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00화 (100/183)

100화

<페스티벌. 카니발. 핼러윈.>

“일단 성벽을 수리……. 아니지. 성벽을 업그레이드하겠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5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성벽]의 랭크를 옐로(Yellow)에서 그린(Green)으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어. 좋지. 고고.”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장인이 고용된 옐로(Yellow) 랭크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8%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행정청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내성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2,15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36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즉시 완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현재 보유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271,944입니다.』

“응? 왜? 내가 아까 받은……. 아! 그거 플러스로 바뀌었구나?”

권능을 보유한 그린스킨 처치로 받은 카르마 포인트 보상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럼 플러스로 결제할 게.”

『[성벽] 랭크가 그린(Green) 랭크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성벽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떨리더니 녹색 빛이 폭발하는 것처럼 터져나온 순간 무너진 성벽과 곳곳에 생긴 균열이 매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벽의 두께도 더 두꺼워지고 높아졌다.

“허?”

“와아!”

그러나 내가 그리고 올리비아가 놀란 이유는 그것때문이 아니다. 성벽을 은은하게 휘도는 초록색 마력. 그것 때문이다.

화이트 랭크일 때 성벽은 허름한 목책이었다. 레드 랭크에서도 목책이었지만 훨씬 두껍고 겹겹이 쌓여 튼튼한 목책이었고. 오랜지 랭크에 들어서서 성벽의 재질은 비로소 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돌로 바뀌었고, 옐로 랭크에서는 마철로 변했다.

그리고 지금 바뀐 그린 랭크의 성벽은 단순히 재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거 아무래도 그거 같지?”

“네. 그거요.”

“아니. 님들아. 둘만 이해하는 대화하는 건 무슨 심보예요? 지금 둘이서 우리 전부 따 시키는 거예요?”

나와 비술(祕術)의 사제인 올리비아만 이해한 대화에 유다연이 바락바락 대들었다.

“저거 마력이잖아?”

올리비아의 짧은 설명 같지도 않은 설명이 유다연에게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그게 뭐!”

“음? 너도 알잖아? 마력은 저랭크가 고랭크를 침범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여기까지 말했는데 몰라? 이제 저 성벽은 단순히 단단하고 두꺼운 성벽이 아니라, 마력의 침범을 막아준다니까? 그린스킨 주술사들이 떼로 몰려와도 성벽에 흠집도 안 남는다고. 성벽이 단순히 돌이나 쇠로 바뀐 게 문제가 아니라, 마치 아이템처럼 변한 거라고.”

“아?! 오! 오오오오!! 대박!!”

긴 설명에 비로소 이 성벽의 가치를 이해한 유다연이 쪼르르 성벽에 달려가 볼을 대고 비빈다.

“그린 랭크 마력이라니! 혹시라도 이러고 있으면 마력이 상승하지 않을까? 응? 올리비아 어때?”

“응. 아니야.”

“쳇.”

올리비아가 단호하게 부정했지만, 아예 영향이 없진 않을 거다. 미약하지만 영향이 있긴 하겠지. 뭐, 그건 나중에 설명해주면 되고.

“카르마 포인트가 넘치게 쌓였는데 쌓아놓고 영지 정비도 못 하고 좀비 따위와 드잡이를 해야 한다니.”

“좀비? 오빠 아직 좀비 안 나왔는…….”

『현재 시각 GMT(그리니치 평균 시) 00시 00분.』

『차원 유지 프로토콜에 따라 멈췄던 백신 투여 절차가 지금부터 진행됩니다.』

유다연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하늘에서 거무튀튀한 덩어리가 수십 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린스킨보다 운석의 크기는 큰데, 좀비는 그린스킨보다 덩치가 작다. 즉, 운석 덩이리 하나 당 개체수가 1.5배 이상으로 많다는 뜻이다.

“어. 아니네. 헤헤.”

유다연이 웃으면서 해실거리는 사이에 떨어지는 운석의 수로 대략적인 좀비 수를 가늠하던 각성자들 사이에서 여유가 묻어나온다.

“다들 긴장해. 앞으로 최소 자리가 잡힐 때까지 사흘은 걸릴 거니까.”

“네? 그 정도로 많아요?”

