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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45화 (45/183)

45화

<조우>

차대두가 이끄는 침식자의 수는 빠르게 늘어갔다. 부천을 출발해서 오산에 도착한 이후, 오산 교도소를 습격해서 침식자의 수를 세 배로 불렸다.

그렇게 늘어난 침식자 무리는 더 많은 그린스킨을 소환해서 끌고 다녔다.

그들의 이동 경로는 일반적이지 않다. 일반적인 생존자라면 한국은 물론이고 인접 국가까지도 모두 같은 방향이다. 동서남북 어디든 상관없다. 하나 같이 이요한이 있는 영지 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침식자 무리는 반대로 움직였다. 마치 이요한이 있는 김포를 고립시키겠다는 듯이 남쪽의 부천을 점령하고, 광명시를 거쳐 오산시까지 점령하고 서울 서대문 쪽으로 이동중이다.

장난처럼 이요한이 말한 자신의 영지를 포위하는 형국이 되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그리고 이제는 침식률이 100%가 넘은 차대두는 멀리서 그린스킨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고통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동족(?)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면서 내뿜는 사념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어르신.”

부천에 있는 교도소에서부터 차대두를 따른 짱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침식자가 차대두에게 다가온다. 시킨 일을 다 했다면서.

“너희 중 누가 가장 발이 빠르더냐?”

“날치가 가장 빠릅니다. 어르신.”

“그러면 날치를 김포로 정찰을 보내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르신. 더 시키실 일 없으십니까?”

“없어. 보낼 때 혼자 보내지 말고, 혹시 모르니까 몇 명 같이 보내.”

“알겠습니다.”

짱돌이라고 불린 거구의 남자가 그대로 몇 명을 지정해 명령을 내리자 침식자 무리는 재차 이동했다. 인천을 향해서.

* * *

그 시각 일산과 파주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충성!”

“어. 그래. 충성.”

일산 시내에 위치한 9사단 사령부에서 일상이지만 누군가 경례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본다면 여러모로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일단 여긴 9사단, 그러니까 백마 부대 사령부다. 당연히 경례 구호가 백마여야 한다.

그리고 경례는 보통 계급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하는데, 지금 경례를 하는 사람의 계급은 대령인데, 경례를 받은 사람은 병사다.

육군의 5대 장성으로 준장, 소장, 중장, 대장, 병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밈 같은 거다. 실제로 병장 따위 대장이 아니라, 준장 그러니까 별 하나만 나타나도 성대결절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충―성!!’을 외쳐야 한다.

그런데 대령이 병장에게 경례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옷을 바꿔 입은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오히려 대령도, 병장도 옷과 계급장을 추가로 구할 수 없어서 계속 사용하던 걸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 경례를 받은 사람은 진짜 병장이라는 거고, 경례를 한 사람은 진짜 대령이라는 거다.

“각성자 현황은?”

“변동 사항 없습니다.”

“각성할 병사는 다 각성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다. 병장 조배달은 군대 최초의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이요한이 영상을 올리기 전에 각성한 사람으로 그의 보직은 운전병이었다. 레토나라고 하는 간부 차량이 아니라, 두돈반이라고 하는 2.5t 트럭 운전병이었다.

그린스킨이 지구에 막 떨어지던 무렵에 운행 중이었고, 그가 모는 차 앞으로 그린스킨을 잔뜩 담은 운석이 떨어졌다. 보통의 차였다면 운전자와 탑승자가 동시에 찌그러졌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돈반은 보통의 차가 아니었다.

무식하게 튼튼하며, 제작된 지 아득하게 오래된 한국 군대의 차량은 막 운석의 보호막에서 풀려나 자리를 잡던 그린스킨 무리를 덮쳤다. 힘겨루기 따위는 없었다. 육중한 군용 트럭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그린스킨 세 마리를 깔아뭉갰다.

