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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57화 (57/183)

57화

<친정(親征: 임금이 몸소 정벌에 나선다)>

영지 세금이 들어온 날, 영지는 원정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영지에서 서쪽은 가 봐야 강화도라서 서쪽으로 원정은 배제했다. 남쪽을 비롯해 다섯 방향으로 세분화해서 나가려는 원정의 목적은 생존자 구출과 카르마 포인트 수급이었다.

그 말은 즉,

“나도 나가야 한다는 거지.”

원정에 나 역시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엘리아나만 보낼 수도 있다. 그녀의 강함은 이제는 굳이 입 아프게 떠들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으니, 충분히 성과를 낼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엘리아나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그녀는 언제, 어디에서 보더라도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는 외모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니 시선을 분산시켜야 하고, 침식자와 생존자의 어그로를 끄는데 내가 가장 적합하다.

“일산으로 가는 인선은 다 준비됐어?”

“네. 보스. 가장 먼저 엘리아나, 그리고 유다연입니다.”

음. 인정한다. 엘리아나는 당연한 거고 유다연은 지금 영지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치유력이 뛰어난 사제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아마 각성 순서로 따지면 그녀가 랭킹 5위 안에 들 거다.

‘내가 이 종말이 시작되기 전에 각성했으니까, 어쩌면 1등일 수도 있겠네.’

처음 김포에 자리잡고 그린스킨을 기다렸을 때, 지금은 늠름해진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도 하나 같이 긴장했지만, 유다연은 달랐다.

“그리고 제시 모건, 세이디 월터스, 이사벨라 노아, 산드라 밀레나, 빅토리아 예일, 클레어 컨버비치, 케일리 컨버비치, 셀마 라드 그리고…….”

“잠깐, 잠깐만.”

“네?”

“제시 모건은 성투사니까 오케이. 세이디 월터스? 공간 술사지? 음……. 그래 좋아. 이사벨라는 정령사니까 엘라와 함께하면 배우는 게 있겠지. 그런데 산드라, 빅토리아는 전사잖아? 다른 조에 전사 계열 각성자 부족하지 않아? 그리고 클레어하고 케일리 자매하고 셀마 라드는 셋 다 사제잖아?! 이쪽으로 다 오면 다른 원정대는 어쩌려고?”

“그건 문제 없습니다. 보스. 지구의 의지뿐만 아니라, 영지민 중에도 사제 클래스로 각성한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

아이들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턱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과 속이 체한 것처럼 더부룩해졌다.

“그들도 이제는 각성자예요. 보스.”

올리비아의 말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리고 내가 이 망한 세상에서 달달하고 뜨뜬미지근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보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다가와서 인사하고 꺄르르 웃으며 멀어지는 아이들은 그린스킨과 싸우는 전장에 내보내야 한다는 게, 그게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일단 알았어. 더 있나?”

“당연하죠. 무려 보스가 나서는 첫 친정(親征: 임금이 몸소 정벌에 나선다)이잖아요? 마법사 계열로 각성한 아이들은 다들 영지에 남아요. 저를 포함해서요. 대신에 후아나 다이즈와 릴리 로즈 그리고 매켄지 테리, 류보브 이바노바도 포함됩니다.”

“후아나……. 그래. 후아나가 포함되었다면 릴리는 당연히 따라야겠지.”

후아다 디아즈는 몇 명 없는 버퍼라는 특이한 클래스로 각성한 여인이다. 후아나 디아즈와 릴리 로즈는 항상 같이 다녀야 하는 이유는 릴리 로즈의 클래스가 광전사이기 때문이다.

전투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피아 식별이 어려워지는 클래스. 다만 전투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강해지는 이점도 있다.

그리고 후아나 디아즈의 버프 중, 정신력을 올려주고, 또렷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스킬이 있다.

광전사라는 클래스가 이성을 잃는 대신 곱절로 육체 스탯이 오르는 건데, 이성을 유지하면서 스탯이 오른다? 사기지.

“메켄지는 클래스가 저격수 계열이었나? 흠. 좋아. 류보브는…….”

“류보브 이바노바는 꼭 가야 해요. 그녀의 클래스는 방어 특화이니 보스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요.”

