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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85화 (85/183)

85화

<엘븐 나이츠>

꾸드드드득―.

포스투무르가가 장난을 그만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거인인 그가 밟고 있는 땅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공기가, 땅이, 그리고 강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뭉개지고 으스러지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

그 말은 곧,

“지구가 아파하고 있어요.”

단순히 이런 힘이 강하고 포스투무르의 체중이 무겁고의 의미가 아니라, 괴물과 같은 그가 힘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밖으로 마력 파장을 뿜어내던 엘리아나가 감았던 눈을 떴다.

조금 전과 또 다르다. 다급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주인을 지키기 급급하던 엘리아나가 아니라, 평소의 차분한 그녀로 돌아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나오는 여유를 흘리면서.

“노에아넨. 셀레아나. 실레스틴. 엘라스트라.”

다만 담담한 모습과 다르게 입이 열리고 정령을 부르는 목소리는 시린 서릿발 같았다. 주인을 잠시나마 위험에 빠트렸다는 것에서 오는 차가운 분노였다.

그녀가 부른 이들이 성벽 위에 나타났다.

노란색 갑옷을 입은 기사.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초록색 가죽 방어구를 걸친 여행자. 푸른색 신관 복장의 여인.

지구가 고통을 느낄 정도의 강적을 앞에 두고 하기에는 멍청한 생각이지만, 각각 개성이 강한 네 여인이 등장을 지켜본 이요한은 이 급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화사하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살아있었구나. 엘리아나.”

노란색 갑옷을 입은 여인, 노에아넨으로 보이는 여인은 애틋한 눈으로 엘라를 바라보며 반가워했다.

“노에아넨.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저기 보라고.”

“아후! 난 옛날부터 녹색 피부 가진 놈들이 싫었어.”

초록 가죽 방어구를 걸친 여행자, 실레스틴이 노에아넨을 지적하자마자 타는 듯한 불꽃을 연상케 하는 여인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거칠게 머리를 넘겼다.

“왕의 혈족인가요? 그런 것 치고는 어린데요? 힘 쓰는 것도 어설프고요.”

맑은 물망초를 떠오르게 하는 여인, 엘라스트라는 저 무시무시한 포스트무르를 상대로 품평을 마쳤다. 어설프다는 것으로.

“괜찮아?”

정령으로 보이는 이들은 얼핏 보이기에도 ‘사람처럼’ 보였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를 가늠하고,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날카롭다.

정령이 이럴 수 있다는 건 보통의 정령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눈앞에 있는 이 정령들은 최상급 정령이라는 뜻이다. 최상급. 정령왕의 바로 아래 있는 등급의 정령.

넷이 소환된 것만으로 성벽 너머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그 힘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엘라가 회귀 전에도 듣도 보도 못한 경지인 남색, 네이비(Navy) 랭크에 도달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다.

“괜찮아요. 주인님.”

얼굴을 보면 정말 괜찮아 보인다.

“주인님?”

“주인?”

“누가?”

“음?”

물론 최상급 정령 넷은 안 괜찮아 보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콰앙―.

가만히 성벽 밖에 머물던 놈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였으니까.

“노에아넨!!”

콰앙―.

금빛 갑옷을 입은 기사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내 머리 위에서 고막을 찢어발길 것 같은 굉음이 터져 나온다.

“큭!”

그리고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내가 견뎌야 하는 몫이 되었다. 빌어먹을 놈들아. 나한테서 떨어져서 싸우라고! 난 전투 클래스가 아니라고.

아직 끄지 않은 각성자 정보에서 신체 스탯을 전체를 그린까지 올리겠다고 의지를 모으자,

『신체 스탯 [근력]을 99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47만 5천(475,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신체 스탯 [민첩]을 10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48만(480,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신체 스탯 [체력]을…….』

『신체 스탯 [내구]를…….』

『신체 스탯 [마력]을…….』

신체 스탯이 모두 옐로 랭크에서 초록 랭크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100이나 되는 스탯을 올리는 건 몸에 굉장한 반동을 주기에 속도를 유지하면서 동등하게 상승하는 중이었으나, 노에아넨의 뒤를 이어 셀레아나까지 뛰어든 공방전의 여파는 여전히 날 괴롭게 했다.

신체 스탯 상승으로 느껴져야 할 반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행이라면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와 달리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넉넉하니 즉시 올릴 수 있는 게 다행이랄까?

“큭!? 미친! 그린으로도 안 돼? 신체 스탯 20 상승.”

『신체 스탯 [근력]을 2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76만 8천(768,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신체 스탯 [민첩]을 2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76만 8천(768,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신체 스탯 [체력]을…….』

『신체 스탯 [내구]를…….』

『신체 스탯 [마력]을…….』

옐로(Yellow)에서 그린(Green)으로 신체 스탯을 올린 이후, 추가로 50포인트를 더 분배한 뒤에야 비로소 충격파에서 버틸만 해졌다. 직접 공방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공방 여파에서 오는 충격파를 견디는 정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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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35,064,636(▼2,400,000)]

[악업(Minus Karma) 64,831,944(▼12,000,000)]

6. 스탯(Status)

신체[Rank: Green(▲1)]

[근력 51] [민첩 51] [체력 51] [내구 51] [마력 51]

특수[Rank: Green(▲1)]

[위엄 1]

<고유 능력>

1. 영지(領地)[Rank: G(▲1)]

2. 만능(Almighty)[Rank: G]

<일반 능력>

1. 영지관리 [Rank: 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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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신체 스탯은 카르마 포인트보다 수련으로 올리고 싶었다. 엘라에게 사사를 받다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전쟁 중에 그럴 기미가 조금 보여서 시간만 충분했다면 가능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다 텄네.’

