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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04화 (104/183)

104화

<신뢰하시나요? 저의 추천을?>

『너무 오랜만이세요! 정말!!』

“어째 내가 혼나는 기분이네. 흠흠. 너도 알겠지만 엄청 바빴고, 무엇보다 쿨타임이 너무 길어. 알잖아?”

무려 180일이다. 쿨타임이. 권능을 다루는 그 그린스킨 놈이 나타났을 때 진짜 반 년이라는 이 쿨타임이 어찌나 억울하던지. 속으로 엄청 투덜댔다.

『그것 때문이라면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변명이 될 거예요!』

“응? 왜지?”

『흠흠.』

『신성한 영지의 정당한 주인을 환영합니다.』

『영지 랭크가 그린(Green) 랭크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부터 어딘가 평소와 다른 톤의 목소리다. 마치 성격이 변한 것처럼.

『영지 랭크에 따라 성소의 1차 제한이 해제됩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적법한 계약에 따라 차원의 방랑자를 소환하는 기준이 하향 조정 되었습니다.』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는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는 쿨타임이 기존 180일에서 100일로 줄어듭니다.』

『차원 방랑자를 탐색하는 범위가 더 넓어집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랑자들이 발생합니다. 이벤트 발생 시, 영주 님께서는 랜덤으로 선택된 차원 방랑자 중, ‘선택’할 권리를 가집니다.』

거기까지였다. 근엄하고 어딘가 진지하며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는.

『어때요? 저 잘했죠? 네? 그쵸? 당당하게 칭찬을 요구합니다!』

“어. 그래. 고생했다. 고맙다. 잘했다?”

『왜 마지막에 의문형이죠?! 일단 그건 넘어가고요. 대기 시간이 초기화 됐습니다. 소환하실 건가요?』

“당연하지.”

말해 뭐해? 당연한 걸.

『역시! 믿고 있었다고요!』

『현재 영지 랭크는 그린(Green). 해당 랭크에서 소환에 필요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2,500만 포인트입니다.』

“…250만?”

『이천오백만이요! 영주 님 또! 또! 너무하세요. 저번에는 십만을 일만으로 깎으려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천만 단위를 백만으로 깎으시는 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그때도 물어봤던 건데? 혹시 깎을 수 있나?”

『아뇨. 정가제입니다.』

“젠장! 그럼 할부는?”

『안 됩니다.』

“후우…….”

2,500만이라는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느냐? 아니. 그렇지 않다. 난 아직 7천만에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망루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얼마나 필요하다고?”

[500만입니다. 마스터.]

“건설 시간 삭제에 또 500만이 들어가겠지?”

[정확하게는 여러 조건들이 더해져 28%의 건설 시간이 줄어들어 360만이 필요합니다.]

“망루가 오렌지 랭크에 등장한 건물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럼 마구간은?”

[2,500만입니다.]

“건설 시간 삭제는?”

[1,800만입니다.]

이런 것들 때문이다. 그린 랭크에 건설이 열리는 [기사단 숙소], [연구소], [치료소]는 옐로에서 그린 랭크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1억 2,500만 포인트입니다. 마스터.]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장 2,500만이라는 수치는 7억이 넘는 카르마 포인트를 얻어 마냥 행복했던 내 머리에 경고를 전하는 수치였다.

『감히 첨언을 하자면요. 영주 님. 하루라도 빨리 사용하시는 게 다음 소환을 앞당기는 일이에요.』

“소환할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플러스 카르마 25,000,000 포인트를 지불하고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시겠습니까?』

“그래.”

『이천오백만(25,000,000)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회수합니다. 남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49,5**,***입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법칙에 의거, 룰렛이 돌아갑니다.』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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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요제프(יוֹסֵף)

2. 종족(Tribe): 드라이어드(Δρυάς)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엘리멘트 세인트

5. 신체(Status)

B등급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자연 99]

<고유 능력>

1. 정령성자 [Ran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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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별론데?

누가 봐도 별론데?

완전 별론데?

2,500만 카르마 포인트 값을 전혀 못 하고 있는데?

심지어 특수 스탯도 엘라와 똑같은 [자연]이야.

고유 능력도 정령 관련이고.

“이게 뭔?”

『이벤트 발생!』

『자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영지에 귀속되길 원하는 차원 방랑자들이 있습니다.』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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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로파이(Lofi)

2. 종족(Tribe): 오리할콘 드워프(Orichalcum Dwarf)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여명의 대장장이

5. 신체(Status)

Blue등급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창작 99]

<고유 능력>

1. 스리핏 포지(Spirit Forge) [Rank: Blue]

────────────────

────────────────

<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요제프(יוֹסֵף)

2. 종족(Tribe): 드라이어드(Δρυάς)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엘리멘틀 세인트

5. 신체(Status)

Blue등급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자연 99]

<고유 능력>

1. 정령성자 [Ran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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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2. 종족(Tribe): 인간(Human)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성녀(Saintess)

5. 신체(Status)

Blue등급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신성 99]

<고유 능력>

1. 강신 [Ran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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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게 뭐야? 이럴 거면 왜 포인트를 주고 뽑아? 아닌가? 포인트를 주고 소환을 시도했기 때문에 등장한 건가? 아무튼,

“아무리 무작위라고 해도 이건 너무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거 아니야?”

