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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24화 (124/183)

124화

<고오오오오오급 자판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서 공지합니다.』

『차원 간 계약에 따라 진행된 이번 이벤트에서 차원 「심연의 추방자」 진영에서 성실 의무 불이행이 관찰되었습니다.』

“성실 불이행?”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벤트가 시작되고 나흘부터 조금씩 줄기 시작해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체감이 확 될 정도로 줄어든 좀비 운석.

“좀비가 줄어든 게 잘못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차원 간 맺은 계약은 신성한 마법과 계약의 신 아래 성실히 이행되어야 합니다. 성실 이행의 의무를 져버렸기에 이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성실 의무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이에 따라 차원 심연의 추방자는 계약 불이행에 대한 대가와 위약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금 즉시.』

평소의 푸른색 홀로그램이 아니라, 붉게 번쩍이는 글자가 나타나 마치 ‘너희도 계약에 꼼수를 부리지 마라!’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앞과 뒤의 메시지가 모두 사라졌음에도 ‘성실 의무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합니다.’라는 글자가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시야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앙―!!

하늘에서 수백 개의 운석이 영지 주변에 떨어졌다. 본래라면 저게 진짜 운석이 아니기에 굉음을 내며 떨어질 일이 없지만,

“쟤들 다 죽는데?”

갑자기 등장한 좀비 운석에 긴장하며 무기를 꺼내던 각성자들이 민망하게도 땅에 닿는 족족 온몸이 터지면서 모두 죽어 나가면서 굉음을 동반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운석이 자그마치 1시간이 넘게 떨어지고서야 그쳤다. 영지 주변에 떨어진 운석 수만 해도 자그마치 수만 개는 되고 남을 법한 운석들.

대충 계산을 해봐도,

“이벤트 때보다 더 많이 죽은 거 같지 않아?”

이벤트를 정상적으로 치렀다고 해도 이것보다는 덜 죽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 카르마 포인트는 어디로 가는 거야? 우리가 잡았으면 다 우리 건데. 아깝네.”

『계약에 따라 이벤트에 진행되었어야 할 병력과 페널티에 따른 위약금에 해당하는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사멸시켰습니다.』

『카르마 포인트를 분배할 예정입니다.』

판사의 선언과 같은 짧은 메시지 뒤에,

『이벤트 붐(Boom)의 효과로 소환된 심연의 추방자에게 얻은 카르마 포인트의 10%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하는 본격적인 보상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이벤트 메가 붐(Mega―Boom)의 효과로 소환된 심연의 추방자에게 얻은 카르마 포인트의 20%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벤트 페스티벌(Festival)의 효과로 소환된 심연의 추방자에게 얻은 카르마 포인트의 30%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벤트 카니발(Carnival)의 효과로 소환된 심연의 추방자에게 얻은 카르마 포인트의 40%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카르마 추가 획득. 그것도 이벤트 때문에 대규모와 지속적으로 소환된 좀비. 어떤 놈이 붐의 효과가 어떤 놈이 카니발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추가 획득을 10%에서 40%까지.

“…미친.”

누군가 비명처럼 중얼거린 감탄사와 욕설의 중간에 있는 그것이 처음 보상 메시지가 나왔을 때부터 상태창을 열어놓은 모든 각성자의 마음을 대변했다.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카르마 포인트 폭탄이었다. 이 정도면 오히려 원래 계획대로 좀비가 침공했다면 오히려 아쉬울 뻔했을 정도로 엄청난 추가 카르마 포인트였다.

‘솔직히 엘븐 나이츠에 창천의 날개까지 원하 장비 맞춰 주고, 마구간에서 탈 것 고용해주느라 포인트가 뭉텅이로 빠져나가서 속이 쓰렸는데. 나간 건 티도 안 날 정도로 들어온 것 같네.’

“그런데 이거 합 연산이야? 설마 곱 연산은 아니겠지?”

[추가 지급입니다. 합 연산입니다. 총 100%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반지의 에고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붐부터 카니발까지 100% 추가 지급. 아니지? 잠깐만.

“이벤트 핼러윈(Halloween)이 남았잖아? 그럼 150% 추가 지급인 건가?”

『이벤트 핼러윈(Halloween)의 효과로 소환된 심연의 추방자에게 얻은 카르마 포인트…….』

여기까지 나왔을 때, 뭐 50%나 잘하면 75% 카르마 포인트 추가 획득일 거라고 예상했다.

『……에 따라 장비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뭐?!!”

