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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37화 (37/183)

37화

<호사다마(好事多魔)>

창세 등급의 반지에 배정될 정도면 에고로서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단순한 에고가 아니라, 지구의 의지 중 하나다. 그런 에고가 은근슬쩍 내비친 희망은 단순히 희망이 아니라, 예언일지도 모른다.

뜬금없이 무슨 개쌉소리냐고?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잖은가. 그리고 클래스 세부 클래스를 열었고. 기뻐서 하루 종일 싱글벙글하게 보내던 그날 저녁에,

『항만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영지 건물 항만[Rank: White]를 항만[Rank: Red]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46시간 23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전에 너무 엄청난 일이 있어서 전날 저녁에 건설해 놓고 잊고 있던 영지 건물의 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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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Rank: White]

인류가 육지에서 얻는 자원만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시선을 돌린 곳은 바다였습니다. 태평양의 폴리네시아인에서 북해 연안의 노르웨이인들에 이르는 다수의 문명인들은 어업을 통해 식량, 기름, 원자재와 교역품을 충당했습니다.

항만은 해양 유닛의 건설과 교역, 해양 개발에 관한 모든 분야에 관여합니다. 바다를 정복하는 자가 세상을 정복합니다.

1. 영지 권역 안에 특수 지형 ‘바다’가 포함됩니다. 부속 시설 [수문]이 나타납니다.

2. 부속 시설 [낚시터]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습니다. 낚시터에서는 특수 식량 자원 ― 여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3. [행정청] 건설 후, 부속 시설 [교역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교역소에는 무작위로 다른 차원 소속 상인이 등장합니다.

4. [대장간] 건설 후, 카르마 포인트로 장인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장인을 배치하면 특수 유닛 ‘배’를 건조할 수 있습니다.

5. 최초의 특수 유닛 배를 건조한 후, 항만의 부속 시설 [입국 관리소]가 자동으로 건설됩니다. 입국 관리소에 배를 배정하면 정해진 범위를 순회하여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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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장난으로 노아의 방주 어쩌고 했는데, 진짜 방주를 만들게 생겼다.

괜히 오렌지 랭크에 등장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듯이 온갖 부속 시설이 등장한다. 광산처럼.

더욱이 클래스 세부 카테고리 개방의 영향으로 기존이었다면 [잠김]으로 표시되었을 항목들이 죄다 해금되어 최소한의 기능을 선보인다.

고작 화이트 랭크에 해금된 다섯 개의 항목 중, 내 눈에 팍 날아와 박힌 조건은 마지막이었다. 사람을 실어나른다?

“미친!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서둘러 즉시 업그레이드를 하려다가,

“어? 대장간? 대장간은 언제 개방되는데?”

전제조건이 대장간 건설이라는 걸 깨닫고 멈췄다. 오렌지 랭크에서는 나오지 않은 영지 건물.

“운이 좋으면 옐로에서 나오려나?”

다음 랭크에서 나올 수도 있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고 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일단 항만은 계속 건설해줘.”

『영지 건물 항만[Rank: Red]을 항만[Rank: Orange]으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45시간 35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이대로만 진행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멸망을 향해가는 세상에서 다시 문명을 꽃피우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 *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고 모든 일이 내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을 때. 그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는 말로 알고 있지만, 저 네 글자의 한자 중에 ‘많을 다(多)’가 포함되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좋은 일엔 방해되는 일, 혹은 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즉, 지금처럼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방심하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사에 이런 말들은 뜻밖에 많다. 사자성어뿐만 아니라, ‘설레발은 필패’라는 인터넷 밈과 같은 용어들에도 있을 정도로.

그건 곧 잘나갈 때, 잘될 때, 기분이 붕 떠서 흥분하며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경험에서 나온 진리이기도 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진지하고 진중하게 행동했는데, 이 상황은 도대체 뭐지?”

