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52화 (52/183)

52화

<이 몸은 라쿤이라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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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간[Rank: Orange(업그레이드 중)]

(전략)

영지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53종

└사케르 순록 ― 1,800,000 → 180,000 (하이 엘프 전용)

영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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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태생이 무서운 건가? 다른 차원에도 수저론이 있는 건가?

하이 엘프 수저는 지구의 금수저 따위 비교도 안 되는 수저였구나.

분명히 이득인데 왜 이렇게 배가 아플까?

“18만? 에이 18만!”

“??”

엘라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괜히 죄책감이 들어 시선을 피했다.

“저……. 주인님?”

“응? 아니야.”

“네?”

“응?”

뭔가 서로 대화가 또 어긋난 느낌이랄까?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유일한 존재,

[그거 아닙니다. 마스터.]

‘넌 뭐 맨날 그거 아니래?’

반지의 에고가 하는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이번에도 내가 뭔가 핀트를 잘못 잡았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그럼 이거 소환해줄까?”

“아니요. 지금 이 건물. 업그레이드하는 중이죠?”

“맞아. 시간이 좀 많이 남았어.”

『14,248시간 17분 22초가 남았습니다.』

‘좀 많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시간이 남았다. 처음에 14,250 시간이었다. 그것도 5% 감소해서 그 정도.

날짜로 따지면 593일?

미친 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하냐고?

왜겠어?

『영지에 최초로 1만 시간을 초과하는 건축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건축물을 건축 혹은 증설 중입니다. 일반 능력 [영지 관리]에 영지 건축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안내 사항이 추가됩니다.』

『행정청이 옐로 랭크로 업그레이드되면 건축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내성이 옐로 랭크로 업그레이드되면 건축 시간이 5% 단축됩니다.』

『대장간 랭크가 상승할수록 영지 건축 시간이 단축됩니다.』

『연구소를 개방하면 영지 건축 시간이 단축됩니다.』

『마법사의 탑을 개방하면 영지 건축 시간이 단축됩니다.』

『연금의 숲을 개방하면 영지 건축 시간이 단축됩니다.』

처음에 1만 시간이 넘는

다 길이 있으니까 그런 거냐고?

길은 개뿔.

답이 없어서 그렇다.

행정청과 내성 옐로 랭크로 만드는 거? 그거야 뭐 일인가.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건축 대기열 3개가 꽉 찬 상태다.

대장간 랭크 상승까지는 그래. 거기까지는 인정. 대장간을 즉시 건설할까 고민 중이었다. 그 고민을 끝내기 전에 옐로 랭크로 신체 스탯을 올렸다가 쓰러졌지만.

그런데 연구소? 마법사의 탑? 연금의 숲?

이게 언제 등장하는지 알고 개방해?

자포자기 같은 심정이었다. 일단은 닥친 것부터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장간이나 도서관은 이제 화이트 랭크로 건설 중이니까.

“저는 그럼 업그레이드 다 되면 고용할까요? 다른 아이가 나올 수도 있잖겠어요?”

“아니. 그렇게 금방 끝날 일이 아닐걸?”

솔직히 처음에 즉시 건설로 250만? 조금 줄어서 237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내놓으라고 했을 때, 너무 과하다고 투덜댔다. 그런데 건설 기간을 보고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잠깐만.”

하지만 최대한 줄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지금 적용시키는 게 좋을 테니까.

“대장간 즉시 건설.”

『279시간 19분 40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46,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즉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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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Rank: White]

(전략)

1. 대장간에서 카르마 포인트를 [장인]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된 장인의 랭크는 대장간의 랭크와 공유됩니다.

6. 장인이 배정된 대장간은 랭크에 따라 영지 건물의 건축 시간을 감소시킵니다. 현재 랭크(White)에서 건축 시간 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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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장인을 고용한 대장간?”

한숨이 나오지만, 어차피 고용할 장인이었으니까.

『200,000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장인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하시겠습니까?』

“이거 고정 비용인가? 20만?”

비싸다. 옆에 있는 엘라를 10만에 소환했는데.

[맞습니다. 20만 포인트 고정이죠. 지금은 비싸게 느껴지시겠지만, 나중을 생각하시면 절대 비싼 게 아닙니다. 대장간의 설명에 1번 항목을 참고하시면요.]

“고용된 장인이 대장간과 랭크를 공유한다고? 그게 뭐……어라?”

그럼 나중에 대장간이 옐로 랭크 아니, 그린이나 블루 랭크가 되면 장인도 고용하면 그린이나 블루가 된다는 건가?

“이미 고용한 장인에게도 적용되는 거지?”

[네. 고용한 장인이잖아요. 고용해놓으면 저절로 동기화가 됩니다.]

“그럼……. 이거 좋은 건데?”