그러나 시스템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이야기를.

『이요한 님께서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의 수치를 집계 중입니다.』

내 놀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스템은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진행했다.

『이요한 님께서 이벤트 핼러윈(Halloween)으로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는 플러스 카르마 573,132,675 포인트, 마이너스 카르마 573,132,675 포인트입니다.』

『추가 카르마 포인트와 장비 지급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

순간 잘못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다. 다시 확인해도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5억 7천이 넘었다.

합하면 11억? 십억 단위라고?

핼러윈으로 얻은 카르마 포인트가?

11억에 상응하는 장비를 마련해 준다고? 진짜? 창세(Genesis) 등급 또 나오는 거 아냐?

[아닙니다. 창세 등급 장비 [정복 군주의 인장 [Rank: Genesis]]은 엄밀히 따지면 그린스킨 처치하고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에 상응해 제작된 아이템이 아니라, 업적 보상으로 분류합니다. 마스터.]

아, 그런가?

하하……. 11억 카르마 포인트라니.

“잠깐만. 이 정도 카르마 포인트면 지구의 의지도 탐낼 만한 거 아니야?”

[그것도 아닙니다.]

“아니라고?”

[물론 지구의 의지도 십억 단위의 카르마 포인트는 굉장합니다. 다만 각성자와 지구의 의지 같은 초월자의 카르마 포인트는 단위가 다릅니다. 마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바이트와 기가바이트의 차이처럼요.]

“…그 정도라고? 잠깐만!”

재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인간 한 명을 죽이는 데 수백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얻는다고.

“그럼 그때 말한 수백만 카르마 포인트의 단위는?”

[당연히 지구의 의지가 다루는 단위입니다. 마스터.]

“어쩐지.”

이제야 지구의 의지가 당한 사기 계약이 이해된다. 수천 경의 마이너스 카르마. 그것도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단위와는 자릿수가 다른 단위의.

그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할인된 카르마 포인트를 대가로 내는 계약서가 있는데. 나 같아도 사인했겠다. 그것도 공증 비슷한 것도 받는 것 같던데.

“인간이 지구의 주 종족이긴 하니까.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카르마 포인트 단위 미쳤네. 진짜.”

『이벤트 종료 보상으로 이벤트 동안 쉘터가 포함된 권역에 안전지대가 형성됩니다.』

『이벤트 붐의 보상으로 14일 동안 안전지대가 쉘터 권역에 유지됩니다. 안전지대는 차원 지구와 지구와 동맹인 생명체를 제외한 어떤 종족도 침범할 수 없습니다.』

『이벤트 붐의 보상으로 14일 동안 안전지대가 쉘터 권역에 유지됩니다. 안전지대는…….』

『이벤트 페스티벌의 보상으로 14일 동안 안전지대가…….』

『이벤트 카니발의…….』

『이벤트 핼러윈의 보상으로 28일 동안 안전지대가 쉘터 권역에 유지됩니다. 안전지대는 차원 지구와 지구와 동맹인 생명체를 제외한 어떤 종족도 침범할 수 없습니다.』

총 84일의 안전지대.

단순하게 생각하면 좀비가 등장하지 않는 게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냥에 맛을 들인 각성자 중, 일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안전지대는 굉장한 이득이다. 현재 내 고유 능력 [영지]는 다른 쉘터와 다르게 보호막 같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일정 구역을 영지화해서 사람이 살아가고 영지민에게 여러 이점을 주는 곳이다.

일반적인 쉘터 각성자들은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공간에 안전지대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지금 보상처럼 완벽한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안전지대에 소속된 사람이 침범하면 스탯이 일정 퍼센트로 줄어들거나, 능력이 제한되는 방식이다.

방어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성역이면서 자동 방어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랄까?

[영지]는 그런 거 없다. 성문을 지나거나 성벽을 넘으면 영지로 들어올 수 있다. 물론 성벽마다 설치된 망루와 그 망루에 설치된 발리스타에 적발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영지로 들어온 외부인에게 영지는 아무런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영지]의 부속 건물이 엄청난 것에 대한 디메리트라고 할까?

그래서 [병영]에서 기본 병사를 소환하고, [기사단 숙소]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사단을 소환해서 영지 내의 치안을 유지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저 안전지대는 영지 권역 전체를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한다. 이 종말이 시작되고 한 번도 제대로, 마음껏, 편하게 쉴 수 없었던 이들의 온전한 휴식이 가능하다.

