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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54화 (54/183)

54화

<고용인들?>

세 명. 3명.

셋이라는 숫자의 인격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삼인성호(三人成虎)처럼, 셋이서 없던 호랑이가 존재한다고 소문을 내는 일?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처럼 어딘가의 메시아를 찾아 셋이서 떠나는 거?

아니면 연애 소설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삼각관계를 연애 관계를 이뤄는 일?

여기 확실하게 세 명의 수인이 한 일을 보면 세 명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트일 거다.

“뭐, 뭐야? 여기 왜 깨끗해?”

기존에도 더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성 1층은 14만이 넘게 증가한 영지민들이 지하에 있는 목욕탕과 화장실 때문이라도 들락날락하면서 어수선하고 어딘가 분위기였는데 그게 깔끔하게 정돈됐다.

“오빠 여기 원래 좀 난잡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특히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은 새롭게 대거 합류한 영지민 때문에 계단 난간이나 계단에 의도치 않게 먼지나 흙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있었는데, 지금은 반짝반짝 빛을 반사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거 음식. 왜 맛있어? 아니, 원래도 밥은 맛있었는데. 왜 이 메시지?”

유다연이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건 별 게 아니다. 깔끔하게 변한 내성 내부와 외부. 그리고 명확하게 정돈된 주변과 먹으면 6시간 정도 유지되는 버프가 발동되는 음식 때문이다.

별 게 아닌 게 아닌 것 같다고?

맞다.

이건 별 게 아닌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게 고작 세 명의 수인이라면?

“55만 포인트가 55만 포인트밖에 안 하는 거였어. 그것도 마이너스 카르마로 고용할 수 있다는 게 대박이지.”

“아니 오빠. 지금 그럴 소릴 할 때가 아니라니까? 내가 어제 자고 일어났더니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아? 세상에! 청결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루 동안 마력 회복 속도가 소량 상승합니다. 라고 그랬다고! 그 무뚝뚝한 시스템이!”

그래. 이것도 그렇다. 기존에 내성에 적용 중이던 버프들이 마치 이제야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적용되며 그리 긴 잠을 자지 않아도 컨디션이 12시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뭔가 억울해. 분명히 좋은 일인데 나만 이래서 억울해!”

유다연의 칭얼거림을 뒤로 하고 내성을 나섰다. 어제 김준과 짧게 그와 그의 일행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 논의를 했고, 오늘 그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인님~.”

어제 자신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한 뒤로 조금은 부드럽게 변한 엘리아나가 평소처럼 다가와 서는 것으로 테스트 준비는 끝났다.

“회장님.”

우리가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 사이 준비를 끝낸 김준과 그 일행은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내성의 성벽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500여 명은 엄청 긴장한 기색이다.

“너무 서두른 거 아냐?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손가락질받을 만한 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테니까.”

대답은 없었다. 몇몇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문 직원을 네 명 고용했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아 거짓말하지 마.”

다섯 마리의 레서판다가 어울리지도 않는 금테 안경을 착용하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서 있다. 누가 봐도 문서 작업 따위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을 몰골을 하고서 말이다. 가서 과일이나 먹으라고! 두 팔을 들고 위협이나 해! 심장에 해롭게 귀여운 모습으로!

“네?”

“그러니까 전…문 직원인 거지? 행정청의?”

“그럼요!”

네 명의 레서판다 수인이 귀여운 눈을 반짝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그래. 일단 잠시만.”

어차피 넷이나 소환한 전문 직원이다. 한 명당 25만 포인트나 필요하다. 네 명을 고용하는데 총 100만이 들었다. 그나마 직원은 5만 포인트이긴 한데. 16명이나 고용해야 한다. 그것만 해도 또 80만 포인트가 들겠지.

하지만 어쩌겠냐.

“그러게, 어쩌겠어.”

자신을 모아놓고 갑자기 동물과 인간을 섞은 생물을 소환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이들이 있지만,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80만 포인트가 차감되고, 푸른 빛과 함께 네 명의 레서판다 수인 뒤에 열여섯 명의 수인이 소환된다.

