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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67화 (67/183)

67화

영지 성벽 아래에 목이 잘리거나 사지가 잘린 의 시체가 가득하다. 아직 지구가 ‘흡수’를 시작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많아서 속도가 느려진 건지 성벽 아래는 시체가 가득하기만 했다.

“냄새는 진짜 극혐이네요. 오빠.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사냥한 그린스킨?”

“모르지. 최소 2, 30만?”

새벽에 시작한 전투는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을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많았다. 솔직히 엘라가 본격적으로 힘을 썼다면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다. 아니지. 수도 있다가 아니라, 분명히 아침 나절에 전투가 끝났을 거다.

하지만 그러면 영지 소속 각성자는 발전하지 못한다. 카르마 포인트는 곧 각성자의 강함의 원천이니까.

단순히 그린스킨을 처치하고 얻는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만 말하는 게 아니다. 유다연이나 케일리와 클래어 자매처럼 사제 계열 클래스도 이런 전투에서 버프와 힐을 통해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와아! 30만이요? 최소?!”

“응. 어때? 이번에 카르마 포인트 많이 챙겼어?”

“네! 대박이에요!”

“그래. 잘됐네.”

“헤헤.”

유다연이 배시시 웃으면서 은근슬쩍 팔짱을 끼는 걸 모른 척하면서 성벽 아래에 시선을 두었다. 마치 천천히 소화가 되는 거대한 위장처럼 천천히 그린스킨의 시체가 사라진다. 매우 천천히.

“그런데요. 오빠. 이상한 게 있어요.”

“이상한 거?”

“아까요. 원래 평범한? 노멀? 그린스킨 한 마리 잡으면 100포인트 전후 들어오는데요. 아까 카르마 포인트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일부러 한 마리 잡아봤는데…….”

“왜? 500포인트 넘게 들어와?”

“어?! 맞아요!”

“그렇겠지. 저기 저거 봐. 저 땅. 보여?”

“엥?”

유다연에게 아직도 어둡고 불길한 색으로 시린 기운이 흘러나오는 땅을 가리켰다.

“저거 그거죠?”

“어. 차원 겹침 현상이라는 거야. 저게 발현되면 그린스킨은 자신의 차원에 있을 때의 힘을 찾아. 지구에서도 그린스킨은 각성하지 않은 인간을 상대하기 힘들만큼 강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차원에서는 그린스킨은 더 강해지지.”

“헐.”

“그리고 아까 봤지? 저 땅 위에서는 마력의 위력이 줄어드는 거? 그런 상태의 그린스킨을 처치했는데, 전과 같은 수준의 카르마 포인트를 받으면 열 받지 않겠어?”

“그건 그렇…죠? 하지만 카르마 포인트는 우리가 책정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결정하는 거잖아요. 열 받아도 어쩔 수 없잖아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굉장히 공정한 시스템이야. 노력이나 위험에 대한 대가를 무시하지 않고 꼼꼼히 챙겨주는 시스템이야. 게임 시스템처럼 보인다고 게임 같은 거랑 비교하지 말라고.”

“그럼 앞으로도 이래요?”

“응. 앞으로는 더 할 걸? 말했잖아. 카르마 시스템은 전투가 어려울수록 더 많은 보상을 내준다고.”

“그 말은 반대로 하면 앞으로는 전투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거 아니에요?”

“맞지. 그런데 이번에 어땠어? 어려웠어?”

“아뇨?”

“그런 거야.”

“오!”

유다연은 금방 알아들었다. 전투가 더 어려워졌지만, 이미 충분히 규격 외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의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에게 이건 좋은 기회라는 뜻이라는 걸.

그리고 유다연과 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각성자들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기를 점검하면서 눈을 빛냈다. 이들 역시도 죽지 않고 전투에 빠지지 않고 노력하면 빠르게 랭크를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점심 먹고 원정 준비하라고 해.”

“오늘 원정도 나가요?”

“응. 영지는 내가 지키고 있어도 되니까. 오늘이 기회지. 다른 곳은 분명히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네에~!”

유다연뿐만 아니라, 앞서 각성한 각성자들은 그린스킨이 등장하지 않은 40여 일의 기억이 일종의 작은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았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카르마 포인트를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원정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영지에 남아도 돼.”

“그런 사람은 없을 걸요? 오빠.”

그렇겠지. 다만 이번에는 서울만 가는 게 아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김준 좀 불러와.”

“네~.”

김준도 근처에 있었는지 유다연이 찾기 전에 다가오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서서히 그 범위를 좁혀가고 있는 회색 대지를 지켜보는 내 옆으로 조심히 다가온 김준이,

“부르셨습니까?”

공손하게 묻는다.

“북쪽에 가봤어?”

“…북한 말씀이십니까?”

“응. 거기.”

김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더니,

“저는 침투 경험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사실을 말하기로 한 것 같았다. ‘방문’ 따위가 아니라, ‘침투’라고 표현한 걸 보면.

“그럼 각성자를 이끌고 원정을 위로 다녀오는 건 어떨 것 같아?”

“흐음…….”

북한을 쳐서 땅을 따먹겠다거나,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북한보다 그 위에 있다.

소국이라고 하기에는 땅이 너무 넓고, 대국이라고 하기에는 소인배들 뿐이니, 중국이라고 한다는 그 나라 말이다.

“지금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좋아. 상위 각성자를 붙여주지. 특히 탈 것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아! 네!”

탈 것이 있으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몸을 뺄 수 있고, 아슬아슬한 전투를 압도적으로 바꿀 수 있을 거다. 이번에 설기가 날뛴 것만 해도 그렇잖은가.

“그럼 점심 이후에 출발할 거니까 자원자 받아줘.”

