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서른 마흔 닷살?>
“아구아구. 우리 설기. 자기 이야기하는 걸 알았어요? 이게 설기 건 줄 알았구나? 응? 역시 천재묘! 이게 뭘까? 응? 한 번 볼…?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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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테르의 목걸이 [Rank: Mythology]]
과거 일부 지역에서 섬기던 모성과 사랑의 신인 바스테르의 목걸이입니다.
착용 제한이 있는 아이템입니다.
※ 착용 제한: 고양이
1. 착용 시, 귀여움이 대폭 증폭합니다.
2.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아군에게 이로운 결계를 구현합니다.
3. 구현된 결계를 해제하면 결계 범위 안의 아군에게 [최상급 마력 재생]과 [최상급 체력 재생] 버프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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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른자. 도른자.”
아니, 무슨 고양이 전용 아이템을 만들어! 물론 우리 설기가 그린스킨을 많이 때려잡긴 했지. 그래도 이게 말이 되나?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는데?
바스테르는 이집트의 신이다. 고양이 얼굴에 방패와 악기를 들고 있는.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좋은가?”
“오빠! 나도 궁금해!”
유다연이 쪼르르 다가와서 내 손에 있던 고양이 목걸이를 냉큼 채간다. 설명을 읽는 건지 빤히 아이템 로그를 살피던 유다연은,
“대박! 와! 이거 아이템 효과 장난 아니네!”
아이템 효과에 대해서 격찬했다. 확실히. 이 아이템은 훌륭하다. 신화 등급에 어울리는 아이템이 맞다.
어떤 면에서? 그거야 당연히,
“오빠! 이거 결계랑 최상급 회복 버프!”
“1번이지.”
응? 당연히 1번 아닌가?
“엥?”
“응?”
왜지? 왜 다들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건데? 나 완전 진심인데? 결계? 회복 버프? 그게 뭐가 중요해? 귀여운 게 체고시다!!
“먀아~! 먀먀~!”
품에 안긴 설기가 유다연의 손에 있는 목걸이를 향해 냥냥 펀치를 날리는 모습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다시 내 손에 들어온 목걸이를 설기에게 걸어주자,
“오와?!”
귀여움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진짜다. 200% 진심이다.
가뜩이나 새하얀 털에 앙증맞은 방울과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인식표가 흔들리면서 검은 리본의 고양이 목걸이는 마치 흰색 정장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한 고양이 신사처럼 보였다.
“보통 고양이라면 목걸이 하는 걸 반대하겠지만.”
고양이 목걸이는 논란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설기는 일반적인 고양이도 아니고, 저 목걸이는 그냥 장식용 목걸이가 아니라, ‘아이템’이다.
“맞아요. 설기야, 혹시 모르니까 천천히 몸을 키워볼까?”
“먀아~?”
‘왜요?’라고 묻는 것처럼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면서 우는 설기의 엉덩이를 둥가둥가해 주면서 부탁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늘로 폴짝 날아올랐다.
점점 커지는 설기의 몸에 따라 목에 걸린 아이템도 그 크기를 키워나가며 변함없이 목에 걸려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이제 됐어. 설기야. 아빠한테 와.”
설기를 다시 불러들여 안았다. 딸랑딸랑 거리는 귀여운 방울 소리와 설기의 보들보들하고 뜨뜻한 온기를 만끽하며 이제 제대로 된 원정 보고를 들으려는 찰나,
“오빠!!”
이번에는 빛이 두 개나 내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순백색의 두 개의 빛은 다행히(?) 붉은 색으로 물들고 노란색이 되자마자 빛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운데 손가락 만한 길쭉한 노란 크리스탈이 자리했다.
딸그락―.
서로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내며 손위로 ᄄᅠᆯ어지는 두 개의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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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어빌리티 크리스탈 ― 문일지십(聞一知十) [Rank: Folktale]]
노멀 어빌리티 [문일지십(聞一知十)]을 개화합니다.
[문일지십(聞一知十)]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친다.
1. 이해력과 논리력 그리고 사고력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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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어빌리티 크리스탈 ― 신법(身法) [Rank: Folktale]]
노멀 어빌리티 [신법(身法)]을 개화합니다.
[신법(身法)]
몸을 쓰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친다.
1. 육체를 쓰는 일에 평범함을 넘어 비범한 재능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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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엄.”
이런 아이템도 있었나? 일반 능력을 개화시켜준다고?
‘아니 그것보다 이게 왜 민담(Folktale) 등급이야?!’
[왜요?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단어는 너도나도 쓰잖아요? 조금 큰 동네에는 하나씩 있을 걸요? 예전에 우리 동네에 누구누구가 있었는데, 애가 어찌나 똑똑한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았다니까?! 이런 이야기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하긴 동네에 신동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리니까.
‘그런데 넌 언제 왔냐? 아니지. 어디 갔다 왔어?’
[제가 딱히 어딜 다녀온 게 아니고요. 아이템 조율 때문에 잠시 통신 중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내용인지는 말씀드리기 힘들어요.]
흠.
그래. 뭐 그건 넘어가고.
신법은? 이거 왜 민담 등급이야?
[마스터. 그거 무협지에 나오는 그 신법 아니에요. 말 그대로 몸 쓰는 걸 잘 깨우치는 건데. 일종의 운동 천재 같은 느낌이라고요. 민담 등급입니다.]
엥? 그거 아니야? 무협지에 나오는 막 빨리 달리고 그러는 거?
[그건 경신법이죠. 가벼울, 재빠를 경(輕)을 써서. 몸을 가볍게 하는 거.]