“보스. 사냥은 어쩌죠? 다들 실망하는 것 같은데요?

올리비아가 난감해하며 물었다. 안전지대 때문에 좀비가 사라졌는데 사냥은 어쩌냐고?

“안전지대 경계에서 사냥할 수 있어. 영지에서 사냥할 때보다 훨씬 안전하지. 안전지대를 등에 두고 사냥하다가 위험하면 두어 걸음만 뒤로 움직이면 안전한데.”

“오! 괜찮네요! 그거!”

“그래. 그리고 서울 쪽이나 남쪽은 모르겠지만, 북쪽은 좀비와 악마가 득실득실할걸?”

“아. 그렇겠네요.”

기존 김포의 북쪽에 자리한 이 영지의 북쪽은 북한이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북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만무하니, 당연히 그쪽은 좀비와 악마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일단은 다들 적당히 쉬라고 해. 집이 아직 부족하긴 한데, 씻는 것만 서로 양해해서 씻고, 성인 남자들은 텐트에서 며칠만 지내면 집은 완성되어 있을 거라고 전하고.”

“네. 보스는요?”

“나도 쉬어야……?”

쉬겠다고 말하려는데,

『다섯 개의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중도에 종료하지 않고 완벽하게 끝냈습니다.』

이벤트 보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추가로 메시지가 등장했다.

『이 영광스러운 업적을 이룬 쉘터의 주인에게 [자판기]를 사전 보급합니다.』

“자판기? 자판기 있는……?”

『특이 사항 발견. 쉘터에 이미 [자판기]가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보상이 변경됩니다. [자판기]를 [고급 자판기]로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적용까지 5.29초가 소요됩니다.』

『완료.』

“고, 고오오오오급 자판기? 그게 뭔데?”

『[고급 자판기] 설치 완료! 일반 [자판기]와 [고급 자판기]의 차이는 자판기의 ‘카테고리 확장’에 있습니다. 단순히 음식과 음료를 다루는 [자판기]와 달리 [고급 자판기]는 생필품 전반을 다룹니다.』

“생필품? 원래 [자판기]는 음식과 물만 나오는 게 아니었어? 나야 [창고]가 있어서 여러 물품을 등록했다지만. 생필품이면 뭘 말하는 거야?”

『[고급 자판기]와 [창고]가 동기화되었습니다. [창고]에 보관한 물건 하나를 영구 소멸해 [고급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고급 자판기]와 [행정청]이 동기화되었습니다. [행정청]의 영향으로 [고급 자판기]에 진열되는 물품의 최대치가 [행정청]의 랭크에 맞춰 늘어납니다. 현재 랭크 Green(5단계). 10,00개가 추가됩니다.』

원래 일반 [자판기]였을 때,

화이트(White) 랭크에서는 1개 추가.

레드(Red) 랭크에서는 5개 추가.

오렌지(Orange) 랭크에서 25개 추가.

옐로(Yellow) 랭크는 125개 추가.

그린(Green) 랭크에 625개의 물품을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급 자판기]로 업그레이드되고 나서,

화이트(White) 랭크에서는 1개 추가.

레드(Red) 랭크에서는 10개 추가.

오렌지(Orange) 랭크에서 100개 추가.

옐로(Yellow) 랭크는 1,000개 추가.

그린(Green) 랭크에 10,000개의 물품을 등록할 수 있게 바뀌었다.

“고오오오급 자판기 죽이네. 진짜.”

이렇게 되면 그 전에 [자판기]에 등록하지 못했던 물품을 모두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영지 건물 [창고]에서 [고급 자판기]에 8,202개의 등록 가능한 물품이 있습니다. 모두 등록하시겠습니까?』

일반 [자판기]에 [창고]에 있는 물품을 등록하려고 했을 때,

『영지 건물 [창고]에서 [자판기]에 8,771개의 등록 가능한 물품이 있습니다. 모두 등록하시겠습니까? [자판기]의 등록 슬롯이 부족합니다. 추가 슬롯 확장을 위해서는 [행정청]의 랭크를 업그레이드해 주십시오.』

이런 메시지가 떴었다. 그런데 이제는 뒤에 따라붙던 부연 설명이 없이 모두 등록하겠냐고만 묻는다.

“당연하지! 전부! 전부 등록하라고!!”

그걸 거절할 이유가 있겠냐고.

『등록 완료. 상품의 품질과 가치에 따라 [고급 자판기]에서 등록되는 물품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7분 41.81초가 소요됩니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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