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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35화 (135/183)

135화

<아이는 순수하다. 그래서 잔인하다.>

쿵! 쿵쿵!!

불규칙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악의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소리가 벌써 만으로 하루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단순하게 나무 문이 아니라 가동을 멈춘 냉동 창고의 문이라서 튼튼하다는 것 정도?

유토피아의 성벽이 깨진 창문 너머로 보일 정도로 유토피아 영지와 가까운 이 창고에는,

쿵―!!

“어, 엄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움찔 떨며 더 깊이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10살도 채 되지 않은 여자아이와,

“괜찮아. 바다야.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어.”

그런 딸을 쓰다듬으면서 위로하는 두 모녀가 머물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녀가 가족 구성원의 전부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이 모녀의 가족은 총 네 명이다.

부모와 여섯 살 터울의 남매.

평범한 가정은 아니었다. 아마 지구에 종말이 시작되지 않았어도 이 가족은 불행하고 불편했을 거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 가족의 문제였다.

중학교 2학년. 15살.

선량한 부모와 딸과 비교해도 도저히 같은 유전자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달랐다. 학교 폭력으로 학교에 불려 간 것도 셀 수 없고, 담배와 술은 물론이고, 부모를 향해서도 주먹을 들 정도로 개차반이다.

오죽하면 친척 중에 누군가 친자 검사를 해보라고 권했을까?

종말 전이었다면 그렇게 서로 불행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개차반 아들이 집을 뛰쳐나가는 결말이겠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종말에서 개차반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중, 유일하게 각성하지 못하면서 약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 고구마를 좋아하는 가족은 그런 아들을 살뜰히 보살폈다. 오히려 약자라서 더 살뜰하게.

그렇게 그린스킨이 등장하고, 평화의 날이 찾아오기까지 부와 모는 각성자가 되었고, 현명한 아버지는 어린 딸까지 각성시켰다. 현명한 그가 판단하기에 이 시대에는 각성자가 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아들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아들이 개차반이어서 각성자가 되지 못하겠냐? 그건 아니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개차반 아들은 그린스킨에 막타를 넣어도 각성자가 되지 못했다.

그럴수록 더 포악해진 아들 때문에 쉘터에서 몇 번이나 쫓겨났을까.

갑자기 찾아온 평화의 날은 이 가족을 이끄는 현명하지만 너무 착해서 답답한 아버지에게는 기회로 보였다.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쉘터. 이요한의 땅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곳은 일반적인 쉘터보다 훨씬 넓으니, 아들의 개차반 같은 행동도 다른 좁은 쉘터처럼 빠르게 퍼지지도 않을 거고, 자신이 희생하면 수습할 수 있을 거다.

‘그래. 우리가 유토피아에 도착하기만 하면 돼. 20일이면 충분해.’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출발과 동시에 발생했다.

“아아아아! 힘들어!!! 존나 힘들다고!!”

“이제 얼마 걷지도 않았잖아. 서둘러야 한다고.”

“니들은 각성자라서 괜찮겠지!! 난 그냥 인간이라고! 이 괴물 새끼들아!”

애니메이션에 밈처럼 등장하는 애새끼처럼 빼액 거리면서 투덜대는 아들이 문제였다. 물론 그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아들은 비각성자니까. 그리고 지금은 먹을 것은 물론 깨끗한 물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또한, 멀쩡한 세상이었다고 해도 김해에서 김포까지 도보로 이동한다면 쉬지 않고 걷는다는 이과적인 계산 방식을 따르면 447km의 거리는 120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러니 비각성자의 투정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다만,

“왜 X랄인데!! 그냥 거기서 살면 되지!! 뜬금없이 김포는 왜 가!!”

아들의 개지랄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빠가 업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 등에서 땀 냄새 존나 나!! 개역겨워! X발!”

이딴 소리를 해대는 통에 하루에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가 없었다. 보통의 비각성자 무리라고 해도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 걸었을 거다. 그런데 각성자가 셋이나 되는 가족이 초반에는 하루에 4시간도 걷지 못했다.

그러다가 평화의 날이 열흘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아들의 부모는 무리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계속 걷고, 밤에도 아들과 딸을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가 업고 걸었다.

부모 모두 전투 계열 각성자로 각성했기에 가능한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초반에 너무 짧은 거리를 이동한 게 문제였다.

그들의 걱정과 달리 평화의 날은 21일이 아니라 거기서 열흘이 더 이어졌지만, 가족이 유토피아가 있는 김포시 경계에 도착했을 때, 평화의 날이 끝났다.

그래도 그린스킨 때와 같았다면 어찌어찌 유토피아에 도착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크롸아아아아!!”

“크아와아아아!”

유토피아의 인구 때문에 유토피아로 향하는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좀비 떼가 나타나면서 가장의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

“아, 씨X!! 꺼, 꺼져!! 으아아!! 좀! 어떻게 좀 해봐!!”

그리고 혼란한 틈에 잠시 눈을 빼앗긴 틈에 아들이 좀비에게 둘러싸이면서 파국을 맞이했다.

“하늘아!”

“하늘아!”

부모가 놀라서 좀비를 처리하고 아들을 구해내고 후퇴했을 때, 이미 아들의 몸에는 좀비에게 물린 자국이 여러 개였다.

“아아.”

“흑.”

