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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20화 (20/183)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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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Rank:White]

모든 종류의 자원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창고입니다. 이후 개방되는 여러 영지 시설의 부속 저장고 같은 것과 차원과 맥락을 달리합니다.

1. 영지 랭크에 따라 내부에 적용되는 공간 확장률이 상승합니다. 현 랭크(White) 기준 8배 적용 중입니다.

2. 영주 혹은 영지민의 모든 획득 부산물을 창고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3. 생산 시설 혹은 가공 시설을 건설한 후, [도로]를 이어주면 자동 재료 보급과 생산물 자동 보관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4. 「자판기」 생성 이후, 창고의 물건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원은 자판기 최초 등록 시, 1개를 영구적으로 소비합니다. 단, 창고 랭크가 일정 랭크 이상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5. 특별한 연구 시설과 생산 시설을 건설하면, 몬스터 사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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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배? 자판기? 미쳤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가장 먼저 확장률이 8배.

부피의 확장은 세제곱으로 확장된다. 결국 건물의 길이와 높이가 각각 2배로 확장되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랭크인 화이트에서. 나중에는 10배 확장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10배면 뭐가 대단한 거냐고?

그 10배가 엄청난 거다. 단순하게 따지면 내부는 세로가 150m가 아니라 1,500m 다시 말해 1.5km라는 소리다. 1.5km가 선뜻 이해가 어렵다면, 강남역에서 역삼역을 지나 르네상스 호텔까지의 거리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도 하다.

강남역을 예로 들었으니까 하는 말인데, 강남역 1번 출구와 8번 출구까지 거리가 대략 150m다. 다시 말해 강남역 8번 출구를 통해 1번으로 나가려고 지하로 들어왔는데, 그 안에 공간이 강남역과 르네상스 호텔까지의 거리가 있는 셈이다. 25분은 걸어가야 그 끝이 보이는.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뭐 내부가 8배 넓어진 건 부피니까, 길이는 2배라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언젠가 10배 이상 넓어질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이 창고의 활용도가 엄청나질 거라는 뜻이다.

게다가 「자판기」와 연동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자판기. 자판기라.”

자판기.

회귀 전, 인류가 곳곳의 여러 종류의 쉘터를 중심으로 10년을 넘어 17년 이상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

그린스킨과 이후 등장하는 괴물들과 계약이 사기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지구의 의지들이 인류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회심의 수를 준비할 때까지 인간이라는 종족이 버텨주기를 바라며 ‘생존’에 목적을 둔 지원 체계라고 보면 된다.

간단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쉘터에 음료수 자판기 같은 물건이 생성된다. 그렇다고 안에 보통의 자판기처럼 음료수가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전면이 모두 터치스크린처럼 검은 디스플레이로 이뤄진 모양만 자판기이다. 그 안에서 판매되는 것은 쉘터 각성자의 랭크에 따라 다르다. 물과 기본식을 비롯한 식료품부터 무기를 비롯한 장비, 그리고 상처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약 종류까지 판매한다.

여기서 더 기가 차는 건, 이 자판기라는 요물이 쉘터마다, 그러니까 고유 능력으로 쉘터를 가진 각성자 마다 출력되는 목록이 전부 다르다는 거다. 쉘터의 종류와 쉘터에 속한 인간의 숫자, 생활환경 등, 온갖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 다르다.

그나마 확인된 조건은 쉘터의 생존자가 많을수록, 쉘터의 안전도가 높을수록, 쉘터 내 환경이 윤택할수록 자판기에는 더 다양한 상품이 입고된다는 정도?

“애증의 물건이네.”

회귀 전 내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이유. 저 자판기에서 고작 10포인트로 제공되는 기본식인 빵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쉘터는 물론이고 자판기가 사라질 테니까.

아무튼, 그건 이제 과거의 문제니까 넘어가고, 여기서 중요한 건 창고에 있는 자원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다는 거다. 내 마음대로 등록.

자판기가 왜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가!

그건 등록된 상품에 한해서 재고가 없는 무한한 상품이고, 포인트만 있다면 구매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랜덤 박스 같은 자판기와 창고가 연동된 것에 왜 감탄하냐고? 내가 이 창고에 단순히 고기나 쌀 같은 것만 넣었을까?

“천만에!”

종말을 겪어 본 나는 회귀 직후 세 가지를 절절하게 즐겼다.

눈치 보지 않고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온수 반신욕!

볼일을 보고 나서 휴지가 필요 없는 비데!

그리고 자극적인 MSG와 탄산음료!!

즉, 이 창고에 보관해 놓은, 나중에는 절대 맛볼 수조차 없는, 글로서만 알게 되는 것들!

자극적인 맛! 라면! 양념치킨! 간장치킨! 콜라와 사이다! 그리고 맥주!!

같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다.

