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51화 (51/183)

51화

<마(馬)구간이 아니라. 마(魔)구간이었어?>

흐릿했던 시야가 빠르게 또렷해진다. 전에 없을 정도로 상쾌한 컨디션에 시야가 빠르게 환해지고 선명해진다.

“익숙한 천장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할 법한 내용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는데,

“오빠!”

“주인님!”

“보스.”

유다연에 엘라, 올리비아가 달려들 듯이 침대로 다가온다.

“어? 왜? 무슨 일 있어?”

솔직히 말하면 덤빌 것처럼 달려드는 세 여자의 기세에 살짝 쫄았다.

“무슨 일이요? 오빠가 문제잖아요!”

“주인님. 괜찮으세요……?”

“보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걱정이 한가득 담긴 타박과 걱정에 옐로 랭크로 스탯이 상승하면서 시스템에 의해 기절한 거라고 추가로 설명해야 했다.

“옐로? 옐로 랭크라고? 스탯이?”

유다연은 벌써, 종말이 시작되고 만으로 21일에 옐로 랭크의 스탯을 찍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것처럼 되물었고,

“아. 그때군요.”

엘라는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또한,

“그럼 이제 더 건강해지신 건가요?”

올리비아는 언제 꺼냈는지 손에 든 태블릿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면서 일정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그것보다 다들 마구간 확인해봤어?”

영주 전용 동물은 없어도 영지민이 탑승할 수 있는 동물은 있었다. 57종이라고 했던가? 51종이었나?

[53종입니다. 마스터.]

‘그래. 너도 있었구나?’

[본격적인 엑스퍼트의 반열에 드신 것을 축하합니다.]

‘응? 그게 뭔데?’

[마력을 무기에 담아 살상 능력을 상승케 하는 경지를 엑스퍼트, 전문가 반열이라고 합니다.]

아! 그건가?

회귀 전, 가이아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 중에 그런 것들이 있었다. 원거리에서 검을 휘둘렀는데, 그린스킨과 그린스킨이 들고 있던 무기를 잘라내는 영상.

[맞습니다. 단순히 신체 스탯 중 하나만 옐로 랭크로 올려서는 엑스퍼트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스탯만 옐로 랭크로 올렸으면 불편함을 느꼈을 거예요.]

“아아.”

실제로 회귀 전엔 그랬다. 옐로 랭크 위로는 확실히 균형적인 스탯 상승을 해야 한다고.

“오빠?”

“아냐. 그나저나 마구간은 어땠어?”

“아! 그거?! 안 그래도 여기 있던 애들 전부 거기 갔어!”

“그래?”

그 말에 영주실을 나와 마구간으로 갔더니 영지 소속 각성자들이 주변에 바글바글하다.

“어?! 영주님이다!”

“영주님! 정말 말 타도 돼요?! 호랑이랑 사자도 있어요!”

“저는 코뿔소! 코뿔소 탈래요!”

아이들, 각성한 아이들이 내게 달려들어 다리에 매달리며 종알종알 외쳤다. 그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사자? 호랑이? 코뿔소??”

뭔가 이상한 게 끼어들었다는 생각에 반문하며 올리비아를 봤다.

“말은 기본이고 호랑이나 사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 신기한 동물들도 있더군요. 날개 달린 말도 있던데요? 엄청 비쌌지만.”

엥? 마구간이라면서? 마(馬)구간이 아니라. 마(魔)구간이었어?

“아니, 그것보다 페가수스면 환수 아니야?”

[환수죠.]

“아니 이 미친놈이? 영주 전용 동물은 여전히 0인데?”

[영주 전용 환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거죠. 환수가 없는 게 아니라.]

이게 뭔 개똥 같은 소리야? 나만 이해가 안 돼?

[영지민 전용 동물에 환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페가수스나 유니콘처럼 환상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이죠. 그러나 영주 전용 환수는 저런 것들과 결이 다른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0종이라고 표시되는 겁니다.]