“아. 거짓말하지 마. 진짜.”

하나의 종족이냐고?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슴돠! 영주님!”

“인사 오지게 박겠슴돠! 영주님!”

다행히 이번에는 아니다. 여러 종족이다. 두서없이 인사를 박는 아니, 인사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잖은가. 다만,

“뭔…….”

레서판다 밑에 있는 직원이 죄다 맹수야. 늑대에 북극곰? 어랍쇼? 악어에 하마도 있네? 꼴에 사자라고 가장 뒤에 서 있는 건가?

“죄송합니다 ,영주님.”

내 한숨을 들은 레서판다 중 한 명이 갑자기 그렇게 사과를 하고는 휙 하는 소리가 나게 뒤로 돌아 자신보다 덩치가 큰 맹수들 노려보면서,

“사전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인사는 통일된 구호로 한 번에 하라고. 너희가 아직도 교육생인 줄 알아?!!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고 싶어?!!”

까랑까랑하고 얇은 목소리로 보는 사람을 다른 의미로 조마조마하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댄다.

‘너 그러다 한입에 잡아 먹히면 어쩌려고! 말려야 하나?’

“죄, 죄송합니다!”

“죄송함돠!”

“지송합니다. 누님!”

그런데 뜻밖에도 맹수 수인 직원은 발발 떨면서 허리를 90°로 접으며 빌어댄다.

“통일하라는 말 몰라?! 이것들이! 너희 끝나고 다 남아!”

“아……. 돌았냐고요…….”

고용인들이 왜 다 약빤 것 같으냐요! 우여곡절의 자기소개 시간을 빙장한 돌아이들의 장기자랑 같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저기 있는 인간들을 대상으로 범죄 이력 조사해줘. 요약해서 내게 건네주면 돼.”

“네. 맞겨두세요! 거기! 네 줄로 서서 이쪽으로 오도록.”

귀여운 레서판다가 호기롭게 외치는 모습은 어딘가 하나도 무섭지 않은 분위기지만, 뜻밖에도 네 마리 레서판다 뒤에 서 있는 맹수들 덕분에 조사를 받게 될 사람들은 긴장하며 빠르게 네 줄로 섰다.

“다음. 음. 다음. 다음. 다음. 어? 넌 저쪽으로 열외.”

무언가를 확인하기는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레서판다 전문 직원은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열 명에 한 명 정도를 한쪽에 열외를 시켰다.

500명이 넘는 사람의 과거 이력과 범죄 조회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도 걸리지 않았다. 한 사람당 5초 정도?

“영주님.”

레서판다가 한 손을 흔들면서 촐랑촐랑 달려온다. 중간에 한 번 넘어질 뻔했던 건 못 본 척해 주기로 했다.

“영주님. 여기 있어요.”

전문 직원이 한 손에 들고 팔락거리는 건 종이가 아니다. 파란 홀로그램 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레서판다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일렁이며 물결친다.

“이걸 어쩌라고?”

“아, 이걸 이렇게…….”

물결치는 홀로그램 종이를 내 손에 올려놓자,

파앗―.

작은 빛 알갱이로 변해 흩날리면서 손바닥으로 흡수됐다.

“음?”

그리고 떠오르는 정보들은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정돈된 책장처럼 정확하게 정돈된 정보로 어떤 기억보다 떠오르기 편했다.

“저기 열외된 사람들은?”

“네. 엄청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렇군.”

그런 말이 있잖은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 저기 열외된 사람은 법이 없었으면 다른 의미로 큰일 날 사람들이다. 너무 호구라서 아마 지독하게 이용당하다가 버림받았을 사람 말이다.

“거기 열외된 사람들. 이리로.”

겁을 먹은 것처럼 쭈뼛거리며 52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다가온다.

“안으로 들어가서 씻고, 밥도 먹고 푹 쉬어.”

“에. 예?!”

멍청한 대답을 하던 남자에게 대답을 해준 건 전문 직원 뒤에 대기하고 있던 악어 수인이었다. 그는 제법 차분히 지금 열외된 이들의 성향과 과거 행적에 대한 평가를 들려주며 618명의 약 10% 정도 되는 인원을 내성 안으로 안내했다.

