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매사마골(買死馬骨), 죽은 말의 뼈를 사다>
누군가를 그럴 거다. 왜 영지 건물을 전부 다 짓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건 무과금으로 중국산 과금 망겜 영지 건설 디펜스 게임 같은 걸 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할 법한 소리다.
건물을 건설하는 것과 가속하는 것에도 카르마 포인트가 들어간다. 어디 그것뿐일까? [병영] 같은 경우는 병력을 뽑는데도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
함부로 건설을 미리미리 했다가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당장 진짜 필요한 것들 위주로 올리고 있었다. 그게 성소와 성벽 같은 거였다.
“물론 이제는 아니지.”
다행스럽게도 카르마 포인트를 엄청 얻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 급한 건,
“내성 건설. 즉시 건설.”
나를 비롯한 지구의 사제들, 그리고 각성자와 어린 아이들이 고단한 하루를 편하게 지낼 집이다. 그냥 비바람 정도만 피하는 게 아니라, 샤워를 할 수 있고,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아늑한 집.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을 건설하시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375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을 즉시 건설합니다.』
지금까지 공터였던 곳에 그림 같은 2층 저택이 나타났다. 중세 시대의 귀족의 별장 같은 느낌의 저택은 내‘성’이라는 명칭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성보다는 정말 그냥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저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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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Donjon)[Rank: White]
내성은 영지의 중심이며 영주의 주거지로 ‘안락’과 ‘휴식’의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2층 건물입니다.
1. 내성문이 ‘파괴’되지 않는 한 내성의 내구도는 차감되지 않습니다.
2. 내성에는 기본적으로 공간 확장 권능이 적용됩니다. 현재 랭크(White)에서 배율은 5배입니다.
3. [잠김]
4. [잠김]
5. [잠김]
6. [행정청]을 건설할 경우 전속 집사와 전속 메이드, 그리고 전속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고용되는 고용인은 영지와 랭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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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업그레이드. 오렌지(Orange) 랭크까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의 랭크를 레드(Red)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영지 건물 「내성[Rank: White]」를 「내성[Rank: Red]」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11시간 23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2,375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375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5,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의 랭크를 오렌지(Orange)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영지 건물 「내성[Rank: Red]」를 「내성[Rank: Orange]」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22시간 47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4,75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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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Donjon)[Rank: Orange(▲2)]
내성은 영지의 중심이며 영주의 주거지로 ‘안락’과 ‘휴식’의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지상 4(▲2)층 지하 1층(New)의 건물입니다.
1. 내성문이 ‘파괴’되지 않는 한 내성의 내구도는 차감되지 않습니다.
2. 내성 내부는 공간 확장 권능이 적용됩니다. 현재 랭크(Orange)에서 배율은 40(5×2×4)배입니다.
3. 「피로회복」, 「체력 회복」, 「마력 회복」, 「컨디셔닝」, 「하급 재생」, 「경상 치유」, 「청결」, 「온도 조절」, 「습도 조절」, 「기초 통신」의 생활 마법이 상시 적용됩니다.
4. 영주는 주인이 있는 방을 제외하고 내성 안의 모든 곳을 공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5. 내성에서는 제작된 모든 종류의 음식은 영지 랭크와 동일한 랭크로 「독 면역」이 발현됩니다.
6. [행정청]을 건설할 경우 전속 집사와 전속 메이드, 그리고 전속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고용되는 고용인은 내성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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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2층 저택은 4층으로 증축됐고, 높이뿐만 아니라 옆으로도 길어졌다. 이제는 제법 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외양이 되었다.
순백의 대리석 재질의 석벽과 어두운 월넛 같은 느낌을 주는 목재가 섞인 저택은 사치스럽지 않으면서도 귀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털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면 알겠나?