“그래. 아니, 잠깐만. 그런데 왜 죄다 여자야? 네이선은? 리암, 빌리는? 에단, 제임스에 루크하고 헌터도 있잖아?”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걸요? 남자들이 이상하게 양보하더라고요.”

“양보? 양보라고?”

이게 무슨 나들이냐? 군대에서 나가는 단체 휴가야? 양보를 하게?

“저, 저는 바빠서. 나가 볼게요. 보스.”

“야!”

도망치듯이 영주 집무실을 나가는 올리비아를 보면 확실하다. 이것들 아주 나들이 나가는 기분으로 가는 거다.

[그게 기분이 나쁘신가요? 혹시 사제들이 마스터의 취향과 거리가 먼가요?]

“어휴. 그게 뭔 소리야. 이 멍청아.”

지구의 의지의 사제로 발탁된 여자들은 하나 같이 미인이다. 미모와 매력이 드러나지 않던 여인들도 지구의 의지에게 선택받으면 각자의 매력이 만개하는데, 남자로서 싫을 리가 있나.

다만 저들이 나를 좋아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게 순수한 저들의 마음인지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또 너도나도 무턱대고 가슴부터 들이미는 육탄공세도 조금은 부담스럽고 말이다.

“친정이라니……. 누가 들으면 진짜 왕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왕이나 마찬가지시죠. 마스터께서는.]

반지의 에고도 그렇게 말했지만, 이유는 모르겠는데 낯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어쩌면 회귀 전, 왕이니 황제니 하던 병신들이 가이아 게시판에서 하던 짓이 떠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 병신들은 죄다 뒈졌던가? 아! 중국에 하나 남아있던가?’

“오빠! 우리 준비 다 했어요!”

“그래. 가자. 아, 그전에. 병영 즉시 건설.”

『카르마 포인트 35,173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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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Rank: Yellow]

병영의 랭크가 화이트에서 레드 랭크로 상승함에 따라 기본 병과 「창병」과 「궁병」이 각각 「검방병」과 「헌터」로 승급했습니다.

1. 검방병 [480 MC]

2. 헌터 [600 MC]

3. 파수꾼(Guard) [2,400 MC]

4. 레인저(Ranger) [2,400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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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과 레인저는 엄청 올랐네. 미친. 레드일 때는 고작 200 포인트였는데, 오렌지를 거쳐 옐로로 업그레이드되면서 2,400이 됐다. 12배나 상승한 건데.

‘하긴 검방병하고 헌터도 12배가 상승했으니까. 기존에 소환한 병영의 병력부터 카르마 포인트로 업그레이드 해야겠지.’

기존에 소환했던 병사들이 모두 업그레이드 중이라는 내용이 뜬다. 다행이라면 병영의 랭크가 상승한 만큼, 소환된 병사의 업그레이드는 그리 길지 않다. 30분 정도니까.

추가로 병력을 각각 100명씩 소환을 마친 뒤, 원정대는 출발했다.

“내가 나간 뒤, 다 같이 김포 시내부터 훑어. 그리고 너무 멀리까지 가지 말고. 침식자. 기억하지?”

“네. 보스. 이미 몇 번이나 주의를 줬습니다. 그리고 병영에서 뽑은 병력이 동행하니까, 최악의 경우 몸을 뺄 수 있을 거예요.”

“좋아. 그럼 저녁에 보자고.”

“네. 다녀오세요. 보스. 영지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래.”

솔직히 말하면 영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영지는 이동할 수 있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겠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영지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김포에서 고양시의 일산까지 멸망 전이라면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마 한 달 전에 뒈진 군인 놈들은 그것의 3배는 걸렸을 거다. 군용 차량의 느린 속도와 그린스킨의 침공으로 엉망이 된 도로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와!!”

“신나!”

30분도 걸리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무려 이름에 ‘자이언트’라는 이름이 붙고, 날개도 달린 샤벨 타이거, 설기는 처음 소환됐을 때, 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영지를 벗어나자마자 거대화를 하더니, 122명에 달하는 사람을 모두 등에 태웠다.

물론 단순히 설기 등에 올라탔다고 끝은 아니다. 적법한 주인인 나는 괜찮았지만, 잠시 등을 빌린 각성자들은 날아가면서 받는 공기저항만으로도 떨어질 수 있었다.

