엘프(High Elf)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세계수의 첫 번째 열매

5. 신체(Status)

Y등급(Yellow)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자연 99]

<고유 능력>

1. 세계수의 성녀 [Rank: Yellow]

2. 경계선의 사수 [Rank: 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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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2. 종족(Tribe): 인간(Human)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성녀(Saintess)

5. 신체(Status)

Y등급(Yellow)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신성 99]

<고유 능력>

1. 축복 [Rank: Yellow]

2. 신성 [Rank: 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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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무서워.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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