흔히 무협지에 나오는 빠르게 달리는 신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을 쓰는 법, 그러니까 운동 천재 정도면……. 민담 급인 거 인정이지.
저게 역사 등급을 넘어 설화에 가면 아마 도술도 부리고 그러려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그래. 맞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두 개의 크리스탈을 손에 쥐고 마력을 주입하기 무섭게 크리스탈이 입자로 변해 사라지고,
『일반 능력 [문일지십(聞一知十)]을 개화합니다.』
『일반 능력 [신법(身法)]을 개화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됐다.
좋아. 이제 다 뒤졌다! 진짜!
나도 이제 엘리아나처럼 활 쏜다. 막 쏜다!
‘좋아. 이제 말해봐. 왜 갑자기 아이템을 퍼줘?’
[그런 건 함부로 발설할 수 없고, 알고 있지도 않아요. 그저 마스터의 ‘보신’을 위해서 필요한 일반 능력을 추천 받았고, 그 중에서 선택한 거예요.]
모른다고 하면서 은근히 힌트를 준다. 보신이라고 말했으니까,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뜻이고, 지금 상황에서 위험한 일이 벌어질 확률은 하나뿐이다.
“북한이네.”
김준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다는 병력은 수백 만 이상. 수백만 어쩌면 천만에 달하는 적군이 내려온다는 거다.
다행이라면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전체에 ‘악인’이 아닌 생존자는 모두 지금 영지 안에 있다는 것 정도?
“유다연. 올리비아.”
“넹?”
“네. 보스.”
“북한 군이 쳐들어올 거야.”
이제야 자신을 봐준다는 듯이 반갑게 대답한 둘은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멸망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서 군대가 내려온다고 해도 그게 문제가 될 일인가?
“침식자와 그린스킨으로 이뤄진 군대가.”
하지만 이어진 말에 둘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표정뿐만 아니라 장난스럽던 분위기도 바뀌었다.
“보스. 병력이 어느 정도인 겁니까?”
“수백만 이상? 잘못하면 천만이 넘을 수도 있다는 것 같았어. 맞지? 김준?”
“예. 그렇습니다. 영주님.”
김준의 대답에 설마설마하던 이들의 얼굴에도 비장함과 불안한 분위기가 맴돈다.
“일단 오늘은 푹 쉬어. 오늘 당장 쳐들어오진 않을 거니까. 그리고 정령으로 정찰도 할 거야. 할 수 있지? 엘라?”
“네. 저만 믿으세요. 주인님.”
엘리아나가 비장하게 대답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제야 인지한 거다. 이곳에는 무려 엄청난 강자인 엘리아나와 설기가 있다는 것을.
“오! 그럼 이번에는 카르마 포인트 파티인 건가?! 경험치 이벤트?!!”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어리고 낭낭한 목소리로 짐작해보면 첫날 합류해 각성한 어린 아이 중 하나일 거다.
“그렇지.”
그 순수하지만 자신감 있는 해석에 나는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어디 보자. 천만이면 차원 겹침 현상도 더 씨게 일어나서 카르마 포인트가 더 많이 오르겠지만, 그냥 저번처럼 마리당 평균 500으로 잡고 천만 마리면……. 50억? 오십억?!!!!!”
미친. 분위기를 환기시킬 목적으로 단순하게 계산했는데, 50억 카르마 포인트라니.
단순히 세금만 해도 10%.
5억?!!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5억이라고?!! 그냥 숨만 쉬어도? 이번 침공을 막기만 하면?
“헐.”
“미, 미쳤다!”
“50억?!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각성자 몇 명이지? 전체에? 한 3만명 되나?”
“2.5만명이라고 치고. 단순하게 나누면……. 미친 20만?! 20만 포인트라고?!”
…
…
난리가 났다. 조금 전의 무거운 분위기 따위 개나 줘버리나는 듯이. 마치 할로윈 파티를 준비하는 날 오전처럼.
이럴 수밖에 없는 게 방금 계산처럼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20만이다. 물론 이것의 절반이라도 획득하면 다행이겠지만.
10만이라고 해도 적지 않은 양이다. 영주인 나한테야 10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아무것도 아니지만, 일반적인 클래스를 가진 영지 각성자에게는 엄청난 양이다.
단적으로 다들 화이트 끝자락 혹은 레드 랭크일 건데.
레드 랭크에서 신체 스탯 하나 올리는데 필요한 마이너스 카르마가 200이다. 5개니까 1,000.
그렇게 되면 10만이라는 포인트가 어떤 의미가 되느냐?
신체 스탯이 레드 랭크 1인 각성자가 오렌지 랭크가 되는데 필요한 양이 딱 10만이다.
즉, 지금 영지 각성자들 대부분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오렌지 랭크가 된다는 뜻이다.
미친 거지.
이번 일을 계획한 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걸 무사히 넘기면?
앞으로 걱정할 일이 없을 거다.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
더 많은 생존자는 더 많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될 거고, 더 많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영지를 더 강하게 해줄 거다.
“그러려면 일단 오늘은 잘 먹고 푹 쉬어야지.”
“네에!!”
…
우렁찬 대답과 함께 흩어지는 각성자들.
그리고 올리비아를 비롯한 몇몇 각성자들은 행청정 직원과 전문 직원을 도와 원정단과 함께 합류한 생존자의 범죄 이력을 조회하고, 각성자와 비각성자를 구분했다.
‘이길 수 있겠지?’
[당연하죠. 침식자 그까이꺼 뭐 대충~.]
도대체 언제적 유행어야. 너 나이가……?
[서른마흔닷살?]
아. 예.
아재요.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