“네!”

김준은 어딘가 신이 난 얼굴로 경례까지 하고는 성벽을 내려갔다.

‘왜 저래?’

[젊었을 때, 김준의 꿈이 북한의 돼지 목을 다는 거였습니다.]

‘그거 꿈 맞아? 무슨 꿈이 그렇게 흉악해?’

보통 꿈이라고 하면 로또라던가, 뭐 연예인이 된다던가 그런 거 아니야?

[커서 야구공이 되고 싶다던 사람도 있는데요?]

‘뭐? 어떤 머저리가?’

[노먼이요.]

‘그게 누군데?’

[영지에 있는 11살 꼬맹이요. 아빠가 마이너리거였다나? 아빠가 홈런 칠 때 날아가는 야구공이 되고 싶었다더라고요.]

‘음. 귀, 귀여운 꿈이군. 그래. 음.’

빌어먹을 탈룰라를 시전하다니.

[그나저나 이제 슬슬 전장이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지구의 의지도 바쁜 것 같아요. 이번에 마스터의 영지에서 처리한 그린스킨이 몇 마린 줄 아세요?]

‘글세? 아까 유다연에게도 말했지만, 최소 30만은 되지 않을까?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세 번이나 운석이 떨어졌으니까……. 넉넉히 잡아서 40만 정도?’

[616,555마리예요.]

“미…친? 진짜?”

[네.]

“대박이네? 잠깐만 이 정도면 단순히 카르마 포인트뿐만 아니라…….”

[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마스터. 준비하세요. 아이템이 엄청 등장할 거예요.]

그래. 이 정도의 대규모 전투라면 아이템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아이템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 * *

이요한이 북한과 그 너머의 땅을 보며 걱정한 대로 아니, 그것보다 더욱 중국의 상황은 난장판이었다.

어쩌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말 첫날로 돌아가야 한다.

그날.

그러니까 이요한이 떨어지는 운석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창을 들던 그 시각.

중국 선양 시에도 그린스킨이 떨어졌다. 그것도 대규모로. 한국 나라 전체보다 중국의 하나의 성(省)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거다.

하늘에서 추락한 수백 개의 운석에서 그린스킨이 튀어나왔을 때, 선양은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혼란이 덜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사령부와 북부전구공군 사령부가 있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군대가 출동했다. 공안도 출동하고.

하지만 이 빡대가리들이 눈앞에 뜬 경고를 무시했는지 총을 들고 그린스킨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못 하고 다 뒈졌다. 그러다가 변화가 생긴 것은 총을 쏘는 용도가 아니라, 휘두르는 용도로 사용하던 이들 중, 각성자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마치 초인이 된 것처럼 그린스킨과 육탄전을 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전황이 조금 나아지나 싶었지만, 멍청한 지휘관들이 각성자를 통제하려고 하면서 망해버렸다.

“멍청한 놈아! 총도 작동 안 하는데, 나를 어떻게 처벌할 건데?”

자신의 명령을 들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상급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본능에 새겨진 대로 상급자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가족에게 도망가는 각성자도 있었다.

이 난장판에서 그린스킨 방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선양 시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군대가 없는 도시에서는 폭력배 같은 이들이 무기를 들고 나서서 그린스킨을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각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순히 그린스킨을 죽인다고 각성 조건이 만족하는 게 아니기에 흉기를 잘 다루는 폭력배는 위협을 무릅쓴 보람이 없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이들에게 핍박을 받던 이들이 등을 떠밀려 나서서 그린스킨을 사냥하고 각성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중국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멸망 전, 핍박 받던 사람이 각성으로 힘이 생기면서 힘의 역전이 벌어진 거다.

돈이든, 무력이든 그동안 착취당하던 이들이 역전된 힘이 주는 권력을 만끽했다. 그리고 결국엔 그 권력에 취해버렸다.

중국 무협지를 보면 협(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한다. 그리고 과거 역사에서 유학을 숭상하고, 유학의 시조인 공자는 인(仁)과 의(義)를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공자가 그랬던 것이나 중국 소설에서 ‘도움’을 강조했던 건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에 그걸 강조해야 할 정도로 상생, 도움 같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진 측은지심 같은 게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게 너무 없으니까 소설에서도 협 같은 걸 중요하게 말하는 거고.

아무튼, 그런 국민성 때문일까? 카르마 시스템의 기준을 간신히 통과한 각성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평범한 일반인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힘의 역전이 가져온 참극의 시작이었다.

밖에서는 그린스킨에게 목숨을 위협 받고, 쉘터 안에서는 각성자에게 핍박 받는 생존자들.

그랬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돌변하는 일이 벌어진다. 제스터가 이요한의 영지에 몇 번이나 막힌 이후, 한국에서 침식자가 생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변화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침식자들.

그리고 그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숫자였다. 카르마 시스템의 기준으로 하면 인간 이하의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쉬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가뜩이나 인구도 많은 나라가.

두 번째 힘의 역전이다.

결국에는 중국은 이 시기 이후로 그린스킨에게서 생존자를 지키는 게 각성자가 아니라, 침식자였다. 정확히는 지키는 게 아니라, 착취할 노예였지만.

넓은 땅과 바글바글한 인구.

인터넷마저 끊긴 이후 성과 성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하나의 성은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마치 5호 16국 시대처럼.

그렇게 국가나 마찬가지가 된 성(省)의 지배자는 각성자가 아니라, 침식자가 차지했다.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66일이 지나고 지옥문이 더 활짝 열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상일 리가 있나?

“계시다!”

“오오!!”

“소국을 징벌한다.”

“오! 전쟁이다!!”

말했잖은가.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 골치 아픈 존재가 바로 중국산 침식자다. Made in China.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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