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56화 (56/183)

56화

<설기>

────────────────

[마구간[Rank: Yellow(▲1)]

1. 영주의 승인을 받은 영지민은 마구간에서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소속 동물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된 동물은 마구간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2. 영주는 마구간에서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환수]와 [신수]를 고용하여 타거나 전투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환수와 신수는 마구간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3. [대장간]을 건설하면 마구간에 소속된 기승 동물 전용 등자와 전용 장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4. [기사단 숙소]를 건설하면 기사단의 특성에 맞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말은 별도의 카르마 포인트 소비 없이 기사단에 고용됩니다.

5. 마구간에서 고용하는 모든 종류의 동물은 고용 이후 탑승해 [탈 것]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반 능력 [기승(騎乘)]을 보유하고 있다면 마구간 랭크에 따라 전투에서 특별한 효과를 부여됩니다.

6. ※ 현재 랭크에 이르러서 터전을 잃은 동물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동물이라면 누구라도 원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통과한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이제부터 마구간에 소속된 모든 동물의 고용 포인트가 15% 감소합니다. New!!

영지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72(▲19)종

영주 전용 동물 입고 현황: 1(▲1)

└ 자이언트 윙 샤벨 타이거

────────────────

“이게 왜 진짜야?”

지금까지 소식이 없던 마구간에 영주 전용 동물이 입고됐다. 그것도 이상한 이름을 가진 동물이.

“이름만 보면 호랑인가? 타이거니까? 샤벨 타이거면 그거 아닌가? 검치호?”

이빨이 큰 호랑이를 샤벨 타이거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게임 같은 곳에서.

“그래서 가격이 얼만데? 이거?”

그런데 특이한 건 아무리 살펴봐도 가격이 없다. 영지민 전용 동물은 각 개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영주 전용 동물로 분류된 자이언트 윙 샤벨 타이거는 전혀 그런 게 없다.

“설마 이거 공짠가?”

[마스터 공짜라니요.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 무료라던가, 옐로 랭크 달성 보상이라던가, 뭐 그런 용어가 있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공짜라는데!!”

쓸데없는 태클을 거는 에고를 무시하고 바로 영주 전용 동물을 소환했다.

쿵―!

다른 고용인을 소환할 때와 다르다. 무거운 무언가가 추락한 것 같은 굉음이 울리고, 이어서 마력이 흔들린다.

쿵쿵―!

총 세 개의 마력으로 이어진 원이 서로 동심원을 이루며 겹쳐지면서 마구간 앞의 넓은 공터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오빠아!”

농밀한 마력과 소음에 난리를 알아차리고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사제들과 각성자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대신 시야를 가득 메운 건 순백의 거대한 호랑이다. 고개를 뒤로 한껏 꺾어야 보일 정도로 커다란.

― 크으으으.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입고 있는 옷이 펄럭인다. 호랑이도 인간보다 큰 동물인데, 이건 그런 호랑이는 고양이로 보이게 할 정도로 크다. 코끼리보다 크다. 진짜로. 크기만으로도 위압감을 선사하는 외형이다.

특히나 허리에 달린 순백의 커다란 날개 한 쌍은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 격’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다만,

“흐음……. 너무 큰데?”

기이할 정도로 크다는 게 조금 문제랄까? 각성자가 아니라면 올라타는 것조차도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컸다. 그 말을 중얼거린 순간,

파앗―.

거대한 샤벨 타이거의 몸에서 푸른색 빛이 흘러나오더니,

“먀아.”

코끼리보다 크던 날개 달린 호랑이는 어디 가고 새하얀 고양이가 바닥에서 냥냥 펀치를 날리고 있다. 엄청 크던 날개조차 작아져 등에 살짝 붙어서 더 앙증맞게 보이는 고양이가 말이다.

폴짝―.

몸을 한껏 웅크렸던 새하얀 고양이가 엄청난 점프력으로 저절로 내 품에 안겼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품으로 달려드는 고양이를 받아들자, 마치 여기가 자기 자리라는 듯이 기대어 웅크리고 눈을 감는다.

“…이거 뭐야?”

“오빠아!”

“보스!”

엄청 달렸는지 숨까지 헐떡이는 유다연과 올리비아는 내 안위를 걱정하는 눈을 하다가 품에 안긴 새하얀 고양이를 보고는 눈빛이 변했다.

“그, 그, 그거 뭐예요?! 심장에 해로울 것 같은 그 귀여운 생명체는 도대체!”

유다연은 저번에 라쿤 때도 그랬지만, 귀여운 것에 대한 집착이 있다. 분명하다. 바짝 다가와서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를 만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가 거둬들였다가를 반복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아까 못 봤어?”

“아까요? 뭘요?”

“너희와 나 사이에 엄청 큰 동물이 소환됐잖아?”

“응? 그거 진짜였어요? 엄청 큰 호랑이처럼 생긴 거? 그냥 마력 간섭에 의한 착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얘야.”

“…네?”

“맞아. 현실을 부정하지 마. 이 쪼꼬만 녀석이 아까 그 녀석 맞으니까.”