“미쳤네. 진짜. 창고. 진짜 대박이다! 그럼 MSG 안 아껴 먹어도 되나? 라면 막 처묵처묵 해도? 아!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한 거구나! 아이스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그제야 이해했다. 재신이 최대한 다양한 물건을 준비하라고 한 이유를 말이다. 무려 컨테이너 4만 개를 동원해서 준비한 것들 사이에는 흔히 ‘다시다’라는 고유 명사로 알려진 조미료부터, 과거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값이었다고 할 정도로 비싼 향신료 ‘샤프란’까지.

향신료뿐만이 아니다. 고유 능력 [영지]를 선포하자 그동안 구매했던 농경지와 과수원이 모두 그대로 옮겨왔지만 혹시 몰라 벼를 비롯한 식용작물의 모종과 포도와 사과를 비롯한 과일 묘목도 많은 수가 아니라 대여섯 종이지만, 온갖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자판기가 언제 나오더라? 그린스킨 다음이었나?”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창고의 랭크를 올리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2천 5백? 고작 화이트에서 레드로 랭크를 하나 올리는데 그린스킨 25마리를 잡아야 해? 아니지. 이건 플러스 카르마잖아? 그린스킨으로 충당이 안 되는 거잖아?”

자판기가 나오는 시점을 떠올리면서 창고 랭크를 상승시키려다가 포인트에 화들짝 놀랐다.

『화이트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1천 포인트, 레드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2천 5백 포인트, 오렌지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1만 포인트입니다.』

“화이트 랭크에서 레드 랭크로 가장 낮은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그 정도나 들어간다고? 그럼 옐로 랭크에서 생성되는 건? 2만 5천 포인트?”

『아닙니다. 5만 포인트입니다.』

“아니 왜애!!”

그린 랭크에서 개방되는 건물은 25만 포인트라는 말을 듣고 그 뒤는 알아보지 않기로 했다.

‘미친놈들인가. 진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어디서 그렇게 얻는다고.’

『창고 랭크를 올리시겠습니까?』

“올려야지. 올려야지.”

『영지 건물 「창고[Rank: White]」를 「창고[Rank: Red]」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11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11시간 23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2,375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너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

“일단 창고 공간은 필요하니까. 어휴. 즉시 건설할게. 아!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375포인트를 소비하여 창고를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잠깐의 흔들림 뒤, 창고 내부는 기분 탓인지 조금 전보다 더 깔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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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Rank:Red▲]

1. 영지 랭크에 따라 내부에 적용되는 공간 확장률이 상승합니다. 현 랭크(Red▲) 기준 27배 적용 중입니다.

2. 영주 혹은 영지민의 모든 획득 부산물을 창고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3. 창고 내부에 상시 버프 「최하급 보존」 효과가 적용됩니다. 창고 건물 외부에 「최하급 내화」와 「하급 방수」 효과가 적용됩니다.

4. 일반 능력 [영지 관리]에 창고 보관물의 원격 출고 기능이 추가됩니다. 또한, 자격이 부여된 영지민에 한정하여 창고 영역에서 물건을 출고할 수 있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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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배 확장? 워. 돈값 아니, 포인트 값어치 하네.”

40ft짜리 컨테이너 4만 개?

내부가 27배 확장 중인 이제 고작 그 정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거다. 이 안에는 차곡차곡 욱여넣는다면, 117,618개가 들어간다.

“미쳤네. 진짜.”

또한 상시 버프? 최하급 보존?

상시 버프를 궁금해하기 무섭게 출력되는 시스템 설명에 따르면 유통기한 자체를 2배 늘려주는 기능이란다.

“그럼 고기를 급하게 소비할 필요는 없겠는데? 조금 여유롭게……? 어라?”

자판기가 언제 등장하는지 곱씹으면서 창고 입구 주변을 둘러보다가 스마트 패널같이 생긴 입구 한쪽 벽면을 차지한 반투명한 패널을 발견했다.

“응? 원격 출고가 된다면서? 이건 왜? 아! 이게 그건가? 엘라.”

“네?”

“여기 패널에서 화살 한 다발, 연발 석궁 하나 출고해봐.”

권한을 부여받은 엘라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무기, 그것도 화살 한 다발과 연발 석궁 하나를 선택하고 ‘출고’를 누르자,

파앗―!

영지를 처음 건설할 때처럼, 푸른색 홀로그램이 폭발하듯이 흩날리면서 석궁과 화살 한 다발을 발치에 꺼내 놓는다.

‘아무래도 창고도 성소 못지않게 사긴데? 성소가 제일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거의 삐까한가?’

이 창고는 앞에 ‘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과하지 않다. 진짜 최고다.

창고에 감탄해서 병영을 설치해야 한다는 걸 까먹고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할 무렵,

“주인님!”

시종일관 옆을 지키던 엘리아나가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찾았다.

“응?”

“적입니다!”

그 순간,

“아!”

난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창고의 효과에 감탄하며 잠시나마 낙원 같은 힐링 라이프가 망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지구는 종말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는 중이니까.

“가자.”

“네. 주인님!”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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