“그러면? 유니콘으로 이뤄진 돌격 기병 각성자 부대가 생겨날 수도 있는 건가?”

[네. 가능하죠. 능력이 되거나, 카르마 포인트가 충분하면요.]

“내가 카르마 포인트로 말을 고용하거나 그래도 되나?”

아직 다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그렇게 넉넉해 보이지 않아서 꺼낸 말에,

[당연히 되죠.]

반지의 에고는 그렇게 장담했다.

[다만.]

“응? 다만?”

[제가 그랬잖습니까? 능력이 되거나 카르마 포인트가 충분하면 된다고. 환수의 관심을 받을 정도의 능력이 없으면 카르마 포인트로 그걸 대신하는 시스템인 거죠. 그런데 마스터께서 카르마 포인트로 고용하시면, 그 아이들은 마스터의 말을 듣지 영지 소속 각성자의 말을 듣진 않을 거라는 게 문제죠.]

“에잉.”

좋다 말았네. 근데 이놈의 시키는 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화법을 쓰는 거야.

“오빠?”

“유다연. 사제들 모두 세계수 아래로 모이라고 하고. 영지민은 해산시켜. 애기들은 다치겠다. 오늘 중으로 마구간에서 탈 것은 정해줄 테니까.”

“네~.”

이미 내 목소리에 귀를 쫑끗 세우고 있던 아이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다. 성벽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하나 같이 ‘카르마 포인트 모아서 유니콘 지를 거야!’, ‘나는 페가수스! 하늘에서 활 땡기면 아무도 못 잡죠?’ 같은 소리를 해댔다.

마치 저 나이대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서 게임 아이템을 사려고 하는 것처럼. 그리고 영지민이 하나둘 자리를 비우는 걸 확인하고 다시 내성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김준. 그 사람도 오라고 해. 그쪽 무리도 이제 해결해야지.”

“네~!”

“저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김준의 대답에 유다연은 태연하게 내 옆에 붙어서 같이 걸었다.

“사제들은 안 불러?”

“오빠. 아직도 쟤들하고 나를 몰라요? 오빠가 등장한 순간부터 오빠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다 우리들이라고요.”

다연이의 말처럼 주변은 어느새 빼곡하게 사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보디가드라고 되는 것처럼.

“그래. 그렇구나.”

이런 상황이 내가 운빨 똥망 중국산 게임 같은 시스템을 품고서 종말에도 버티는 이유였다. 회귀 전과 달리 내가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이들 때문에.

심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크게 자란 세계수의 그늘 아래 모인 우리는 간식과 음료수를 하나씩 끼고 마치 소풍을 나온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니까 페가수스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니까?”

“맞음. 머리 위에서 화염의 비를 내려주겠어!”

“응응. 페가수스 무조건 질러야지.”

원거리 계열 각성자는 페가수스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린스킨에는 비행 몬스터가 없다. 나중에 되면 와이번을 닮은 기이하게 생긴 익룡을 타고 나오는 놈들이 생기는데, 그건 아직 멀었으니까.

그런 그린스킨의 특성을 고려하면 닿지 않는 위치에서 그린스킨의 머리 위에 화살을 퍼붓거나 마법을 쏟아내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해는 한다.

다만,

“공중 요격은 좋지. 좋은데. 페가수스 가격 봤어? 너 얼마였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80만에서 100만 포인트 정도 되던데? 너 그 정도 포인트 가지고 있어?”

“모으면 되지!”

“이번에 특수 부대 그린스킨 쳐들어왔을 때, 얼마 모았는데?”

“오만?”

“어휴. 이 빡대가리야.”

엄청 비싸서 문제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100만. 너무 많다. 100만은 진짜 쉽지 않다. 나야 엘라 때문에 대량 학살로 얻은 포인트이지만.