눈이 휘둥그레진 유다연이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나와 내 품에 안긴 고양이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경악한다.

“오빠! 그 아이 마구간에서 고용한 거예요?! 저도요! 저도 고용할래요!”

“응. 안 돼~.”

“아, 왜요?!! 저 카르마 포인트 많아요!”

“그래도 안 돼~. 영주 전용이야~.”

“칫칫!”

좋다가 말았다는 듯이 투덜거리던 유다연은 이내 다시 내 품에 안겨 졸고 있는 고양이에게로 관심이 쏠렸다. 한참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다연이는,

“아! 그런데 오빠! 이 아기 이름은요?”

지금 막 소환된 ‘자이언트 윙 샤벨 타이거’의 이름을 물었다. 애초에 지금 소환했는데 이름 따위가 있겠냐.

“그래요? 그럼 뭐로 하실 거예요?”

“글쎄?”

그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지 눈을 감고 편하게 누워 있던 샤벨 타이거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먀아―.”

귀엽게 울었다. 어느새 주변에 모여 있던 각성자들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몰라 했고.

“하양이로 해요!”

유다연의 주장에,

“야, 그건 백인한테 화이트라고 이름 지어주는 거랑 뭐가 달라? 흑인한테 검둥이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는 거라고.”

무려 흑인인 네이선이 그렇게 유다연의 말을 반박했다.

“그럼 네이선 아저씨는 뭐가 좋은데요?!”

당연히 자신의 주장이 단번에 반박당한 게 억울한 유다연이 발끈했고, 여러 이름이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런 이름 중에는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는지 이 녀석은 그녀 나를 올려다보며 ‘먀아? 먀아.’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작고 귀여운 울음 때문일까? 중구난방 떠들던 주변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모든 시선은 새하얀 고양이에게 모였다.

“아무래도 계속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이어가면 이 녀석이 ‘아, 이름 X나 못 짓네.’이러면서 사람 말을 하지 않을까? 니들이 한 말 다 알아듣는 것 같던데?”

“가능성이……. 있어!”

“응응!”

농담처럼 던진 말에 격하게 반응하며, 어쨌든 좋다는 듯이 사랑스럽게 하얀 백설기 같은 녀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백설기?’

“설기로 하자.”

“설…기요? 그게 뭐예요?”

“이 녀석 이름.”

다들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이 나를 보며 멍한 얼굴이었지만, 자세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냥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백설기에서 백을 빼고 설기라고 했다고 하면 또 뭐가 어쩌네저쩌네 말이 나올 테니까.

눈 설(雪), 기운 기(氣).

설기.

이런 뜻인 거로 하자. 하얗고 하야니까. 잘 어울리네.

“이제부터 넌 설기다. 알았지?”

“먀아―!”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작은 체구의 설기에게서 뻗어 나온 기운이 나와 연결되는 게 느껴진다. 소환했을 때가 아니라, 이제야 연결되었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부드럽게 몸을 쓰다듬었다.

“먀아앙…….”

그 손길이 만족스러웠는지 작게 울면서 눈을 감고 즐기는 게 보였다.

“귀엽긴 하네.”

확실히 고양이는 요물이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된 이 망해가는 상황에 찾아온 작고 귀여운 생명체는 정서적으로 몰린 인간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다들 마구간 살펴봐. 각자 필요한 동물을 고용하는 것도 고려해보고. 업그레이드가 됐으니까 새로운 아이들도 들어왔을 거야. 아! 그리고 고용 비용도 15% 절감됐으니까 그것도 참고하고.”

“오오!”

“나도 귀여운 거!”

다들 마구간으로 몰려가는 순간에도 엘리아나는 내 옆을 지켰다.

“엘라는 확인 안 해? 저번에 말한 그 아이로 할 거야? 사케르 순록?”

“네.”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추가로 등장한 다른 동물은 관심이 없는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묻자,

“사케르 순록은 다른 말로 신성한 순록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정령을 품을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엉뚱하게 들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래.”

『마이너스 카르마 153,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구간에서 [사케르 순록]을 가신 엘리아나에게 수여합니다.』

설기를 소환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별다른 마력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커다란 마구간의 문이 열리면서 설기와 비슷하게 순백의 윤기 있는 털이 인상적인 커다란 순록이 엘리아나를 향해 다가왔다.

푸르르르.

“그래. 나도 반가워.”

마치 서로 대화가 통하기라도 하는 듯이 사케르 순록의 목을 쓰다듬던 엘리아나는 어느새 뿔이 달린 머리를 자신에게 내미는 사케르 순록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댄다.

한폭의 신비로운 그림과 같은 그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봤다.

“나도 저거 살까?”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가,

“헐. 미친!”

가격을 보고 다들 포기했다. 그 모습이 또 안타까웠지만, 지금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빠르게 원정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을 뿐이다.

“생각만 해놔. 고용하진 말고. 조만간 원정을 나갔다 오면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네. 오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보스.”

대답과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유다연과 올리비아에게서 시선을 거둬 북쪽으로 돌렸다. 북동쪽. 거기에는 48일 전, 이곳을 침범하려다가 잡힌 군벌이 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