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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62화 (62/183)

62화

<올리비아 오바테, 바이올렛 위치>

엘리아나가 김포시 남쪽 경계에서 침식자를 생포했을 무렵, 올리비아는 이요한이 나간 북쪽 성벽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 올리비아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어색하겠지만, 오히려 이런 집착과 순애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어딘가가 올리비아의 실제 성격이다.

올리비아 오바테.

오바테라는 성은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대대로 여러 기업에 투자로 부를 키운 가문이고, 가문의 철칙이 ‘사람에게 투자하라.’였다.

올리비아는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외모와 백인이라는 이점, 그리고 부자인 집안 덕분에 삶이 금방 무료해졌다.

그녀는 인생에서 흥미와 재미를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모두 잃었다.

그녀의 집안 가풍이 엄격했기에 술과 마약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지, 만약 그녀의 가문이 흔한 졸부였다면 그녀는 20대가 되기 전 마약과 술에 쪄들어 삶을 망쳐버렸을 거다.

그렇게 흥미를 잃어가던 올리비아의 앞에 나타난 존재가 바로 지구의 의지 「비의(秘意)」였다.

지구의 의지가 말한 ‘종말’은 올리비아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다만 그녀가 그동안 알아왔던, 흥미를 채우기 위해서 경험하고 배운 지식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올리비아는 지구의 의지를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만난 이요한이라는 남자.

올리비아의 시각에서 그는 모순적이었다. 그는 선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또 냉정했다. 일상에서도, 종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유다연이나 자신이 보이는 관심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이 정한 선을 넘으면 그게 누구든, 심지어 상대가 지구의 의지라고 해도 대놓고 쌍욕을 날리는 남자였다.

만남부터 종말까지.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올리비아는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렇게 생긴 애정은 집착이 되었다.

‘흐음. 아직 멀쩡해. 괜찮아.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각성한 클래스는 마녀다. 그것도 유다연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가장 빠르게 각성했기에 특별한 마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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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올리비아 오바테

2. 국가(Nation): 미국

3. 소속(Clan): 유토피아

4. 직업(Class): 바이올렛 위치(Violet Witch)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771]

[악업(Minus Karma) 1,450]

6. 스탯(Status)

신체[Rank: Orange]

[근력 1] [민첩 1] [체력 1] [내구 1] [마력 17]

특수[Rank: Orange]

[비의 1]

<고유 능력>

1. 발푸르기스 [Rank: O]

<일반 능력>

1. 밤의 주문 [Rank: O]

2. 멸절의 밤 [Rank: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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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위치(Violet Witch).

마녀 클래스에는 총 일곱 개의 특별한 마녀가 존재한다.

레드(Red), 오렌지(Orange), 옐로(Yellow), 그린(Green), 블루(Blue), 네이비(Navy), 바이올렛(Violet).

특별한 마녀는 기본적인 마녀의 기술들, 마법 공격이나 저주 같은 것을 포함하며 특별한 특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레드 위치는 여러 종류의 포션을 제작할 수 있다. 상처 회복이 아니라, 공격과 버프 포션 같은 것들 말이다. 던져서 터지면 일대에 화염의 비가 떨어진다거나, 뇌전의 폭풍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바이올렛 위치의 특별함은 ‘강함’이다. 압도적인 마법적 강함. 마치 각성자 랭크의 순서에서 가장 끝에 있는 바이올렛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바이올렛 위치는 강했다.

오래 전, 지구의 의지 조차 몇몇 밖에 모르는 과거. 비밀이 가득한 마녀의 숲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마녀의 숲에서 특별한 일곱 마녀는 각자 장로의 지위를 가졌고, 장로는 모두 마녀의 숲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 바이올렛 위치는 마녀의 숲에서 ‘징벌자’와 ‘수호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마녀의 숲을 적으로부터 지키며, 위협하는 적의 목에 단두대를 내리는 마녀.

그게 바이올렛 위치였다.