무려 녹색, 그린 랭크. 여기서부터는 수련 따위로 신체 스탯이 오르지 않는다. 물론 동일 랭크의 적과 ‘직접’ 전투를 할 경우는 오르기도 하지만.

‘난 아니지.’

무엇보다 어째 분위기가 조금도 좋지 않다. 땅과 불의 최상급 정령이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은 이미 성벽을 내려간지 오래. 그래서 성벽 위에는 나와 엘라만 남아 있다.

“실레스틴.”

“괜찮겠어? 더군다나 엘리아나. 네 진짜 힘은 단순히 정령을 부리는 게 아니잖아? 차라리 내가 도와줄게. 공격하는 게 어때?”

“위험해요.”

찰나에, 아마도 내가 민첩 스탯을 그린 랭크에 올리지 못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찰나에 엘라의 눈동자가 내게 닿았다가 멀어졌다. 즉, 방어에 전념하는 게 나 때문이라는 거다.

“엘라.”

“괜찮아요. 주인님.”

“아니. 공격해. 저 빌어먹을 놈을 이대로 둘 수 없어.”

엘라의 눈에 당황하고 고민하는 기색이 그대로 나타난다. 나도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공격을 명령한 게 아니다. 저 놈은 마치 본능처럼 이 모든 사달이 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나를 노렸다.

그럼 영지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냐고?

말했잖은가. 나를 노리고 있다고. 내가 성벽 안으로 물러나면 놈에게는 얕은 높이의 성벽을 넘어 영지 안에서 저 지랄을 할 거다. 더 많은 피해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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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

1. 영지(領地) [Rank: G]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속성은 온전히 영지에 계승됩니다.

영주 성을 중심으로 영주가 소유한 토지의 2(▲0.2)배만큼의 면적을 영지로 책정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시, 영주가 소유한 토지를 밟고 있는 영지민은 영지로 이동합니다.

최초 영지 선포 이후, 해당 고유 능력의 랭크가 상승할수록 영지의 넓이는 넓어집니다.

[Yellow Rank 영지 구성]

― 성벽 [Rank: Y]

― 성문 [Rank: Y]

― 병영 [Rank: Y]

― 성소 [Rank: Y]

― 내성 [Rank: Y]

― 창고 [Rank: Y]

― 농장 [Rank: Y]

― 행정청 [Rank: Y]

― 망루 [Rank: Y]

― 광산 [Rank: Y]

― 항만 [Rank: Y]

― 마구간 [Rank: Y]

― 대장간 [Rank: Y]

― 도서관 [Rank: Y]

― ※ 기사단 숙소(Commandery)

― ※ 연구소(Institute)

― ※ 치료소(Dressing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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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숙소] 건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5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를 건설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 기사단 숙소[Rank: White]를 건설하기까지 1,49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장인이 고용된 옐로(Yellow) 랭크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8%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행정청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내성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1,07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18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즉시 건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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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숙소(Commandery) [Rank: W]

1. 수습 기사 [1,000]

2. 엘븐나이츠 [10,000,000]

────────────────

“업그레이드. 즉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5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랭크를 레드(Red)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신(家臣)을 포함한 영지의 조건으로 건물 건설 시간이 총 22% 단축됩니다.』

『영지 건물 기사단 숙소[Rank: White]를 기사단 숙소[Rank: Red]로 업그레이드하기까지 2,33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39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해!”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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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숙소(Commandery) [Rank: R(▲1)]

1. 수습 기사 ▶ 기사 [2,000]

2. 엘븐나이츠 [1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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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린까지. 올려! 즉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5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랭크를 오렌지(Orange)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신(家臣)을 포함한 영지의 조건으로 건물 건설 시간이 총 22% 단축됩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1,95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합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12,5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랭크를 옐로(Yellow)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신(家臣)을 포함한 영지의 조건으로 건물 건설 시간이 총 22% 단축됩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9,75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 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합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12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기사단 숙소」의 랭크를 그린(Green)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기사단 숙소」를 그린(Green) 랭크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또한, 「마구간」 랭크를 그린(Green) 랭크로 업그레이드한 후, 시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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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숙소(Commandery) [Rank: Y(▲2)]

1. 기사 ▶ 정예 기사 ▶ 엑스퍼트 기사 [48,000]

2. 엘븐나이츠 [1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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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얼마나 남았지?”

[36,811,944입니다.]

3천 6백만. 순식간에 2,800만 포인트를 쓴 건데. 그건 괜찮다. 문제는 그린으로 올릴 수가 없다는 거지. 1억이 넘는 포인트라니.

젠장.

어쩔 수 없이 옐로 랭크에서 타협하자기로 결정하자마자,

“엘븐나이츠 소환.”

엘븐나이츠를 소환했다.

“엥?”

“엘븐나이츠?”

“뭐?! 그 말썽꾸러기들이?!”

“뭐야? 엘리아나만 살아 남은 게 아니었어?!”

최상급 사대 정령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놀라고,

“주인님?!”

여전히 녹색 거인 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공격하면서도 엘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기사들과 달리 기사단 숙소 랭크가 올랐음에도 엘븐나이츠는 별다른 호칭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난 어렴풋하게나마 이들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세계수를 수호하는 기사. 엘븐나이츠 기사단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뿐만 아니라, 특정 조건이 필요합니다.』

『영지 내에 세계수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조건 만족. 엘븐나이츠 전원을 소환합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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