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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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領地) [Rank: G]
1. 성벽(Rampart) [Rank: G]
2. 성문(Gate) [Rank: Y]
3. 병영(Barracks) [Rank: Y]
4. 성소(Sanctum) [Rank: G]5. 내성(Donjon) [Rank: Y]
6. 창고(Depot) [Rank: Y]
7. 농장(Plantation) [Rank: Y]
8. 행정청(Intendance) [Rank: Y]
9. 망루(Watchtower) [Rank: Y]
10. 광산(Mine) [Rank: Y]
11. 항만(Port) [Rank: Y]
12. 마구간(Stable) [Rank: Y]
13. 대장간(Smithy) [Rank: Y]
14. 도서관(Library) [Rank: Y]
15. 기사단 숙소(Commandery) [Rank: Y]
16. 연구소(Institute) [Rank: Y(▲3)]
17. 치료소(Dressing Station) [Rank: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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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연구소]를 옐로 랭크까지 올렸는데. 카르마 포인트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간당간당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6500만이 넘게 있었던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당연히 모두 사용했고, 엘라와 소피아, 그리고 엘븐나이츠가 특수 좀비를 사냥하면서 얻은 포인트가 없었다면 오히려 부족했을 거다.
무엇보다 9명의 [연구원]을 고용하는데 들어간 카르마 포인트만 해도 4,300만이 넘으니까.
“음. 안 되겠네. 소피아.”
“네?”
“영지 각성자들에게 따로 전할 테니까. 남쪽하고 동쪽 좀비를 쓸어버려.”
“아, 네.”
한껏 긴장했다가 대수롭지 않은 지시를 받은 것처럼 대답한다.
“얼마나 유지할 수 있어? 전선의 절반을 방어하는 거?”
“네? 얼마나라뇨?”
“음?”
“좀비 정도는 딱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그래서 제게 맡기신 게 아니었어요?”
“엥?”
내가 기대한 것은 일정 시간 전장의 절반을 담당해서 좀비를 쓸어버리면서 카르마 포인트도 얻고 각성자도 쉬게 해주는 거였다.
“전선은 솔직히 말하면 14일 정도는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영주님.”
“신성력이 그 정도의 힘이었어?”
“제 신성력은 단순한 신성력이 아니니까요. 비록 랭크는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공허를 녹여내던 순도 높은 신성력인데요. 고작 좀비 따위는 신성력 장판만 깔아놔도 끔살이죠.”
“장판? 끔살?”
“에? 하, 하하하.”
너 솔직히 말해봐. 이 세계 전생물 주인공이지? 쓰는 용어가 어째…….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오히려 좋은 건가? 그래도 먹고 자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엘라와 교대로 전선을 유지해줘. 정확히 전선의 절반을 맡는 거야.”
“네. 뭐.”
소피아는 퇴근길에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꼭 사오라는 말을 들은 거나 다를 거 없는 대수롭지 않은 부탁을 받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도.”
“맡겨주세요. 주인님.”
반면 엘라는 무언가 자신에게 맡겼다는 게 기쁜지 커다란 눈을 빛내며 대답하고는 소피아와 근무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제가 먼저 할게요. 선배님.”
“그래~. 조금 있다가 교대해줄게~. 후배님.”
엘라는 소피아와 대화할 때면 평소 보여주던 딱딱한 표정이 아니라, 귀여운 동생을 보는 누님 같은 말투로 대하곤 했다. 지금도 대화하는 것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다면 엘라의 대사는 ‘아라~아라~’로 시작했을 법한 장면이다.
“그럼 엘라는 영지 바깥에 나가 있는 지의사들에게 바람의 정령으로 말 좀 전해줘. 전선을 북쪽과 서쪽만 유지하고 교대로 쉬라고.”
“네. 주인님.”
그리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상태창을 열고 카르마 포인트의 변화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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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2,229,636(⏫1,747,000)]
[악업(Minus Karma) 7,271,944(⏫1,74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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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미친.”
소피아가 올라간 동쪽 성벽과 북쪽 성벽이 만나는 모서리에서 빛이 두 번 번쩍 한 것을 보고 상태창을 확인했는데 174만 정도가 상승했다. 순식간에.
“왜? 아니, 어떻게?”
[마스터. 현재 마스터의 쉘터인 영지 주변에는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다시 말해 좀비가 무한히 생성되는 중입니다.]
“그건 알아.”
[아니요. 마스터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생존자, 정확하게는 ‘인간 족’이 대규모로 모여 있을 때, 발동하는 이벤트는 차원 계약에 들어가 있는 조항입니다.]
“왜? 아아. 애초에 이 계약은 인간 멸족을 위한 계약이었으니까?”
[맞습니다. 그렇기에 이건 강제적으로 발동하는 계약입니다. 더 많이, 더 빨리 좀비를 처치한다고 해도 심연의 추방자는 이벤트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출 수 없습니다. 그쪽도 강제로 진행되는 거죠.]
“그래?”
[그렇습니다. 한 방에 녹아버린 좀비. 심연의 추방자의 차원에서는 이런 경우 일반 좀비가 아니라 특수 좀비의 비중을 더 높여서 내보낼 겁니다. 일반 좀비가 아니라, 상위 좀비 혹은 그보다 상위 언데드의 경우 차원을 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없지만, 이 정도 꼼수는 받아주는 셈이니까.]
