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감시할 거야.>
“영주니임~~!”
사막여우 수인이 짧은 다리를 놀리며 열심히 달려온다. 귀여움을 온몸으로 흩뿌리며 달려오는 모습에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영지민들이 하나 같이 헤벌쭉 웃으며 뭔가 충전이 된 것 같은 얼굴로 변한다.
“천천히. 천천히 와.”
“헤엑! 헤엑! 부, 부르……. 부르셨어요? 헤엑.”
“일단 숨부터 고르자.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
내 지시를 따라서 작고 귀여운 사막여우 수인 여덟 명이서 동시에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이제 괜찮아?”
“네!!”
숨 고르기가 끝나자 [전문직원]은 물론이고 [직원]까지 전원 소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영지 소속 각성자가 좀비를 사냥하는 곳은 북쪽과 서쪽이야. 그러니까…….”
북문과 서문에 각각 한 명씩 [전문직원]을 배치하고 [직원] 두 명으로 보조하게 해서 4교대로 문을 지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각성자를 각성자가 되게 도와주는데 필요한 것은 충성 스탯이야. 충성 스탯 85이상. 이걸 주지시켜.”
“네!”
“확실히 해내겠습니다!”
“만약에 각성자가 전투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그건 충성 스탯이 60 이상이면 보내줘.”
“충성 스탯만 확인할까요? 카르마 포인트 획득 로그나 간접 범행 같은 건 조사하지 않아도 될까요?”
“응. 이미 한 번 조사를 한 거잖아?”
“그렇습니다.”
“그럼 믿어야지. 너희가 어련히 세세히 조사했을까.”
“헤헤.”
“수고 좀 해줘. 적어도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은 이런 시스템을 유지해야 해.”
“네! 열심히 할게요!!”
“분명히 각성자라고 무시하면서 덤비는 놈들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호위 병력을 몇이나 붙여줄까?”
“넹?”
사막여우 수인인 [전문직원]들은 호위 병력이라는 말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행정청에서 소환한 [전문직원]들은 행정청과 랭크를 공유합니다.”
안다. 그걸 잊은 게 아니다. 하지만 랭크가 높다고 전투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만약 [전문직원]들이 상시 마력을 몸 전체에 두르고 있다면 모를까, 불시에 받는 암습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우려를 차분하게 설명하자,
“허, 헐!”
“우, 우릴!”
“걱정하신 거지?”
“맞아!”
“응.”
“세상에!”
“어머나!”
“흑!”
갑자기 여덟 명의 사막여우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운다? 울어?!
“아니, 왜……?”
왜 울어? 내가 뭘 했다고? 허리 높이 정도밖에 오지 않는 사막여우 수인들이 서로를 부등켜 안고 우는 모습은 식은땀에 등줄기가 젖을 정도로 난감함을 주는 광경이었다.
“영주님께서 전투 직군이 아닌 저희를 이렇게 살뜰하게 생각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눈물을 닦으면서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사막여우를 보면서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전투 직군인 이들, 엘븐나이츠나 병영에서 소환한 병력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낸 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종말 이후 내 생활이 일반적인 영주처럼 영주성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성벽 위에서, 전선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당연한 소리를 좀 그만하고. 그만 울고! 뚝!!”
“뚜, 뚝! 훌쩍!”
무엇보다 [행정청]은 사회 기반 시설이 무너진 지금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시설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들은 정말 중요한 인재다.
“네! 믿고 맡겨주세요!”
사막여우들은 눈물을 닦고 당차게 대답했다. 여덟 명의 사막여우 수인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근무 일정을 짜더니,
“너랑 너너너. 나 따라와! 우리는 북문으로 간다!”
“너희는 나를 따라! 우리는 서문으로!”
뒤에 있는 악어와 호랑이 그리고 사자 수인들을 지목하며 당차지만 짧은 걸음을 내디딘다.
“…도대체가 이 도시는 다 미쳐 돌아가는 건가? 정상은 어디에도 없나?”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뭐라고 딱히 지적할 수 없는 일련의 상황에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B급 감성과 농담을 털어냈다.
“그래도 빠르네.”
북문과 서문으로 향하는 [전문직원]과 [직원]을 바라보다가,
“거기. 뭐 하고 있어? 아내를 각성시키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멀뚱히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 덩치를 일깨웠다.
“아! 네! 네네! 마, 맞습니다!”
“그럼 당장 아내를 불러서 저들을 따라가야지. 뭘 멍하니 서 있어?”
물론 작고 귀여운 사막여우가 자신의 몸의 두세 배는 족히 되는 포식자 동물의 수인을 부리는 모습이 어딘가 사람의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고.’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삼보일배(三步一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불교의 수행법)도 아니고, 열심히 뛰다가 뒤돌아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다시 좋아서 뛰다가 깜빡했다는 듯이 뒤돌아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멀어지는 곰 같은 남자.
“…괜찮을까요?”