올리비아의 담당 지구의 의지인 비의(秘意)는 올리비아의 성격과 성향 그리고 이요한과 관계성과 다가올 종말을 모두 고려하여 가장 특별하고 적합한 클래스인 바이올렛 위치를 그녀에게 보냈다.

언젠가 재신(財神)이 그런 말을 했다. 무조건 이득만 가득한 클래스는 없다고. 영주조차 하이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바이올렛 위치는?

이 클래스 역시 그에 걸맞은 페널티와 제한 조건이 있다.

일단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마녀이이 성별이 ‘여자’여야 한다. 이 단순한 제한 조건에서 지구 인구의 절반이 ‘탈락’한다. 생각보다 엄청 큰 제한 조건이 성립된다.

그리고 바이올렛 위치는 특징을 상징하는 색인 ‘보라색’답게 약간의 정신병을 패시브처럼 지니게 된다.

‘아직은 괜찮아. 보스의 그림자에 숨긴 눈도 멀쩡하고.’

올리비아가 정신병은 이요한에 대한 집착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엄청 안 좋은 것 같은데, 바이올렛 위치의 정체성과 맞닿아 좋은 시너지를 낸다.

마녀의 숲을 지키는 수호자이며, 적을 주살하는 징벌자.

그녀의 집착은 이요한과 그의 영지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과 이요한에게 위협을 가하는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 징벌자의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괜찮아. 올리비아.’

다만 지금처럼 이요한과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할 때는 정서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지만 괜찮을 거다. 아마도?

그렇게 올리비아가 점점 불안해하면서도 ‘괜찮아. 올리비아.’라는 말을 수십 번쯤 되뇌면서 그녀 주변의 마력이 불안정해질 때 쯤,

“응? 뭐야?”

그녀는 북쪽이 아니라 남동쪽에서부터 다가오는 맹렬한 ‘적의’를 감지했다. 이건 오로지 그녀가 마녀이기 때문에 감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의 오욕과 칠정에 민감한 존재가 바로 마녀이고, 이런 마녀의 능력은 멸망의 세상에서 이요한을 보호하는 하나의 큰 무기가 될 거라고 비의는 속삭였다. 그렇기에 올리비아는 마녀라는 어딘가 기이하고 누가 알면 불편하게 생각할 클래스를 받아들인 거고.

그런데,

“괜찮아. 올리비아. 괜찬……지 않아!!!!!”

가뜩이나 집착의 대상인 이요한이 없는 상황에서 적이 쳐들어오자 올리비아의 자제력이 힘을 잃고 말았다.

“[밤의 속삭임]. 캐롤. 헤이즐. 아이리스. 적이야. 준비해서 남문으로 와.”

상황을 전달하기 무섭게 올리비아는 옆에 세워둔 지팡이에 엉덩이를 걸쳤다.

“이뉠리토(Invólĭto).”

지팡이를 타고 영지 상공을 횡단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 같았다. 그것도 장난끼 많은 마녀가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런 마녀 말이다.

누구보다 빨리 남문 위, 성벽에 도착한 올리비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영지로 다가오는 무리가 보였다.

“올리비아!”

“올리!”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하나둘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무려 그린스킨을 뒤에 이끌고 다가오는 인간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조합이 저래?”

인간과 그린스킨.

피식자와 포식자가 함께 걷는 그림을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토끼와 호랑이가 같이 사이좋게 걷는 것과 같았으니까. 더욱이 토끼가 호랑이를 이끌고 오는 모습 같았기에 각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성벽에는 불편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리석인 인간들아. 감히 위대한 살육자에게 대항한 것에 절망하고 울부짖어라.”

그래서 갑자기 앞으로 나와서 사비이 종교의 전도사 같은 말을 해대는 놈을 보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또한……! 끄아아아아아악!!!”

올리비아의 손에서 뻗어나간 불줄기가 작고 빼빼마른 남자의 몸을 태우자 비명만이 자리했다.

