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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84화 (84/183)

84화

<위대한 군주, 정복왕의 아흔아홉 번째 아들>

우리는 착각했다. 이게 게임이나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고, 상대가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이쪽의 강함에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너무 얕봤다.

상대는 이쪽의 변화에 맞춰 능동적인 사고를 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존재이며, 누구 보다 악랄하고 교활한 존재였다는 걸 그날 깨달았다.

빌어먹을 그린스킨 새끼들.

반칙을 범할 줄이야.

― 그날 새벽에 퍼진 재신(財神)의 외침

* * *

벌써 종말이 시작된 지, 80일이 넘게 흘렀다. 그리고 그동안의 나와 동료들의 노력과 준비는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평가든, 객관적인 평가든.

어제 쉴 때조차도 영지 내부를 순찰하던 병영에서 나온 일명 병사라고 부르는 이들을 모두 성벽 위로 올려 대비했다.

옐로 랭크 망루와 성벽과 성문 역시 옐로 랭크이며,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은 하나 같이 옐로 랭크를 달성했다.

하지만,

“오빠!!”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온 유다연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인다.

유다연이 다급한 얼굴로 달려온다. 유다연이 다가올수록 불길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 같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너무 크게 들려서 당황할 정도로.

그녀는 자신이 호들갑을 떤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저 본능에서 전해오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내성의 기능 중 하나인 순간이동으로 내성 입구로 이동하고,

“엘라!!”

엘라를 부른 후, 본능적으로 방향을 잡아 뛰었다. 아직 무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옐로 랭크 이상의 각성자들은 모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풍경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느린 속도에 답답함에 지칠 때, 내가 도달한 곳이 북쪽 성벽이라는 걸 깨달았다. 숨도 고르지 못하고 급하게 성벽 위에 발이 닿으려는 찰나,

“저, 저, 저!”

그것은 한줄기 번개와 함께 나타났다.

그린스킨의 자이언트라는 종족이 있다. 이쪽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북미와 남미 대륙에 주로 등장하는 그린스킨 종족으로 마기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포식자의 반열에 오른 종족이다.

이들은 단순하다. 그냥 크다. 엄청 크다. 성인으로 인정받은 자이언트의 키는 평균 7m에 육박한다. 단순히 빼빼 마른 게 아니라, 그 키를 유지하기 위한 근육과 뼈가 제대로다. 총이 작동하지 않는 미국에 나타난 자이언트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게이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튼, 그런 자이언트조차 아이로 보이게 할 정도의 거인이 거기 서 있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인간의 오금을 저리게 하고,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이성이 날아갈 것 같은 공포를 주는 존재.

온몸의 근육이 ‘파괴’에 적합하게 제작된 것 같은 생명체가 세상을 오시하는 것처럼 영지를 내려다보고 감상하고 있었다

17초.

“먹지도 못할 것들이.”

그건 갑자기 어떤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았다. 전조도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리는 것처럼. 그저 바라보고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드러냈을 뿐인데, 성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검방병과 헌터 수백의 몸이 폭발하듯이 터졌다.

“X발…….”

그 광경에 누군가 홀린 듯이 욕설을 중얼거렸지만, 누구도 그걸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괴물은 자신이 벌인 일을 감상하며 시간을 잠시 흘려보내고 있었다. 8초 정도.

“호오~? 제스터가 괜한 말을 꺼낸 게 아니구나.”

그의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기이하게 커다란 눈동자가 성벽 위의 나를 직시한다.

“강하구나.”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엘라를.

“가축치고는.”

엘라가 내 명령도 없이 움직인 것도 그때였다. 언제 손에 쥐었는지 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고, 마력과 정령력이 섞인 무시무시한 화살은 놈의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콰앙―.

폭음이 일어난 후에야 거인 괴물 놈의 팔이 움직였고 그걸 엘라가 화살로 저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인님!”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엘라의 입에서 다급하고 높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지를!!”

짧은 단어만 남기고 엘라는 적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화살을 날리고, 상급 정령을 모두 소환했다.

“발리스타 교환. 대형 발리스타. 아이템 ‘미사일’ 장착. 집중 포화 시작.”

엘라가 말하고 싶은 건 짧은 단어들이었지만, 적어도 나는 알아들었다. 망루에 거치된 발리스타들이 노란 홀로그램 빛 조각으로 변해 사라지고 두 개가 놓였던 자리를 대신해서 커다란 발리스타가 대신했다.

그리고 발리스타 당겨진 거대한 시위 위에 걸린 것은 기이한 모양이었다. 전체적으로 창을 닮았는데, 창두(槍頭: 창의 앞부분, 날이 있는 곳)에는 쇠붙이가 아니라, 길쭉한 캔 음료 크기의 원통이 열두 개가 달렸다.

투콰앙―! 투콰앙―!

중간 사이즈의 발리스타와 소리부터 다르다. 활이 움직이는 소리만으로 공기가 폭발하는 폭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간 라쿤 대장장이와 밀덕들이 모여서 제작한 아이템 ‘미사일’이 거인의 몸에 닿고 폭발한다.