누군가 그렇게 말을 꺼냈을 정도로 떨어지는 운석의 수는 66일 이후 그린스킨이 수만 단위로 나타났을 때보다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좀비는 사람이 많은 곳에 더 많은 좀비가 나타난다. 애초에 저 시체쟁이들이 원하는 게 같은 존재가 될 시체니까 당연한 소리겠지만.

여기서 특별한 건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이 모여 있으면,

『쉘터 [영지] 일정 반경에 모인 ‘생존자’의 수가 1만을 초과했습니다. 「이벤트」 조건 충족. 14일 동안 쉘터 주변에 ‘붐’이 발생합니다.』

『쉘터 [영지] 일정 반경에 모인 ‘생존자’의 수가 5만을 초과했습니다. 「이벤트」 조건 충족. 14일 동안 쉘터 주변에 ‘메가 붐’이 발생합니다.』

『쉘터 [영지] 일정 반경에 모인 ‘생존자’의 수가 10만을 초과했습니다. 「이벤트」 조건 충족. 14일 동안 쉘터 주변에 ‘페스티벌’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이벤트가 발생한다. 좀비와 특별한 좀비들이 폭증하는 이벤트가.

“그래. 페스티벌. 음?”

『쉘터 [영지] 일정 반경에 모인 ‘생존자’의 수가 50만을 초과했습니다. 「이벤트」 조건 충족. 주의하십시오! 14일 동안 쉘터 주변에 ‘카니발’이 발생합니다!』

『쉘터 [영지] 일정 반경에 모인 ‘생존자’의 수가 100만을 초과했습니다. 「이벤트」 조건 충족. 경고합니다! 14일 동안 쉘터 주변에 ‘핼로윈’이 발생합니다!!』

“카니발? 핼로윈? 이게 뭔……?”

‘뭔데?’라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영지 주변에 있는 건물을 무너뜨리며 하늘에서 떨어진 좀비 떼. 일반 좀비만 있는 게 아니라, 진화한 좀비인 일명 특수 좀비라고 불리는 개체가 셀 수 없이 많다.

흔히 ‘발 디딜 틈이 없이’라는 비유를 써서 사람이 많음을 표현하는데,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 불길하게 검고 회색이 섞인 시체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그 빼곡한 좀비들 사이에 듬성등성 솟아난 4m가 넘는 크기의 거대한 근육 좀비. 그리고 무너진 건물을 타고 오르는 네 발의 거미를 닮은 좀비까지.

“자이언트? 오? 크리퍼까지?”

좋아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좋아하는 게 맞다. 좀비는 약한 주제에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동시에 주는 개체다.

이건 그냥 추측이긴 한데, 그린스킨처럼 애초에 생명체로 태어난 게 아니라, 시체가 다시 살아나서 돌아다니는 존재가 좀비이기 때문에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주는 게 아닐까 한다.

아무튼,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뿐만 아니라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도 준다는 게 중요하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한 각성자들은 좀비만 보면 미친놈처럼 달려들었다. 게다가 이제 좀비 독에 감염될 일도 없잖은가?

“쓸어버려.”

“네!”

“이히야!”

각성자들은 성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비각성자들은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 위에 미리 배치한 연발 석궁에 자리를 잡고 바글바글한 좀비를 향해 석궁을 쏘아냈다.

“페스티벌이라. 페스티벌이란 말이 어울리긴 하네.”

축제다. 카르마 포인트 축제. 전투 계열 각성자들은 바다를 마주한 고등학생처럼 신나는 비명을 지르며 좀비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틈틈이 능숙하게 팔다리를 잘라서 몸통만 남아 버둥대며 이빨을 딱딱 부딪치는 좀비를 뒤로 던져놓는다. 마치 그렇게 하기로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지가 잘린 좀비들이 일정한 구역에 뭉쳐 포개진다.

그 일련의 과정이 생활의 달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일정하게 능숙하다.

그렇게 뒤로 던져져 일정한 간격으로 뭉쳐진 좀비 덩어리를 향해 아직 어리고 힘이 약한 아이들이 작은 석궁의 방아쇠를 당기고 마력을 받아들이며 기절한다.

조금 힘이 있는 성인들은 멀리, 각성자들 너머를 향해 곡사로 중형 석궁을 발사하고 역시 마력을 받아들이며 기절한다.