“어디 보자. 너, 너너너, 그리고 거기 셋, 너너, 너랑 너, 그리고 뒤에 둘. 그래, 너희 둘.”

생각보다 500명이 넘는 인원 속에 사회통념 상 손가락질 받을 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지금 지적한 사람은 열성적으로 종교를 믿는 사람이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지만, 내 영지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영지야. 그러니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해. 너희가 믿는 신들이냐, 아니면 이곳 영지냐.”

종교쟁이가 제법 많았다. 범죄 이력 조회라고 경찰의 데이터베이스 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영주인 내가 ‘범죄’의 범주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것까지 조회했다.

종교처럼 말이다. 그것도 그냥 부모님 따라서 억지로 교회나 성당 혹은 절에 갔다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종교 전파에까지 나섰던 사람들 말이다.

누구도 종교를 선택하지 않았다. 지적받은 이들은 모두 영지민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김준과 관련된 이들에 대한 처우를 정하고 나서 내성 가장 높은 층인 내 방에 테라스에서 영지 전체를 내려다봤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집을 지어야겠어.”

제법 균일하게 설치된 텐트가 있었지만, 11만이나 되는 인원이 추가로 더해지면서 난민촌이 따로 없었다.

행정청에서 건설하는 부속 건물 [집]은 특별히 건설 대기열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면 즉시 건설되는 개념이다.

다만,

“비싸네.”

비싸다는 게 문제다.

“종말 전이나 후나 대한민국의 집값이 비싼 건 똑같네.”

집이라는 영지 부속 건물은 비쌌다.

“기본인 1층 단층집이 2만? 이층집은 왜 5만으로 뛰는 건데? 4만이 아니라?”

행정청을 옐로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12만 5천이라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들었던 걸 기억하면 2층 집이 5만이라는 건 엄청나게 비싼 거다. 마구간이나 대장간 그리고 도서관 등, 옐로 랭크에 오픈된 건물의 건설 비용이 5만이었기도 하고.

[지금 당장은 비싸게 느껴지시겠지만, 이 종말의 지구에서 혹독해진 환경에서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집이라는 걸 생각하면 비싼 건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잖아요. 몸이 약해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텐트가 아니라 내성에서 재우고 계시잖아요.]

“…….”

[깨끗한 식수와 온수, 냉방과 난방이 제공되고, 이전과 달라진 지구의 일교차와 급변하는 날씨에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마스터.]

[무엇보다 생존자 중, 가족 단위로 영지에 합류한 이들은 적으니, 그저 숫자만 맞춰서 넣는다고 가정하면 이층집은 스무 명이 지내도 될 정도로 충분해요. 그렇게 따지면 한 명당 2천 포인트인 거죠.]

“하아…….”

[그리고 마스터. 너무 급하게 생각하시니까 당장 직접 모든 집을 직접 구매해서 무상으로 지급하시려고 하시다 보니까 비싸게 느껴지는 거예요.]

“!!!!”

[하지만 원래 집이라는 건 그곳에 살 사람이 직접 구매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또한, 항상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하신 마스터를 위해 팁을 하나 드리자면, 마이너스 카르마로 집을 건설하시고 나중에 행정청을 통해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로 집을 영주민을 통해 파실 수 있어요. 어차피 영주민 전체를 각성자로 만드실 거잖아요?]

“…천잰데?”

에고의 제안은 내게 유레카를 외치게 했다. 이층집을 100채를 건설하고, 대장간을 즉시 건설하면서 추가로 건설 기간을 단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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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1,483,870(▼1,750,000)]

[악업(Minus Karma) 6,582,250(▼10,2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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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카르마 포인트를 썼지만, 이상하게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마치 게임에 과금했을 때 같달까?

그리고 11만의 영지민이 찾아온 그날부터 정확히 48일째가 되는 날이자, 종말이 시작되고 두 번째로 세금이 들어오는 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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