옆에 타고 있던 선탑자(보통 군용 차량을 운행할 때, 보조석에 탑승하는 간부)는 안전띠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낄낄대다가 두꺼운 플라스틱 같은 군용 차량 앞 유리를 뚫고 나갔다. 당연히 죽었고.

대신 조배달은 각성했다. 그것도 그냥 각성한 게 아니라,

『최초로 한 번 공격으로 그린스킨 셋을 살해했습니다!』

『최초로 탈 것을 이용해 그린스킨을 살해했습니다!』

두 개의 소소한 업적을 챙기면서 각성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클래스는 평범하지 않았다.

드레이크 라이더.

드레이크보다 낮은 등급의 무엇이든 탈 수 있으며, 기승 시 탑승물과 엄청난 시너지를 끌어내는 특별한 직업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의 클래스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드레이크를 타야 하는데, 지구에는 드레이크가 없다는 거다. 앞으로도 나올 일이 없고.

그렇다고 해도 그는 굉장히 강한 각성자이고, 드레이크를 탈 수 없을 뿐이지 그 이하의 모든 탈 것은 다 탈 수 있다.

그 말은 곧,

“전차가 준비됐습니다.”

K-2 흑표를 몰 수 있다는 뜻이다.

“수고했어. 마력이 부족하지만, 미리미리 챙겨 둬야지.”

마력만 충분하면 말이다. 어쩌면 전투기도 몰 수 있을지 모른다. 마력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왜 마력이냐?

조배달의 클래스뿐만 아니라 모든 ‘라이더’ 계열은 고유 능력이 탑승물과 교감하며 성능을 올리는 쪽이고, 고유 능력은 대부분 마력을 필요로 한다.

이요한이 특이한 거지, 올리비아나 유다연만 해도 매번 마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마력이 문젠데.”

그가 군대에서 감히 계급을 뛰어넘어 장성들에게 경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도 클래스 덕분이다.

처음 이 난리가 터졌을 때, 각 부대에도 운석이 떨어졌다. 당연히 군대에서는 총을 들고 뛰어났다. 그리고 다 죽었다.

차라리 대피하라고 했으면 나았을 텐데, 멍청한 간부들이 총기를 들고 모이라는 멍청한 명령을 내렸기에 정말 많은 장병들이 죽었다.

조배달이 찌그러진 두돈반을 타고 일산의 9사단 사령부로 복귀한 것도 그때였다. 조배달은 마치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사령부를 점검한 그린스킨을 죽였다.

흔히 말하는 육공 트럭, 그 오래된 트럭의 시끄러운 소리에 그린스킨이 모여들었고, 또 달려들었다.

육군 사건·사고에 그런 내용이 올라온 적이 있다. 주차한 육공 트럭이 뒤로 미끄러지자 그걸 세워보겠다가 차 뒤에서 밀다가 그대로 깔려 죽은 사건.

인간이라면 달리는 두돈반 트럭에 달려들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을 멍청하다면 멍청한 결정이지만, 그게 그린스킨의 본능이다. 그냥도 강한 두돈반이다. 전차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그런데 각성자의 무기가 된 두돈반이라니.

얼마나 강하겠나?

달려드는 족족 하얀 마력에 휩싸인 두돈반에 갈려 나갔다. 사단 사령부라서인지 아니면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이 많이 모여 있어서인지 고양시에서 집중적으로 떨어진 그린스킨이 다 죽었다.

한 사람, 조배달에 의해서.

행운에 행운이 더해져 조배달은 침공 첫날 고유 능력과 신체 스탯 랭크가 레드 랭크에 도달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요한과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을 제외하면 최초였다.

그리고 조배달이 그린스킨을 쉽게 죽이는 걸 본 살아남은 군 관계자는 조배달을 바로 밴치마킹했다. 애초에 군대가 그런 식이니까.

군용 회선을 통해 전파된 이 방법은 그렇지 않아도 작동이 안 되는 총과 포 때문에 난감해하던 군에 희소식이었다. 특히나 육군에게 말이다.