그 광경을 같이 지켜보던 엘라가 하는 걱정은 내 마음에 있는 불신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회귀 전, 믿었던 같은 쉘터의 사람에게 배신당했기 때문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지독한 인간 불신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지구의 의지가 보내 준 사제들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다. 영주라는 쉘터 계열 클래스는 쉘터에 인간이 ‘많아야’ 하는 클래스니 말이다.
“내가 인간을 안 믿는 거. 이제 엘라 너도 알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님.”
“그래도 내가 믿는 사람들이 있어. 처음부터 나랑 함께했던 애들하고 너 그리고 엘븐나이츠. 소피아와 설기 그리고 저기 열심히 짧은 다리를 놀리고 있는 [전문직원]처럼 내가 직접 소환한 이들 말이야.”
“감사해요.”
“감사하기는. 당연한 거지.”
무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인정한 충성 스탯 MAX인 존재들이니까. 이들마저 배신한다면 그때는 지구 따위 망해버리라지.
“아무튼, 그렇지만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보다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이니 어쩌겠어? 감시해야지.”
“예?”
“감시할 거라고.”
감시할 거다. 민간사찰? 인권? 아프리카에서 독일 복지 찾는 소리하고 있네. 멸망으로 향해가는 지구에서 무슨 인권을 찾아?
“마침 좋은 게 나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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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Rank: Green]
병영의 랭크가 레드에서 오렌지 랭크로 상승함에 따라 기본 병과 「창병」과 「궁병」이 각각 「파이크병」과 「석궁병」으로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
…
특수 병과가 오픈되었습니다.
1. 창병(槍兵) [40 MC] ▶ 파이크병 [120 MC] ▶ 검방병 [480 MC] ▶ 중무장병(Gens d'armes) [2,400 MC]
2. 궁병(弓兵) [50 MC] ▶ 석궁병 [150 MC] ▶ 헌터 [600 MC] ▶ 저격수(Scharfschütze) [3,000 MC]
3. 파수꾼(Guard) [200 MC] ▶ 숲의 수호자 [20,000 MC]
4. 레인저(Ranger) [200 MC] ▶ 숲의 감시자 [20,000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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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반 병과는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중무장병]은 전신 판금 갑옷과 검과 창 그리고 할버드와 손도끼를 장비한 말 그대로 중무장을 한 보병이다. 모든 전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지금도 성벽 밖에서 각성자 틈에 섞여 원거리 계열과 사제 계열 보호하며 틈틈이 좀비의 머리를 깨고 있다.
[저격병]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 저격병이다. 다만 무기가 저격총이 아니라, 아티팩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활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 X자 모양의 거대한 활을 당기면 녹색 마력이 활과 시위를 타고 흘러 화살촉에 응집된다. 그리고? 뭘 그리고야. 쏘아진 화살은 좀비 대여섯 마리의 머리를 관통하는 위력을 보이는 거지.
하지만 내가 말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그린 랭크 전까지는 특이한 게 없었던 [파수꾼]과 [레인저]가 그린 랭크로 [병영]을 업그레이드하자마자 새로운 병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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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감시자 [Rank: G]
세계수는 하나의 차원에 하나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이유로 세계수를 노리는 이들이 있고, 무려 세계수를 노리는 이들은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 은밀하고 교활하다.
그런 세계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엘븐나이츠라면, 그보다 앞서 세계수가 있는 숲에 적을 존재를 파악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존재가 숲의 감시자와 숲의 수호자다.
숲의 감시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땅과 바람의 정령을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은신 계열 어빌리티와 원견(遠見) 어빌리티를 체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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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만.
한 기에 2만 포인트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숲의 감시자라고 알아?”
“어머?! 왓처들 말씀하시는 거죠? 엘븐나이츠가 되면 주시자가 되는 아이들이요.”
“어? 어……. 맞을걸?”
“알아요. 오랜만이네요. 아! 그 아이들로 감시하시려는 거군요. 매우 좋은 생각이세요! 바람의 하급 정령과 땅의 하급 정령을 다루는 아이들이니까요. 특히 일정 구역 내에서 경계와 감시를 하는 건 바람보다 땅의 아이들이 더 유리해요.”
경계와 감시에 특화된 바람과 땅의 정령. 특히 감시에는 바람보다 오히려 땅의 정령이 더 유리하다. 은밀하고 밀폐된 곳에서 속닥거리더라도 그들은 어차피 땅을 밟고 있는 셈이니까.
“뭐, 지금은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하고. 나중에 말이야. 나중에.”
“네. 그것이 무엇이든 주인님 뜻대로 되실 거예요. 저희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응?”
“아니에요.”
‘네’라는 대답 뒤에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는데, 아마도 일부러 감춘 것 같았다. 그린 랭크에 오른 내가 바로 옆에서 중얼거리는 말을 못 들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라가 내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가 없는데.
여자의 비밀을 지켜주는 거랬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냐고? 음……. 로맨스 소설인가? 라노벨이었나?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