부모는 울었고,

“…….”

어릴 때부터 오빠에게 정서적으로 억압을 당한 어린 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가족이 절망에 빠져든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가족을 깨운 것은 좀비 독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가고 있는 아들의 짜증이었다.

“X바아아아알!! 뭐라도 좀 해보라고오!!”

짜증이 담긴 고함에 놀란 어린 딸이,

“치, 치료해줄게요.”

사제의 고유 능력을 사용하자,

“끄아아아악!! 이 개 같은 X이!!”

언데드화가 되어가고 있는 아들은 온몸이 불에 타는 고통을 느껴야 했고,

퍽―!

그의 발길질에 어린 딸이 바닥을 나뒹굴어야 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본 아버지는,

“아아.”

결국 무너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가족을 위해 한 모든 행동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들의 좀비화는 더 빨라지고 있었다. 두 눈이 충혈되었고, 피부가 썩어들어가며 보랏빛을 띠는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여보.”

아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아니다. 아들이 좀비가 되기 전에 죽이거나 버리자는 뜻이었을 거다.

아내가, 아이의 엄마가 잔인한 성격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답답할 정도로 선한 아이 아빠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착하고 선한 성격이다.

다만 좀비로 변한 아들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과 아들이 방금 딸을 걷어찬 것을 보면서 슬프지만 결단을 내린 것이리라.

“바다야. 괜찮니?”

하지만 아버지는 도저히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저 시체 더미나 마찬가지인 좀비 틈에 던져놓을 수도 없다.

답답하지만, 그는 그런 아버지였다.

그렇게 좀비가 떨어지기 시작한 첫날, 가족은 유토피아에서 멀어졌다. 좀비 이벤트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까지 후퇴했다.

14일이 지나고 안전지대가 활성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족은 안전지대로 향했지만,

“크와아아아! 아아아아!!”

좀비가 된 아들은 안전지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주변을 배회하다가 냉동 창고가 설치된 이 창고에 자리를 잡은 게 어제였다.

쿵쿵―!!

이제는 손이 뭉개져 팔로 냉동 창고의 문을 두드리는 좀비가 된 아들이 내는 소음을 꼬박 하루 동안 참고 견디던 그날 저녁.

『새로운 종교 「펠리타교」가 창시되었습니다.』

『펠리타교는 ‘풍요’, ‘행복’, ‘행운’을 상징하는 종교입니다.』

『펠리타교의 제1교리는 「이요한을 경외하고 섬기며, 이요한과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과 영주가 소환한 존재에게 신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할 수 없다.」입니다.』

“응?”

이제 막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좀비를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오던 아버지와 집 안에 남아 있던 어머니와 어린 딸의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행복?’

아이는 순수하다. 그렇기에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부터 수용하는 일이 왕왕 일어난다.

올해로 9살이 된 강바다의 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부모랑 같이 있을 때는 세상 행복하지만, 오빠랑 같이 있을 때는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했다.

그리고 찾아온 종말에서는 오빠랑 항상 함께해야 했다. 당연히 바다의 입장에서는 오빠와 함께하는 생활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수시로 위축되어야 했고, 눈치를 봐야 했다.

‘행복. 오빠가 없을 때, 아빠랑 엄마랑 바다는 행복했어.’

다시 말하지만 아이는 순수하다.

‘오빠가 없어지게 해주세요. 요한 님.’

그래서 잔인하다.

화아아악―!!

더욱이 순수하게 이요한을 향해 소원을 빈 아이의 클래스는 공교롭게도 ‘사제’였다. 오빠가 좀비에 물렸을 때, 정말 미워하고 두려운 오빠였지만 달려가서 치료해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제 말이다.

그리고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허가 아래 시스템에 등록된 종교는,

『당신의 신앙 스탯은 「93」입니다.』

강바다의 그 순수한 신앙 스탯을 인정했고,

『고유 능력 [신성 주문]이 강화됩니다.』

이 작은 아이에게 높은 농도의 신성력을 부여했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요한 님.’

그리고 이전보다 더 성스럽고 깨끗하게 강화된 신성력은,

“바, 바다야?”

두꺼운 냉동 창고의 문을 통과해,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산자에 대한 원망과 증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던 한 마리 좀비의 몸에 닿았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각각 10씩 획득했습니다.』

문을 두드리던 소음이 멎었다.

가족들을 힘들게 하던 아들이 사라진 것을 부모는 그때 깨달았다.

“바다야?”

그리고 덜컥 든 안도에 놀란 아이의 어머니는 딸을 끌어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우리 딸. 괜찮아. 엄마가 다 괜찮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울었다. 그런 엄마의 품에서,

‘요한 님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셨어.’

아이, 강바다는 신앙 스탯이 상승했다는 알림을 들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미처 말리지도 그렇다고 권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가자. 우리도.”

결심했다. 이제는 하나뿐인 아이를 적극적으로 지키겠다고.

“어, 어디로요?”

“유토피아.”

“네?”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당신도 명심해. 하늘이를 죽인 건 바다가 아니라 나야.”

가출한 멘탈을 찾아 정신을 차렸다.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아내의 품에 안겨 잠든 딸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날 각성자로 이뤄진 세 가족은 유토피아에 들어섰다.

『아포칼립스에 나만 장르가 이상하다?』

심행 퓨전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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