엄청 큰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성 1층에는 거실 대신 넓은 홀과 높은 천장, 그리고 거대한 샹들리에가 있었다. 홀을 가로질러 문 반대쪽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두 개가 완만한 원형으로 이어져 있었고, 홀의 왼쪽에는 넓은 식당이, 오른쪽에는 밖으로 통하는 접이식 병풍 문, 폴딩 도어와 기다란 테라스가 보인다.
내성 내부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급스러웠고,
“넓은데?”
예상한 것을 아득하게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이 정도라면……?”
“오빠?”
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유다연이 입구에서 가만히 서 있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다.
“어떤 것 같아?”
“뭐가요? 집이요? 좋은데요?”
“아니. 이 정도로 넓고 4층이면 밖에 있는 영지민 전부 다 들어와도 될 것 같지 않아?”
“우움……? 왜요? 원래는 아이들하고 각성자만 받으신다면서요.”
“그랬지.”
원래는 10살 이하의 아이들과 각성에 성공한 사람만 내성으로 들일 생각이었다. 나머지는 천막과 준비한 텐트를 치고 밖에서 머물게 할 작정이었다.
“그랬는데.”
왜냐고? 오히려 각성했기에 강한 각성자가 밖에서 자는 게 더 맞지 않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각성자는 충성 스탯이 높으며, 동시에 각성하는 과정에서 어쨌든 전투에 참여해 기회를 쟁취했다. 각성자는 대우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니 안락한 공간을 받을 자격도 있다.
“생각보다 더 넓어. 오히려 이걸 이용해야겠어.”
“웅?”
“요한님! 저희 왔어요!”
“보스.”
마침이라고 해도 좋을 타이밍에 사나스와 올리비아를 포함한 사제들이 안으로 들어선다.
“사나스. 올리비아. 제시.”
“네!”
“네.”
“네에~.”
“각성자는 모두 내성 2층, 아이들은 1층에 각각 방을 나눠줘. 아마 한 방에 여럿이 자야 할 건데, 그래도 차가운 밖보다는 안이 나을 거야. 샤워도 할 수 있고, 화장실도 있으니까.”
“이 안에서 재우게요?”
“며칠 동안은. 전부 안에서 재울 거야.”
셋이 얼굴에 ‘나 궁금해요!’, ‘이해가 안 돼요!’ 같은 생각을 드러내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각성자는 영웅이 되어야 해.”
단순히 내성이 넓어졌기에 모두를 내성 안으로 들여 지내게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
“매사마골(買死馬骨)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 알아?”
“그거 그거죠? 인재를 얻을 때 쓰는 용어. 죽은 천리마의 뼈를 비싸게 구매해서 진짜 천리마를 가진 사람에게 천리마를 팔고 싶게 한다는.”
동양인인 유다연이나 동양계의 제시 모건은 모르는 눈치였다. 오히려 순수 백인인 올리비아가 정답을 말했다.
“그래. 맞아. 이 고사성어의 시기는 중국에서 한참 정신없이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였어. 천리마라는 건 단순히 지금의 슈퍼카 같은 게 아니라, 일종의 전략적인 무기 같은 거야. 고대에는 기마병은 두려움의 상징이었으니까.”
“그렇죠. 지금의 전차에 비견한다지만, 고대의 기마병은 오히려 지금의 전차보다 훨씬 무서웠죠. 지금은 상대적으로 전차보다 더 전략적이고 파괴적이며 작전 범위가 넓은 무기가 있으니까요.”
“그래.”
어느새 내가 내는 의견은 나와 올리비아가 나누는 문답이 되었다.
“지금 시대에 천리마에 비견될 것은 우수한 각성자야.”
“저희처럼 말이죠?”
“그래. 맞아. 너희처럼.”
유다연이 낼름 끼어들어 한 손을 번쩍 들고 장난스럽게 묻는 질문에도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여기에 머물던 며칠이 지나고 내성 밖에서 생활하는 ‘비’각성자들이, 내성에서 경험한 편리를 기억하며 내성에 계속 머물게 될 각성자들을 부러워하길 바라.”
