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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49화 (49/183)

49화

<나 이거 어디서 봤어!>

엘리아나는 자신의 주인님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내 주인님은 이분뿐이야! 분명해! 어머니! 제가 의지할 분을 보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지금 당장이라도 영지 내성 옆에 자리한 어머니의 나무로 달려가 지금 이 감격을 조잘조잘 떠들고 싶었다.

‘아아. 나의 주인님.’

그러면서 언젠가 주인님의 방에서 몰래 챙긴 주인님의 셔츠에 코를 박고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엘리아나는 엘프를 노리고 숲에 들어오는 인간을 향해 가차 없는 징벌을 내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노예 사냥꾼만 처리한 게 아니라, 그런 의뢰를 맡긴 상인과 엘프를 노예로 두려는 귀족까지 처리했다.

문제의 꼬리부터 머리까지.

그녀는 절대로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았다.

기명환을 비롯한 군벌 소속 각성자와 침식자를 고문하던 모습은 그녀의 과거가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라는 증거다.

엘리아나는 세계수의 성녀, 엘븐나이츠의 수장 같은 거창한 수식어 이외에도 인간들에게 불리던 이명이 있었다.

종극(終極)의 마녀.

만나면 가진 것이 무엇이든 결국 비극적인 끝을 맞이한다고 해서 인간은 엘리아나를 그렇게 부르며 두려워했다. 세상이 망하는 순간에도 멀쩡한 그녀의 숲에 찾아온 인간이 손에 꼽을 정도인 건 그녀의 악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엘리아나이기에 인간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 거의 혐오증이 있는 사람이 혐오하는 걸 물고 빠는 것의 몇백 배나 되는 수준으로.

‘아아. 나의 주인님.’

엘리아나는 단순히 시스템에 의해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예속됨에 정서적인 안온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그런 게 아니라, 정서적 충족 혹은 충만함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그런데……!’

종극의 마녀라고 불렸을 정도로 차원 전체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던 엘리아나를 걱정해서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고 달려오는 사람?

엘리아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녀의 2천 년 생에 단 한 번도.

하이 엘프로 태어난 엘리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했다. 엘프와 엘프 사이에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는 엘프와 달리, 하이 엘프는 세계수에서 태어난다. 열매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성인의 몸을 가지고, 마력과 정령을 다루며, 세계수를 지킨다.

괜히 엘리아나가 세계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그런 엘리아나에게 ‘보호 받는다’는 느낌은 생소하다.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위해 달려온 이요한을 봤을 때, 엘리아나는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그를 끌어안을 뻔했다.

‘간신히 참았어.’

끌어안는 것까진 어떻게 괜찮겠지만, 그랬으면 자연스럽게(?) 그녀 자신도 모르게 이요한의 가슴에 코를 박고 그의 땀 냄새를 잔뜩 들이켰을 테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좋아. 그럼 어디 영지부터……? 씨벌? 이거 뭐야?”

“미, 미친!!”

“아닌가? 그때는 엘라가 걱정돼서 카르마 포인트는 나중에 처리하고 그냥 나갔으려나?”

몇 시간 전의 자신의 자제력을 칭찬하며 조용히 주인님 뒤를 따르던 엘리아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휘청거렸다.

‘아아!’

그리고 그 순간에,

“운이 좋군?”

이요한의 목소리와 함께 영지 전체가 바뀌었다. 영지 랭크가 상승한 거다. 오렌지(Orange)에서 옐로(Yellow) 랭크로.

그렇다는 말은 곧,

화아아악―.

엘리아나에게 가해진 페널티 하나가 해제되었다는 뜻이었다.

주인님의 달콤한 목소리와 그 내용에 담긴 애정에 처음으로 온몸이 달아오르는 감각에 아찔해하며 휘청거리던 엘리아나는 갑자기 상승한 신체 능력과 마력에,

털썩―.

엘리아나가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 엘라?!”

바로 일어날 수 있었다. 영지가 옐로(Yellow) 랭크에 도달한 순간, 엘리아나는 이제 무려 블루(Blue) 랭크의 힘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그냥 블루 랭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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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엘리아나(Eliana)

2. 종족(Tribe): 하이 엘프(High Elf)

3. 소속(Clan): 이요한

4. 직업(Class): 세계수의 첫 번째 열매

6. 스탯(Status)

신체[Rank: Blue]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특수[Rank: Blue]

[자연 99]

<고유 능력>

1. 세계수의 성녀 [Rank: Blue]

2. 경계선의 사수 [Rank: Blue]

3. 정령왕의 친우 [Ran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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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랭크 최상위에 도달한 스탯을 보유한 엘리아나가 아닌가. 고작 이 정도는 엉덩이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바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그대로 앉아 있는 이유는,

“괜찮아?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아! 영지 랭크가 올라서 스탯이랑 마력이 갑자기 올랐겠구나? 미안. 괜찮아? 좀 쉴래? 세계수 밑에서?”

자신을 일으켜주며 보내는 이요한의 걱정어린 눈빛이 닿는 곳곳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너무 좋아.’

그래서 엘리아나의 손끝이 떨리는 걸 보면서 이요한은 무슨 오해를 했는지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려 세계수 아래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요한은 세계수 아래 조심히 엘리아나를 내려주고,

“좀 쉬고 있어. 영지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을 따라올까 봐 마력까지 써가면서 멀어진다.