누군가 주먹을 불끈 쥐며 희망을 보였지만, 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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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37,464,636]

[악업(Minus Karma) 76,831,944]

6. 스탯(Status)

신체[Rank: Yellow]

[근력 2] [민첩 3] [체력 11] [내구 1] [마력 11]

특수[Rank: Yellow]

[위엄 1]

히든[Rank: Red]

[행운 11]

<고유 능력>

1. 영지(領地)[Rank: Y]

2. 만능(Almighty)[Rank: G]

<일반 능력>

1. 영지관리 [Rank: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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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를 열고 특수 스탯을 상승시키겠다는 의지를 더했다.

『특수 스탯 [위엄]을 10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40만(2,400,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그래. 빨리.’

일주일 전에 그렇게 투덜대며 기분 나쁘게 생각했던 카르마 포인트 폭탄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양이다. 옐로 랭크에서 특수 스탯 하나 상승하는데 들어가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24,000이니까.

다행이라면 육체 스탯과 달리 특수 스탯 ‘위엄’은 딱히 반동 같은 게 없기 때문일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스탯이 상승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소롭구나!”

엘라의 공격을 상쇄하고 제작한 미사일을 모두 몸으로 견디던 괴물이 미사일의 공격이 멈추자 고함과 함께 힘을 발휘했다.

거칠게 흔드는 것처럼 떨친 팔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우르르릉―.

천둥이 우는 것 같은 굉음은 뜻밖에도 발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성벽이다. 단지 팔을 한 번 휘두른 것에 성벽이 거칠게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거다.

“유다연!”

“싫어요!”

“안 돼!! 성벽에서 다 데리고 내려가!”

“…알았어요.”

유다연은 곧 빠르게 몇 명을 지목해서 이번에도 평범한 그린스킨 침공인 줄 알고, 각성을 노린 비각성자들을 각성자의 손에 맡겨 순식간에 성벽에서 멀어지게 했다. 각성자들도 괴물의 위력을 눈으로 보았기에 두말없이 성벽 아래 영지 쪽으로 뛰어내렸다.

성벽 위가 순식간에 비워지는 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먼저 나와 엘라.

그리고 유다연을 비롯한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

마지막으로 병영에서 소환한 병력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딛고 선 성벽이 내지르는 비명이 귀로 들리고, 진동이 발을 통해 느껴진다.

『고유 능력 [영지]의 랭크 상승 조건을 검토합니다.』

‘빨리해라. 빨리.’

“노에스! 성벽을! 샐라임! 실라이론! 힘을 빌려줘요! 엔다이론! 주인님을!”

사대 속성 상급 정령이 나타난 것과 동시에 엘라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땅의 상급 정령인 노에스는 갈라지며 비명을 지르는 성벽으로 스며들었고, 불과 바람의 상급 정령인 샐라임과 실라이론은 나타난 것과 동시에 엘라의 활을 감쌌다.

물의 상급 정령 엔다이론은,

[우우웅―. 우웅.]

무언가 위로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뒤에서부터 나를 끌어안았다. 어떻게 보면 급박한 순간에 어울리지 않는 민망한 백허그였지만, 그녀가 나를 안은 것과 동시에 내 주변에 푸른색 막이 감싸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거 확인했지? 너희도 내려가.”

“조심해요. 오빠. 다치면 화낼 거예요!”

“알았으니까. 빨리.”

『영지 랭크 상승 조건 확인 완료.』

『특수 스탯 그린(Green) 랭크 도달. 내성 랭크 옐로(Yellow). 행정청 랭크 옐로(Yellow). 마구간 랭크 옐로(Yellow). 대장간 랭크 옐로(Yellow). 모든 조건 올 클리어.』

『고유 능력 [영지]의 랭크가 그린(Green)으로 상승했습니다.』

유다연을 비롯한 이들에게 성벽에서 내려가라고 말하는 사이에 영지 랭크가 상승했다. 동시에 괴물의 공격을 화살로 힘겹게 요격하던 엘라의 몸에서 마력이 동심원을 그리며 터져 나왔다.

파앙―. 팡―! 팡!

세 번의 마력은 짙은 푸른색으로 한 번, 그리고 남색으로 또 한 번, 마지막으로 보라색과 유사할 정도로 짙은 남색으로 한 번이 흘러나온 마력 상승의 경지였다.

랭크 네이비(Navy).

그것도 모든 스탯이 꽉 찬 바이올렛(Violet) 직전의 네이비 랭크.

“후우─────.”

“…기이하구나.”

세 번에 걸쳐 마력이 몸에 안정화되면서 신체 스탯이 적용되는 걸을 마치자 마치 승천하는 용의 울음을 닮은 깊은 숨을 토하는 엘리아나를 보며 녹색 거인은 의아함을 드러낸다.

“이젠 가축이라고 하기에 과하구나. 들개 정도는 되겠구나.”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탄식하던 놈이,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기억하거라. 너희에게 죽음을 내리는 이 몸은.”

꾸드드드득―.

놈이 장난을 그만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거인인 놈이 밟고 있는 땅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공기가, 땅이, 그리고 강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뭉개지고 으스러지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

“위대한 군주, 정복왕의 아흔아홉 번째 아들. 포스투무르이니.”

포스투무르를 소환한 제스터도 감히 묻지 못하고 듣지 못한 이름을 엘리아나 앞에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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