성벽 밖에 모인 바글바글한, 과거 중국의 인해전술이 이러했을까 싶을 만큼 바글바글하게 모여 그 끝이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그린스킨? 괜찮다. 인해전술 따위.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고?

“이게 현실이 맞나요? 이, 이런 곳이?”

“흑흑. 이제……. 맞지 않아도 되는 곳인가요?”

“…낙원인가? 이곳이?”

갑자기 등장한 수만의 아니 십만도 넘을 게 분명한 ‘인간’이 문제다.

“미친.”

클래스 세부 카테고리를 오픈하고 좋아하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그리고 신중하게 하기 위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아직 카르마 포인트로 함부로 스탯을 올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 각성자 정보는 일주일 전 아니, 종말 첫날 대전투가 끝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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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2,990,670 (▼27,000)(▼1,000,000)]

[악업(Minus Karma) 2,352,500(▼1,000,000)(▼72,000)]

6. 스탯(Status)

신체[Rank: Orange▲]

[근력 1] [민첩 1] [체력 1] [내구 1] [마력 1]

특수[Rank: Orange]

[위엄 92]

히든[Rank: Red]

[행운 11(▲10)]

〈고유 능력〉

1. 영지(領地)[Rank:O]

2. 만능(Almighty)[Rank: G]

〈일반 능력〉

1. 영지 관리 [Ra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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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과 하루에 20씩 신체 스탯을 올려 천천히 적응하면서 특수 스탯과 같은 랭크인 오렌지 랭크를 맞췄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랬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영지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걸까?

“알아냈어요!”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사이에서 질문하고 있던 유다연이 달려오며 소리치는 소리다.

“지구의 의지예요! 오빠!”

“너는 종종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 안 좋은 버릇이야!”

“이 사람들! 시스템 메시지가 떴대요! 플러스 카르마와 마이너스 카르마의 조건을 통과했다면서.”

“그래서?”

“그래서 자격이 된다면서 안전한 땅으로 이동하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여기였대요.”

“…흠.”

이건, 그러니까 갑자기 나타난 십만은 넘을 것 같은 여러 인종의 인간들은 지구의 의지가 보낸 거라는 뜻이다. 얼추 예상은 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그들뿐일 테니까.

내가 궁금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왜?”

그 이유다. 영지가 안정화 된 2, 3년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모든 게 부족하다. 컨테이너로 많이 준비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단순히 쌀로만 계산했을 때, 밥 한 공기가 100g이라고 치면 10만 명이면 1t의 쌀이 필요하다. 고작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밥만. 하루 세끼를 챙겨 먹으면 3, 4t이 사라진다.

곡물을 싣는 전용 컨테이너인 솔리드 벌크 컨테이너에 쌀과 곡물들을 나눠 적재했지만 이 정도면 몇 달도 안 돼서 고갈된다. 쌀만 계산했을 때, 이렇다는 거다. 다른 식품들은?

무엇보다 곡물이나 육류 같은 건 그나마 괜찮다. 그렇지 않아도 종말 전에 여러 농장을 구매했고 영지에 포함되었으니까.

문제는 이제는 쉬이 구할 수 없는 물품들이다. 간단하게는 화학 조미료와 향신료부터, 심각하게는 의약품과 구급약품 같은 것들.

점점 망해가는 지구에서 외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직자로 각성하는 각성자들이 존재하니까. 내상 역시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다.

가장 무서운 건 바로 감기다. 장난이냐고? 아니다. 콜록, 콜록 그 감기 맞다. 그것도 무슨 코로나처럼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본적인 감기. 열 나고 으슬으슬한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

왜냐하면 성직자들과 연금술사들은 이런 감기를 완치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나 감기약을 비롯한 여러 의약품을 많이 준비하긴 했는데.

“쿨럭. 쿨럭.”

“켁!”

종말이 시작되고 일주일 막 지난 시점에서 온갖 고생을 하던 이들의 몸 상태가 정상일 리가 없다. 아예 첫날부터 함께 했다면 오히려 건강했을 텐데 말이다.