“음. 그런데 소피아의 신성력 앞에서는 하급이든 고급이든 좀비는 평등하게 한 방 컷이 나버렸다? 특수 언데드들이? 그래서 카르마 포인트가 이렇게 들어 온 거고?”
[정확하십니다. 마스터.]
“그럼 진작 말해주지?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아시죠?]
“그래. 그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계약이 어쩌고, 위배가 어쩌고 하겠지. 정보가 어쩌고 하면서.”
[네. 비슷합니다.]
“좋아. 그럼 하루에 천만은 가볍게 모이겠는데?”
[천만이요? 일억도 가능합니다! 충분히요!]
“일억이라. 그것도 플러스 카르마 마이너스 카르마 1억씩인 거잖아?”
[네.]
“허어? 미쳤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좀비를 처리하면 같은 자리에 좀비가 다시 등장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처럼 그 자리에 솟아나는 게 아니라, 차원 너머에서 병력을 운석 형태로 보내는 거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각성자는 좀비가 드글드글한 공간에서 전투를 얼마 속행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충분하겠는데? 1억?”
[그렇다니까요?!]
“헐……. 그럼……. 특수 카르마 포인트를 지금 쓰기보다는 하루만 기다렸다가 [연구소]를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병영]부터 그린 랭크로 올릴게.”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마스터.]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사십오만 오천(455,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병영]의 랭크를 그린(Green) 랭크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신(家臣) 두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장인이 고용된 옐로(Yellow) 랭크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8%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행정청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옐로(Yellow) 랭크의 내성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연구소의 연구원이 9명입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9% 단축됩니다.』
『총 건설 시간이 42% 단축됩니다.』
『1,739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이십육만 삼천구백(263,9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즉시 완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병영]의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망루]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겠다.”
[망루]의 업그레이드 비용의 기본 값이 5백만이니까.
“주인님. 유다연과 올리비아를 비롯한 지의사들에게 지시를 모두 전달했고, 각성자들의 이동이 시작됐습니다.”
“좋아. 좋아. 음. 아주 순조롭구만.”
엘라의 보고에 만족하며 내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저……. 영주 님.”
한참 전부터 근처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망설이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누가 보더라도 헬창일 것만 같은 덩치에 3대 500이하 금지라는 언더아머 정도는 쌉가능할 것 같은 근육질의 몸매. 종말이 시작되고 각성하지 않았다면 나도 모르게 먼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을 것 같은 느낌의 남자가 거기 있었다.
“이제야 말을 거는 건가? 아까부터 따라다니더니? 뭐지?”
“죄, 죄송합니다. 부, 부탁이! 부탁이 있습니다. 여, 염치 없다는 건 알지만, 제 아내가 선천적으로 아픕니다. 유, 유전병입니다. 포인트를 욕심내는 게 아닙니다. 가, 각성만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아내의 유전병. 각성? 아, 각성해서 건강해지는 걸 원하는 건가?
“각성이라…….”
각성자가 많아지는 건 나쁘지 않다. 일단 영지민이 되었다는 건 최소한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었으니까.
다만,
“평화의 날에 영지로 들어왔지?”
이 남자가 앞서 일찍 영지로 합류한 사람이 아니라, 평화의 날에 영지민이 된 사람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 그렇습니다.”
“뭐, 좋아. 잠깐 기다려.”
[행정청]을 건설하고 [전문직원]을 네 명이 아니라 추가로 네 명을 더 고용한 이후부터, 평화의 날 이후 합류한 이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범죄 이력을 검사받아야 했다.
그리고 [행정청]의 [전문직원]의 조회를 받은 이들은 영주인 내가 원하면 해당 조회 내용이 언제든 ‘팝업’으로 출력된다.
또한,
“아직 살인은 하지 않았네?”
[행정청]의 랭크가 상승하면서 범죄 유무만 조회되는 게 아니라, 범죄 종류, 카르마 포인트 획득 로그 같은 것들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플러스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보유 유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아내를 걱정하는 이 덩치 큰 남자는 특이하게도 전투 계열 각성자면서도 살인은 하지 않았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거의 태반이 그린스킨을 때려잡아서 모았다.
“각성 전에도 플러스 카르마가 높은 사람이었네? 그런데 왜 대전이 때 합류하지 않았지? 아내가 악한 사람이었나? 아닌데? 그렇다면 영지민이 되지 못했을 텐데?”
“그, 그때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있어서…….”
일행이 있어서 무려 안전지대로 합류할 수 있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거절했다는 소리다. 어떻게 보면 멍청한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하네.’
의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네?!”
이 남자 왜 익숙하지?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이름이 독고서인? 독고? 음? 이름도 익숙한데?
“영주님……?”
“어? 어어. 그래. 좋아. 허락……. 아니지. 잠깐 기다려.”
그러고 보니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닐 거다. 가족, 연인, 친구를 각성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좀비 독에 면역이라는 이점도 원할 거고, 아프거나 연약한 가족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걸 일일이 한 명씩 들어주면서 부탁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혼자 따지기에는 너무 번거롭다. 시간도 잡아먹고.
“엘라. 레서판다……. 아니지. [전문직원], [직원] 전원 호출 해줘.”
“네. 주인님. 실프. 부탁해.”
피이이잉―!
바람이 갈라지는 효과음과 함께 바람의 정령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말이지.
“괜찮을까요? 주인님?”
엘라는 내가 행정청 직원들을 소환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벌써 알아차리고는 그렇게 물어왔다.
“음. 뭐, 생각해 놓은 게 있기는 해.”
그리고 나는 정말 생각한 게 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