그런데 이런 말도 웃기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지구에 있는 각성자들은 하루에 5만 포인트 모으는 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마 회귀 전, 그때 세상에서 이름을 날렸던 각성자도 힘들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번에 등장한 그린스킨처럼 특별한 그린스킨이 쳐들어와야 어떻게든 모아볼 수 있는 수치이니까 말이다.

“그럼 올리비아 너는 뭐가 좋을 것 같은데?”

“일단은 간단하게 이거? 아니면 이거?”

올리비아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육식 말’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말과 ‘절벽 산양’이라는 특이하고 귀엽게 생긴 산양이었다.

육식 말은 이름 그대로 엄청난 덩치에 근육질의 몸을 가진 말이었고, 절벽 산양은 수마트라 산양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덩치는 2배는 될 법하고, 다리가 두껍고, 길게 휜 한 쌍의 뿔이 달려 있었다.

“왜?”

페가수스를 외치던 헌터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가성비가 좋잖아? 지금 세상은 그린스킨의 준동으로 차로 어딜 다니기 어렵지. 도로가 엉망이라는 뜻이야.”

“그건 인정.”

“그러면 지형에 구애받지 덜 받는 말이나, 절벽으로 오르는 이 산양이 있으면? 기동성이 빠르게 늘어나겠지? 힘도 좋으니까 여러 마리 묶으면 컨테이너에 바퀴만 달면 끌고 다닐 수 있으니까 파밍도 쉬울 거고?”

“그치만…….”

“멋이나 쿨 같은 헛소리하면 주둥이에 파이어볼을 먹여주겠어.”

“헙!”

헌터는 올리비아의 협박에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올리비아는 한다면 하는 여자였으니까.

“미친놈. 어휴.”

올리비아의 한심하다는 감정이 담긴 질책에 헌터는 ‘뭐?! 어쩌라고?!’라는 뜻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빠악―!

뭐, 그러다가 그 치켜든 턱을 올리비아에게 맞고 기절했지만.

“다른 사람은? 말이나 산양 말고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냐?”

“저는 이거요.”

내 뒤쪽에 있던 엘라는 은근히 뒤에서 내게 몸을 기대며 어께 너머로 팔을 뻗어 하나를 가리켰다.

[사케르 순록]

신비로운 순백색의 털과 새하얗다 못해 미스릴을 떠오르게 할 새하얗고 세계수의 가지가 떠오르는 거대한 뿔 가진 순록.

“이게 뭔데? 좋은 거야?”

유다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냐하면 초식동물인 ‘순록’ 주제에 가격이 페가수스보다 비쌌으니까.

180만 포인트.

“네. 엘븐나이츠가 타고 다니던 아이였어요.”

“헐. 언니. 부자였구나?”

어떻게 그런 계산이 이뤄지는지 모르겠지만, 유다연은 고가의 카르마 포인트를 가진 동물을 타고 숲을 누비는 엘프를 떠올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저희가 키우던 아이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비싸지 않을걸요?”

“네? 180만 포인트가요? 와아!”

유다연은 엘리아나가 다른 차원에서 온 엘프라는 사실을 까먹기라도 했는지, 카르마 포인트에 집중해서 다시 한번 감탄한다.

‘잠깐만? 엘라는 카르마 포인트가 없잖아? 어떻게 고용해?’

[가신은 영주가 선물할 수 있죠. 그리고 저 엘라의 말처럼 그녀를 주인으로 고용하시면 ‘신성한 순록’은 안 비싼 게 맞습니다. 나중에 마구간에서 확인해 보세요.]

“응?”

비록 얄밉긴 하지만, 반지의 에고가 하는 말은 대체로 맞는 편이었다. 그리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창 회의하고 있는 사제들을 두고 엘라와 둘이 이동한 마구간에서 확인한 사케르 순록은,

────────────────

마구간[Rank: Orange]

(전략)

영지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53종

└사케르 순록 ― 1,800,000 → 180,000 (하이 엘프 전용)

영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0

────────────────

10분의 1이 되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