“내성에 머물며 이 망해가는 세상에서 매일 깨끗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맛 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하고 시원한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보며 나도 각성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길 바라.”
“당연히 그러기 위해서는 각성자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 중, 하나인 영주인 내게 경쟁적으로 ‘충성심’을 보이기를 바라고.”
“그게 바로 내가 이 마법과 같은 내성에 며칠만이라도 모든 영지민을 들이는 이유야. 그러니까 가서 다들 불러와.”
“네. 다녀올게요.”
“오케이! 난 찬성이야!”
“알겠습니다. 보스.”
사나스 샤인스, 제시 모건, 올리비아 오바테는 각자 성격에 맞게 대답하며 내성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열심히 해야지. 더 많은 곳에서 향상심을 느낄 수 있게.”
건설해야 할 영지 건물은 아직 많이 남았고, 카르마 포인트는 충분하다.
* * *
종말의 첫날.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그린스킨의 부대를 세 번이나 격파한 그 시각.
지구는 혼란 그 자체였다. 특히나 인구가 많이 모인 대도시는 그 혼란이 극에 달했다. 지구의 의지가 맺은 계약이 그러했기에 인간이 밀집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은 그린스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요한이 만든 영지의 성벽 안쪽만큼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 없었다.
물론 이요한의 영지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제법 안전한 곳도 있었다. 몇 곳 안 되지만, 그린스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낸 지역의 공통점은 제법 강한 각성자가 있다는 거다.
많은 지구의 의지가 이요한과 그를 따르는 사제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모든’ 지구의 의지가 이요한을 지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요한은 다가올 위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지구의 의지도 있었다. 비록 그들의 힘은 이요한을 지지하는 다수의 지구의 의지는 물론이고 그들의 수장인 재신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힘이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지구의 의지였다.
인간 하나를 선택해서 밀어줘 침공 첫날의 그린스킨을 처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검(劍)이라니. 이런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무기를 내가 직접 손에 쥐게 될 줄이야.”
뒤로 질끈 묶은 금발의 포니테일. 베일듯한 얇고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흐르는 땀. 그리고 전신을 감싸고 있는 방탄, 방검 무장. 오른손에는 평범한 남성도 한손으로 들고 휘두르기 버거운 바스타드 소드를, 왼손에는 둥근 원형 방패를 쥐고 그린스킨의 시쳇더미 앞에 서서 숨을 고른다.
이 전투 천재 여인의 이름은,
“다이애나.”
다이애나 프린스다. 공교롭게도 DC 코믹스에 등장하는 원더우먼의 비밀 신분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각성자다.
“아, 앙리. 그쪽도 끝났나?”
“네.”
회귀자, 더 정확히 설명하면 지구의 의지 중, 재신에 의해 회귀 ‘당한’ 이요한을 지지하지 않는 지구의 의지 ‘파괴(破壞)’가 회귀 전에도 그리고 회귀 후에도 일편단심(?)으로 지지하는 각성자가 바로 다이애나다.
“당신 말대로네요. 다이애나.”
이요한과 달리 회귀를 하지 않았지만, 파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 종말을 어느 정도 예상한 그녀 덕분에 영국의 3대 대도시 중 하나인 맨체스터 주의 동쪽 클레이턴 지역은 회귀 전보다 극히 적은 피해로 그린스킨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래.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지.”
“그렇군요. 그래도 걱정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당신이 있으니까요.”
다이애나 프린스.
그녀는 회귀 전, 가이아 게시판에서 제법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이요한과 유다연은 회귀 직전 직접 그녀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건 모르지. 이번에도 내가 그 검의 주인이 될지는.”
회귀 전 지구 최강의 각성자.
그리고 ‘그냥 힘만 센 돌격형 무인’이라고 유다연이 평가한 각성자.
엑스칼리버의 주인이었던 여인이었다.
그리고 다이애나뿐만 아니라, 회귀 전 유명하다 못해 지구에서 한 손에 꼽히던 각성자들은 이번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아니, 이제는 회귀 전보다 더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