운전면허가 있든 없든 그건 상관없다. 그저 2.5t이나 5t 군용 트럭을 몰고 그린스킨을 치면 되니까.

다만 차라는 지구에 존재하는 특별한 탈 것을 이용해 그린스킨을 죽였기 때문일까? 그렇게 각성한 군인들은 모두 같은 클래스를 지니게 됐다.

라이더(Rider).

무언가를 타는 사람을 지칭하는 클래스를 말이다.

조배달 다음으로 라이더로 각성한 군인 중에는 앞에 비스트 라이더라든가 스피드 라이더 같은 ‘라이더’라는 단어 앞에 수식어가 붙은 특별한 라이더로 각성한 각성자도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라이더는 라이더였다.

그리고 군대에서 각성한 군인이 모두 라이더가 되는 순간, 현재까지 등장한 모든 라이더 클래스의 중, 정점에 해당하는 드레이크 라이더인 조배달이 계급과 상관없이 상급자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린스킨을 죽였음에도 각성하지 못한 사람은?”

“각성자들이 나서서 격리 중입니다.”

“그래? 그럼 어쩔까?”

“…….”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은 이게 질문이 아니라, 조배달 특유의 화법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조배달의 눈에 섬뜩한 살기가 맺혔다가,

“죽이자.”

그 짧은 세 음절의 말을 하고는 자취를 감췄다. 눈가에 맺힌 살기가 마치 착각이었다는 듯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어. 준비되면 무전하고.”

“네. 충성!”

“어. 그래. 충성.”

그렇게 대령이 나가고 이번에 들어온 이는 대위였다. 마치 교대하듯이 들어온 둘은 서로를 향해 경례를 하지 않았다. 마치 동기처럼.

“충성!!”

“어. 그래. 기 대위. 오늘도 추진을 나가는가?”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몇몇 용어는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거나 확대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추진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밀고 나아간다는 뜻의 추진을 군대에서 큰 훈련에 앞서 부식이나 식량을 미리 준비해 두는 걸 뜻한다.

즉, 이요한이 말했던 외부로 나가는 ‘파밍’과 같은 뜻이다.

“오늘은 어디로 가게?”

“김포 쪽이 어떨까 합니다.”

“김포?”

김포라는 단어에 병장과 대위의 군복을 입은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김포라는 말은 곧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각성자 중 하나인 이요한의 권역에 침범하겠다는 뜻이었기에.

“왜지?”

“식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민간인을 받아들인 이후로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음.”

기 대위가 말한 ‘민간인을 받아들였다’는 말만 들으면 이들이 군인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선량한 민간인을 부대 내부로 들여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앞서 말했잖은가.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들이라고.

그들의 앞에 세상이 망한 것 같고, 자신을 통제하던 간부가 거의 다 뒈지고, 소설에서나 볼 법한 힘을 가졌다. 그리고 파밍을 나가서 보니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살려달라고 한다면?

참을 수 있겠나?

9사단과 근처의 30사단을 비롯한 고양과 파주 일대의 부대에서 모은 군인 각성자들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조배달만 하더라도 일곱이나 되는 애인이 있다. 그 애인의 가족 역시도 같이 보살피고 있고.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이요한과 조우했을 시 행동 지침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뭐,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처리해. 아, 그 유다연? 그 아이는 죽이지 말고 데려와.”

“알겠습니다!”

기 대위는 그 명령이 기꺼웠다. 자신들은 특별한 부대였고, 군인이었으며, 각성자였다. 그렇기에 한국이라는 나라 아니, 지구에서 가장 특별해야 한다.

올리비아라는 그 몸매가 바람직한 여자와 이요한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은 기업인인 이요한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기 대위를 비롯한 추진 부대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그래. 수고해.”

그렇게 이요한을 노리는 세 그룹, 그린스킨 특수 부대, 침식자, 그리고 군벌이 비슷한 시간 조우하게 된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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