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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02화 (102/183)

102화

<문을 여는 열쇠 그리고 이프리트?>

불평하듯이 말했지만, 사실 불평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카르마 포인트는 넉넉하다. 아니, 부족했어도 고맙게 받았을 거다.

그냥 일종의 칭얼거림 정도?

그런 거다. 아마도?

“교감, 친화 스탯을 업그레이드 할게. 그린 랭크까지. 쭉.”

『특수 스탯 [교감], [친화]를 현 랭크에서 그린 랭크까지 상승시키시겠습니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590만(5,900,000)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그렇게 진행해줘.”

『진행합니다. 레드(Red) 랭크 진입 완료.』

시스템은 단계적으로 랭크를 상승시켰다. 그리고 랭크를 넘어서는 순간마다,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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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열쇠[Rank: R(▲1)]]

(전략)

1. 소환 비용 11(▲6)% 감소.

2. 소환 개체의 능력 5(▲3)% 증폭.

3. 소환 개체와 소환자의 상호작용 1%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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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열쇠]의 창이 나타나며 달라진 수치와 정보를 표시한다.

『오렌지(Orange) 랭크 진입 완료.』

팟―!

────────────────

[문을 여는 열쇠[Rank: O(▲1)]]

(전략)

1. 소환 비용 18(▲7)% 감소.

2. 소환 개체의 능력 9(▲4)% 증폭.

3. 소환 개체와 소환자의 상호작용 3(▲2)%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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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Yellow) 랭크 진입 완료.』

『그린(Green) 랭크 진입 완료.』

『특수 스탯 상승 완료.』

몇 번이나 출력되며 자신의 존재감을 발현하던 고유 능력 [문을 여는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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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열쇠[Rank: G]]

차원 곳곳에 여러 이유로 몸을 감추고 있는 존재를 소환할 때마다 가장 적합한 통로를 연결하고 최적의 문을 열고 닫습니다.

따라서 소환에 필요한 비용은 절감되고, 소환된 존재의 가치는 상승합니다.

1. 소환 비용 35(▲9)% 감소.

2. 소환 개체의 능력 20(▲6)% 증폭.

3. 소환 개체와 소환자의 상호작용 15(▲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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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그린(Green) 랭크에 도달했고,

“흣?!”

엘라가 가장 먼저 자신의 몸에 닥친 이변을 감지했다. 그리고 이어서,

“어라!?”

“헙?!”

엘븐나이츠가 옐로 랭크에서 그린 랭크로 올라선 자신의 마력 색에 놀라거나 기겁했고,

“여, 영주님!! 영주님!! 헥헥! 여, 영주님!”

자신의 랭크가 올라 놀란 라쿤 대장장이가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성벽을 올라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이 할 수 있게 된 일과 만들 수 있는 장비의 성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와아.”

“우와!”

영지 내성에 심어 놓은 세계수가 정확하게 20% 더 커졌다. 이제는 성벽에서도 올려봐야 할 정도로.

좀비가 드글대는 세상에서 세계수의 성장은 영지가 더 안전해지고 안락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보다,

“아아아. 어머니시여!”

“어머니의 나무가!”

“성녀님의 주인님이 이걸?!”

“우왕! 우왕!”

“오빠! 저거 봐!”

“영주님이야! 분명히 영주님!”

“그럼 난 영주님하고 결혼할래! 응응!”

엘븐나이츠의 전투 부대 엘프들과 세계수 밑에서 놀고 있던 어린 엘프들이 난리가 났다.

더 진해진 싱그러운 마력, 상쾌하고 깨끗한 공기, 그리고 풍부하다 못해 넘칠 것 같은 자연력.

“아아아.”

엘라는 어느새 남색이 아니라 보라색에 가까운 마력이 자신의 손을 휘감은 것을 느끼며 감탄하고 있었다.

“주인님.”

“응?”

“잠시 제가 나서도 될까요?”

엘라의 질문에 그게 뭐 허락을 받을 일이냐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왼손에 쥐고 있던 시위가 없는 활을 움켜쥔 엘라의 몸에서 폭풍과 같은 마력이 흘러나온다. 순간 그 여파만으로 두어 걸음 물러났을 정도로.

“후우.”

깊은 한숨. 한편으로는 짙은 회한과 그리움 같은 오래된 감정이 묻어나오는 숨이 그녀의 가슴에서 입을 타고 흩어져 내린다.

“이프리트.”

그리고 그리움과 반가움이 절절하게 밴 목소리가 불의 정령왕의 이름을 읊조렸다.

파―.

그것은 작은 불티였다. 모닥불에서 시작된 작은 불꽃이 바람에 흩날려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말 불꽃의 흔적.

그러나,

화르―.

그것은 찰나의 순간에 불꽃이 되었고,

화르르르르르―!!

다시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거대한 불의 신이 되었다.

〔엘라.〕

성벽보다 더 크고 거대한 불의 신이 지구에 강림했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좀비들조차 본능을 거부하고 발걸음을 멈출 만큼 압도적인 위압감을 선사하는 불의 신.

“이프리트. 장난 그만해.”