“실라이론.”

엘리아나가 소환한 바람의 상급 정령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그랬을 거다.

영지 랭크가 옐로(Yellow).

두 랭크 보정을 받는 엘리아나는 블루(Blue).

무려 블루 랭크에 오른 엘리아나는 이전에 중급 정령을 소환하듯이 상급 정령을 한 번에 수십 개체나 소환했다. 대형 버스보다 2배가 넘게 긴 설기의 등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비행을 즐길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녀의 힘 덕분이다.

아래의 풍경이 빠르게 멀어지고, 김포의 경계를 넘어 고양으로, 그리고 일산시로 접어들자, 풍경이 확 바뀐 게 느껴진다. 자글자글하게 보이던 그린스킨이 확연히 줄어든 게 보였으니까 말이다.

“설기야. 저리로.”

생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이 많은 사람을 등에 태우고 나는 게 고맙고 안쓰러워 목덜미를 쓰다듬으면서 부탁했다.

“크르르으.”

커다란 머리를 끄덕이며 설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착륙한 곳은 사단 사령부라면 하나씩 있을 법한 커다란 잔디 축구장이다. 여름에 땡볕에서 병사들을 동원해 잡초를 뽑게 만드는 그 원흉과 같은 곳 말이다.

“저기 우르르 달려오네.”

천천히 하강했기 때문일까? 사령부 건물에서부터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군인’들이 보인다.

“이야! 정말 죄다 군인들이네?”

계급장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상의는 병장인데 모자는 대위 모자를 쓰고 있고, 뒤에서 달려오는 남자는 상의는 중사인데 모자는 상병 모자를 쓰고 있다.

“미친놈들. 쟤들 전부 라이더라며? 근데 왜 몸만 달려 나와? 하다못해 육공 트럭이라도 몰고 와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요. 그나저나 그놈은요? 보이세요? 이름이 조배달이라고 했죠?”

“아직 안 보이네. 분명히 이병 계급이라고 했는데?”

“이병이면 작대기가 두 개인 거죠?”

“…아니. 하나. 두 개는 일병.”

“엥?! 왜요? 일병이 하나고 이병이 두 개가 아니고요?!”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다가,

‘아니 이걸 굳이 이 상황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생글생글 웃으며 딴소리를 해대는 유다연을 뒤로 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일단 저것들부터 제압해. 반항이 심하면 뭐 어쩔 수 없이 처리해도 좋아.”

군벌에 소속된 군인이 5천 명이나 된다고 했다. 각성자가 5천이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의 의지의 사제와 병영에서 소환된 범용 클래스 전투원을 포함해서 122명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긴장하지 않은 것은,

“어머~! 얘! 수, 숨 쉬어! 숨! 숨을 쉬라고!”

“이것들 왜 이렇게 약해?”

“뭐야? 왜 방어만 했는데 다들 팔이 부러졌어?”

이것들이 엄청 약하기 때문이다. 라이더라는 특이 클래스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오빠. 우리가 강한 거예요? 아니면 쟤들이 약한 거예요?”

“우리가 강한 것도 있고, 쟤들이 약한 것도 있고. 일산이라는 도시 하나에 5천의 각성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당연하지. 저기 달려오는 놈이나 지금 덤벼들었다가 깨진 놈들 중에 레드 랭크도 손에 꼽을걸?”

일산이 작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차를 몰고 다니면서 로드킬을 해대는 각성자 5천 명? 최근 우리 영지에 들이닥친 문제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거다. 각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게임 용어로 몹이 부족한 현상 말이다.

사냥할 그린스킨도 부족한데, 물자도 부족하다. 혈기왕성한 20대 각성자 5천여 명. 그리고 생존자가 그에 몇 배.

물자가 엄청나게 소모되고, 사냥할 그린스킨은 부족하고.

당연히 이들도 원정을 나서야 했을 거다.

한 달도 훨씬 전에 그 기대위라는 이상한 놈이 우리 영지를 노렸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고.

“그렇다고 해도 너무 약한데?”

사람은 계속 나오는데, 어째 쓸만한 놈이 안 보인다. 오렌지 랭크는 고사하고 레드 랭크조차 정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가 밖에 없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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