“돌겠네.”

그렇다고 지구의 의지가 나를 엿 먹이려고 이런 거냐? 그건 또 아니다. 영주의 힘은 영지민에게서 나오는 법이니까.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은 결과가 엉망이어도 옳은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말하는 거다.

“보스!!”

머피의 법칙처럼, 한 번 일어난 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게 만드는 올리비아의 외침이다.

“또 무슨 문제가 있어?”

“밖에.”

“밖에?”

“밖에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그게 왜?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냐?”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했다. 첫날은 아니라도 4일째 되는 날 영지로 찾아온 가족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뒀다.

“그게 특이한 조합이라서요.”

“특이한? 조합?”

“예.”

그리고 올리비아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내 얼굴의 근육은 일그러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음을.

“하아. 별 X 같은 새끼들이.”

성안에는 갑자기 들어선 십만이 넘는 난민.

그리고 성 밖에서는 뜬금없이 등장한 인간쓰레기들.

“아, 돌겠네. 진짜.”

머리가 지끈거린다. 위가 아픈 건 착각이겠지? 난 각성잔데?

“일단…….”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많았다. 그리고 난 제법 능력을 인정 받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지주] 클래스로 쉘터의 주인이었을 때도 마찬가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가장 먼저다.

그리고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야 한다. 오늘도 분명 그린스킨은 이 영지를 노리고 대군을 보낼 거다. 그것도 일반 부대가 아니라, 정예부대가 포함된 대군을 말이다.

“너 지구의 의지와 연락이 되나? 아니면 그들이 지금 나를 보고 있나?”

나는 왼손 검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건드리면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연락 같은 건 할 수 없지만, 그들은 보고 있을 겁니다. 다른 곳도 살펴야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의미 없는 짓이니까요. 오로지 마스터를 모두가 보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 먼저 도와주려는 의도는 알겠어. 그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주도적으로 하겠어. 도움이 필요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요청을 하지. 그러니 ‘내 영지’에 대한 일에 함부로 간섭하지 마. 섭섭하다? 그럴 수 있지. 도와줬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서운할 수도 있고. 그런데 말이지. 이건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

“인간은 약해. 정말 약해 빠졌지. 맨몸으로 야생에 던져놓으면 오히려 토끼가 더 오래 살걸? 그러니까 인간인 우리의 일을 너희들 기준에서 기획하면 이런 꼴이 나는 거라고. 앞으로는 필요하면 요청할게. 그러니 먼저 나서지 마.”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차갑고, 일명 ‘싸가지없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종말 이후 아니, 회귀 직후부터 지금까지 난 계속 파도에 휩쓸리는 비닐봉지처럼 갑자기 변한 상황에 떠밀려 다니고 있었으니까.

세부 클래스가 개화되고 [항구]를 통해 다른 지역에 있는 생존자를 구출할 계획도 있었다. 분명히. 그런데 이런 식은 아니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그렇게 처리하고,

“후우…….”

여러 의미가 담긴 한숨을 깊이 토해내고는 몸을 돌렸다.

“올리비아. 전투 관련 클래스가 아닌 각성자들하고, 아직 각성하지 못한 영지민들 중심으로 저들에게 간단히 먹을 따뜻한 음식과 모포를 내줘! 아직 모두 내성에 들일 수는 없어! 추가로 점검해야 할 게 있어!”

“네. 보스.”

“그러니까 전에 준비했다가 쓰지 않은 그 텐트를 대거 설치해. 그리고 성문 밖에 있는 놈들 들어오라고 해. 허튼짓하면 무력 시위를 보여주고, 그래도 계속 허튼짓하면 죽여도 돼!”

“빌어먹을. 난 예전부터 호사다마라는 사자성어가 제일 싫었어! 아니! 짱개 놈들 말은 다 싫어!”

딱히 대상이 없는 짜증을 중얼거리는 거로 풀면서 말이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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