[네. 좋죠. 무려 옐로 랭크에 오픈되는 건물이라고요. 대장간은.]

일단 20만 포인트를 소비해서 한 명을 고용했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0만을 사용해서 고용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앗―!!

푸른색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내 앞에는 짧고 몽땅한 키에 수염이 덥수룩한,

“너구리?”

너구리를 닮은 생물이 서 있었다.

“너구리라니! 영주님! 이 몸은 라쿤이라쿤!”

야, 그거나 그거나잖아!

“다르다쿤! 너구리는 개과라쿤! 이 몸은 아메리카너구리과라쿤! 쿤쿤!”

“그…래? 아니, 잠깐만. 너구리는 개과인데, 라쿤은 너구리과야? 이게 뭔 개똥 같은 소리야?”

“너구리과가 아니라쿤! 아메리카너구리과라쿤! 학명 자체가 다른 거라쿤!”

짧은 다리와 팔을 맹렬히 흔들면서 뭔가 차이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들어도 그게 그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라쿤이 무슨 과인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래. 그건 그런데……. 장인이야? 라쿤이?”

“지금 라쿤을 무시하는 거쿤?! 혹시 영주님, 라쿤차별주의자인 거쿤?!”

“라쿤차별…주의자라는 것도 있어?”

“있찌! 내가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쿤!”

“그래.”

이 라쿤이라는 특이한 장인과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언제 나왔는지 이쪽으로 모인 사제들, 특히나 여자들의 눈에는 초롱초롱한 빛이 흐른다. 마치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를 봤을 때 보일 법한 눈빛.

“뭐, 뭐냐쿤!”

라쿤 역시도 그 눈빛을 감지했는지 발발 떨다가 잽싸게 내 다리 뒤로 숨어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야, 그러면…….”

“꺄아아아! 귀여워!”

“어떡해애애애!”

“개귀여워어!!”

“더 난리 나겠지…….”

분명히 대장간 때문에 장인을 고용했는데, 어째 냥줍을 한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간 기분이다. 나는 뒷전이고 모두 라쿤 장인에게 정신이 나가버린 여자들이.

“힘내라.”

유다연의 손에 있다가 올리비아의 품을 거쳐 제시 모건의 품으로 이동한 라쿤 장인의 명복을 빌어준다.

[아직 저 라쿤은 죽지 않았어요. 마스터.]

비슷한 거지. 죽은 건 아니지만. 어, 방금 샤나스가 데려갔다.

“행정청 업그레이드. 즉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125,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행정청]의 랭크를 옐로(Yellow)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화이트 랭크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2% 단축됩니다.』

『카르마 포인트 116,25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행정청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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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청[Rank: Yellow(▲1)]

(생략)

1. 영지민의 클래스와 범죄 이력을 조사하고 저장합니다. 행정청 랭크가 상승할수록 더 상세한 정보가 기록됩니다.

2.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해서 [직원]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3. 카르마 포인트를 대량으로 소비해서 [전문직원]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4. 행정청에 전문직원 4명, 직원 16명 이상이 배치된 후, 기본적인 주거시설 [집]을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해 영지 안에 건설할 수 있습니다. 건설된 [집]의 랭크는 행정청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5. 행정청이 건설된 후, 내성에서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해 전속 집사와 전속 메이드, 그리고 전속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6. 행정청이 건설된 후, 전문직원 1명을 고용해 부속 시설 [도로]를 건설하고 연결할 수 있습니다. 도로 위에서는 이동속도가 상승하고, 영지 건물 간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7. 영지 전체의 모든 종류의 건물 건설 시간이 10%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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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챙―!

『13,530시간 51분 41초가 남았습니다.』

챙―!

『12,177시간 51분 40초가 남았습니다.』

마구간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두 번 들리면서 시간이 팍팍 줄어들었다.

여전히 500일이 넘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즉시 건설에 들어가는 카르마 포인트가 줄어드는 거잖나.

“일단 그럼 내성을 업그레이드 하면 5% 추가 감소에 대장간 랭크를 올리면 또 줄어든다는 거지?”

대충 계산해도 250만이었던 즉시 건설 비용을 190만이나 170만 사이가 될 것 같은데?

일단 이것부터 해봐야겠네.

영지 랭크를 올리는 게 낫지 않냐고? 영지 랭크를 그린으로 올려서 추가로 등장하는 건물에 연구소나 마법의 탑 같은 게 있길 바라는 기도 메타?

‘나도 그러고 싶지.’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게 돈이 문제 아니겠나. 여기서 돈은 카르마 포인트.

옐로 랭크에서 특수 스탯인 위엄을 1포인트 올리는데 필요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24,000포인트다.

화이트에서는 500 포인트, 레드에서는 1,000포인트, 오렌지에서는 4,000포인트, 그리고 옐로에서는 24,000포인트.