“얘들아. 나 안 괜찮아.”

“응?”

그리고 뜬금없는 올리비아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안 괜찮다니? 도대체 뭐가?

“보스가 너무 보고 싶어.”

“…어. 그래.”

이 심각한 상황에서 흘러나온 올리비아의 본심이 담긴 미친 소리는 그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지니고 있던 긴장감을 해소하기 충분했다.

또한,

“음. 그러니까 올리. 요한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서 안 괜찮은데, 저 빌어먹을 새끼들이 나와서 화를 풀어야겠다? 뭐, 그런 거야?”

“응응. 맞아 캐롤. 그거야.”

올리비아와 캐롤라인의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대화는 소란을 듣고 달려온 각성자들의 긴장마저도 하늘로 날려버렸다.

“그럼 하자!”

“응!!”

캐롤라인도 올리비아도 마녀다. 올리비아가 바이올렛 위치라면, 캐롤라인은 네이비 위치다.

올리비아가 강력한 마녀의 마법으로 적을 처치한다면 네이비 위치는,

“십팔색깔 저주 세트야~.”

저주를 전문으로 다루는 마녀다.

영지를 침범한 빌런―올리비아가 추정하기로는 침식자로 판단되는― 놈들의 머리 위에 남색 밀가루를 담은 풍선을 터트린 것처럼 무언가 순식간에 퍼져나가 그린스킨을 포함한 놈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일반적인 저주와 달리 저주 전문가인 네이비 위치답게 저주는 마치 마법처럼 즉각 발현됐다.

혼란, 실명, 후각 마비, 촉각 둔화, 균형 감각 이상, 공포, 환각 등등.

비록 등급이 그리 높지 않지만, 오렌지 랭크에는 분명하게 발을 걸친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다. 저주에 특화된 클래스가 뿌리는 오렌지 랭크의 저주는 기세 좋게 이요한의 부재를 알고 덤빈 침식자의 기세를 반의 반토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드러내지 않았을 침식자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냈다.

“크와아아아아!”

“죽인다아!”

“범한다!!”

온갖 개소리가 난무하고 저열하고 음습한 말이 난무한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저열하고 멍청한 그린스킨을 닮은 인간들의 머리 위로,

후르르르르―.

불의 비가 내리고 있고,

투쾅―! 투쾅! 투쾅!

옐로(Yellow) 랭크가 된 망루에서 저주에 걸리고 본능을 참지 못하고 경계선 안으로 침범한 적에게 쉬지 않고 화살을 토해냈으니까.

“뭐해요? 저거 다 카르마 포인트라고요. 망루가 다 잡겠는데? 아! 그럼 우리 보스에게 카르마 포인트가 돌아가니까 좋은 건가?”

그 말은 방아쇠가 되었다. 올리비아의 상태창을 보면 알겠지만, 이요한을 제외하고 유다연과 함께 언제나 가장 많은 그린스킨을 처치해온 올리비아조차 오렌지 랭크에 오른 이후로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해졌다.

그나마 그녀의 특수 스탯 비의(秘意)가 플러스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무엇을 투자해도 상관없는 스탯이었기에 고유 능력을 오렌지 랭크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즉, 이요한을 비롯한 각성자 모두는 만성적인 카르마 포인트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그마치 40여 일 동안 그린스킨의 코빼기도 보지 못 했으니까.

“대가리 몇 만 남기도 다 죽여!!”

다행이랄까?

침식자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온 침식자의 숫자가 자그마치 천 명이 넘었고, 그린스킨은 대충 가늠해도 5만은 충분히 넘을 정도로 많았다.

“보스를 못 따라간다고 놀리던 유다연이를 비롯한 것들에게! 놀려줄 게 생겼어!!”

“그래~.”

“맞아.”

“맞지.”

“다 뒈졌다!”

침식자의 침공은 마치 사흘을 굶은 사람 앞에 차려진 미슐랭 3스타의 만찬이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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