그런 불의 신을 대면하는 엘라는 책망의 말이 먼저였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기겁하면서 엘라를 말렸을 노골적인 책망에,

〔반가워서 그랬다. 반가워서.〕

불의 신, 불의 정령왕이 머쓱해 하며 몸집을 줄였다. 어느새 보통의 인간 크기로 작아진 불의 정령왕은 타는 듯한 불꽃을 연상케 하는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육감적인 몸매의 미녀로 바뀌어 엘라의 옆에 섰다.

“정말. 살아 있었구나. 우리 엘라.”

그리고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엘라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게 아닌가. 조금 전 보았던 위압감이 넘쳐 신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모습은 착각이라고 주장하려는 듯이 술에 취해 친구에게 매달려 우는 대학생처럼 엉엉 울었다.

“그만 뚝. 이프리트. 지금 저기 있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는 거야?”

“흑흑. 훌쩍―. 뚝? 응? 좀비? 좀비가 있…네?”

이프리트는 그제야 발견했다는 듯이―도저히 못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좀비를 보고는 하얗고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여기 세계수가 있는 땅인데? 좀비? 아아. 밖에서 오는 거구나. 저것들?”

“맞아. 좀 치워줘.”

“응? 그래.”

둘은 수십만이 넘는, 그리고 줄어드는 만큼 빠르게 채워지는 좀비 떼를 보면서 마치 다 마신 커피잔을 치워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처럼 대화했다.

화르르.

가벼운 손짓이었다.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쫓는 것과 같은 손짓.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화르르르르―!!!

“우, 우와!?”

“꺄아아아아아―아아?”

호수에 던진 돌에 의해 파문이 생기는 것처럼 영지를 중심으로 점점 크기를 키운 불의 고리가 각성자를 스쳐 지나가면서 자신의 몸에 불이 붙는 줄 알고 놀라던 각성자들의 비명을 끝으로 세상이 고요해졌다.

영지 주변에서 기괴한 소리를 울부짖으며 산자를 향해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달려들던 좀비들이 일시에 소거 되었기 때문이다.

“흐음? 어때?”

이프리트가 콧대를 치켜들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는 엘라에게 물었고,

“어떤 것 같으세요? 주인님?”

엘라는 그걸 무시하고 내게 물었다. 어떻긴 뭐가 어때? 엄청 놀랐지. 정령왕의 힘 중 일부를 본 것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것 같은데.

그러나,

“뭐?! 주인님?! 누가?!”

불의 정령왕은 그딴 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나를 한줌의 재로 만들어 나‘였던 것’으로 만들 것 같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으니 확실하다.

“내가 주인님이지.”

하지만 난 쫄지 않았다. 내 무력을 믿는 거냐고? 설마. 나한테 무력이라고 할 게 뭐가 있나? 그저 신체 랭크만 높은 허접찌끄레기지.

내가 믿는 건 엘리아나, 저 불의 정령왕을 소환한 엘라였다. 그녀가 나를 다치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믿는다.

“내가아~? 반말?! 반말했어!”

이프리트가 발작을 하려던 찰나,

“그만해.”

엘라의 차가운 경고가 이프리트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뭐야? 너! 노예 계약이라도 한 거야? 걱정하지 마. 마법이든 뭐든 인간이 만든 그딴 어설픈 계약 따위 내가 처리할 수 있어!”

“내가 그런 수작에 걸렸을 것 같아?”

“…아니.”

무논리로 땡깡을 피우다가 제대로 혼이 난 아이처럼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이프리트는 엘라의 많은 것이 생략된 설명에도 찰떡 같이 다 알아들었다.

“정말?! 엘라의 주인님이라는 꿈을 꾸면서 일방적으로 주장하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는 불쌍한 인간아! 너 좋은 인간이구나?!”

뭐라는 거야? 뭐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꿈이야. 누가 불쌍해? 하긴 아포칼립스가 진행중인 지구에 사는 사람이니 불쌍한 면도 있긴 하지.

“응. 아니야. 엘라가 이미 주인님이라고 부름.”

물론 수긍하는 것과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이프리트를 놀리는 건 멈추지 않는다.

“이이익!!”

“심지어 난 처음에 영주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도 엘라가 주인님이라고 부름.”

“이이이!!”

“먼저. 자발적으로. 자원해서.”

“이이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독적으로. 주체적으로.”

“너어어어!!”

“엘라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렀지. 응.”

“야아아아아아아―!!!”

빼액 하고 소리를 지른 이프리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서 분해하더니,

“흐어어어어엉!!”

다시 엘라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엄…….”

딱히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놀리다 보니까 표정 변화가 너무 재미 있어서 나도 모르게.

“주인님.”

엘라가 소환된 이후 처음으로 말썽꾸리기를 보는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부른다.

“울릴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어. 아니, 울 줄 몰랐다고 할까?”

“에휴. 이프리트는 좀 아이 같은 면이 있어요. 마음도 여리고요. 주인님이 이해해주세요.”

“어? 어어. 그래야지. 이해해.”

그런데 지금 이 대화가 말이 되나? 좀비 수십 만으로 손짓을 태운 불의 정령왕이 마음이 여리다고? 어디가? 어떤 부분이? 어떻게?

설마 엘라도? 하긴 엘라도 이제 나이가…….

“주인님?”

“음?”

“무슨 생각하셨어요?”

“…하늘에서 좀비가 떨어지니 참 날씨가 좋다는 생각?”

“…….”

무슨 소리냐고? 몰라. 나도. 왠지 사실대로 말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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