‘너무 자극적이야.’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연약한 존재’로 인식된 적이 없던 엘리아나는 이렇게 자신을 애지중지하는 시선에 면역이 없었다. 그녀는 아공간을 열어 특별히 챙겨둔 이요한의 셔츠를 꺼내 코를 파묻으면서 한껏 행복해했다.

쏴아아아―.

어쩐지 바람에 흔날리는 세계수의 가지가 힘이 빠져 보이는 건 착각일 거다. 아마도.

* * *

엘라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나보다 늦게 자고, 먼저 일어난다. 매 순간 나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분명히 스트레스도 심할 거다.

“엘라에게 쉬는 시간을 좀 마련해줘야 하려나? 무리하는 거 같지?”

[마스터……. 그거 아니에요.]

“응? 뭐가?”

[…에휴, 아무튼 그거 아닙니다. 마스터. 다른 쪽이라고요.]

“너는 종종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더라?”

[됐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다 아시게 될 텐데. 영지나 확인하시죠.]

역시 지구의 의지 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이상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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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

1. 영지(領地) [Rank: Y]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속성은 온전히 영지에 계승됩니다.

영주 성을 중심으로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1.8(▲0.2)배만큼의 면적을 영지로 책정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시, 영주가 소유한 토지를 밟고 있는 영지민은 영지로 이동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이후, 해당 고유 능력의 랭크가 상승할수록 영지의 넓이는 넓어집니다.

[Yellow Rank 영지 구성]

― 성벽 [Rank: O]

― 성문 [Rank: O]

― 병영 [Rank: O]

― 성소 [Rank: O]

― 내성 [Rank: O]

― 창고 [Rank: O]

― 농장 [Rank: O]

― 행정청 [Rank: O]

― 망루 [Rank: O]

― 광산 [Rank: O]

― 항만 [Rank: O]

― ※ 마구간(Stable)

― ※ 대장간(Smithy)

― ※ 도서관(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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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니, 내가 도서관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이런 세상에서 도서관? 도서관이라고? 그것도 옐로 랭크에 등장해? 왜?”

[마구간]은 어느 정도 인정이다. 아마도 엘리아나를 소환할 때 나왔던 [기사단 숙소]를 열기 위해서 필요한 거겠지. 그리고 [대장간] 역시도 마찬가지. [광산]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영지 건물이니까.

그런데 도서관이라니?

마구간은 이해가 간다. 아마 다음 랭크 영지에 마구간 연계할 수 있는 기사단 숙소가 열리겠지. 그런 내용을 얼핏 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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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Rank: White]

도서관은 책과 두루마리뿐만 아니라, 온갖 기록물을 보관하는 영지 건물입니다. 고대에 책의 가격은 상당히 비쌌으며, 저소득 계층은 책을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종말의 세상에서 지식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지식의 계승은 각성자에게 종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1. 도서관에 등록된 ‘책’은 일반 아이템이 됩니다. 일반 아이템이 된 책은 도서관 범위 안에서 파괴되지 않습니다.

2.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여 [사서]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사서를 고용하면 도서관에 등록된 책을 복사할 수 있습니다.

3. 도서관 랭크에 따라 영지 소속 각성자의 스탯과 고유 능력 랭크 상승 속도가 가속됩니다. 또한, 도서관에 비치된 책의 종류에 따라 상승 속도가 달라집니다.

4. 영지에 소속된 각성자는 자신이 보유한 비전투 계열 일반 능력을 일회용 스크롤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제작된 스크롤은 도서관과 랭크 보다 낮아집니다.

5. 영지 건물 [연구소]를 건설하면 연구소와 연계해 전투 계열 일반 능력을 일회용 스크롤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작된 스크롤은 연구소와 도서관의 랭크에 따라 결정됩니다.

6. 영지 건물 [연금의 숲]과 [마법사의 탑]을 건설하면 비전투 계열 「스킬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작된 스킬북은 도서관과 연금의 숲, 마법사의 탑 랭크에 따라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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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스크롤이요? 스킬북이라고요?

이딴 게 만들어진다고? 비전투 계열 일반 능력? 그게 뭐가 중요해. 다른 사람의 일반 능력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데? 스탯이 상승하는 일반 능력도 있는데.

[괜찮죠?]

“괜찮냐고? 장난해!?”

도서관 완전 대박이네! 괜히 옐로 랭크에 등장하는 건물이 아니네.

“내가 실수했네.”

불과 몇 분 전에 투덜거렸던 나 자신을 증오해!!

[그럴 것까진 없고요. 저희가 많이 준비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그래. 그래. 이 정도면 인정이지. 빨리 업그레이드 하자.”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5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도서관]을 건설하시겠습니까?』

“어? 잠깐만. 오만? 오천 아니고?”

당연하다는 듯이 건설에 승낙하려다가 포인트 단위에 놀라서 기겁했다. 고작 건설하는 데 5만 포인트나 달라고?

[포인트는 충분하시잖아요?]

“충분? 하! 행정청에서 전문 직원하고 일반 직원 고용도 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하고, 항만에서 배도 지어야 한다고!”

[어쩌겠어요. 카르마 포인트 책정은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카르마 시스템이 하는 건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건설할게.”

『영지 건물 도서관[Rank: White]를 건설하기까지 29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284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47,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와. 나 방금 뭔가 떠올랐어.”

[네? 뭐가요?]

“나 이거 어디서 봤어. 분명히 봤다고!”

[네?]

“중국산 개똥 망겜에서 분명히 봤어!!”

어쩐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천만 단위로 준다 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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