그렇게 앞에 있던 비각성자가 기절하면 뒤에 대기하던 비각성자가 그 석궁을 주워 바닥에서 바둥거리며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 있는 좀비의 머리를 꿰둟는다. 그리고 각성한다.

이 과정이 물 흐르듯이 착착 이어진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니 영지를 향해 무작정 달려드는 좀비들이 각성자들이 선 곳을 경계선으로 녹아내리듯이 쓰러진다.

좀비 디펜스 게임 같은 거 해본 적 있나? 그거 보면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나와도 캐시로 현질 빡시게 해서 장비 빵빵하면 도로에 좀비 핏자국만 가득하게 되지 않나. 지금 영지 주변이 그렇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성자는 늘어난다. 새롭게 각성한 각성자의 랭크는 고작 화이트 랭크 언저리이지만, 그들은 인간일 때보다 튼튼한 육체와 좀비 독에 면역을 지니고 있으니, 두려움 없이 전선에 끼어들었다.

그러면?

좀비와 직접 칼을 맞대는 전선이 점점 늘어난다. 그 말은 곧 좀비와 직접적으로 위협을 당하는 전선이 영지에서 멀어진다는 뜻이다. 영지는 더 안전해지는 거고.

늘어나는 각성자에 더하여,

“꺄하하! 축복할게! 너도! 너도! 너희 전부!!”

“신성한 치유. 치유! 회복! 치유! 광역 치유!”

고유 능력이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유다연을 비롯한 사제 계열이 그린스킨 때와 달리 전력으로 나서면서 전선이 뒤로 밀리는 속도는 빨라졌다.

유다연은 미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흩날리도록 뛰어다니면서 좀비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인간에게는 스탯을 퍼센트로 향상 시켜주는 버프지만, 좀비는 그 축복에 노출된 순간 멀쩡히 뛰던 좀비의 다리가 똑 부러지고 허리가 꺾여버린다.

‘신났네. 신났어.’

모르긴 몰라도 사제 계열 각성자가 체감하는 카르마 포인트 증가 속도는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일 거다.

평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모으는 건 당연히 힘들고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도 얻기 어려워 하는 클래스가 사제 계열 클래스다.

그린스킨이 한창 덤빌 때도 어쩌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라도 얻으면 그걸로 마력을 올리기 바쁘다. 그리고 남으면 내구를 올려야 하고. 언감생심 체력이나 민첩은 꿈도 못 꾼다. 근력? 사제가 근력이 왜 필요해? 라고 말하는 게 사제들이다.

그런데 지금 그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엄청나게 모여들고 있으니 신이 날 수밖에. 유다연을 비롯한 사제 각성자들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모이는 족족 신체 스탯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움직임이 빨라진다.

“꺄하하! 모두 행복하렴! 축복할게!”

“주인님. 유다연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가만히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엘라가 그렇게 의문을 가질 정도로 유다연의 텐션은 하이 오브 하이였다. 괜히 내가 다 민망하다. 어디 내놔도 창피한 녀석이랄까?

성벽 위에서 너무 놀고 있는 거 아니냐고? 이쯤이면 내 성향을 눈치를 챌 법도 한데.

“엘븐나이츠들은?”

“명령하신 특수 좀비를 격살하는 중이에요.”

내게 속한 병력, 엘븐나이츠는 특수 좀비들을 원거리에서 확실하게 숨통을 끊는 중이다. 보통이라면 좀비가 덤비고 말았을 거지만, ‘붐’에서 시작해서 ‘페스티벌’과 ‘카니발’을 더하더니 ‘핼러윈’이라는 처음 보는 이벤트가 생성됐으니 특수 좀비는 충분히 변수가 된다.

“고마워.”

“그런 말씀 마세요. 주인님. 저희는 주인님 덕분에 다시 만났는걸요?”

이렇게 말하는 엘라가 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도 정령을 소환해 더 멀리 있는 특수 좀비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태워 죽이는 중이다.

당연히 내 카르마 포인트는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고.

“그럼 고생 좀 해. 나는 그 사이에 영지 좀 정비해야겠어.”

“네. 맡겨주세요. 주인님.”

이 시점에서 엘라를 뚫을 수 있는 존재?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나. 난 그녀를 믿고 먼저 상태창을 열었다.

‘아직 받을 보상이 하나 남았지?’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