그린으로 가면 아마 1포인트 올리는데 192,000포인트가 필요하겠지.

화이트에서 레드 랭크로 올라가면서 화이트에서 필요한 포인트의 2배 증가하고, 레드에서 오렌지로 올라가면서 레드에서 필요한 포인트의 4배가 증가하는 식이다.

각설하고,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영지 랭크가 그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24,000포인트가 100개 필요하니까 2,400,000포인트. 240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다행히 지금 그 정도 포인트는 남아 있다. 간당간당하지만.

대장간과 도서관에 5만 포인트씩 10만 포인트를 사용했고, 대장간의 장인인 라쿤을 고용하면 20만을 썻고, 방금 행정청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12만 정도를 써서 약 260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업그레이드해 봐야 20만 포인트 정도밖에 안 남는다. 50만으로 연구소나 마법의 탑을 건설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다 쓰고 나면 집을 못 짓잖아. 어휴. 차라리 시체 놈들이 나오면 때려잡아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라도 모을 텐데.’

[그래도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많으시잖아요.]

“그래. 그거라도 어디냐. 내성 업그레이드. 즉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125,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의 랭크를…….』

『카르마 포인트 103,750 포인트를…….』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내성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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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Donjon)[Rank: Yellow(▲1)]

내성은 영지의 중심이며 영주의 주거지로 ‘안락’과 ‘휴식’의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지상 6(▲2)층 지하 2층(▲1)의 건물입니다.

1. 내성문이 ‘파괴’되지 않는 한 내성의 내구도는 차감되지 않습니다.

2. 내성 내부는 공간 확장 권능이 적용됩니다. 현재 랭크(Yellow)에서 배율은 80(5×2×8)배입니다.

3. 「하급 피로회복」, 「하급 체력 회복」, 「하급 마력 회복」, 「하급 컨디셔닝」, 「중급 재생」, 「중경상 치유」, 「청결」, 「온도 조절」, 「습도 조절」, 「기본 통신」의 생활 마법이 상시 적용됩니다.

4. 영주는 주인이 있는 방을 제외하고 내성 안의 모든 곳을 공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5. 내성에서는 제작된 모든 종류의 음식은 영지 랭크와 동일한 랭크로 「독 면역」이 발현됩니다.

6. [행정청]을 건설할 경우 전속 집사와 전속 메이드, 그리고 전속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고용되는 고용인은 내성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7. 영지 전체의 모든 종류의 건물 건설 시간이 5%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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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 생활 마법도 다들 한 단계 상승한 것 같고. 돈값은 확실히 하는 것 같은데. 역시 문제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하네.”

[지금 너무 급하세요. 마스터. 종말이 시작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습니다.]

“…그런가.”

[네.]

“그럼 모두 더하면 22% 감소인가?”

[그렇습니다. 합연산이라서 다행입니다.]

에고의 말대로다.

가신(5%) + 대장간(2%) + 행정청(10%) + 내성(5%) = 22%.

물론 그렇다고 해도,

챙―!

『11,692시간 50분 11초가 남았습니다.』

여전히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487일 정도니까.

“이거 즉시 완료하려면 카르마 포인트 얼마나 필요해?”

『카르마 포인트 1,948,833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봐라. 벌써 190만 가까이 내려왔잖은가. 점점 나아진다.

대장간부터 업그레이드하고, 가신도 나중에 추가로 등록할 수 있을 거다. 그래. 난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일단 조만간 업그레이드 끝날 건데 그때 선택할래?”

“네. 주인님.”

해사하게 웃으며 뭐든지 좋다는 듯이 웃는 엘라와 같이 아직도 여자들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쿤을 구해줬다.

“고, 고맙다쿤……. 역시 영주님은 라쿤혐오주의자가 아니었쿤…….”

여러 사람의 쓰다듬을 받다 보니 정전기 실험을 한 머리카락처럼 사방으로 나풀거리는 털을 정돈해주면서,

“오늘은 그럼 쉬고 내일부터 일을 시작할래?”

라고 묻자,

“놉이라쿤! 라쿤은 쉬지 않는다쿤!!”

여자들의 눈을 다시 돌아버리게 만들 법한 소리를 귀엽게 외쳤다.

“어. 빨리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라.”

벌써부터 눈을 빛내는 여자들에게서 등을 돌려 시선을 가려주며 대장간 안으로 걸어갔다. 그럴수록 이 장인이라는 라쿤의 눈은 장화신은 고양이의 뺨따구를 때려버리고 남을 정도로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좋은 영주님이라쿤. 행복하다쿤. 열심히한다쿤!”

‘이 자식 이거 은근히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이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구나.’

내 영지에 각성자 중, 여자의 비율도 높지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이들’이다. 조용히 라쿤의 명복을 빌어줬다. 물론 속으로.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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