따질 수 있는 건 최대한 따져 봐야지.

『무작위라고 해도 완전히 의미가 없는 가챠 같은 게 아니에요. 그린 랭크에 올라와서 변화된 [성소]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탐색에는 ‘범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범위는 영주 님과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어요. 이번 탐색에는 영지에 먼저 소환된 ‘엘리아나’와 ‘엘븐 나이츠’ 그리고 ‘세계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어요.』

“흠. 오케이. 그럼 솔직하게 답해줘. 저 드라이어드라는 종족 나무 정령? 뭐 그런 종족이지?”

『네. 맞습니다. 흔히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와 비슷합니다. 나무에 깃들어 사는 요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치? 자, 그런데 어머나 세상에? 지구는 빌어먹게 멸망해가고 있네? 좀비가 아니더라도 있던 숲도 사라지는 판에 나무의 요정! 와! 진짜 도움 되겠다?! 그치?”

『흠흠.』

“그리고 저 두 번째? 세 번째? 저 성녀. 전에 엘리아나 소환했을 때도 나왔던 여자지?”

『맞습니다.』

“넌 여기에 있으면 영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예 못 듣는 거야?”

『아닙니다. 다 듣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시스템 에고(Ego) 아카데미 동기들은 저를 엄청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성직자도 아니고, 성녀를 내게 들이밀어? 너 나 마음에 안 드냐?”

『예?』

“우리 영지에서 종교쟁이는 무조건 아웃이지. 왜? 종교라는 건 결국 인간이 아니라, 가상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고 추종하는 행위니까. 영주보다 위에 존재하는 신이라는 작자를 말이야. 자, 그럼 성녀라는 여자를 소환했다고 치자고. 성녀가 막 기도해. 아픈 게 막 회복되고 언데드가 막 녹아내려. 그걸 보고 다 같이 기도해! 신성력이 쌓여! 언데드가 더 막 녹아내려!”

래퍼에 빙의한 것처럼 쉬지 않고 쏟아낸 뒤,

“후우……. 너 같으면 영주가 고맙겠냐? 아니면 성녀가 고맙겠냐?”

숨을 한 번 쉬고는 그렇게 물었다.

『어……. 그래도 그 성녀가 영주 님 덕분에 존재하는 거니까…….』

“그리고 성녀면 믿는 신이 있을 거 아냐? 매일 신을 위해 기도하겠네? 충성 스탯이 100이면 뭐해? 자신의 신에게 맹목하지 않으면 신성력이 떨어지거나 효율이 빠질 텐데.”

『엄…….』

“그럼 결국 남은 건 드워프 장인인데. 이게 과연 2천만이 넘는 카르마 포인트를 쏟아부을 정도의 가치가 있어?”

『어, 일단은……. 약간의 오해를 바로 잡아야겠네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음. 영지 랭크 그린(Green)으로 성소의 1차 제한이 풀렸으니까……. 오케이. 확인했어요.』

『성소에서 소환되는 차원 방랑자는 기본적으로 차원의 틈에 갇히기 전에 최소 바이올렛(Violet) 랭크 맥스를 달성한 존재입니다. ‘최소’에요. 영주 님의 옆에 서 있는 엘리아나의 경우 어비스(Abyss) 초입이었어요.』

『그런 강자들이 영지 랭크에 맞춰 자신의 경지를 저절로 회복하는 겁니다. 아마 영주 님이 무시하신 드라이어드조차 지금 등장하면 영지 밖에서 깔짝대는 저 좀비 따위 순식간에 쓸어버릴 거예요.』

『하지만 영주 님의 불만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에요. 이해하고 인정하기도 해요. 무작위라는 부분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요.』

『또 차원 방랑자가 된 성녀가 섬기는 신은 존재하지 않아요. 애초에 신이 존재했다면 앞에 A의 성녀라는 식으로 수식어가 붙었을 거예요.』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그녀는 신이 버리고 떠난 차원에서 마지막까지 인간을 위해 싸운 성녀예요. 그녀가 믿는 신을 억지로 규정한다면 인간 정도일까요? 그러니 신을 찾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 내가 무지했어. 모르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으니 사과하지. 일단 카르마 포인트가 아깝지 않다는 건 인정할게. 그렇다면 혹시 추천하는 사람이 있어?”

『신뢰하시나요? 저의 추천을?』

“응. 내가 어쭙잖게 회장이 되어 보니까. 그렇더라고.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더라고. 전문 분야는 잘 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효율적이고 결과로도 좋아.”

『정말 감동이에요! 영주 님! 제 동기 중에 선택의 순간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던 에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역사적으로도!』

그러냐. 너무 좋아하니까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추천을 하는 게 어떨까?

『좋아요! 지금 시체랑 악마 나오는 타이밍이죠? 그렇다면 역시 저는…….』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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